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 애들을 깨울까 봐 어젯밤에 나갈 준비를 해 뒀다. 아침 6시 40분에 출발하는 버스라 터미널까지 제때 도착해야 한다. 플릭스버스는 표를 미리 사 두었고 국립공원 입장료는 앱으로 결재를 했다.
새벽에 트램 티켓을 못 살까 봐 미리 티켓도 사 두었다.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다니 대단쓰.
트램을 타고 두어 정거장을 갔는데 또 티켓 검사를 당했다. 이번엔 표에 날짜와 시간이 적혀 있어서 그런지 간단히 보고 말더라. 그동안 사람들이 아무도 펀칭을 안 해서 궁금했는데 아마도 정기권인 모양이다. 다들 표를 지니고 있더라. 이게 아침에 두 번 검사를 당한 걸 보면 출근 시간에 집중적으로 검사하나 보다.
9시 정각에 공원 2 출입구에 도착했다. 모레 이동 때 또 이 길을 와야 한다. 두 번 걸음이라도 어쩔 수가 없다. 공원 근처 숙박비도 비싼데 방도 매진이었다. 영리하고 젊은 애들은 짐을 들고 와서 맡기고 구경한 다음 자다르나 스플릿으로 이동을 한다. 시간도 아끼고 두 번 걸음도 안 하니 딱이다.
입구 안내판을 보고 갈 코스를 외웠다. 한국인들이 제일 많이 가는 H 코스로 돌 거다. 시간이 5~6시간쯤 걸린다고 한다. 돌아갈 버스를 네시 거로 했으니 아무리 천천히 돌아도 충분할 거다.
일단 버스를 타고 산꼭대기로 간 다음에 폭포를 하나씩 내려와서, 중간쯤 보트를 타고 강을 내려온단다. 거기서도 출구까지 제법 걷는단다.
산꼭대기로 와서 챙겨간 아침도 먹고 화장실도 다녀왔다. 느릿하게 움직이니 닫혀 있던 매점 문다 열더라. 자그레브는 디카페인을 기본으로 팔고 있어서 잘 마시고 있다. 여기서도 디카페인 카푸치노를 시켰다. 라지를 샀는데 우리나라 종이컵 사이즈로 줬다. 라지? 하면서 컵을 들어 보이니 직원이 소주잔 사이즈를 꺼내더니 스몰 그런다. 그래 니가 이겼다. 소주잔이 스몰이라니.ㅋ 우유에 커피를 한 방울만 넣었나 보다. 심심한 커피를 마시고 출발했다.
같이 버스를 탄 사람들은 벌써 떠나고 아무도 없다. 이렇게 한가하다니. 여유를 부리면서 걸음을 시작했다. 왜 아르헨티나 이구아수 쪽 업 로드가 생각나지. 폭포 위쪽이라 그런 모양이다. 유럽에 있으면서 남미를 생각하다니 배가 부른 모양이다. 정신 차려라잉.
물색이 기가 막힌 풍경이 계속되었다. 혼자 보다니 아깝다.
전망대로 가는 산길이 보여서 루트를 벗어나서 올라갔다. 산길이 꼭 우리나라 산같다. 어쩜 이리 친숙한지. 전망대를 보고 옆길을 보니 K 루트다. 저건 더 긴 루트인데. 호기심에 그리로 가다가 도로 돌아 나왔다. 버스 시간이 팍스 되어서다. 아깝.
산길을 내려와서 다시 h 길에 들어섰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미어터졌다. 여기부터 패키지 팀이 오는 곳인가 보다.
사람들에 밀려서 내려왔다. 오전의 한가했던 곳이 좋았네. 한, 중, 일은 딱 봐도 알겠다. 깃발 부대를 피해서 걷는다. 버스를 탈 시간은 충분하겠지.
보트를 탔다. 날은 완전 여름인데 보트를 타니 바람 때문에 금방 쌀쌀해졌다.
나도 점심을 먹었다. 있는 양식을 모두 챙겨 왔는데 야외에서 먹으니 혼자라도 잘만 먹는다. 가방이 텅 비었다. 커피 한 잔을 더할까 하고 매점을 보니 줄이 너무 길다. 포기. 이 많은 사람들한테 매점이 달랑 두 개라니. 이런 곳에 포차가 몇 개 있으면 사람들이 먹을 걸 바리바리 안 싸올 텐데. 돈 벌기 싫은가 보다.
출구까지 오는 길은 전쟁통이다.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다 몰려있다. 그래도 질서를 잘 지켜서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마지막까지 저 이쁜 물색의 사진을 찍었다. 이쁘긴 하다. 왜 한국인들이 여기를 오고 싶어 하는 줄 알겠다. 진짜 단체팀을 많이 보았다.
출구까지는 다시 버스를 타고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플릭스 버스를 내린 곳 반대 방향에 사람들이 있다. 다들 버스를 기다리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