길, 길, 길들
각 지방마다 또는 각 산마다
그리고 해안에도, 강가에도, 도심에도
성지를 잇는 순례에도
제각각의 이름을 가진 길이 있으니
이젠 헤아리기도 힘들다.
그중에 서울시내에
그것도 강남에 위치한 봉은사에
길이 있다하니 찾아보게 된다.
시내에,
강남의 전망좋은 한켠에 있어서인지
그리 길지는 않다.
그러나 생각보다는 짧지도 않다.
1km조금 넘는 거리다.
산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수도산 봉은사의 둘레를 도는 길을
명상길로 호칭하여
탐방객의 발길을 붙든다.
명상길의 숲은
소나무 등의 기존 숲에
사찰특유의 대나무 숲으로
길의 경계를 만든 곳이 많았고
미선나무, 산수유 등으로
인공적인 조림에
나무이름표찰까지 있으니 짧은 코스의
수목원 한켠을 걷는 기분이다.
나름 특이하게 나타나는 전경은
숲의 길과는 낮설것 같은
고층빌딩의 빌딩숲을
바라보는 전망이 볼 만하다.
천편일률적인 높이나 모양을 갖었다면
실망스럽고 촌스러웠을 것이나
마치 처음부터 그리 배치한 듯
이쁘고 아름답게 보여진다.
숲속 길에서 바라보는 빌딩숲의
전경이어서 일까.
마침
갓 피어나기 시작하고 있는
홍매와 같이한 봉선사와 명상길,
연이어 방문한 선정릉의
봄소식을 전해보고자 한다.
* 봉은사 명상길
봉선사의 둘레를 한바퀴도는 길이다.
도심에 위치해 있으며 빌딩숲과 불교유적,
그리고 한가로운 부담없는 길이 있어
이 길을 명상길이라 한다.
위의 봉은사 명사길안내에는
명사길 안내는 짧고
봉은사에 대한 소개의 글이 길다.
원문을 옮겨본다.
봉은사 명상길
Bongeunsa Temple Meditation Trail
봉은사 명상길은 봉은사와 강남구 간의
업무협약을 통해 총 길이 1.2km로
봉은사 숲 안에 조성하였다.
봉은사는 794년(신라 원성왕 10년)
연회국사(會國師)가 견성사(見性寺)란
이름으로 창건하였고
조선시대 1498년(연산군 4)에
정현왕후(貞顯王后)가 사찰을 중창,
1562년(명종 17) 문정왕후가
수도산 아래로 옮겨 사찰의
명칭을 봉은사(奉恩寺)로 정하였다.
봉은사는
보우대사, 서산대사, 사명대사 등을
배출한 천년고찰로써
30만 신도 대중과 서울시민,
수많은 외국인에게 도심 속
문화 힐링 공간으로 역사문화환경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명상길에 앞서 봉은사에 대해 알아보자.
* 봉은사 (奉恩寺)
_ 어디에 있나?
서울의 강북시내엔 화계사가
서울의 강남시내엔 봉선사가 있다.
_ 내력은
794년(신라 원성왕 10년)에
연회(緣會)국사가
見性寺로 창건했다고 한다.
오래된 사찰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봉은사도 여러 부침을 거듭한다.
1495년에는 부근의 선릉에 천장된
성종의 명복을 비는 사찰이 되고
1498년에는 정현왕후가 중창을 한다
1562년에는 문정왕후가
지금의 위치인 수도산 아래로 옮겨
봉은사로 개칭하여
선정릉의 능침(수호) 사찰이 된다.
이후 보우대사, 서산대사, 사명대사 등이
수도하며 명찰로 거듭난다.
※ 능침 사찰
조선시대 왕과 왕비
(추존된 왕과 왕비 포함)의 능침을
수호하고 명복을 비는 소임을 맡은
사찰로 아래의 사찰이 있다.
_ 흥천사 (태조계비의 능인 정릉)
_ 연경사 (태조 정비의 능인 제릉)
_ 개경사 (태조의 능인 견원능)
_ 정인사 (경릉(덕종), 창릉(예종))
_ 봉릉사 (정릉(인조의 생부)
_ 회암사 (태종의 능인 헌능)
_ 흥교사 (정조의 능인 후릉)
_ 봉선사 (세조의 능인 광릉)
_ 신륵사 (세종의 능인 영릉)
_ 용주사 (사도세자와 능인 융건릉)
_ 왜 봉은사 (奉恩寺) 라 지었을까?
선릉을 지키는 '능침사찰'이 되면서
절 이름을 '은혜를 받든다.'라는 뜻의
봉은(奉恩)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_ 사찰 안내도
강남 노른자의 넓은 땅에 위치하여
실제 가 보면 생각외로 훨씬 넓다.
나름 상당히 큰 면적의 봉은사다.
* 봉은사 매화 (매실나무)
매실나무의 꽃인 매화는
봉은사안에
붉은색겹꽃으로 핀 홍매화와
매화당앞의 운용매화,
우물옆의 수양매화가 있다.
일반적으로 꽃색이 흰색이나
종류에 따라 붉은색의 홍매라 하는
매화가 봉은사에 두군데 있는데
봉은사의 일주문인 진여문을 들어서서
정면의 법왕루 가는 길과 주차장을
가르는 화단에 한 그루가 있으며
대웅전 뒤쪽 길에서
왼쪽으로 가면 있는 영각에
한그루가 더 있다.
각자 나름대로 아름답지만
영각의 매화가 사찰건물과의 조화로
대표적으로 여겨진다.
* 추사 김정희의 유작 '판전' 현판
추사 김정희의 마지막 유작이라 한다.
오래된 사찰인 봉은사는
여러 사유로 사찰건물이 피해를 입고
새로 지어지기를 거듭하는데
판전만큼은 오랫동안
옛 모습 그대로이다.
덕분에 명필의 현판도 남아 있어
문회유산으로 볼꺼리를 제공한다.
* 수도산(修道山)
높이 85m의 낮은 봉은사의 뒷산이다.
정상에 경기고등학교가 있는데
학교를 지으며 산정상을 깍게 되서
낮은 산 정상이 더욱 낮아졌다고 한다.
* 선정릉(宣靖陵)
조선의 제9대왕인 성종과
정현왕후의 선릉과 제 11대 왕인
중종의 정릉이 있는 곳이며
조선왕릉중 유일하게 임진왜란때
왜적들이 훼손을 해서 시신을
못 찾아 유품을 매장하여
복원되어진 곳이다.
능침사찰인 봉은사가 지척이고
선정릉의 입구는
지하철 2호선 선릉역에서 가깝고
지하철 9호선 선정릉역에서 조금 멀다.
주소는 서울 강남구 선릉로100길 1 이다.
* 탐방기록 _ 20240312
여기저기 여러코스를 고민끝에
무너져내린 체력과 오후의 짧은 시간,
그리고 같이하는 친구들을 고려하여
길 탐방보다는 봉은사 홍매를 보러간다.
짧을 탐방길이라 생각하였지만
이리저리 걷은 거리도,시간도 상당하다.
먼저, 처음방문하는
봉은사경내와
홍매를 구경삼아 한바퀴하고
봉은사둘레의 명상길을
느긋히 돌아들고
봉은사에서 선정능까지의
도로길을 모처럼 걸어본다.
선정릉에서는
쌍릉으로 양편에 있는 선릉을
가장 가까이까지 둘러보고
다시 정릉으로 향했다.
정릉은 비각에서 올려다 볼 수 있었고
다시 나와서는
강남역까지 도보트레킹으로 마무리했다.
자칫 너무 짧아 아쉬울 트레킹을
오랜만에 강남의 거리를 걸으며
흡족한 걸음의 탐방을 마쳤다.
봄비가 살짝 살짝내려
탐방과 트레킹에 방해가 되기도 했지만
매화와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의 꽂도
그리고 귀롱나무, 조팝나무의 잎도
얼핏하게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더불어 완전히 녹아내린 흙길에서도
지저귐소리 많아진 새울음에서도
한결 밝아진 총총걸음님들의
옷차림에서도 봄은 말없이
다가왔음이 느껴진다.
예전에야 경기도 광주의
한강변 변두리의 사찰이었지만
지금은 강남의 빌딩숲에 있는 사찰이라
뭐 볼께 있을려나 했으나
붐비는 탐방객에 치이기는 하지만
경내와 명상길을 둘러보는 맛은 있다.
명상길은 1k 약간 넘는 짧은 길이라
아쉼기는 하지만 바쁜 님들에겐
왕복의 숲길은 걷는다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겠다.
과거의 회사다니때는 정심시간에
힐링삼아 도시락사서 드나들던 선정릉을
이번엔 올곧히 그리고 꼼꼼히 둘러본다.
이 계절에도 이리 좋은 환경으로
탁 트인 시원스런 숲을 만나다니
꽃의 계절, 초록의 계절,
열매의 계절, 낙엽의 계절엔
얼마나 더 힐링을 주려나!
곧이어
개나리, 진달래 만발할 듯 하고
드문드문한 귀룽나무는
푸르름을 장식하겠다.
여러가지 사유가 있겠지만
피해를 입지않고 잘 보존되어
지금의 왕릉숲을 누리는 게
참으로 행운이 아닐까 생각된다.
말없는 배려로 같이한 친구들에 감사한다.
* 사진으로 보는 탐방
_ 봉은사 경내
_ 명상길
_ 선정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