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운경 제1권
[보시 바라밀]
보살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보시바라밀[檀波羅蜜]을 충분히 갖춘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법시를 다 갖추는 것,
무외시를 다 갖추는 것,
재시를 다 갖추는 것,
보답을 바라지 않는 보시를 다 갖추는 것,
불쌍히 여기는 보시를 다 갖추는 것,
가벼이 여기는 마음이 없이 하는 보시를 다 갖추는 것,
존중하는 보시를 다 갖추는 것,
공경하여 받들어 섬기는 보시를 다 갖추는 것,
구하는 것이 없는 보시를 다 갖추는 것,
청정한 보시를 다 갖추는 것이다.
[벖시를 다 갖춘다]
선남자야, 보살이 법시(法施)를 다 갖춘다는 것은 무엇인가?
바라는 마음이 없이 스스로 법을 받아 지녀 남을 위해 연설하나 이익을 구해서가 아니고 명예(名譽)를 위해서도 아니다.
모든 중생의 잘못과 악을 없애기 위해 이익을 따지지 않고 마음에 높고 낮음이 없이 평등하게 설법하는 것이다.
왕이나 왕에 버금가는 자들에게 하건 전타라(旃陀羅) 등에게 하건 설법함에 있어서 평등하게 차별이 없고, 이 보시로 인해 자신을 높여 교만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이 할 수 있으면 보살이 법시를 다 갖추었다고 한다.
[무외시를 다 갖춘다]
보살이 무외시(無畏施)를 다 갖춘다는 것은 무엇인가?
보살이 스스로 칼이나 몽둥이를 멀리하고 남들도 칼과 몽둥이를 멀리하게 하며, 모든 중생을 부모나 처자 권속이나 친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모든 중생은 무시겁(無始劫)으로부터 부모나 처자 권속이 아니었던 자가 없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보살은 미세(微細)한 중생에게도 몸을 버려 주거늘 하물며 다시 다른 큰 중생이겠는가?
이것을 보살이 무외시를 다 갖추는 것이라 한다.
[재시를 다 갖춘다]
보살이 재시(財施)를 다 갖춘다는 것은 무엇인가?
보살은 온갖 악을 저지르는 중생을 보면 곧 재물을 모아 그에게 주어 악업을 멀리하고 선한 곳에 편안히 지내도록 한다.
또 부처님 세존이
‘보시는 보살이 탐욕과 질투의 허물을 없앨 수 있게 한다’고 한 말을 듣고는
부처님이 말한 대로 보시를 계속해서 행하며,
이 보시로 인해 스스로를 높이는 마음을 내지 않는다.
이를 보살이 재시를 다 갖추는 것이라 한다.
[보답을 바라지 않는 보시를 다 갖춘다]
보살이 보답을 바라지 않는 보시를 다 갖춘다는 것은 무엇인가?
권속을 얻기 위해 보시하는 것이 아니고, 친구를 얻기 위해 보시하는 것이 아니며, 욕심 때문에 보시하는 것이 아니다.
보살은 ‘보시는 보살의 청정한 계율이며, 항상 행하는 법이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를 보살이 보답을 바라지 않는 보시를 다 갖추는 것이라 한다.
[불쌍히 여기는 보시를 다 갖춘다]
보살이 불쌍히 여기는 보시를 다 갖춘다는 것은 무엇인가?
보살은 배고프고 목말라 고통스러워하고, 벌거벗거나 헤진 옷에 믿고 의지할 곳 없으며, 돌아갈 곳도 찾아갈 곳도 없고 머물 곳도 없는 복 없는 중생을 보면 문득 크게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일으킨다.
‘내가 이제 고통 받는 중생들을 위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킨 것은, 중생들이 계속 되풀이해서 고통을 받고 벌거벗고 헤진 옷에 의지할 곳 없고 돌아갈 곳 없고 향해 갈 곳도 없이 굶주림과 추위에 고통 받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언제 또 이 중생에게 의복과 음식과 돌아갈 집을 마련해 줄 수 있을까?’ 하고는
현재 가진 재물을 모두 다 그들에게 베푼다.
이렇게 보시하고도 마음에 ‘나’라든가 ‘남’이라든가 ‘재물’이라는 생각을 남겨 두지 않는다.
이렇게 보시하는 것을 보살이 불쌍히 여기는 보시를 다 갖추는 것이라 한다.
[가벼이 여기는 마음이 없이 하는 보시를 다 갖춘다]
보살이 가벼이 여기는 마음이 없이 하는 보시를 다 갖춘다는 것은 무엇인가?
분별하지 않고 보시하고, 평등한 대비(大悲)로 보시하고, 마음에 가벼이 여기는 마음이 없이 보시하고, 마음에 인색함이 없이 보시하고, 성내지 않고 보시하고, 교만하지 않고 보시하고, 명예 얻기를 바라지 않고 보시하고, 자신이 아는 것이 많다는 생각 없이 보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보시를 전심시(專心施)ㆍ존중시(尊重施)ㆍ공경시(恭敬施)ㆍ자수시(自手施)라고 하는데,
이와 같이 보시하는 것을 보살이 가벼이 여기는 마음이 없이 하는 보시를 다 갖추는 것이라 한다.
[받들어 섬기는 보시를 다 갖춘다]
보살이 받들어 섬기는 보시를 다 갖춘다는 것은 무엇인가?
범행(梵行)을 갖춘 존경하고 섬길 만한 사람이나 화상(和上)이나 아사리(阿闍梨) 등 이와 같은 사람들에게 은근히 존중하는 마음을 일으켜,
일어나서 맞이하고 합장하고 우러러보며 공경하고,
만약 할 일이 있으면 몸소 대신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보시하는 것을 보살이 받들어 섬기는 보시를 다 갖추는 것이라 한다.
[공경하는 보시를 다 갖춘다]
보살이 공경하는 보시를 다 갖춘다는 것은 무엇인가?
부처님께 공양하고 법에 공양하고 스님들께 공양하는 것이다.
향과 꽃과 음악을 바치며 여래의 탑을 돌고, 부처님 계신 곳을 깨끗이 청소하고, 만약 여러 탑묘(塔廟)가 낡아 무너져 내렸으면 수리하고 장엄하게 장식하는 것을
부처님을 공경하는 것이라 한다.
법을 공경한다는 것은 법을 듣고 독송하고 수지하고 쓰고 해설하고 그 뜻을 생각하여 법대로 수행하고 잘못되지 않은 뜻을 취하는 것이니,
이를 법을 공경하는 것이라 한다.
스님을 공경한다는 것은 의복과 음식과 와구와 탕약과 갖가지 여러 물건을 필요로 할 때 스님들께 받들어 보시하고, 가난하여 가지고 있는 것이 없을 때는 깨끗한 물을 가지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보시하는 것이니,
이와 같이 보시하는 것을 스님을 공경하는 보시라 한다.
이와 같이 3보를 공양하면 이를 보살이 공경하는 보시를 다 갖추는 것이라 한다.
[구하는 것이 없는 보시를 다 갖춘다]
보살이 구하는 것이 없는 보시를 다 갖춘다는 것은 무엇인가?
보살은 보시할 때에
‘나는 당연히 하늘에 태어날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며,
역시 ‘나는 당연히 왕이나 재상이나 대신이나 관속이 될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를 보살이 구하는 것이 없는 보시를 다 갖추는 것이라 한다.
[청정한 보시를 다 갖춘다]
보살이 청정한 보시를 다 갖춘다는 것은 무엇인가?
보살은 이 보시가 허물이 없고 더러움이 없고 잡됨이 없는지 자세히 생각한다.
이와 같이 보시하면, 이를 보살이 청정한 보시를 다 갖추는 것이라 한다.
선남자야, 이 열 가지를 갖추면, 이를 보살이 보시를 다 갖춘 것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