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容止란, 용모와 행동거지 등에 대한 훌륭한 풍모를 두고 한 말이다. ≪禮記≫ 月令篇에 「有不戒具容止者(그 용지를 계신하지 않는 자가 있다.)」라는 구절에 대하여, 鄭玄의 注에는 「容止, 猶動靜(용지는 오히려 동정이다.)」이라 하였으며, ≪孝經≫ 효에, 「容止可觀, 進退可度(용모와 차림새는 다른 사람이 볼 만하게 하고, 행실은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될 만하게 하다.)」에 대하여 唐 玄宗은, 「容止, 威儀也(용지는 격식을 갖춘 태도나 차림새다.)」라 주석하였다. 총 39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容止 第十四
魏武將見匈奴使, 自以形陋, 不足雄遠國, 使崔季珪代, 帝自捉刀立牀頭. 旣畢, 令間諜問曰 : 「魏王何如?」 匈奴使答曰 : 「魏王雅望非常. 然牀頭捉刀人, 此乃英雄也.」 魏武聞之, 追殺此使.
위무장견흉노사, 자이형루, 부족웅원국, 사최계규대, 제자착도립상두. 기필, 령간첩문왈 : 「위왕하여?」 흉노사답왈 : 「위왕아망비상. 연상두착도인, 차내영웅야.」 위무문지, 추살차사.
[解釋] 魏武帝(曹操)가 장차 匈奴의 사신을 만나볼 때, 자신은 풍채가 초라하여, 遠國에 雄風을 부리기에 족하지 못하다고 여겨, 崔季珪(崔琰)를 대신 시키고, 자신은 칼을 잡고 의자 곁에 서서 시위처럼 있었다. 흉노의 접견을 마친 후, 위 무제는 몰래 사람을 보내어 흉노의 사신이 위 무제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아보게 하였다. 흉노 사신의 대답은 이러하였다. 「위왕의 고상한 덕은 대단했습니다만, 칼을 들고 옆자리에 서있던 그 사람은 위풍이 당당하여 정말 영웅 같았습니다.」 위 무제는 이 말을 듣고 사람을 시켜 흉노의 사신을 죽여 버렸다.
[註解]
◈形陋 : 외모는 작고 볼품이 없다.
◈捉刀 : 칼을 잡다.
何平叔美姿儀, 面至白. 魏明帝疑其傅粉, 正夏月, 與熱湯餠. 旣噉, 大汗出. 以朱衣自拭, 色轉皎然.
하평숙미자의, 면지백. 위명제의기부분, 정하월, 여열탕병. 기담, 대한출. 이주의자식, 색전교연.
[解釋] 何平叔(何晏)은 생김새가 당당하였고, 얼굴색은 희었다. 魏明帝(曹睿)는 그가 분을 발라서 그런 것으로 여겨, 더운 여름에, 그에게 펄펄 끓는 국과 떡을 주어 보았다. 그가 먹고 난 후에, 온 얼굴에 땀방울이 맺혔는데, 하안은 붉은 색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니, 더욱 더 희었다.
[註解]
◈傅粉 : 분을 바르다.
◈熱湯餠 : 뜨거운 국과 떡.
◈大汗出 : 많은 땀을 흘리다.
◈皎然 : 분명하다.
03.
魏明帝使后弟毛曾與夏侯玄共坐, 時人謂 : 「蒹葭倚玉樹.」
위명제사후제모증여하후현공좌, 시인위 : 「겸가의옥수.」
[解釋] 魏나라 明帝(曹叡)가 황후의 아우인 毛曾을 夏侯玄(夏侯太初)과 나란히 앉히자, 당시의 사람들이 이르기를, 「마치 갈대가 玉樹에 기대어 있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04.
時人目 : 「夏侯太初朗朗如日月之入懷, 李安國頹唐如玉山之將崩.」
시인목 : 「하후태초랑랑여일월지입회, 이안국퇴당여옥산지장崩.」
[解釋] 당시의 사람들이 평하기를, 「夏侯太初(夏侯玄)는 朗朗하기가 日月이 그 품에 들어있는 것 같고, 李安國(李豊)은 頹唐하기가 마치 玉山이 장차 무너지려는 것 같다.」고 하였다.
05.
嵇康身長七尺八寸, 風姿特秀. 見者歎曰 : 「蕭蕭肅肅, 爽朗淸擧.」 或云 : 「肅肅如松下風, 高而徐引.」 山公曰 : 「嵇叔夜之爲人也, 巖巖若孤松之獨立, 其醉也, 傀俄若玉山之將崩.」
혜강신장칠척팔촌, 풍자특수. 견자탄왈 : 「소소숙숙, 상랑청거.」 혹운 : 「숙숙여송하풍, 고이서인.」 산공왈 : 「혜숙야지위인야, 암암약고송지독립, 기취야, 괴아약옥산지장붕.」
[解釋] 嵇康은 키가 7척 8촌에, 풍채가 매우 뛰어나서, 그를 한 번 본 사람이면 모두 이렇게 찬미하였다. 「蕭蕭肅肅하고, 爽朗淸擧하다.」 어떤 사람은 또 이렇게 말하였다. 「엄숙하고 고요하기가 마치 소나무 아래 바람이, 높이 천천히 불어오는 것 같다.」 또 山公(山濤)은 이렇게 표현하였다. 「嵇康(嵇叔)의 사람됨은, 평소에는 傲然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마치 외로운 소나무가 홀로 서 있는 것과 같은데, 술에 취하기만 하면 한쪽으로 몸이 기울어지는 것이 마치 玉山이 무너지려는 것과 같다.」
[註解]
◈風姿 : 풍채. 자태.
◈蕭蕭肅肅 : 대쑥처럼 맑고, 엄숙하며 고요함.
◈爽朗淸擧 : 시원하고 밝으며 행동거지가 맑다.
◈巖巖 : 높고 험하다. 험준하다.
裴令公目王安 : 「豐眼爛爛如巖下電.」
배령공목왕안 : 「풍안란란여암하전.」
[解釋] 裴令公(裴楷)은 王安을 평하기를, 「豊(王安豐 : 王戎)은 그 눈동자가 마치 바위 아래의 번개처럼 빛난다.」고 하였다.
07.
潘岳妙有姿容, 好神情. 少時挾彈出洛陽道, 婦人遇者, 莫不連手共縈之. 左太沖絶醜. 亦復效岳遊遨, 於是群嫗齊共亂唾之, 委頓而返.
반악묘유자용, 호신정. 소시협탄출락양도, 부인우자, 막불련수공영지. 좌태충절추. 역부효악유오, 어시군구제공란타지, 위돈이반.
[解釋] 潘岳은 용모가 뛰어났고, 기색과 정신도 또한 훌륭하였다. 젊었을 때 그가 탄환을 가지고 洛陽 거리에 나서면, 그를 본 부인들은, 누구 하나 손을 잡아끌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러나 左太沖(左思)은 모습이 아주 추하였다. 반악이 겪었던 소문을 듣고 이를 흉내 내어 거리에 나섰더니, 여러 여인네들이 그를 향하여 침을 뱉고 놀려대어, 그만 기가 꺾여 되돌아오고 말았다.
08.
王夷甫容貌整麗, 妙於談玄, 恆捉白玉柄麈尾, 與手都無分別.
왕이보용모정려, 묘어담현, 항착백옥병주미, 여수도무분별.
[解釋] 王夷甫(王衍)는 생김새가 단정하고 수려하였으며, 玄談에도 뛰어 났었다. 그는 늘 손잡이를 백옥으로 만든 麈尾를 가지고 있었는데, 주미와 손이 모두 희어 구분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註解]
◈容貌整麗 : 모습이 아주 단정하고 깨끗하다.
◈談玄 : 심오하고 현묘한 도리를 논하다.
◈白玉柄麈尾 : 백옥으로 만든 먼지떨이.
潘安仁夏侯湛並有美容, 喜同行, 時人謂之「連璧.」
반안인하후담병유미용, 희동행, 시인위지「련벽.」
[解釋] 潘安仁(潘岳)과 夏侯湛은 둘 모두 용모가 뛰어 났으며, 또한 함께 다니기를 좋아 하였다. 당시의 사람들은 그들을 일러, 「連璧」이라 불렀다.
10.
裴令公有儁容姿. 一旦有疾至困, 惠帝使王夷甫往看. 裴方向壁臥, 聞王使至, 强回視之. 王出語人曰:「雙眸閃閃, 若巖下電, 精神挺動, 體中故小惡.」
배령공유준용자. 일단유질지곤, 혜제사왕이보왕간. 배방향벽와, 문왕사지, 강회시지. 왕출어인왈:「쌍모섬섬, 약암하전, 정신정동, 체중고소악.」
[解釋] 裴令公(裴楷)은 준수한 용모와 자태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병에 걸려 곤핍하게 되자, 晉나라 惠帝(司馬衷)가 王夷甫(王衍)를 보내어 살펴보게 하였다. 배령공은 마침 벽을 향해 누워 있다가, 왕이 보낸 사신이 왔다는 소리를 듣고, 억지로 눈을 돌려 맞이하였다. 왕이보는 나와서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두 눈동자가 번쩍번쩍하는 것이, 마치 바위 아래 번개가 내리는 것 같고, 정신은 꼿꼿하여 생동하나, 몸에는 작은 병이 난 것 같다.」고 하였다.
11. 群鷄一鶴 : 뭇 닭 가운데 한 마리의 학. 곧, 많은 사람 중의 뛰어난 인물.
有人語王戎曰 : 「嵇延祖卓卓如野鶴之在雞群.」 答曰 : 「君未見其父耳.」
유인어왕융왈 : 「혜연조탁탁여야학지재계군.」 답왈 : 「군미견기부이.」
[解釋] 어떤 사람이 王戎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嵇延祖(嵇紹)의 뛰어난 모습은 마치 깨끗한 들의 鶴이 닭 무리 속에 있는 것 같다.」 그러자 왕융은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는 아직 延祖의 부친을 보지 못하였군!」
[註解]
◈卓卓 : 탁월하다. 뛰어나다.
12.
裴令公有儁容儀, 脫冠冕, 麤服亂頭皆好, 時人以爲「玉人」. 見者曰 : 「見裴叔則如玉山上行, 光映照人.」
배령공유준용의, 탈관면, 추복란두개호, 시인이위「옥인」. 견자왈 : 「견배숙칙여옥산상행, 광영조인.」
[解釋] 裴令公(裴楷)은 용모와 자태가 얼마나 멋있었던지, 모자를 벗고, 粗惡한 옷을 입고 머리를 풀어 헤쳐도 역시 그 아름다움이 줄어들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玉人」이라 여겼고, 그를 한 번 본 사람들은 이렇게 탄식하였다. 「裴叔則(裴楷)을 보면 마치 玉山을 거닐 때, 그 광채가 사람을 비추는 것 같다!」
[註解]
◈麤服亂頭 : 거친 옷을 입고 머리를 풀어 헤치다.
劉伶身長六尺, 貌甚醜顇. 而悠悠忽忽, 土木形骸.
유령신장륙척, 모심추췌. 이유유홀홀, 토목형해.
[解釋] 劉伶은 키가 6척 밖에 안 되고, 모습도 심히 못생겼으며 정신도 초췌하였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悠悠忽忽하여, 마치 土木 그대로의 꾸밈이 없는 모습이었다.
[註解]
◈悠悠忽忽 : 유원하고 시원함을 표현한 말.
14.
驃騎王武子是衛玠之舅, 儁爽有風姿, 見玠輒歎曰 : 「珠玉在側, 覺我形穢.」
표기왕무자시위개지구, 준상유풍자, 견개첩탄왈 : 「주옥재측, 각아형예.」
[解釋] 驃騎將軍 王武子(王濟)는 衛玠의 외삼촌이었다. 뛰어나고 시원하며 풍류가 있어서, 위개를 본 사람이면 이렇게 탄성을 질렀다. 「구슬과 옥이 곁에 있으면, 내 몸의 더러움을 깨닫는다.」
[註解]
◈儁爽 : 준수하고 시원하다.
◈風姿 : 풍채. 자태.
◈形穢 : 옷차림이 초라하다.
◈珠玉在側, 覺我形穢 : 구슬과 옥이 곁에 있으면, 내 몸의 더러움을 깨닫는다는 것은 곧, 훌륭한 인물이 옆에 있으면, 내 자신의 추함을 느낀다는 말이다.
有人詣王太尉, 遇安豊大將軍丞相在坐, 往別屋, 見季胤平子. 還語人曰 : 「今日之行, 觸目見琳琅珠玉.」
유인예왕태위, 우안풍대장군승상재좌, 왕별옥, 견계윤평자. 환어인왈 : 「금일지행, 촉목견림랑주옥.」
[解釋] 어떤 사람이 王太尉(王衍)를 방문하였다가, 王安豊(王戎)과 王大將軍(王敦) 및 王丞相(王導)이 함께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다른 방으로 가보니 또 王季胤(王詡)과 王平子(王澄)가 있었다. 그는 돌아와서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오늘 방문하러 갔을 때, 내 눈으로 본 것은 모두 琳琅珠玉이었다.」
[註解]
◈琳琅珠玉 : 아름다운 옥석으로 어질고 재주 있는 인재를 뜻하는 말이다.
16.
王丞相見衛洗馬曰:「居然有羸形, 雖復終日調暢, 若不堪羅綺.」
왕승상견위세마왈:「거연유리형, 수부종일조창, 약불감라기.」
[解釋] 王丞相(王導)이 衛洗馬(衛玠)를 보고 나서 말하기를, 「원래부터 병약하고 파리한 모습이라, 비록 다시 하루 종일 調暢한다고 해도, 역시 비단옷을 감당해 낼 몸은 아니로다.」고 하였다.
17.
王大將軍稱太尉處衆人中, 似珠玉在瓦石間.
왕대장군칭태위처중인중, 사주옥재와석간.
[解釋] 王大將軍(王敦)은 太尉(王衍)를 두고 이렇게 찬미하였다. 그가 여럿 가운데 처하게 되면, 곧 주옥이 기왓돌 사이에 있는 것 같더라.
[註解]
◈似 : 흡사 ~와 같다.
◈瓦石 : 기와와 돌. 가치가 없는 것.
庾子嵩長不滿七尺, 腰帶十圍. 頹然自放.
유자숭장불만칠척, 요대십위. 퇴연자방.
[解釋] 庾子嵩(庾敱)은 키가 칠 척도 되지 않으면서, 허리띠는 열번을 둘러도 될 정도로 길었다. 그의 행동은 제멋대로였고 더욱 대범한 척 하였다.
衛玠從豫章至下都, 人久聞其名, 觀者如堵牆. 玠先有羸疾, 體不堪勞, 遂成病而死. 時人謂看殺衛玠.
위개종예장지하도, 인구문기명, 관자여도장. 개선유리질, 체불감로, 수성병이사. 시인위간살위개.
[解釋] 衛玠가 豫章으로부터 도읍인 建業으로 내려오자, 그의 이름을 오랫동안 들어왔던 구경꾼들이, 담장처럼 둘러쌌다. 위개는 일찍이 병을 앓았기 때문에, 피로를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이 일로 끝내 병사하고 말았다. 당시 사람들은 모두 구경꾼의 시선이 위개를 죽였다고 하였다.
[註解]
◈堵牆 : 담장.
20.
周伯仁道桓茂倫 : 「嶔崎歷落可笑人.」 或云謝幼輿言.
주백인도환무륜 : 「금기력락가소인.」 혹운사유여언.
[解釋] 周伯仁(周顗)은 桓茂倫(桓彛)을 두고 품평하기를, 「울퉁불퉁하고 시원하여 남에게 웃음을 살 수도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고 하였다. 혹은 이는 謝幼輿(謝鯤)가 한 말이라고도 한다.
21.
周侯說王長史父 : 「形貌旣偉, 雅懷有概, 保而用之, 可作諸許物也.」
주후설왕장사부 : 「형모기위, 아회유개, 보이용지, 가작제허물야.」
[解釋] 周侯(周顗)가 王長史(王濛)의 부친을 두고 평하기를, 「모습이 이미 위대하고 멋진 뜻을 지니고 있어서, 그 경개가 있는데다가, 스스로 이를 지키며 사용하고 있으니, 가히 그 어디에나 허용될 분이다.」고 하였다.
22.
祖士少見衛君長云 : 「此人有旄仗下形!」
조사소견위군장운 : 「차인유모장하형!」
[解釋] 祖士少(祖約)가 衛君長(衛永)에게 말하기를, 「이 사람은 큰 깃발에 지휘 막대기를 짚고 있는 대장군 밑에 있을 모습이로군!」이라고 하였다.
石頭事故, 朝廷傾覆. 溫忠武與庾文康投陶公求救. 陶公云 : 「肅祖顧命不見及, 且蘇峻作亂, 釁由諸庾, 誅其兄弟, 不足以謝天下!」 于時庾在溫船後聞之, 憂怖無計, 別日, 溫勸庾見陶. 庾猶豫未能往. 溫曰:「溪狗我所悉. 卿但見之. 必無憂也!」 庾風姿神貌. 陶一見便改觀, 談宴竟日, 愛重頓至.
석두사고, 조정경복. 온충무여유문강투도공구구. 도공운 : 「숙조고명불견급, 차소준작란, 흔유제유, 주기형제, 부족이사천하!」 우시유재온선후문지, 우포무계, 별일, 온권유견도. 유유예미능왕. 온왈:「계구아소실. 경단견지. 필무우야!」 유풍자신모. 도일견변개관, 담연경일, 애중돈지.
[解釋] 石頭 사변 이후에, 조정의 권위가 엎어지게 되었다. 이에 溫忠武(溫嶠)와 庾文康(庾亮)이 陶公(陶侃)에게 가서 구원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도공이 말하기를, 「肅祖(明帝 : 司馬紹)의 顧命에 내 이름은 언급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蘇峻이 난을 일으키게 된 것은, 바로 庾氏들에게서 비롯되었소, 그 형제들을 다 죽여, 천하에 사과를 한다고 해도 부족하건만 도리어 나에게 구원을 청하다니!」라고 하였다. 이 때 유문강은 온충무의 배에 타고 있다가 이 말을 듣자, 근심과 두려움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 후 어느 날, 온충무는 유문강에게 도공을 직접 만나보도록 권하였다. 유문강은 머뭇거리며 능히 도공을 찾아가지 못하였다. 그러자 온충무가 말하기를, 「溪狗는 내가 잘 알고 있소. 그대는 다만 가서 만나기만 하면 되오. 틀림없이 아무런 걱정거리가 없을 것이오!」라고 하였다. 유문강은 아주 훌륭한 자태를 가지고 있었다. 과연 도공은 유문강을 보자마자 곧 자신의 생각을 바꾸고, 날이 저물도록 잔치를 열어 담론을 벌이며, 아끼고 위해 주기가 극진하였다.
24.
庾太尉在武昌. 秋夜氣佳景淸, 使吏殷浩王胡之之徒登南樓理詠. 音調始遒. 聞函道中有屐聲甚厲, 定是庾公. 俄而率左右十許人步來. 諸賢欲起避之, 公徐云 : 「諸君少住. 老子於此處興復不淺!」 因便據胡牀, 與諸人詠謔, 竟坐甚得任樂. 後王逸少下, 與丞相言及此事. 丞相曰:「元規爾時風範, 不得不小穨.」 右軍答曰:「唯丘壑獨存.」
유태위재무창. 추야기가경청, 사리은호왕호지지도등남루리영. 음조시주. 문함도중유극성심려, 정시유공. 아이솔좌우십허인보래. 제현욕기피지, 공서운 : 「제군소주. 로자어차처흥부불천!」 인변거호상, 여제인영학, 경좌심득임락. 후왕일소하, 여승상언급차사. 승상왈:「원규이시풍범, 부득불소퇴.」 우군답왈:「유구학독존.」
[解釋] 庾太尉(庾亮)가 武昌에 있을 때였다. 가을 밤 공기가 맑고 경치가 청량하자, 그의 부하 관리 중에 殷浩와 王胡之가 무리를 지어 남쪽 누각에 올라 시를 읊고 있었다. 모두들 흥에 겨워 격조가 높아졌을 때였다. 누각의 계단에 나막신 끄는 소리가 심하게 들리자, 모두들 틀림없이 유태위라고 여겼다. 이윽고 과연 유태위가 좌우 10여 명을 이끌고 걸어오고 있었다. 이에 여러 사람들이 일어서서 자리를 피하려고 하자, 유태위는 천천히 말하기를, 「여러 젊은이들은 그대로 앉아 있으시오. 이 늙은이가 여기에 온 것은 이 늙은이도 흥취가 얕지 않음을 보이러 온 것이오!」라고 하였다. 그러고는 곧 호상에 앉아, 여러 사람들과 신나게 시를 읊고 즐기면서, 좌중의 즐거움에 휩쓸렸다. 뒤에 王逸少(王羲之)가 무창에 내려와, 丞相과 더불어 말을 나누다가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자 승상이 말하기를, 「元規(庾太尉 : 庾亮)가 그때는 풍류가 있었으니, 그렇게 약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야.」고 하였다. 이에 王右軍(王逸少 : 王羲之)이 말하기를, 「오직 자연에 푹 빠지는 일에 대해서라면 그분만한 이가 없지요.」라고 하였다.
王敬豫有美形. 問訊王公, 王公撫其肩曰:「阿奴恨才不稱!」 又云 : 「敬豫事事似王公.」
왕경예유미형. 문신왕공, 왕공무기견왈:「아노한재불칭!」 우운 : 「경예사사사왕공.」
[解釋] 王敬豫(王恬)는 아주 잘 생긴 얼굴이었다. 아버지 王公(王導)에게 물을 일이 있어서 아버지 곁으로 가자, 아버지는 그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말하기를, 「阿奴야! 한스럽기는 생긴 것만큼 재주가 뛰어나지 못한 점이로다!」고 하였다. 또 말하기를, 「경예는 하는 일마다 아버지를 닮았다.」고 하였다.
26.
王右軍見杜弘治, 歎曰 : 「面如凝脂, 眼如點漆, 此神仙中人.」 時人有稱王長史形者, 蔡公曰 : 「恨諸人不見杜弘治耳.」
왕우군견두홍치, 탄왈 : 「면여응지, 안여점칠, 차신선중인.」 시인유칭왕장사형자, 채공왈 : 「한제인불견두홍치이.」
[解釋] 王右軍(王羲之)이 杜弘治(杜乂)를 보고, 이렇게 찬미하여 말했다. 「얼굴은 마치 기름이 굳은 듯이 희고, 눈은 마치 흑칠처럼 검으니, 곧 신선 가운데의 한 사람이다.」 당시 인물 중에 어떤 사람이 王長史(王濛)를 찬미하자, 蔡公(蔡謨)은 이렇게 말하였다. 「한스럽게도 그대들은 두홍치를 보지 못하였을 뿐이다.」
[註解]
◈凝脂 : 희고 매끄러운 피부.
◈點漆 : 옻칠한 듯 검다.
27.
劉尹道桓公鬢如反猬皮, 眉如紫石稜, 自是孫仲謀司馬宣王一流人.
류윤도환공빈여반위피, 미여자석릉, 자시손중모사마선왕일류인.
[解釋] 劉尹(劉惔)이 桓公(桓溫)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수염은 마치 고슴도치 가죽을 뒤집어 놓은 것 같고, 눈썹은 마치 紫石의 날카로운 稜角처럼 날카로우니, 이는 곧 孫仲謀(孫權)나 司馬宣王(司馬懿)과 같은 부류의 인물이로다!」
[註解]
◈猬皮 : 고슴도치의 피부.
◈稜紫石 : 자수정.
◈稜 : 모서리.
28.
王敬倫風姿似父. 作侍中, 加授桓公. 公服從大門入, 桓公望之曰:「大奴固自有鳳毛.」
왕경륜풍자사부. 작시중, 가수환공. 공복종대문입, 환공망지왈:「대노고자유봉모.」
[解釋] 王敬倫(王劭)은 풍모와 자태가 자신의 아버지를 닮았었다. 그기 桓公(桓溫)의 侍中을, 제수받아 환공에게 가게 되었다. 왕경륜이 公服을 입고 대문을 들어서자, 환공이 멀리서 이를 보고, 말하기를, 「大奴(王劭)는 진실로 鳳毛를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林公道王長史 : 「斂衿作一來, 何其軒軒韶擧!」
림공도왕장사 : 「렴금작일래, 하기헌헌소거!」
[解釋] 林公(支道林)이 王長史(王濛)를 두고 말하기를, 「옷깃을 여미고 단정히 앉은 한결같은 모습이, 어찌 그리도 軒軒하고 맑으며 아름다운고!」라고 하였다.
30. 遊雲驚龍 : 떠가는 구름 속에 놀란 龍이 꿈틀거리는 모습. 곧 뛰어나게 잘 쓴 글씨에 生氣가 움직임을 형용한 말이다.
時人目王右軍飄如遊雲, 矯若驚龍.
시인목왕우군표여유운, 교약경룡.
[解釋] 당시 사람들은 王右軍(王羲之)을 이렇게 평했다. 「그의 書法은 마치 떠도는 구름과 같고, 또한 웅건하기는 놀라 솟구치는 용과도 같다.」
[註解]
◈飄 : 표연하다. 문인들의 예법.
◈如 : 마치 ~와 같다.(=若)
◈遊雲 : 떠도는 구름.
◈驚龍 : 놀란 용.
王長史嘗病, 親疎不通. 林公來, 守門人遽啓之曰 : 「一異人在門, 不敢不啓.」 王笑曰 : 「此必林公.」
왕장사상병, 친소불통. 림공래, 수문인거계지왈 : 「일이인재문, 불감불계.」 왕소왈 : 「차필림공.」
[解釋] 王長史(王濛)가 일찍이 병이 들어 누워 있을 때, 가깝거나 멀거나 막론하고 내왕을 끊었다. 그러던 어느 날 林公(支道林, 支遁)이 찾아 왔는데, 문을 지키던 자가 급히 들어와 아뢰었다. 「한 분 특이한 인물이 찾아 왔기에, 감히 아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왕장사는 웃으며 이렇게 말하였다. 「그는 틀림없이 임공일 것이다.」
[註解]
◈親疎不通 : 가깝거나 소원한 사람도 내통하지 않다.
◈不敢 : 감히 ~하지 못하다. ~할 용기가 없다.
32.
或以方謝仁祖不乃重者. 桓大司馬曰:「諸君莫輕道. 仁祖企腳北窗下彈琵琶, 故自有天際眞人想.」
혹이방사인조불내중자. 환대사마왈:「제군막경도. 인조기각북창하탄비파, 고자유천제진인상.」
[解釋] 어떤 사람이 謝仁祖(謝尙)를 두고 그렇게 훌륭하다고 여기지 않는 것이었다. 이에 桓大司馬(桓溫)가 말하기를, 「여러분들은 그렇게 마구 남을 평하지 마시라. 사인조가 북쪽 창문 아래에 발을 펴고 앉아 비파를 연주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스스로 하늘나라의 선인같은 意境이 있다오!」라고 하였다.
王長史爲中書郞, 往敬和許. 爾時積雪, 長史從門外下車, 步入尙書. 著公服, 敬和遙望, 歎曰:「此不復似世中人.」
왕장사위중서랑, 왕경화허. 이시적설, 장사종문외하거, 보입상서. 저공복, 경화요망, 탄왈:「차불부사세중인.」
[解釋] 王長史(王濛)가 中書郞으로 있을 때, 敬和(王洽)의 거처를 방문하였다. 그때 마침 눈이 쌓여, 왕장사는 문 밖에서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尙書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때 왕장사는 公服을 입고 있었는데, 경화가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감탄하여 말하기를, 「이 사람은 더 이상 속세의 인물같지가 않구나!」라고 하였다.
簡文作相王時, 與謝公共詣桓宣武. 王珣先在內. 桓語王 : 「卿嘗欲見相王. 可住帳裏.」 二客旣去, 桓謂王曰:「定何如?」 王曰:「相王作輔, 自然湛若神君, 公亦萬夫之望. 不然, 僕射何得自沒.」
간문작상왕시, 여사공공예환선무. 왕순선재내. 환어왕 : 「경상욕견상왕. 가주장리.」 이객기거, 환위왕왈:「정하여?」 왕왈:「상왕작보, 자연담약신군, 공역만부지망. 불연, 복야하득자몰.」
[解釋] 簡文帝(司馬昱)가 上王이었을 때, 謝公(謝安)과 함께 桓宣武(桓溫)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王珣이 마침 환선무의 집에 와 있었다. 환선무는 왕순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일찍이 상왕이 어떤 인물인지 직접 보고 싶어 하였지요. 지금 장막 뒤에 숨어서 볼 기회가 왔소.」라고 하였다. 이윽고 두 사람이 다녀간 뒤에, 환선무가 승상에게 묻기를, 「그래 어떻하더이까?」라고 하자, 이에 왕순이 대답하기를, 「상왕은 임금을 보좌하고 계시니, 본래의 그 모습이 담담하기가 마치 신선군자 같을 수밖에요. 그런데 그대 역시 만인이 우러러 보는 명망을 가지셨군요, 그렇지 않다면, 僕射(謝安)가 어찌 그대 앞에서 스스로 그렇게 숙여들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35.
海西時, 諸公每朝, 朝堂猶暗. 唯會稽王來, 軒軒如朝霞擧.
해서시, 제공매조, 조당유암. 유회계왕래, 헌헌여조하거.
[解釋] 海西(廢帝, 司馬奕) 재위 시절, 여러 公들이 매번 조회를 할 때마다, 회의장이 그래도 어두컴컴하였다. 오직 會稽王(司馬道子)이 들어오면, 그에게서 나오는 빛이 환하여 마치 아침노을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註解]
◈軒軒 : 득의한 모습. 기개가 높은 모습.
◈朝霞 : 아침노을.
36.
謝車騎道謝公 : 「遊肆復無乃高唱. 但恭坐捻鼻顧睞. 便自有寢處山澤閒儀.」
사거기도사공 : 「유사부무내고창. 단공좌념비고래. 변자유침처산택한의.」
[解釋] 謝車騎(謝玄)가 謝公(謝安)을 두고 평하기를, 「실컷 즐기며 놀 때에는 더 이상 높이 부를 노래가 없을 지경이다. 그러나 다만 조용히 앉아 捻鼻하면서 사방을 둘러 볼 때에는, 스스로 깊은 山澤의 자연 속에 처하여 있는 듯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註解]
◈捻鼻 : 코를 비틀고 濁聲을 냄. 洛水 아래 어떤 書生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말이다.
謝公云 : 「見林公雙眼, 黯黯明黑.」 孫興公見林公 : 「稜稜露其爽.」
사공운 : 「견림공쌍안, 암암명흑.」 손흥공견림공 : 「능릉로기상.」
[解釋] 謝公(謝安)이 말하기를, 「林公(支道林 : 支遁)의 두 눈은, 검고 검으면서도 그 검은 속에서 빛이 안다.」고 하였다. 孫興公(孫綽)이 임공을 보자 그가 평하기를, 「늠름한 모습에 그 爽朗함이 있다.」고 하였다.
庾長仁與諸弟入吳, 欲住亭中宿. 諸弟先上, 見群小滿屋, 都無相避意. 長仁曰:「我試觀之.」 乃策杖將一小兒, 始入門, 諸客望其神姿, 一時退匿.
유장인여제제입오, 욕주정중숙. 제제선상, 견군소만옥, 도무상피의. 장인왈:「아시관지.」 내책장장일소아, 시입문, 제객망기신자, 일시퇴닉.
[解釋] 庾長仁(庾統)이 여러 동생들을 데리고 吳땅으로 가는 길에, 중간에 어떤 여인숙에 멈추어 투숙하게 되었다. 여러 동생들이 먼저 올라가 보았더니, 방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도무지 누구 하나 자리를 비켜줄 눈치가 없는 것이었다. 長仁이 말하기를, 「내가 시험 삼아 가보지.」라고 하였다. 그러고는 곧 지팡이를 짚고 어린아이 하나를 데리고, 올라가 막 들어서려고 하자, 안에 있던 사람들이 그의 뛰어난 풍채를 보고는, 모두 일시에 물러서 숨었다.
39.
有人歎王恭形茂者, 云 : 「濯濯如春月柳.」
유인탄왕공형무자, 운 : 「탁탁여춘월류.」
[解釋] 어떤 사람이 王恭의 멋진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깨끗한 모습이 마치 봄날의 버들 같다.」
[註解]
◈茂 : 아름답다.
◈濯濯 : 깨끗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