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상쾌한 아침 기운을 느끼며 차에 몸을 실었다.
아직 가 본 적이 없는 물영아리오름 탐방에 기대가 부풀었다.
남원읍 수망리에 있는 물영아리 생태공원에 모여 선생님께서 나누어 주신 오름해설사 리본을 받아 가방에 매었다.
자부심을 느끼면서 동시에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는 말씀을 새겨 들었다.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산행전 몸을 풀고 물영아리오름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들었다.
물이 있는 신령이 깃든 산이란 뜻을 지닌 물영아리오름(수령산, 수령악)은 표고 508m, 비고 128m로 수망리에 위치하고 있다. 물영아리오름은 산정에 물이 고여 있는 원형화구호 오름이다. 이런 형태의 오름이 제주에는 모두 9개가 있다.
* 원형화구호 오름 (교재 ‘곶자왈오름탐험대’ 80쪽 참조)
(제주시) 물장오리, 원당봉, 어승생악, (조천읍) 물찻오름, (남원읍) 사라오름, 물영아리, 동수악, (한림읍) 금오름, 세미소
물영아리오름은 산정호수에 물이 있어서 식생이 풍부하여 종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멸종위기 동식물 6종이 분포하는 환경생태학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오름이다. 물영아리오름 습지는 2000년에 환경부 지정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2006년 10월에는 제주에서 처음으로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었다.
* 람사르 협약 : 1971년 이란의 람사르(Ramsar)라는 외진 마을에서 생태전문가들을 주축으로 맺은 협약으로 개발이나 잘못된
관리로 점차 사라져가는 습지의 생태,사회,경제,문화적 가치를 인지하고, 국경을 초월해 이동하는 철새 등
여기에 살고 있는 생물들을 보전하여 체계적으로 보존하고자 하는 목적 (우리나라는 1997년에 가입)
* 제주도의 람사르 습지 5곳 (우리나라는 모두 23곳, 2020년 1월 기준)
: 물영아리오름 습지, 물장오리오름 습지, 1100고지 습지, 동백동산 습지, 숨은물뱅듸
무분별한 훼손과 잉어 방류와 같은 잘못된 관리로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지 못했던 물찻오름 습지가 회복에는 기나긴 세월이 필요하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도 들으면서 본격적으로 물영아리오름으로 향하였다.
이 마을(수망리)에서 소를 많이 키우고 있다고 하였는데 오름 밑으로 넓은 목초지가 있었다. 10년쯤 전에 개봉된 송중기, 박보영 주연의 늑대소년이 여기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탐방로 양쪽 옆의 제비꽃 군락들도 따뜻한 봄기운을 한껏 받고 있었다. 제비꽃은 60여종에 가까운 많은 종류가 있다고 한다. 북쪽변방에서는 제비꽃이 필 무렵 보릿고개로 어려움을 겪는데 여기에 오랑캐까지 쳐들어 와 힘들게 하여 이 꽃을 오랑캐꽃이라고도 부른다는 사연도 있다.
울창한 삼나무 숲길을 따라 계속되는 계단을 오르느라 힘이 들었지만 쉴 수 있는 벤치가 세 곳이나 있었다. 이 곳에서 숨을 돌리며 선생님께 듣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에 이 오르막 넘어 있을 습지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쉼터에 걸려 있는 시를 읽어 주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삼나무가 울창한 숲에서 제주도 민요 한 소절을 들려 주신 강예선님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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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배는 소낭배요 남의 배는 쑥대낭배라 .
이어도사나 이어도사나 쳐라쳐라
소낭(소나무)배와 쑥대낭(쑥대나무=삼나무)배에 관련하여 임진왜란 당시의 조선과 왜군의 해전에 대해 들려주신 선생님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당시 조선의 병선은 소나무로, 일본의 병선은 삼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다. 삼나무는 소나무에 비해 재질이 무르기 때문에 이순신 장군의 조선 해군은 부딪쳐서 적선을 깨뜨리는 전술을 써서 크게 승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삼나무나 편백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해 매우 많은 피톤치드를 함유하고 있어 이들 숲은 아토피나 기관지관련 질병 치료에 효과가 좋고, 암과 같은 병에 걸린 환자의 수명도 많이 늘려 줄 수 있는 치유의 효능이 있다고 한다.
삼나무가 울창한 숲에서는 이들이 내뿜는 방향성 물질로 인하여 숲 바닥에는 다른 식물들이 생존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에서도 음지 식물인 고사리나 식나무와 같은 일부 식물들은 버텨낼 수 있다고 한다.
삼나무 숲길 오르막을 넘어 화구(굼부리)로 내려가는 탐방로 주위 숲에서는 산딸나무, 참꽃나무, 서어나무들을 볼 수 있었다.
산딸나무는 아직 잎도 돋아나지 않았지만 5~6월에는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고 하니 그 즈음 다시 찾아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서어나무는 숲의 정복자로 불린다고 한다.
숲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를 겪는데 이것을 ‘숲의 천이’ 라고 하며 맨 마지막 단계에서 최상의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 숲이 나타난다. 이 숲을 구성하는 마지막 나무 가운데 하나가 음수인 서어나무인 것이다.
드디어 물영아리오름 습지에 도착하였다. 물이 찰랑찰랑 차 있는 신령스러운 느낌의 멋진 원형의 화구호를 마주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전해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오래 전 수망리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때, 들에 놓아 먹이면서 기르던 소를 잃어버린 한 소년이 소를 찾아 들을 헤매다 배고프고 목이 말라 기진하여 쓰러져 있었다.
이 때 한 노인이 나타나 ‘소를 잃어 버렸다고 상심하지 말아라. 내가 그 소를 위해 이 산 꼭대기에 큰 못을 만들어 놓을 테니, 아무리 가물어도 소들이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라고 말하고 사라졌다고 한다.
소년이 번쩍 눈을 뜨고 꿈이라는 것을 알았는데 이때 많은 비가 삽시간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소년은 다시 소를 찾아 나섰는데 이상하게 그의 옷은 하나도 젖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쓰러졌던 산꼭대기가 너르게 패어져 있었는데, 거기에 물이 가득 차서 출렁거리고 있었다. 아무리 가물어도 그 오름 꼭대기에는 마르지 않는 물이 고여 있어, 소들에게 물을 먹일 수 있었다고 한다.
이 화구 습지는 40m정도의 깊이인데 바닥에 10여m 이상의 퇴적물이 쌓여 물이 차 있는 이탄습지이다.
이 습지에 사는 식물 중 기억해야 할 것은 고랭이, 고마리, 마름, 물고추나물 등이 있다.
간식을 맛있게 나누어 먹고, 뒷정리도 깨끗이 한 다음 습지 탐방을 마쳤다.
풍족하게 준비하여 나누어 먹을 수 있게 배려하여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전망대에서는 동부 지역의 많은 오름들을 볼 수 있었다.
가장 왼쪽의 반쪽정도만 보이는 것이 여문영아리오름, 가운데 부분의 봉우리 두 개가 족은사슴이오름(소록산), 큰사슴이오름(대록산)이다.
* 영아리(신령스러운 산)라는 이름이 붙은 오름은 오늘 탐방한 물영아리오름(남원읍)과 여문영아리오름(표선면),
그리고 서영아리오름(안덕면)이 있다.
잣성을 따라 내려오며 오늘의 탐방을 무사히 마치고 출발장소였던 물영아리 생태공원으로 내려와 마무리를 하였다.
오늘은
- 원형화구호 오름에 대해 실감나게 보고 확인할 수 있었으며,
- 오름에 사는 동식물과 습지등 생태학적 특징의 보존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과 또 잘 보존된 오름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감동을 주는지 알게 되었고,
- 오름에 깃들어 있는 삶의 이야기와 전설을 잘 알고 이해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탐방이었다.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한 분도 빠짐없이 모두 참석하셔서 서로에게 좋은 기운을 서로 나누어주신 14기 여러분과, 열정적으로 많은(너무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어제하루를 꼼꼼이 잘 정리하셨네. 덕분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복습도 하고 ㅎㅎ
어쩜 선생님께서 설명해주신것보다 더방대한자료를 올려주셨네요 좋은복습기회로삼고 잘활용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멋진 후기 감사합니다.
복습이 아주 잘 되었네요.
수고하셨습니다~~^^
글을 너무 잘쓰셔서 복습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요
제가 놓친것도 다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짱임다
사진 배열, 내용의 구성 등
매우 짜임새 있게 잘 정리 하셨네요~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복습 잘 하고 갈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