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시설의 품질관리사제도 도입 필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작된 2008년 이후 매 2년마다 시설서비스기관과 재가서비스기관이 번갈아 가면서 요양서비스 질평가를 받고 있다. 2009년도 처음 실시할 때는 시범사업으로서 평가 받기를 자원하는 시설만 해당이 되어 다소 형식적인 연습이었다면 2011년도 시설평가에 이어 이번 2013년도 평가에서는 그 평가지표의 깊이가 가일층 보완되어 적당히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말하자면 노인장기요양기관의 평가에서도 이제는 제대로 체계를 갖추어 기관마다 적정한 품질관리사 (Quality Assurance Officer; QAO) 제도가 갖추어 지고, 이를 준비하기 위한 감리제도 (Quality Audit) 제도가 이루어질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때를 맞추어 한국장기요양학회가 창립되었다. 학회 창립의 목적은 ‘노인요양시설 품질개선의 고도화’라고 한다. 2013년 5월31일 있었던 한국장기요양학회 창립 현장의 이모저모를 그려보고 시설에서 필요한 품질관리사 제도의 모습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한국장기요양학회 창립총회 및 기념 세미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개선, 발전시키기 위한 한국장기요양학회가 지난 5월 24일 창립총회를 겸한 기념세미나를 가졌다.
초대 회장에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우 덕 연구위원이 선임되었다. 선우덕 회장은 ‘지금까지 지난 5년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후 제도의 안착을 위해 일했다면 이제는 제도가 다방면에서 내실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이끄는 도약의 시기에 접어들었다’며 학회 창립의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2008년 7월부터 전면 시행됐다. 제도 시행으로 노인이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계획적이고 전문적인 장기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2008년 이후 초기에 비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안정되고 정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제도의 설립취지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개선되어야할 요지가 있다. 선우 회장은 다섯 가지 개선 과제로서 △대상자의 포괄성 △수혜대상자 확대 △수혜자의 과중한 본인부담금 △요양시설의 품질 △요양인력의 전문성 등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통해서 전체 노인인구의 5.8%인 34만명이 장기요양 인정을 받아 혜택을 받고 있다. 약 4,300개의 요양시설과 2만 여개의 재가요양기관이 설립되어 인프라가 확충되었고, 서비스 인력도 29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소지자가 108만명에 이른다. 그래서 지난 대통령 선거에 특별히 모은 대통령 후보들이 요양보호사를 위한 선심성 공약을 만들어 내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요양보호사에게만 국한된 처우개선비 지급이다.
이러한 급속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미진한 부분에 대한 요구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가장 많이 지적하는 부분이 수급자 확대이다. 지름 현재 우리나라에서 요양혜택을 받는 대상이 OECD 평균 12.1%의 절반 수준인 5.8%에 그쳐 수혜 대상자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가정에서 모시기는 힘들지만 신체기능이 양호하다는 이유로 경증치매 어르신을 장기요양등급 인정에서 제외하면서 수혜자가 적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은 것이라는 지적과 방문요양서비스 질 개선 문제도 제기돼 왔다.
금년들어 박근헤 정부는 경증 치매 어르신을 포함한 수혜 대상자를 확대하는 움직을 보이고 있어 수혜 대상자의 양적 확장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건강보장분야 국정과제 발표에서 등급제도에 치매특별등급을 신설해 수혜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이미 밝히고 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김수영 교수(경성대 사회복지학)와 윤종률 교수(한림대 의과대)는 각각 사회복지적 관점, 보건의료 관점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의료-복지를 연계한 ‘노인통합지원센터’ 설립
이날 주제 발표에서는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윤종률 교수가 보건의료 관점에서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윤교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서의 수급자 확대는 우선 등급확대(1~3등급&등급외 A~C)와 대상확대(65세 이상·미만자, 특정질환자, 장애인 등), 서비스 확대(재활·이송·복지용구·약물관리) 등 세 가지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 중 서비스 확대를 위해서는 의료와 복지를 연계시키는 보건복지 통합서비스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노인장기요양기관의 주체인 노인요양시설은 노인의료복지시설로 법적으로는 분류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의료와는 분리되어 있다. 주로 요양과 간호, 그리고 복지 프로그램이 포함되고 있다.
일본형 지역포괄케어시스템과 같은 형식의 ‘노인통합지원센터’ 구축이 가장 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노인통합지원센터는 △종합상담지원 △학대 조기발견과 방지 △계속적인 돌봄 관리 △간병이 필요한 상황의 예방 관리 등 4가지 기능을 포괄적으로 담당하는 단일창구 (Single Windows)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나라도 요양서비스를 원하는 어르신들이 한 옷에서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는 단일창구로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장기요양 관련 각종 서비스 기관이나 프로그램이 이곳에 집결돼 있어야 한다. 그러면 이곳 센터에서 종합적인 상담과 장기요양등급평가, 장기요양이용계획, 사례관리 등이 원스톱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노인보건복지협의체, 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 담당부서, 보건소의 방문간호가 합쳐지는 형태로 구성할 것과 접근성이 높은 보건소에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노인통합지원체계 준비에 선행될 기반은 바로 의료-요양의 연계고리다. 여기에서 요양병원의 역할이 커진다. 노인요양병원은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연계를 담당하는 위치로 노인환자의 급성기 질환 치료가 끝난 후 만성적 기능장애가 발생한 노인환자를 돌보다 필요한 경우 장기요양서비스로 원활하게 이어줄 수 있는 역할에 적합하다. 따라서 노인기능재활을 위한 의료시스템과 장기요양서비스를 위한 방문간호센터가 같이 공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도적으로도 노인요양병원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영역과 장기요양보험 영역, 두 가지 보험으로부터 재정적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반드시 필요한 것은 의료와 장기요양서비스 중 환자에게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인지 분류할 환자분류체계와 평가도구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러한 평가체계가 없다면 노인요양시설과 노인요양병원의 구분이 어려워진다.
이러한 윤교수의 주제 발표에 대해서 ‘요양서비스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의사나 병원 입장에서의 주장이다’라는 비판을 제시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한마디로 노인장기요양험 제도의 핵심은 요양서비스의 역할을 강화하기 보다는 그 동안 요양병원 측에서 끊임 없이 요구해 온 노인 요양병원의 노인장기요양보험 진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발언으로 인식되고 있다.
장기요양등급 인정을 못 받으면 재가 방문서비스를 활용하면 된다,
사회복지학적 관점의 주제는 경성대 사회복지학과 김수영 교수가 담당했다. 김수영 교수는
장기요양보호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은 네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 장기요양제도의 인정 등급을 받지 못한 노인이다. 둘째, 등급 인정은 받았지만 본인부담이 커 이용하지 못하는 빈곤노인이다. 셋째는 등급이 낮아 시설입소를 원하지만 못하는 3등급이 해당된다. 넷째는 인정 등급 적용 대상에선 제외되지만 빈곤기준선 바로 위에 해당해 사회 복지 혜택을 못 받는 노인도 있다.
3등급 노인 중 시설입소를 원하는 자는 주로 치매노인이다. 정부는 올해 7월부터 3등급 인정점수를 53~75점에서 51~75점으로 완화해 2만3000명 정도에게 등급 혜택을 줄 계획이다. 이에 따라 보행이 불편할 정도로 신체기능이 저하된 노인과 경증치매자, 간헐적인 문제행동자도 수혜자에 포함된다.
김수영 교수는 ‘이미 전국적으로 분포된 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노인대학, 경로당과 연계해 시설입소를 원하는 3등급 노인과 등급 외 노인들에게 방문서비스를 전개하는 방안으로 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때 제공되는 서비스는 주로 반찬, 청소 및 세탁, 차량지원, 정서지원, 허드렛일, 금융대행 또는 법률 서비스, 보건소의 만성질환 관리 등이며, 이 활동의 전체적인 관리는 지역사회 복지관, 노인복지관 또는 장애인복지관이 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김교수는 또한 장기요양기관 품질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현행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평가 대신 인증제 도입을 제안했다. 공인된 인증마크는 노인과 그 가족들에게 큰 신뢰를 준다. 이와 함께 시설 면에서 재해 위험 등을 적절히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는 위험관리 표준 매뉴얼을 마련해야 서비스 질 개선의 기본적 조건이 충족된다.
김수영 교수는 요양서비스의 공공성확보와 신뢰유지를 위해 대규모 요양시설의 역할을 강조한다. 대형시설들이 단기보호나 주간보호센터 등 재가서비스를 병행하며 미래 잠재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서 돌봄 및 예방센터기능을 수행하게 한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김교수의 주제발표에 대해 ‘현장의 사정을 잘 모르는 교수의 입장에서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이야기 이지만 현재 나타나고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실질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비판하고 있다.
[Box]
요양서비스 품질을 관리하는 QAO 제도 활용
일반 기업에서 한국표준인증이나 ISO9000관리를 위해서 품질관리사가 필요하다. 처음 인증을 받을 때도 그렇고 인증을 받고 나서도 정기적으로 이를 유지하기 위하여 적절하게 품질 수준을 유지해야 하므로 품질관리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노인장기요양기관에서도 요양서비스 수준의 향상이 큰 관건이다. 두해마다 시설과 재가 서비스가 번갈아 가면서 질평가를 받아야 된다. 질평가에서 요구하는 수준은 가히 기업의 한국인증표준이나 ISO 인증을 버금가는 수준이다.
세 번째를 맞이하는 질평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평가를 받는 기관들이 일회성이 아닌 평소 업무환경에서 질평가를 대비해야 한다.
그렇지만 요양업무의 특성상 매일 어르신 모시기에 여념이 없는 직원들이 품질까지 챙기면서 작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질평가를 위한 각종 지표에 관심을 가지고 직원들이 품질관리 기준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도록 지도하고 점검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품질관리사를 지정할 필요가 있다.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노인요양시설에 한꺼번에 품질관리사를 채용할 수 없지만 단계적으로 처음에는 100인 이상 시설부터, 2년 후에는 50인 이상 시설에는 품질관리사 채용을 의무화하고, 품질관리사를 채용한 시설에는 적정한 수가를 추가로 지급하는 방식을 택하는 방법도 있다. 정부가 수가 부담의 비용이 어려우면 독일의 사례처럼 수급자가 부담하는 비급여 부분의 자기 부담금에 포함시키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50인 이하 소규모 시설에는 사회복지사나 사무국장이 품질관리사의 역할을 병행할 수도 있다.
품질관리사의 역할은 요양서비스 품질 기준의 계몽과 지도, 시설 내 품질관리 지표의 준수 여부 점검과 자문, 정기적 질평가 준비 작업 총괄 등이 될 것이다.
노인요양시설의 품질관리사 제도의 성공을 위한 또 하나의 요인은 실시 때마다 변경되는 질평가 지표를 KS규격으로 지정하여 자주 변경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감리 활동을 장려하여 시설들의 품질 유지 작업을 지도하고 자문할 수 있도록 육성함으로써 노인장기요양기관의 질평가가 주기적인 1회성 작업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정부와 민간이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노인요양시설의 품질관리사제도 도입 필요.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