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진춘석
절뚝거리는 가난한 영혼
기우는 생명 앞에
나뭇가지 싹 눈마다
솟는 청모래
쇠 갈고리 휘두르는 코로나19
봄의 반란이다
흩어져야 살 수 있고
뭉치면 죽는다
온유와 겸손
진춘석
도망갈 곳도 없는데
도망가야하고
멈출 시간이 없는데
멈춰야 하지
작용과 반작용의 한 복판에
육시를 당하는 이 몸
정욕과 탐욕을 없애니
온유와 겸손이 생기다
뾰족산 너머 둥근산으로
진춘석
일용직, 경비직을 전전하며 도시 노마드처럼 일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릴 때
때론 사람이 아닌 짐승에게 치여
힘들고 고달파 눈물을 뼈 속으로 떨구니, 입술은 파르르 떨리는데
우연히 바라본, 저기 저 뾰족산 너머 둥근산에 환한 빛이
가득 하네
비가 오면 어김없이 빗물 주룩주룩 흐르는 까치집 같은 집에
양동이 받쳐놓고 물끄러미 들여다보면
내 얼굴에 가난한 검버섯이 피어나도
저기 저 뽀족산 너머 둥근산 있어, 빗물눈물 거두리
내 떡, 내 돈, 내
지식, 내 명예, 내 것만 움켜쥔 사람
앞에서
‘내 사람 좀 구해주소’라며
고단한 빈손을 벌리니
그 손을 수수깡밑뿌리 질끈 짓밟듯 쌩-하니 떠나도
저기 저 뾰족산 넘어 둥근산 있어, 난 웃으며 가네
안목의 정욕과 늘어진 탐욕에 푹 빠진 세상의 수전노는
어느 새 짐승 되어 내미는 손마다 앞발로 짓이기는구나. 그래도
저기 저 뾰족산 너머 둥근산 있어, 두 번 다시는
밑 없는 어둠 속으로 떨어지지 않으리
진춘석 약력
경기평택출생(1958).충남대(1985),고려대교육대학원졸업(2002).한광고,한광여고,한광여중 교사(1985.3~2016.2).시문학등단(1992).(사)한국문인협회평택시지부장역임(2009~2013).평택시민예술대학문창과강사역임(2003~2010).목사안수(2015).옥조근정훈장수상(2016).시집<카프카의 슬픔>(1992),<난장이 마을>(1997),<인동초>(2005),<에코토피아>(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