秦 策(진 책) 1
01. 衛鞅이 魏를 도망하여 秦나라로 들어오다.
衛鞅亡魏入秦, 孝公以爲相, 封之於商, 號曰商君. 商君治秦, 法令至行, 公平無私, 罰不諱强大, 賞不私親近. 法及太子, 黥劓其傅. 期年之後, 道不拾遺, 民不妄取, 兵革大强, 諸侯畏懼. 然刻深寡恩, 特以强服之耳.
위앙망위입진, 효공이위상, 봉지어상, 호왈상군. 상군치진, 법령지행, 공평무사, 벌불휘강대, 상불사친근. 법급태자, 경의기부. 기년지후, 도불습유, 민불망취, 병혁대강, 제후외구. 연각심과은, 특이강복지이.
[解釋] 衛鞅이 魏나라를 도망하여 秦나라로 들어오자, 孝公이 재상으로 삼고, 於商 땅에 封해 商君이라 號하였다. 商君이 秦나라를 다스리자 법령이 크게 행해지고 공평무사하였으며, 罰은 强大한 자라 하여 피하지 않았고, 賞은 친근하다고 하여 사사로이 하는 경우가 없었다. 법이 太子에게 미치자 그 師傅를 黥刑과 劓刑에 처하였다. 1년 후에는 길에 떨어진 물건을 주워 가는 사람이 없었으며, 백성들은 남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는 일도 없어졌으며 군사력이 강해져 제후들이 겁을 먹고 두려워하였다. 그러나 법만 가혹하고, 恩德은 적어 특별히 강권으로 이를 복종시킨 것일 뿐이었다.
孝公行之八年, 疾且不起, 欲傳商君, 辭不受. 孝公已死, 惠王代後, 莅政有頃, 商君告歸. 人說惠王曰:「大臣太重者國危, 左右太親者身危. 今秦婦人嬰兒皆言商君之法, 莫言大王之法, 是商君反爲主, 大王更爲臣也. 且夫商君, 固大王仇讎也, 願大王圖之.」 商君歸還, 惠王車裂之, 而秦人不憐.
효공행지팔년, 질차불기, 욕전상군, 사불수. 효공이사, 혜왕대후, 이정유경, 상군고귀. 인설혜왕왈:「대신태중자국위, 좌우태친자신위. 금진부인영아개언상군지법, 막언대왕지법, 시상군반위주, 대왕경위신야. 차부상군, 고대왕구수야, 원대왕도지.」 상군귀환, 혜왕거렬지, 이진인불련.
[解釋] 孝公이 이렇게 다스린 지 8년 만에, 병이 들어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상군에게 태자의 師傅가 되어 주기를 원하였지만, 상군은 사양하고 허락하지 않았다. 효공이 죽고 惠王이 뒤를 이었다. 혜왕이 즉위한 지 얼마 뒤, 상군이 위나라로 되돌아갈 뜻을 밝히니, 어떤 사람이 혜왕에게 말하기를, 「대신의 권한이 너무 커지면 나라가 위험해지고, 좌우를 너무 親狎하면 자신이 위험해지는 법입니다. 지금 우리 秦나라는 부인이나 어린아이들까지 모두 商君의 법은 말하면서 대왕의 법은 말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는 상군이 도리어 왕이고 왕은 그 신하가 된 셈입니다. 게다가 상군은 원래 대왕의 仇讎였습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잘 도모하시기 바랍니다.」고 하였다. 상군이 魏나라에서 돌아오자 혜왕은 그를 車裂刑에 처해 버렸다. 그래도 진나라 백성들은 누구 하나 그를 불쌍히 여기지 않았다.
02. 蘇秦이 처음에 連橫說을 유세하다.
蘇秦始將連橫說秦惠王曰:「大王之國, 西有巴、蜀、漢中之利, 北有胡貉、代馬之用, 南有巫山、黔中之限, 東有肴、函之固. 田肥美, 民殷富, 戰車萬乘, 奮擊百萬, 沃野千里, 蓄積饒多, 地勢形便, 此所謂天府, 天下之雄國也. 以大王之賢, 士民之衆, 車騎之用, 兵法之敎, 可以幷諸侯, 呑天下, 稱帝而治. 願大王少留意, 臣請奏其效.」
소진시장련횡설진혜왕왈:「대왕지국, 서유파、촉、한중지리, 북유호맥、대마지용, 남유무산、검중지한, 동유효、함지고. 전비미, 민은부, 전거만승, 분격백만, 옥야천리, 축적요다, 지세형편, 차소위천부, 천하지웅국야. 이대왕지현, 사민지중, 거기지용, 병법지교, 가이병제후, 탄천하, 칭제이치. 원대왕소류의, 신청주기효.」
[解釋] 蘇秦이 처음에 連橫說을 秦 惠王에게 유세하기를, 「대왕의 국가는 서쪽으로는 巴、蜀、漢中의 이익이 있고, 북쪽으로는 胡地에서 나는 貉皮와 代 땅에서 나는 良馬로 군용에 충당할 수 있습니다. 남쪽으로는 巫山과 黔中 등 天險의 요새가 있으며, 동쪽으로는 肴山(崤山)과 函谷關의 견고한 요새가 있습니다. 농토는 비옥하고 백성은 부유하여 戰車 1만 乘에 奮擊 1백 만 명을 모을 수 있습니다. 沃野가 1천 리나 뻗쳐 있고 蓄積이 풍부하며 地勢 또한 더없이 좋습니다. 이는 이른바 天府라는 곳으로 천하의 雄國입니다. 그러니 대왕의 현명함과 많은 백성들에다 군대를 일으켜 훈련만 잘 시키면 제후들을 겸병하고, 천하를 통일하여 帝를 칭하면서 통치할 수 있습니다. 원컨대 대왕께서 조금 유념해 주십시오. 청컨대 臣은 그 효험을 상주하겠습니다.」고 하였다.
秦王曰:「寡人聞之, '毛羽不豐滿者, 不可以高飛, 文章不成者, 不可以誅罰. 道德不厚者, 不可以使民, 政敎不順者, 不可以煩大臣.' 今先生儼然不遠千里而庭敎之, 願以異日.」
진왕왈:「과인문지, '모우불풍만자, 불가이고비, 문장불성자, 불가이주벌. 도덕불후자, 불가이사민, 정교불순자, 불가이번대신.' 금선생엄연불원천리이정교지, 원이이일.」
[解釋] 秦王이 말하기를, 「寡人이 듣기로, '깃털이 풍부하지 못한 새는 높이 날 수가 없고, 文章을 이루지 못한 자는 誅罰을 마구 베풀 수 없으며, 도덕이 돈후하지 못한 자는 백성을 부릴 수 없고, 政敎가 順하지 못한 자는 대신을 번거롭게 부리지 못한다.'고 하였소. 이제 선생은 儼然하게 천 리를 멀다 하지 않고 오셔서 조정에서 나를 가르치려 하시는데, 후일에 가르침 받기를 원합니다.」고 하였다.
蘇秦曰:「臣固疑大王之不能用也. 昔者, 神農伐補遂, 黃帝伐涿鹿而禽蚩尤, 堯伐驩兜, 舜伐三苗, 禹伐共工, 湯伐有夏, 文王伐崇, 武王伐紂, 齊桓任戰而伯天下. 由此觀之, 惡有不戰者乎? 古者, 使車轂擊馳, 言語相結, 天下爲一, 約從連橫, 兵革不藏, 文士並飭, 諸侯亂惑, 萬端俱起, 不可勝理.
소진왈:「신고의대왕지불능용야. 석자, 신농벌보수, 황제벌탁록이금치우, 요벌환두, 순벌삼묘, 우벌공공, 탕벌유하, 문왕벌숭, 무왕벌주, 제환임전이백천하. 유차관지, 오유부전자호? 고자, 사거곡격치, 언어상결, 천하위일, 약종련횡, 병혁부장, 문사병칙, 제후란혹, 만단구기, 불가승리.
[解釋] 소진이 말하기를, 「저는 본디 대왕께서 제 말을 쓰지 못하시리라 의심하였었습니다. 옛날, 神農氏는 補遂를 쳤고, 黃帝는 涿鹿에서 蚩尤를 쳐서 사로잡았으며, 堯는 驩兜를 벌하였고, 舜은 三苗를 벌하였으며, 禹는 共工을 쳤습니다. 그리고 湯은 有夏를 치고, 文王은 崇을 쳤으며, 武王은 紂를 쳤으며, 齊나라 桓公은 전쟁을 하여 천하를 제패하였습니다. 이렇게 볼진대, 어찌 전쟁을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옛날에는 사신의 수레가 달리다가 서로 부딪쳐 몇 마디 말로 약속만 하고도 천하가 통일되었는데, 그 후에는 約從과 連橫으로도 무기를 收藏할 수 없게 되었으며, 文士들은 서로 文辭를 수식하고, 제후들은 亂惑하여 온갖 문제가 일어나 다스릴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科條旣備, 民多僞態, 書策稠濁, 百姓不足, 上下相愁, 民無所聊, 明言章理, 兵甲愈起, 辯言偉服, 戰攻不息, 繁稱文辭, 天下不治, 舌弊耳聾, 不見成功, 行義約信, 天下不親. 於是, 乃廢文任武, 厚養死士, 綴甲厲兵, 效勝於戰場.
과조기비, 민다위태, 서책조탁, 백성부족, 상하상수, 민무소료, 명언장리, 병갑유기, 변언위복, 전공불식, 번칭문사, 천하불치, 설폐이롱, 불견성공, 행의약신, 천하불친. 어시, 내폐문임무, 후양사사, 철갑려병, 효승어전장.
[解釋] 법령 條文이 빈틈없이 갖추어질수록, 백성은 허위를 짓게 되었으며, 문서가 번거롭고 어지러워져 백성은 풍족을 누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상하가 서로 근심하나, 백성은 생활할 수가 없게 되었고, 말이 명확하고 이론이 뛰어날수록, 전쟁은 더욱 일어났으며, 使者의 언변이 뛰어나고 服裝이 奇偉할수록, 戰攻은 그치지 않았으며, 번거롭고 화려한 文辭로도, 천하가 다스려지지 않았습니다. 떠드는 자는 혀가 닳고, 듣는 자는 귀가 먹을 지경에 이르렀지만, 성취한 공효는 드러나지 않으며, 설령 義를 행하고 信을 약속해도, 천하를 서로 친하게 할 수 없습니다. 이에 文治를 폐하고 武功에 맡겨, 죽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勇士를 기르며, 갑옷을 잘 수리하고 병기를 날카롭게 하는 것만이 戰場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이 되고 말았습니다.
夫徒處而致利, 安坐而廣地, 雖古五帝、三王、五伯, 明主賢君, 常欲坐而致之, 其勢不能, 故以戰續之. 寬則兩軍相攻, 迫則杖戟相橦, 然後可建大功. 是故兵勝於外, 義强於內, 威立於上, 民服於下.
부도처이치리, 안좌이광지, 수고오제、삼왕、오백, 명주현군, 상욕좌이치지, 기세불능, 고이전속지. 관즉량군상공, 박즉장극상동, 연후가건대공. 시고병승어외, 의강어내, 위립어상, 민복어하.
[解釋] 무릇 대왕께서 하는 일 없이 이익을 구한다거나, 편안히 앉아서 국토 확장을 바란다면, 비록 五帝、三王、五伯 같은 明主 賢君이라 할지라도, 항상 앉아서 이를 이루어 내기란, 그 형세로 보아 불가능합니다. 이런 까닭에 결국 전쟁으로 목적을 이룰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양편 군대가 거리를 두고 있으면 서로 공격하여 접근해야 하고, 마주치면 몽둥이나 창으로 맞닥뜨려, 싸운 후에야 大功을 세울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軍隊는 밖에서 싸워 이기고, 임금은 안에서 仁義를 행하며, 위에서는 威望을 세우고, 백성은 아래에서 복종하게 되는 것입니다.
今欲幷天下, 凌萬乘, 詘敵國, 制海內, 子元元, 臣諸侯, 非兵不可. 今之嗣主, 忽於至道, 皆惛於敎, 亂於治, 迷於言, 惑於語, 沈於辯, 溺於辭. 以此論之, 王固不能行也.」
금욕병천하, 능만승, 굴적국, 제해내, 자원원, 신제후, 비병불가. 금지사주, 홀어지도, 개혼어교, 란어치, 미어언, 혹어어, 침어변, 익어사. 이차론지, 왕고불능행야.」
[解釋] 지금 천하를 倂呑하여, 萬乘을 능가하며, 적국을 굴복시켜, 海內를 제압하고, 백성을 애호하여, 제후를 臣下로 복종시키려 한다면, 전쟁이 아니고는 불가합니다. 지금 왕위를 이으신 임금께서, 지극한 도리를 가벼이 여기시고, 교화에 대해서 전혀 혼암하시어, 말에 迷惑되고, 변론에 빠져 있으며, 邪說에 휘말려 있습니다. 이로써 논하건대, 왕께서는 진실로 능히 실행하실 수가 없습니다.」고 하였다.
說秦王書十上而說不行. 黑貂之裘弊, 黃金百斤盡, 資用乏絶, 去秦而歸. 羸縢履蹻, 負書擔橐, 形容枯槁, 面目犁黑, 狀有愧色. 歸至家, 妻不下紝, 嫂不爲炊, 父母不與言.
설진왕서십상이세불행. 흑초지구폐, 황금백근진, 자용핍절, 거진이귀. 리등리교, 부서담탁, 형용고고, 면목리흑, 상유괴색. 귀지가, 처불하임, 수불위취, 부모불여언.
[解釋] 소진은 秦王에게 10여 차례 글을 지어 올렸으나 유세가 행해지지 않았다. 趙나라로부터 얻은 黑貂의 외투가 다 떨어지고, 1백 근의 황금은 바닥이 나고, 資用은 거덜 나고 말아, 秦나라를 떠나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파리한 모습에 다리를 헝겊으로 칭칭 감고 짚신을 신고, 책 보따리를 둘러멘 채, 몸은 마를 대로 마르고, 얼굴은 까맣게 타서, 부끄러운 기색이었다. 집에 다다르니, 아내는 베틀에서 내려오지도 않고, 형수는 밥도 지어 주지 않았으며, 부모조차도 말을 하려 들지 않았다.
蘇秦喟歎曰:「妻不以我爲夫, 嫂不以我爲叔, 父母不以我爲子, 是皆秦之罪也.」 乃夜發書, 陳篋數十, 得太公陰符之謀, 伏而誦之, 簡練以爲揣摩. 讀書欲睡, 引錐自刺其股, 血流至足.
소진위탄왈:「처불이아위부, 수불이아위숙, 부모불이아위자, 시개진지죄야.」 내야발서, 진협수십, 득태공음부지모, 복이송지, 간련이위췌마. 독서욕수, 인추자자기고, 혈류지족.
[解釋] 소진은 탄식하기를, 「처는 나를 지아비로 여기지 않고, 형수는 나를 시동생으로 여기지 아니하며, 부모님은 나를 자식으로 여기지 않으니 이 모든 게 나의 죄이다.」고 하였다. 이에 밤을 새워 책을 펴 보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책 궤짝 수십 개를 펼쳐 놓고 太公望의 ≪陰符經≫의 謀策을 찾아내어 엎드려 읽고 외고 가려 뽑아 연습하며 열심히 연구하였다. 책을 읽다가 잠이 오면 송곳으로 허벅지를 찔러 피가 다리까지 흘러내렸다.
曰:「安有說人主不能出其金玉錦繡, 取卿相之尊者乎?」 期年揣摩成, 曰:「此眞可以說當世之君矣!」 於是乃摩燕烏集闕. 見說趙王於華屋之下, 抵掌而談.
왈:「안유세인주불능출기금옥금수, 취경상지존자호?」 기년췌마성, 왈:「차진가이설당세지군의!」 어시내마연오집궐. 견세조왕어화옥지하, 저장이담.
[解釋] 소진은 중얼거리기를, 「군주에게 遊說하여 금옥, 비단 정도도 내놓게 하지 못하면서, 어찌 卿相의 높은 지위를 얻겠는가?」고 하였다. 1년 후에 揣摩法을 터득하자 이렇게 말하기를, 「이것이야말로 진실로 당세의 군왕을 설득시킬 만하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燕나라 가까이 이르러 烏集闕이라는 요새 근처를 지나게 되었다. 그곳 華屋 아래에서 趙王(肅侯)에게 손뼉을 치며 유세하였다.
趙王大悅, 封爲武安君. 受相印, 革車百乘, 綿繡千純, 白璧百雙, 黃金萬溢, 以隨其後, 約從散橫, 以抑强秦. 故蘇秦相於趙而關不通.
조왕대열, 봉위무안군. 수상인, 혁거백승, 면수천순, 백벽백쌍, 황금만일, 이수기후, 약종산횡, 이억강진. 고소진상어조이관불통.
[解釋] 趙王은 크게 기뻐하며 소진을 武安君에 봉하였다. 그리고 재상의 符印까지 주며, 革車 1백 乘, 비단 1천 純, 白璧 1백 쌍, 황금 1만 鎰을 주어 그 뒤를 따르게 하였다. 이렇게 하여 合從을 맺어 連橫을 흩어버리고, 강한 秦나라를 억제하게 되었다. 이렇게 소진이 趙나라의 재상이 되자 秦나라와 통하던 函谷關이 막혀버렸다.
當此之時, 天下之大, 萬民之衆, 王侯之威, 謀臣之權, 皆欲決蘇秦之策. 不費斗糧, 未煩一兵, 未戰一士, 未絶一絃, 未折一矢, 諸侯相親, 賢於兄弟.
당차지시, 천하지대, 만민지중, 왕후지위, 모신지권, 개욕결소진지책. 불비두량, 미번일병, 미전일사, 미절일현, 미절일시, 제후상친, 현어형제.
[解釋] 이 당시에 광대한 천하, 수많은 민중, 권위 있는 왕후, 권세 있는 謀臣들도 모두 소진을 통하여 정책을 결정하게 되었다. 한 말의 양식도 소비하지 않고, 한 명의 병사도 번거롭게 하지 않고, 한 병사도 싸움에 나가지 않고, 활줄 하나 끊지 않고, 화살 하나 부러뜨리지 않고도 제후가 서로 친하게 되어 형제보다 더 가깝게 되었다.
夫賢人在而天下服, 一人用而天下從. 故曰, 式於政, 不式於勇, 式於廊廟之內, 不式於四境之外. 當秦之隆, 黃金萬溢爲用, 轉轂連騎, 炫熿於道, 山東之國, 從風而服, 使趙大重.
부현인재이천하복, 일인용이천하종. 고왈, 식어정, 불식어용, 식어랑묘지내, 불식어사경지외. 당진지륭, 황금만일위용, 전곡련기, 현황어도, 산동지국, 종풍이복, 사조대중.
[解釋] 무릇 어진 사람이 任職하니 천하가 복종하고, 한 사람을 등용하자 천하가 따르게 된 셈이었다. 그러므로 정치로써 하였지 무력을 쓸 필요가 없었고, 조정안에서 일을 처리하였지 변방에서 전쟁을 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당시 소진의 극성시기에는 1만 鎰의 황금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그를 따르는 車馬가 서로 이어져 지나는 길이 호화롭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秦나라의 崤山 동쪽 각국은, 순풍에 풀이 눕듯이 되어, 조나라를 크게 중함을 받는 위치로 올려놓게 되었다.
且夫蘇秦特窮巷掘門、桑戶棬樞之士耳, 伏軾撙銜, 橫歷天下, 廷說諸侯之王, 杜左右之口, 天下莫之能伉.
차부소진특궁항굴문、상호권추지사이, 복식준함, 횡력천하, 정세제후지왕, 두좌우지구, 천하막지능항.
[解釋] 게다가 소진은 원래 陋巷의 대문이 뒤틀리고 뽕나무 지게문에 나무를 휘어 만든 돌쩌귀로 된 집의 초라한 선비일 따름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성공하여 수레에 올라서는 위의를 뽐내며 천하를 橫行하였고, 조정에서 제후의 왕들에게 遊說할 때면, 좌우 대신의 입을 다 막아, 천하에 누구 하나 짝을 이룰 자가 없게 되었다.
將說楚王, 路過洛陽, 父母聞之, 淸宮除道, 張樂設飮, 郊迎三十里. 妻側目而視, 傾耳而聽, 嫂蛇行匍伏, 四拜自跪而謝. 蘇秦曰:「嫂, 何前倨而後卑也?」
장세초왕, 노과락양, 부모문지, 청궁제도, 장악설음, 교영삼십리. 처측목이시, 경이이청, 수사행포복, 사배자궤이사. 소진왈:「수, 하전거이후비야?」
[解釋] 소진이 장차 楚王에게 유세하러 떠나던 길에 고향 洛陽을 지나가게 되었다. 부모가 이 소식을 듣고 집을 청소하고 길을 다듬고, 음악을 준비하고 음식을 장만하여, 30리 교외까지 나와 맞이하였다. 그때 처는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귀만 기울여 들을 뿐이었고, 형수는 뱀처럼 엉금엉금 기면서, 네 번이나 절을 하며 꿇어앉아 잘못을 사죄하는 것이었다. 이를 본 소진이 말하기를, 「형수는 지난번에는 그리 거만하더니 지금은 어찌 이리 겸손하십니까?」고 하자,
嫂曰:「以季子之位尊而多金.」 蘇秦曰:「嗟乎! 貧窮則父母不子, 富貴則親戚畏懼. 人生世上, 勢位富貴, 蓋可忽乎哉!」
수왈:「이계자지위존이다금.」 소진왈:「차호! 빈궁즉부모불자, 부귀즉친척외구. 인생세상, 세위부귀, 개가홀호재!」
[解釋] 형수가 말하기를, 「시숙께서 지위가 높고 돈이 많기 때문입니다.」고 하니, 소진이 말하기를, 「아! 빈궁할 때에는 부모조차 자식이라 여기지 않더니 부귀해지자 먼 친척까지 다 두려워하는구나. 그러니 사람이 세상에 나서 권세와 부귀를 가벼이 볼 수 있으랴!」고 하였다.
03. 秦나라 惠王이 寒泉子에게 말하다.
秦惠王謂寒泉子曰:「蘇秦欺寡人, 欲以一人之智, 反覆東山之君, 從以欺秦. 趙固負其衆, 故先使蘇秦以幣帛約乎諸侯. 諸侯不可一, 猶連鷄之不能俱止於棲之明矣. 寡人忿然, 含怒日久, 吾欲使武安子起往喩意焉.」
진혜왕위한천자왈:「소진기과인, 욕이일인지지, 반복동산지군, 종이기진. 조고부기중, 고선사소진이폐백약호제후. 제후불가일, 유련계지불능구지어서지명의. 과인분연, 함노일구, 오욕사무안자기왕유의언.」
[解釋] 秦나라 惠王이 寒泉子에게 말하기를, 「蘇秦이 과인을 속이고, 자기 한 사람의 재주로, 山東 임금들을 反覆하여, 합종하게 함으로써 우리 秦나라를 속이려 들고 있소. 趙나라는 그 자신의 무리가 많음을 믿기 때문에, 먼저 소진으로 하여금 幣帛으로 제후들과 맹약을 맺도록 하고 있소. 그러나 제후들은 하나로 단결할 수 없을 것이니, 마치 닭들을 모두 한 끈으로 묶는다고 해서 그 닭들이 함께 머물러 살 수 없는 것과 같소. 과인이 분연히 노기를 머금은 지 오래이니, 나는 武安君 白起를 시켜 가서 깨우쳐 주고자 하오.」라고 하였다.
寒泉子曰:「不可. 夫攻城墮邑, 請使武安子, 善我國家使諸侯, 請使客卿張儀.」 秦惠王曰:「敬受命.」
한천자왈:「불가. 부공성타읍, 청사무안자, 선아국가사제후, 청사객경장의.」 진혜왕왈:「경수명.」
[解釋] 한천자가 말하기를, 「안 됩니다. 무릇 城을 공격하여 邑을 함락시키는 일이라면, 무안군을 시켜야 하나, 우리나라를 위해 다른 제후들에게 사신으로 보내는 일이라면, 客卿 張儀를 보내셔야 합니다.」고 하였다. 진나라 혜왕이 말하기를, 「공경히 그대의 말을 듣겠소.」라고 하였다.
04. 泠向이 秦王에게 말하다.
泠向謂秦王曰:「向欲以齊事王, 使攻宋也. 宋破, 晉國危, 安邑, 王之有也. 燕、趙惡齊、秦之合, 必割地以交於王矣. 齊必重於王, 則向之攻宋也, 且以恐齊而重王. 王何惡向之攻宋乎? 向以王之明爲先知之, 故不言.」
영향위진왕왈:「향욕이제사왕, 사공송야. 송파, 진국위, 안읍, 왕지유야. 연、조오제、진지합, 필할지이교어왕의. 제필중어왕, 즉향지공송야, 차이공제이중왕. 왕하오향지공송호? 향이왕지명위선지지, 고불언.」
[解釋] 泠向이 秦王에게 말하기를, 「저는 齊나라가 대왕을 섬기게 하여, 그들로 하여금 宋나라를 치게 하겠습니다. 송나라가 깨어지고 나면, 晉나라가 위급해져서, 安邑은 대왕의 소유가 될 것입니다. 燕나라와 趙나라 두 나라는 齊나라가 우리 진나라와 연합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틀림없이 땅을 떼어 대왕께 바치면서 교류하게 될 것입니다. 또 제나라는 틀림없이 대왕을 중시할 것이니, 제가 송나라를 공격하려고 하는 것은, 齊나라에게 겁을 주어 대왕을 더욱 중히 여기도록 하고자 함입니다. 그런데 대왕께서는 어찌 저의 송나라 공격 의견을 싫어하십니까? 저는 대왕께서 현명하시므로 미리 알고 계신 줄 여겼기 때문에, 말하지 않았던 것입니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