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소설 ‘파친코’ 읽기
제자의 추천을 받고 파친코가 한국에서 독자들의 인기가 있다는 말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일단 한국인이 영문으로 써서 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는 말에 흥미를 느끼고, 그녀의 책을
통해 배울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의 신문 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소설의 플롯(줄거리)과 내러티브(이야기)가 응집되고 구조적으로 견고해서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독자들이) 내 픽션에 깊이 몰입되는 경험을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이것이 작가로서 내 개인적인 목표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 읽는 것이라면 몰라도 문학성도 없고, 작가의 말과 다르게
구성도 엉성하고 내러티브도 응집되지 않고 견고하지 못했다. 아주 예전 표준전과나 동아전과에서
배끼던 전체의 대강을 좀 자세하고 길게 쓴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소설은 그녀가 말한 작가로써 목표는 아직 근처에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좋은 작가로써 성공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나는 읽을 수 있었다. 물론 대중작가로써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야기꾼, 작가로써 갖추어야 할 기본적 자세는 전혀 되지 않았다.
작가로써 좋은 작가란 단단한 구성력과 짜임새 있는 글쓰기, 좋은 문장과 감정이입이 가능한 전개로
긴여운과 감동을 줄 수 있어야만 한다. 물론 어느 정도 재미는 있었다. 그러나 한 독자의 독후감에서
읽을 수 있듯이
‘1권은 흡입력이 대단했다. 부산 영도를 배경으로 주인공 순자의 가족사와 일본으로 이주하기까지의 여정을
속도감 있게 그려내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전개가 인상적인데, 이것이 2권에 가서는 큰 약점으로
작용할 줄은 몰랐다.
1권에서는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품격'이 잔잔하게 가슴을 파고들고 긴 여운을 남긴다.
2권은 인물들의 내적 갈등에 집중하지 않고 새로운 인물들을 계속 등장시켜 이야기를 채워나간다.
노아가 왜 죽는지도 설득력 있게 묘사되지 못하고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인물들도 이야기 속에
충분히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
2권은 소설이라기보다는 마치 줄거리 혹은 요약본을 읽는 기분이었다. '대하소설'이라 부르기엔
너무 엉성하다.’
출처: https://sheshe.tistory.com/1324 [릴라의 글쓰기]
공감이 가는 독후감이다. 특히 이 글쓴이의 말처럼 "노아가 왜 죽는지도 설득력 있게 묘사되지 못하고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인물들도 이야기 속에 충분히 녹아들지 못한' 것은 치명적 약점이고 좋은 작가로 자질이
없다는 것을 드러내주고 있다. 너무 엉성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정도의 가벼운 이야깃거리는 작업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곁눈길을 해가며 봐야 할 흥미성 대중드라마로
충분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반어법적 해석으로 왜 이 책이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고 서구인들에게 흥미를 끌게 되었는가는
한번 깊이 생각해 볼 만한 주제다.
책은 일단 안읽어야 할 책이 있고, 읽으면 좋은 책이 있다. 그리고 꼭 읽어야 할 책이 있는데, 이 책은 읽어야 할 필요가
전혀 없는 안 읽어야 할 책임은 의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