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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일째 : 2015. 10. 2(金) 흐림- 맑음
좋은 환경의 산장에서 푹신한 침구를 덮고 편안하게 잠을 잣다고 생각했는데, 어젯밤 빗소리와 바람소리에 자다 깨다를 반복한것 같다.
밤새 지겹게도 바람과 비가 내렸으나, 한가닥 믿고있는 일기예보에 의하면, 6시부터 비가 그치고 바람도 순차적으로 잦아들어 아침 9시에는 해가뜨고 풍속도 17m로 떨어진다고 되어 있어, 아침식사를 도시락으로 준비를 하였던 것이 시행 착오였다.
일찍 출발하려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06시 식사시간이 임박하여, 도시락을 취소하고 식당에서 식사를 할수 없겠느냐고, 문의하자 이미 도시락을 준비하였기 때문에 변경을 할수 없지만, 식당에서 도시락을 먹는다면, 된장국을 제공하겠다고 하여 하는 수없이 식당에서 도시락을 먹기로 하였으나, 막상 도시락을 펼쳐 놓으니, 꽁꽁 굳어있어 먹을수가 없었다.
대원들 모두가 먹는둥 마는둥 남은 도시락을 싸들고 가기로 한다. 다이텐소에서 라면을 끓여 같이 먹어 보기로 한다. 오늘의 일정이 깔끔하게 시작되지 않는 기분이다.
그런데다 후지하라상이 사고를 당해 입원중인 직원을 두고, 더 이상 기분좋게 우리와 같이 산행을 계속할 수가 없다며, 돌아가겠다고 한다. 서운하지만 어쩔 수없는 일이다.
출발을 하기는 해야겠는데 도시락을 먹고나서도 선뜻 나서기가 망서려지는 날씨다.
시야도 확보돼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릴수만은 없다고 판단되어, 배낭을 산장에 맡기고 1km 거리에 있는 일본의 2백 명산 츠바쿠로 다케를 다녀오기로 한다.
네팔 남체의 앙도르지 셀파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작별의 기념 샷을...
네팔리 앙 도르지셀파와 노짱
전대원 낙오자 없이 전원 츠바쿠라를 가겠다고 한다. 더불어 후지하라상도 츠바쿠라까지 우리와 같이 다녀와서 내려가겠다고 한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는 묘한 감정이다.
예정대로라면 야리가다케까지 같이 등반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츠바쿠로다케 가는길에 일본의 보호조류인 라이죠(雷鳥)를 보았다. 하는 말이 아침일찍 라이죠를 만나면 행운이 있다든가, 뭐~그런 애기 믿거나 말거나...
하이마츠(這松) 숲에서 집단(가족단위)으로 서식하는 라이죠. 우리나라 꿩과 비슷하지만, 날지를 못한게 좀 다르다. 하이마츠란 기어 다이는 소나무란 뜻이다. 혹독한 환경에 위로 자라지 않고 땅바닥으로 기어다니며 살아가는 끈질긴 생명력의 소유자다. 이제부터 하이마츠 군락지를 실컷 보게 될것이다.
바람과 운무가 걷히지 않는 츠바쿠라다케를 향하고 있는 대원들...
엔잔소에서 츠바쿠라까지는 왕복 1시간정도 소요된다. 오르 내림이 완만한 마사토 길로 수백, 수천년에 걸쳐 바위의 풍화작용에 의하여 마사토가 생성되었다고 한다.
후지하라와 몇몇 대원은 한참 앞에서 걸어가고 있다.
츠바쿠로 다케 정상이 가까이 보인다.
앗! 그런데 능선 우측 아래 아즈미노 시(安墨野市)방향이 햇살을 받고, 구름이 걷히고 있다.
이 어찌 반갑지 않을소냐!!!!
햇살을 받고있는 아랫 녘 들판과 시가지
안경 바위(めがね 岩)
뒤 늦게 온 대원들을...
아직은 운무가 바람따라 오르락 내리락 거리며 시야를 괴롭힌다.
드디어 이번 산행에 우정 출연을 해준 후지하라상이 우리 대원과 함께 2,764m 츠바쿠로 다케 정상에 섯다. 우리나라 최고봉 백두산 높이가 2,744m이니 20m 더 높은 고지에 선 셈이다.
후지하라상이 나를 포함한 전 대원에게 마지막 선물의 카메라 샷을 날려 주었다.
후지하라상 혼또니 아리가도 고자이마스.
정상석과 허공
그리고 이어 영수
모니카도...
젬마 와 허공부부
무엇을 상징하는 바위인고?
반가운 햇살을 배경으로...
또 다른 형상석
산장으로 원점 회귀하여 후지하라상을 아쉬운 마음으로 작별하고...
후지하라가 떠나고 나니 웬지 휑하다.
그러나 대원들이 츠바쿠라다케를 다녀와서인지 산행 모드로 돌아 온것 같다. 엔잔소에서의 하릴없는(?)길고긴 휴식에 혹시 무력감에 빠지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시한번 파이팅하자.
이제 앞으로의 날씨는 좋아질 날만 남았으니 한마음으로 걸어보자. 날씨만 좋았다면 어제 오후에 이길(오모테긴자)을 유유자적하게 걸었을 것이다. 허나 어쪄랴! 모든 잡념을 털어버리고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하자.
3년전 14박 15일간 연화와 둘이 걸었던 우시로 다테야마(後立山)와 우라긴자(裏銀座)능선의 운무가 걷히면서 조망이 된다. 잔듸처럼 깔려있는 하이마츠 사잇길을 편안하게 걸어간다. 7~8월에 하이마츠 숲을 지니자면 전형적인 소나무 향이 코를 찌르는데, 가을철이라 그런지 하이마츠의 싱그런 향내가 스치지않는다.
우라긴자 능선쪽으로 행운의 일곱빛깔 무지개가 섯다. 우리의 원정길에 좋은 징후임에 틀림없다.
하이마츠 사이로 힘겹게 서있는 관목과의 작은 나무들이 바람과 눈에 시달리며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있다. 혹독한 환경에서도 생명을 부지하고 굳굳이 서있는 모습이 처연하기까지 하다.
줄기 보다 뿌리가 더 큰 관목이 하아마츠 사이에 색의 조화를 이루고있다.
운무는 아직 능선을 넘나들면서 북알프스의 진면목을 우리에게 보여주기 싫은 모양이다.
대열을 정비해 본다.
앞에서 부터 영수,모니카,연화,억이,영식,젬마,허공 순으로 잘 정돈된 대열로 이상 없다. 역시 허공이 뒤를 받쳐주고 있어 든든하다.
전면에 보이는 오텐죠다케(2,922m)가 운무에 가렸다 보였다 하는 오텐죠다케(2,922m)가 빨리오라고 손짓하는것 같다.
푸른 하늘이 펼쳐지는 순간 오오 쿠다리(大下リ)내리막 길에 이정표가 있는 지점에 다다른다. 엔잔소에서부터 평탄로를 걷다 처음으로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내리막이있으면 오르막이 있는 법, 그러나 경사도가 그리 심하지 않아 부담이 적은 코스다.
오오쿠다리 시작점을 알리는 이정표다. 오텐죠다케까지 3.5km 남았다는 표시도...
오오쿠다리 내리막 시작점에서 단체 사진 한컷, 대원들의 포스가 원정대의 면모가 뚜렸하다. 뒷 배경에 있어야 할, 북알프스 최고의 명봉 야리가다케가 아직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아쉽다.
좌로부터 허공,억이,영수,모니카,연화,젬마,영식 모두의 표정이 밝다(연출인가?)
내리막에 이어 오늘 우리가 올라야 할 최고봉 오텐죠다케(2,922m)가 우뚝 솟아있고 우리가 걸어야 할 오텐죠다케까지의 능선도 오롯이 보인다. 어제 오전에 걸었던 급등면보다는 난이도가 낮지만, 조금 힘을 내야할것 같다.
전면의 높은 봉우리 오텐죠 다케가 위압적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능선에서 계곡으로 흐르는 사면에 단풍이 절경을 이루고 있고, 오른편 야리가다케 Y계곡에 만년설이 보이는것을 보니, 곧 야리가다케가 모습을 들어낼것 같다.
단풍과 만년설
하늘의 파란색이 점점 짙어지는 것을 보니, 이제 비와는 멀어진것 같다. 국내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북알프스의 일기예보에 신경을 곤두세워 주시하였으나, 고산에서의 일기예보는 그저 예보에 불과할 뿐이다. 한국의 많은 원정대가 북알프스의 변화무쌍한 날씨에 속수무책 당한것이 한두팀이 아니였다.
명봉의 위세를 과시하는 듯 좀처럼 모습을 보여 주지않은 야리가 다케(槍ケ岳. 3,18m)
무사히 내리막 막바지에 다달았다. 그래도 내리막길이라 여유있게 내려온 표정이지만,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야 하니 심란할듯 싶다. 그러나 주변의 단풍이 너무 시선을 즐겁게 이끌어 준다.
고산 능선길의 묘미를 나름대로 대원들이 즐겨주기를 바라기를 기대해 본다.
오름길이 목전이다. 피할 수없으면 즐기라고 했다. 또 눈은 한없이 게으르지만 발은 부지런 하다.라는 말이있듯이 우리의 두발을 믿고 힘내자. (간바레~ 간바레~)
뭉게구름이 피어 오르며 운해를 만들고 있다. 북알프스의 산은 비온 뒤 운해가 압권이라는 말이있다.
기대해 볼만하다.
대원들이 뭉게뭉게 피어 오르는 뭉게 구름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고 한시름 놓고 있다.
얏다! 드디어 야리가다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과연 북알프스의 상징, 일본의 마터호른 야리가다케다. 언제보아도 참! 도도하게 서있다.
그러나 기다려라... 우리 모두가 너의 정수리에 올라설 수 있는 시간이 가까워 오고있다.
대원들 모두 첫 대면을 하는 야리가다케,
우리가 인사를 한 건지? 야리가다케가 우리에게 인사를 한 건지?
모처럼 우리가 걸어온 발자취를 뒤돌아 본다. 우리가 비바람을 피해 하룻밤을 지냈던 엔잔소와 츠바쿠로가 우리에게 벌써 거기까지 갔니? 하고 물어 보는것 같다.
산길을 걷는데 또 하나의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걸어가야 할 길을 보는것 보다 뒤 돌아 걸어 온 길을 쳐다보면 왠지 자신감과 힘이 솟아난다는 것이다.
우리가 걸어 온 길을 뒤돌아 보며...
키사쿠신도(喜作新道)를 처음 개척한 고바야시키사쿠상 (小林喜作 1875年~1923年)을 기리기 위하여 암벽에 부조(浮彫)를 설치해 놓았다.
부조가 있는 암벽을 지나, 이제 서서히 오르막길이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오르기로 한다.
최저 안부를 지나 오르막 시작이다.
삼거리 이정표에 도착한다. 여기서 우측 사면길로 진행을 하면 휫테(Hutte)오텐죠로 경유 야리가다케로 바로 가는 길이고, 좌측 사면길로 진행하며, 다이텐소(大天莊)가 있는 오텐죠다케(2,922m)를 밟고 휫테 오텐죠로 가게 된다. 그리고 100名山 죠넨다케(常念岳 2,857m)가 있는 죠넨산맥으로 이어지는 능선이이어진다. 그래서 여기가 바로 가느냐, 돌아가느냐 문제의 갈림길이다.
그러나 좌측 사면길을 택한다. 여기까지 와서 일본의 200名山을 지나칠수 없지 않는가.
조금은 힘들더라도 결국은 츠바쿠로다케(燕岳)에 이어 두번째 200名山을 답사하기로 한다.
여기서 복잡한 일본의 산장(山莊)의 호칭을 정리해 보자.
산소 & 잔소(山莊) : 대채로 규모가 큰 숙박지. 고야(小屋) : 규모가 작은 숙박지. 휫테(Hutte) : 독일어로 등산자를 위한 산막, 그리고 히난고야(避難小屋) : 관리인이 없는 비상시 피난 대피소 등으로 구분 호칭한다.
이정표가 서있는 선택의 갈림길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모를까, 대원들에게 조금 미안하지만 언제 다시 올 기약없는 길이다. 고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지그재그 오름길에 모두들 힘들어 한다.
이틀째 산행이니 배낭의 무게가 어깨를 짖누릴때도 되었다.
그래도 멀리 시원스럽게 펼쳐진 우라긴자 능선이 장관이다. 연화와 둘이서 저 길을 걸으면서 오늘 우리가 걸었던 오모테긴자를 걸어보고 싶었는데 지금 그길을 걷고 있는데, 누가 우라긴자 저 길을 한번 걸어보고 싶은 사람은 없는가?...
어휴~~힘들어... 저마다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걷고있다.
자~ 그럼 다들 뒤 돌아 보라. 오늘 우리가 걸었던 길 전부가 한눈에들어오지 않는가. 나 자신에게 대견함을 느끼지 않는가. 이 맛에 능선 종주를 하는것이다.
멀리 독수리 머리 벗겨진것 처럼 보이는 츠바쿠로다케를 위하여 -엔잔소-오오쿠다리(내림길)-다시 오름길-그리고 작은 오르 내림이 우리네 인생의 한 단면같이 구비구비다.
고진감래라... 다이텐소가 어느새 눈앞에 우뚝 나타난다.
계획대로라면 어제밤 우리가 묵어 가야할 산장이다. 이제 한숨 쉬어도 될것 같다.
반가운 다이텐소(大天莊)
http://www.enzanso.co.jp/daitenso/
산장에 도착하니 바람이 많이 불어, 접수처에 들어가 어젯밤에 머물기로 예약한 한국인팀이라고 사정을 말하고, 취사장을 사용할 수 없냐고 물어도 별 탐탁지 않은 표정이다. 하는 수없이 산장 앞 캠프장 주변에서 라면을 끓여 아침에 먹다남은 도시락과 함께 먹는둥 마는둥 하고, 배낭을 놓고 오텐죠다케 정상을 오른다.
테블위에 소주병이 아직도...(이 사진 억이 대원이 찍은 사진임)
정상에 올라서니 먼저 우리 한국 산악인들이 제일 많이 찾은 등반코스인 야리가다케-오쿠호다카다케의 능선이 보이고, 우리가 오늘 걸어야 할 능선길이 뚜렷히 조각된다.
10여분 정도 걸어올라, 오텐죠다케 정상에서 본, 야리가 다케를 비롯한 장쾌한 호다카 연봉 능선.
구름에 쌓인 봉우리가 북알프스에서 제일 높은 오쿠호다카다케(奧穗高岳 3,190m)다. 그리고 좌측 넓은 자갈 계곡이 가미고치(上高地)로 흘러가는 아즈사와 강이다. 수많은 높은 산과 계곡에 겨울내 쌓인 눈이 1년 내내 녹아 흐르는 물이 강을 이루고 있다.
북알프스의 최고봉이 수줍은듯 구름을 쓰고 있다.
힘들게 올라온 보상으로 인증샷을... 모니카
영식,억이 부부님
허공,젬마 부부님
노짱,연화 부부
영수
산장 앞으로 뻗어난 능선이 갈림길에서 명기한 죠넨산먀쿠(常念山脈)이고, 그 가운데 우뚝 솟은 봉우리가 일본 100名山의 하나인 죠넨다케(常念岳)다. 그리고 좌측 멀리 구름속에 묻혀 희미하게 보이는 산이 우리가 5일날 올라야 할 노리쿠라다케(承鞍岳 3,026m)로 추정된다.
죠넨산맥과 죠넨다케방향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파이팅을 외치며...
산장으로 회귀하여 다시 출발 준비 완료.
이제 한동안 사면길을 완만하게 우회하면서 내려가야 한다. 스틱 하나는 배낭에 장착을 하고, 스틱 하나로 균형을 유지하고 맨손은 벽을 잡고 내려가도록 한다.
산에서의 사고는 올라갈때 보다 내려갈때 많이 발생한다.그래서 당부와 당부를 거듭하고 진행한다.
그런데 모두들 나의 의도와는 반대로 스틱을 오른손에 잡고있다. 왼손으로 스틱을 짚고 오른손은 벽이나 나무를 잡거나 층계가 있을때는 몸의 중심을 낮춰 바닥을 짚기도 해야 한다는 나의 이야기가 잘 전달되지 않은것인가?
결론은 확인을 하지 않은 나의 잘못이다.
내리막 암석지대를 지나며 스틱을 바로 잡은 대원들이 조심스럽게 걷는다. 계속해서 낙석이 진행되는 지역이라 등로가 불안정하다.
나무계단이 낙석에 묻혀있다. 발디딤을 조심해야한다.
역시 내리막 구간에는 여성대원의 진도가 느리다. 조심성을 더한 까닭이리라.
휫테 오텐죠 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위에 도착을 한다. 다시말 하면 오텐죠다케를 거치지 않고 고바야시키사쿠 부조가 있는 암벽 위 갈림길에서 이곳으로 바로 오는 코스가 있다는것을 자세히 알았다면 대원들은 어떡 했을까? 미안한 마음에 앞에 보이는 급등 봉우리를 올라가지않고 좌측 사면으로 내려간다고 설명을 하며 위안을 준다.
휫테 오텐죠와 선택의 두 갈래길...(만약 급등사면으로 올라가야 한다면?)
http://www.enzanso.co.jp/daitenso/
휫테가 있는 안부가 바람이 불지 않고 아늑하여,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물을 끓여 따끈한 커피 한 모금으로 온기를 채우며 긴장을 풀어본다. 휫테의 문은 열려있었지만 우리가 떠나 올때까지 관리직원의 모습은 보지도 못했다. 아무래도 비상시가 아니면 머물려는 등산객이 없을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때문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휫테 니시다케에서 따끈한 커피 한잔을 준비하기 위하여 배낭을 풀고있다.(억이 대원 제공 사진)
커피 한잔과 짧은 휴식을 마치고, 점점 난이도가 배가되는 산행길에 안전을 다짐하며...
편안한 사면 등로 위 아래 자작나무(시나카바 白樺)가 멋스럽다. 대열은 영수,모니카,연화,억이,영식,젬마, 허공, 역시 굳굳하게 뒤를 받치고 오는 허공님 감사합니다.
엇! 그런데 지금 뭐하는 시츄에이션????? 메뚜기 잡나요? 여러분! 등로를 벗어나면 않됩니다.
잠깐 동안 망중한의 시간을 보내고, 짧은 경사면을 휘돌아 오르니 산새와는 어울리지 않은 작은 평지공간이 나온다. 세워진 이정표에 이곳이 ビッグリ平(吃驚)이라 명명되어 있다. 유추해 보니 험한 산새 중간에 작은 평지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고 해서 빗구리다이라 라고 명명한것 같다. 현재 시간이 2시30분인데 휫테 니시다케(西岳)까지 아직 2시간30분을 더 걸어야 된다고 표시되어있다.
어제 저녁 엔잔소에서 후지하라상과 의논하기를 오늘 야리가 다케 까지는 우리 대원들에게 쉽지않은 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오늘의 목표를 휫테 니시다케로 잠정 결정을 한 터이기에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ビッグリ平(吃驚)에서 잠시 허리쉼을...
오늘의 종착역은 휫테 니시다케다. 힘을 내 올라가 보자. 깨진 돌들이 등로에 깔려있어 미끄럼에 조심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위험성이 있는 곳이 나타나면 뒷 사람에게 꼭 전달하도록 당부를 한다. 하이마츠 사이사이 잡목들이 얽혀있어 가는 길이 성가시다.
내내 여유로움을 보여주는 모니카...
후미 허공님 파이팅! 휫테 오텐죠 전면 무명봉(오르지 않고 우회한 봉우리)에서 부터 우리가 걸어 온길이 한 눈에 보인다.
더 멀리 시선을 옮겨 오텐죠다케부터 걸어 온 길을 반추해 본다.
첩첩히 쌓여있는 고산군들, 정말 장쾌하다 아니할 수없다. 이런 산군에 매료되어 6년째 찾아오고 있다. 이 산속에서 우리 대원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마도 지금쯤 별다른 감흥이 있을리 없다. 이 순간이 힘들고 고생스러울 뿐이다.
힘들고 고생스러워도 대열을 유지하고 잘 따라오고 있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 우리도 높이 올라 올수록 멋진 북알프스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을것이다.
힘들면 잠시 뒤 돌아보라. 그리고 자신이 걸어온 발자취를 보고 무한한 자신의 인내력과 능력을 믿어라.
오후 3시, 아침 7시부터 엔잔소를 나와 츠바쿠로다케를 1시간에 걸쳐 왕복하고, 현재 8시간째 걷고있다. 대원들 저마다의 체격과 체력이 달라 힘듬의 편차가 있지만, 서로를 배려하며 한 마음으로 걷고 있을것이다.
쉽지않은 북알프스 연화를 제외하고 대원들 모두 처음 도전한 길이다. 국내의 산과는 많이 다른 환경에 적응이 쉽지않겠지만, 아직까지는 모두 건재하다.
산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질때는 체온 보존에 신경을 써야한다. 즉, 햇볕이 있는 곳과 햇볕이 없는곳의 온도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산 그림자가 짙게드린 길을 걷고있는 대원들.
오텐죠 휫테에서 2,8km를 왔고, 오늘의 종착지인 휫테 니시다케가 1.3km 남았다는 알림 표시목이 반갑다. 바다의 등대와 같이 산에서 이정표와 山莊이 보이면 왠지 마음이 편해진다.
이정목 뒤편 우뚝 솟은 봉우리가 죠넨다케( 常念岳)다. 그 아래 안부에 죠넨고야(小屋)가 보인다.
죠넨산먀쿠(山脈)도 한번쯤은 걸어 볼만한 코스다.
약간의 수목지대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나무들이 흔들리며, 시커먼 물체가 등로 바로밑에서 튄다.
야생 곰이다. 뛰어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오다 멈추고, 꽥꽥 소리를 지르며 우리들을 위협을 하는것 같다. 뒤 따르는 대원들에게 곰이 있음을 알리고 스틱을 높이 처들고 지나간다.
북알프스 지역에서는 가끔 곰들이 자기 보호 본능으로 사람들을 공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등산객들은 모두가 배낭에 베어 벨이란 종을 달고 다니며 곰에게 사전 경고를 하고 다닌다.
나역시 베어 벨을 달고있었기에 곰에게 사전 경고가 되어 서로 맞닥트리지 않았는지 모른다.
아카이와다케(赤岩岳 2,768m)정상이 50m 남았다는 이정표다. 그러나 우리는 우회할 것이다.
확인 샷을 해본다. 허공,젬마,영식,억이,연화,영수,모니카. 전 대원 이상 없음으로 다시 출발이다.
남은 1.3km 간바레~~
훨씬 가까워진 야리가 다케
이어지는 사면길이 다소 위안을 준다. 대원들 모두가 피로가 절정일텐데, 그래도 마지막까지 안전하게 걸어주길 바란다. 발에 힘이 빠질때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바위 너덜구간이다. 주의를 당부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라이프 릿지(칼날능선)구간이다. 이 구간을 지나면 산장이 나오려나...
긴장을 늦춰서는 않되는 구간에 서행하며 대원들을 주시하며 진행한다.
불안한 마음에 가던 길을 멈추고 대원들의 안전산행을 주시하며, 격려를 한다.
가까이 본 Y계곡의 만년설을 뒤로하고 후미가 오르고 있다.
자일이 깔려있는 조금은 위험한 구간을 마지막 후미가 올라간다.
후미가 다 올라간 후 야리가다케를 카메라에 담아본다.
드디어 휘테 니시다케가 보인다. 이 순간의 반가움이라니...
휫테 뒤 능선 안부에 텐트가 3동이 설영되어 있다. 날등이라 바람이 없다면 오늘 밤 나도 텐트에서 머물 작정이다. 옛날 날등에 설영한 한국원정대의 텐트 2동이 강풍에 날아가버린 황당한 일이 있었다는 인테넷 산행기에서 본 적이 있어 내심 염려가 된다.
휫테 니시다케 가 보이는 모퉁이에서... 그러나 갈길이 아직 멀다.
http://www.nakabusa.com/lodge/lodge.html
휫테에 도착한 선두 그룹, 영수, 모니카, 젬마, 허공,
뒤 이어 도착한 후미 그룹, 억이,연화,영식.
오늘의 종착지에 무사히 안착을 축하하며..
면면을 클로즈 엎
오랫만에 노짱도 함께 한 컷! (끼워줘서 고맙습니다!!!)
산장에 대원들을 입실시키고 나와 영수 두사람은 캠프장에서 텐트를 설치한다.
바람을 피해 작은 둔덕아래쪽에 텐트를 쳤으나, 바람이 심상치 않을것 같다. 체온을 올리려고 텐트안에 버너를 피워 공기를 덮힌다.
산장의 식사시간이 되어 대원들의 저녘식사를 살펴보기 위하여 산장으로 가, 식사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 본다.
휫테 관리인 왈, 캠프장의 캠퍼에게는 산장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도 1리터에 200엔, 텐트장 사용료도 1인당 1,000엔, 북알프스 캠프장의 사용료도 1인당 1,000엔이면, 최고가를 받는 셈이다. 언젠가 인터넷 산행기에서 비를 피해 처마 밑에서 잠시 서있는 등산객을 산장 안으로 들어와서 음식을 팔아주지 않을거면, 처마밑에서도 서있지 말라고 밀어 냈다는 글을 본바 있다.
역시 소문과 같이 악명높은 휫테임에 틀림이 없는것 같다.
맛있는 저녁식사 하세요.
텐트로 돌아와 영수와 노짱은 라면을 끓여 소주를 곁들여 저녘을 해결하고, 산장에서 식사를 마치고 우리의 안위(?)가 궁굼하여 찾아온 전 대원들과 좁은 텐트안에서 간단하게 소주 한잔씩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좁은 텐트 속이지만 소주잔이 오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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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멋진배경 잘 찍었셨네요
배경사진을 보니 그때 그시간이 그립습니다
불루베리는 나혼자만 따 먹은게아니네요
시간적 여유만 있었다면 자연산 고산지대 불루베리를 가져와
동그라미 횐님들게 맛을 보여줘서면 좋았을걸 아쉽네요 ㅎㅎㅎ
고발 당하지 않은것 만으로 천만다행이지유~~~나도 금단의 열매를 쪼까 따 먹었으니께 유....
사진만 봐도 마음이 설레입니다.
그런데 그 높은 산에 불루베리가 있었군요...ㅎㅎㅎ
그리고 라이죠는 무엇을 먹고 살지요? 하이마스 열매를 까먹는 다람쥐 비슷한 동물은 몇번 봤는데...
라이죠의 똥을 보면 북알프스 지천에 널려있는 빨간 마가목과의 열매가 주식인듯 보였습니다.
2박3일부산갔다가 오늘집에 도착하여 시간이 나길래 북알프스 다녀오신 사진과 설명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부럽기도하고 또 한편으로는 고생하면서 산행하는 모습이 눈에 아런거립니다
모두들 무사귀환하신것을 축하드립니다
노짱님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분쟁이님이 염려해준 덕분입니다. 준비를 많이 하셨는데, 같이하지 못해 안타까웠습니다.
좋은기회에 함께하길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잘 다녀오셨군요^^
날씨 탓에 일정을 약간 변경하신듯 합니다.
현명한 판단이셨네요.
가을날 고산의 능선에서 비를 맞으며 걷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무사히 산행을 마치신 것 축하드립니다^^
저팔계님 고맙습니다.
우리는 첫날(10/1) 오후 강우관계로 계획된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여,
야리가에서 千丈乘越(센죠놋코시)에서 계획없던 奧丸山으로 날머리를 잡아 야간산행에 고생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