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說山訓(설산훈)
01
魄問於魂曰:「道何以爲體?」 魂曰:「以無有爲體.」 魄曰:「無有有形乎?」 魂曰:「無有.」 魄曰:「何得而聞也?」 魂曰:「吾直有所遇之耳. 視之無形, 聽之無聲, 謂之幽冥. 幽冥者所以喩道, 而非道也.」
백문어혼왈:「도하이위체?」 혼왈:「이무유위체.」 백왈:「무유유형호?」 혼왈:「무유.」 백왈:「하득이문야?」 혼왈:「오직유소우지이. 시지무형, 청지무성, 위지유명. 유명자소이유도, 이비도야.」
[解釋] 魄이 魂에게 물었다. 「道는 어떤 모습을 이루고 있는 것일까?」 魂이 대답하였다. 「無有라는 것이 그 모습이지.」 魄이 말하였다. 「無有라고 한다면 그 모습은 있는 것인가?」 魂이 대답하였다. 「모습은 없다.」 魄이 말하였다. 「모습이 없는데 어떻게 그것을 들을 수 있는가?」 魂이 대답하였다. 「나는 이따금 그것과 만났을 뿐이야. 그것을 보려고 해도 모습이 없고, 그것을 듣고자 해도 소리가 없어. 그것을 일러 幽冥이라고 말하지. 이 幽冥이라고 하는 것은 道를 비유해서 하는 말인데, 道 그 자체는 아닐세.」
魄曰:「吾聞得之矣. 內視而自反也!」 魂曰:「凡得道者, 形不可得而見, 名不可得而揚. 今汝已有形名矣. 何道之所能乎?」
백왈:「오문득지의. 내시이자반야!」 혼왈:「범득도자, 형불가득이견, 명불가득이양. 금여이유형명의. 하도지소능호?」
[解釋] 魄이 말하였다. 「내가 그대의 말을 들으니 알만 하다네. 마음속에 스스로 돌아보면 되는 것이로군!」 魂이 대답하였다. 「무릇 道를 터득한 자는, 그 모습을 볼 수가 없고, 이름도 거론할 수도 세상에 휘날릴 수도 없다네. 지금 形骸의 主體인 그대에게는 이미 모습도 이름도 있다네. 그래가지고서야 어찌 道를 터득할 수 있겠는가?」
魄曰:「言者獨何爲者?」 魂曰:「吾將反吾宗矣.」 魄反顧魂, 忽然不見, 反而自存, 亦以淪於無形矣.
백왈:「언자독하위자?」 혼왈:「오장반오종의.」 백반고혼, 홀연불견, 반이자존, 역이윤어무형의.
[解釋] 魄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精神의 主體인 그대가 말하는 것은 어떻게 된 일인가?」 혼이 대답하였다. 「그러면 나는 이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겠네.」 魄이 魂을 돌아보았더니, 魂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고, 정신을 차리고 魄자신도 존재하기는 하였지만, 역시 無形 속으로 매몰되어 있었다.
02
人不小學, 不大迷, 不小慧, 不大愚. 人莫鑑於沫雨, 而鑑於澄水者, 以其休止不蕩也. 詹公之釣, 千歲之鯉. 不能避, 曾子攀柩車, 引輴者爲之止也.
인불소학, 부대미, 불소혜, 부대우. 인막감어말우, 이감어징수자, 이기휴지불탕야. 첨공지조, 천세지리. 불능피, 증자반구거, 인순자위지지야.
[解釋] 사람은 작은 깨달음 따위가 없다면, 크게 미혹 당하는 일은 없고, 작은 지혜 따위가 없으면, 큰 어리석음을 범하는 일이 없다. 사람이 빗물이 괴여 있는 웅덩이를 거울로 삼지 않고, 맑은 水面을 거울로 삼는 것은, 그 水面이 休止하여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詹公이 낚시를 하면, 천년 묵은 잉어도 낚아 올린다. 능히 피할 수 없는 것은, 曾子가 상여에 기대어 우니, 상여꾼들은 손을 멈추고 말았다.
老母行歌而動申喜. 精之至也. 瓠巴鼓瑟, 而淫魚出聽. 伯牙鼓琴, 駟馬仰秣. 介子歌龍蛇, 文君垂泣.
노모행가이동신희. 정지지야. 호파고슬, 이음어출청. 백아고금, 사마앙말. 개자가용사, 문군수읍.
[解釋] 老母가 길가에서 노래를 부르자, 그 아들 申喜를 감동시키어 만났다. 이러한 모든 것은 精魂을 다하였기 때문이다. 瓠巴가 거문고를 타자, 물속에서 놀던 고기들도 얼굴을 내밀고 들었다. 伯牙가 거문고를 타자, 수레를 끌던 말도 머리를 들어 올리며 기뻐하였다. 介子가 龍蛇의 노래를 부르니, 晉나라의 文公도 옛일을 생각하여 눈물을 흘렸다.
故玉在山, 而草木潤, 淵生珠, 而岸不枯. 螾無筋骨之强, 爪牙之利, 上食晞堁, 下飮黃泉. 用心一也.
고옥재산, 이초목윤, 연생주, 이안불고. 인무근골지강, 조아지리, 상식희과, 하음황천. 용심일야.
[解釋] 그러므로 玉이 산에 있으면, 초목을 윤택하게 하고, 진주가 깊은 연못에서 생겨나면, 물가의 초목들도 마르지 않는다. 지렁이는 억세고 강한 근골을 지니지 못하였고, 손톱이나 치아의 날카로움을 갖추지 못하였지만, 위로는 마른 흙 껍질을 먹고, 아래로는 黃泉의 물을 마신다. 마음을 쓰는 곳이 오로지 하나이기 때문이다.
淸之爲明, 杯水見眸子. 濁之爲闇, 河水不見太山. 視日者眩, 聽雷者聾. 人無爲則治, 有爲則傷. 無爲而治者載無也. 爲者不能有也. 不能無爲者, 不能有爲也.
청지위명, 배수견모자. 탁지위암, 하수불견태산. 시일자현, 청뢰자농. 인무위즉치, 유위즉상. 무위이치자재무야. 위자불능유야. 불능무위자, 불능유위야.
[解釋] 맑은 물의 밝기를 본다면, 杯盤에 가득찬 물에도 눈동자가 비친다. 흐린 물의 어둡기를 본다면, 黃河의 물에도 泰山의 그림자를 볼 수가 없다. 햇빛을 바라보는 자는 눈이 부시고, 우레 소리를 듣는 자는 귀 울음이 멎지 않는다. 사람이 無爲를 하면 곧 만사가 잘 풀려 나가는데,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면 장애가 생기기 마련이다. 無爲이면 만사가 잘 풀려 나가는 것은 無를 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행하고자 하는 자는 능히 無爲로 있을 수가 없다. 無爲로 있을 수가 없는 자는, 어떤 일을 해도 이루어 낼 수가 없다.
人無言而神, 有言者則傷. 無言而神者載無. 有言則傷其神之神者. 鼻之所以息, 耳之所以聽, 終以其無用者爲用矣.
인무언이신, 유언자즉상. 무언이신자재무. 유언즉상기신지신자. 비지소이식, 이지소이청, 종이기무용자위용의.
[解釋] 사람이 말이 없으면 神을 얻을 수가 있지만, 무엇인가를 지껄이게 되면, 곧 장애가 생기게 된다. 無言으로 있으면서 神을 얻는다는 것은, 그것에 無를 행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무엇인가를 지껄이고 있으면 그 神을 잃고 만다. 이 神[精神]인 것은 코가 숨을 쉬는 鼻孔, 귀가 소리를 듣는 연고[耳孔]와 같아서, 결국에는 有形인 코나 귀의 그 無用인 鼻孔, 耳孔의 空虛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物莫不因其所有, 而用其所無. 以爲不信, 視籟與竽. 念慮者不得臥. 止念慮, 則有爲其所止矣. 兩者俱忘, 則至德純矣.
물막불인기소유, 이용기소무. 이위불신, 시뢰여우. 념려자부득와. 지념려, 즉유위기소지의. 양자구망, 즉지덕순의.
[解釋] 물체는 그것이 有形인 것으로 인하여, 無形인 힘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籟나 竽를 잘 살펴보라. 思念하는 자는 편히 누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 思念을 그치려고 하여도, 그것을 하지 않고자 하는 의지가 있게 된다. 이 두 가지 것을 모두 잊어버린다면, 그 至德은 순수한 것이 되리라.
03
聖人終身言治, 所用者非其言也. 用所以言也. 歌者有詩, 然使人善之者, 非其詩也. 鸎鵡能言, 而不可使長. 是何則得其所言, 而不得其所以言.
성인종신언치, 소용자비기언야. 용소이언야. 가자유시, 연사인선지자, 비기시야. 앵무능언, 이불가사장. 시하즉득기소언, 이부득기소이언.
[解釋] 聖人은 평생을 두고 治政에 대하여 말하지만, 쓰이는 것은 그 말이 아니다. 말[言]에서 나오는 根源[眞情]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노래를 부르는 자는 詩를 노래하지만, 그러나 노래를 잘 부르는 자는, 그 詩를 부르는 것이 아니다. 앵무새는 지껄이지만, 그 기능을 향상시킬 수는 없다. 그 이유는 사람이 하는 말을 익힐 수는 있어도, 말을 할 줄 아는 근본을 터득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故循迹者, 非能生迹者也. 神蛇能斷而復續, 而不能使人勿斷也. 神龜能見夢元王, 而不能自出漁者之籠. 四方皆道之門戶牖嚮也, 在所從闚之.
고순적자, 비능생적자야. 신사능단이부속, 이불능사인물단야. 신구능견몽원왕, 이불능자출어자지롱. 사방개도지문호유향야, 재소종규지.
[解釋] 그러므로 마찬가지로 先人의 발자취를 더듬기나 하는 자는, 발자취를 남기는 자는 아니다. 神蛇는 능히 잘려도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는 있는데, 그러나 사람에게 잘리지 않도록 할 수는 없다. 神龜는 능히 元王의 꿈에 현몽할 수는 있었지만, 그러나 스스로 어부의 바구니에서 도망칠 수는 없었다. 사방은 모두 道의 문이자 窓이어서, 어디에서나 도를 엿볼 수가 있다.
故釣可以敎騎, 騎可以敎御, 御可以敎刺舟. 越人學遠射, 叅天而發, 適在五步之內, 不易儀. 世已變矣, 而守其故, 譬猶越人之射也.
고조가이교기, 기가이교어, 어가이교자주. 월인학원사, 참천이발, 적재오보지내, 불역의. 세이변의, 이수기고, 비유월인지사야.
[解釋] 그러한 까닭에 낚시에 의해 乘馬를 가르칠 수가 있고, 승마에 의해서 車御를 가르칠 수 있으며, 車御에 의해 배 젓는 기술을 가르칠 수가 있다. 越나라 사람이 遠射術을 배웠을 때, 하늘을 향해서 화살을 쏘았는데, 과녁이 불과 5步 앞에 있건만, 그 방법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 세상이 이미 변해 버렸건만, 원래의 방법을 지키고 있는 것은, 비유하건대 마치 이 월나라 사람의 射術과도 같은 것이다.
月望日奪其光, 陰不可以乘陽也. 日出星不見, 不能與之爭光也. 故末不可以强於本, 指不可以大於臂.
월망일탈기광, 음불가이승양야. 일출성불견, 불능여지쟁광야. 고말불가이강어본, 지불가이대어비.
[解釋] 달이 차도 해가 그 빛을 빼앗는 것은, 陰은 陽을 上回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해가 뜨면 별이 보이지 않는 것은, 해와 빛을 겨룰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末은 本보다 강해질 수가 없고, 손가락은 팔보다 커질 수가 없다.
下輕上重, 其覆必易. 一淵不兩蛟. 水定則淸正, 動則失平. 故惟不動, 則所以無不動也. 江河所以能長百谷者. 能下之也.
하경상중, 기복필이. 일연불양교. 수정즉청정, 동즉실평. 고유부동, 즉소이무부동야. 강하소이능장백곡자. 능하지야.
[解釋] 아래가 가볍고 위가 무거우면, 뒤집혀 질 것은 뻔한 일이다. 한 연못에 두 마리의 蛟龍은 없다. 물이 안정되어 있으면 맑지만, 움직이게 되면 평형을 잃는다. 그러므로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움직이지 않는 일이 없는 방도라고 하겠다. 大河가 百谷의 長이 될 수 있는 것은 谷川보다, 능히 아래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夫惟能下之, 是以能上之. 天下莫相憎於膠漆, 而莫相愛於氷炭. 膠漆相賊. 氷炭相息也. 牆之壞, 愈其立也. 氷之泮, 愈其凝也. 以其反宗.
부유능하지, 시이능상지. 천하막상증어교칠, 이막상애어빙탄. 교칠상적. 빙탄상식야. 장지괴, 유기입야. 빙지반, 유기응야. 이기반종.
[解釋] 무릇 아주 낮은 위치에 있으므로, 능히 윗자리에 설 수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 아교와 漆만큼 서로 미워하는 것은 없고, 얼음과 숯만큼 서로 사랑하는 사이는 없다. 아교와 칠은 서로 상대방을 해친다. 얼음과 숯은 서로 그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담장이 무너지는 것은, 그것이 서있는 것보다 낫다. 얼음이 녹는 것은, 그것이 固體로 있는 것보다 낫다. 그 大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泰山之容, 巍巍然高, 去之千里, 不見埵堁, 遠之故也. 秋毫之末, 淪於不測. 是故小不可以爲內者, 大不可以爲外矣.
태산지용, 외외연고, 거지천리, 불견타과, 원지고야. 추호지말, 윤어불측. 시고소불가이위내자, 대불가이위외의.
[解釋] 泰山의 모양은, 우뚝하고 높이 서있는데, 천리의 거리에서는, 城土 정도로도 보이지 않는 것은, 거리가 매우 멀기 때문이다. 秋毫의 끝은, 不測의 속으로 깊이 들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그 속을 고려할 수 없는 至小인 동시에, 크기 때문에 밖을 고려할 수 없는 至大인 것이다.
04
蘭生幽谷, 不爲莫服而不芳. 舟在江海, 不爲莫乘而不浮. 君子行義, 不爲莫知而止休.
난생유곡, 불위막복이불방. 주재강해, 불위막승이불부. 군자행의, 불위막지이지휴.
[解釋] 난초가 깊은 골짜기에 나는 경우에, 그것을 몸에 차고 다니는 사람이 없다고 하여, 芳香을 발산하지 않는 일은 없다. 배가 江海에 있는 경우에, 타는 사람이 없다고 하여 떠있지 않는 일은 없다. 군자가 義를 행하는 경우에,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하여 그쳐 버리는 일은 없다.
夫玉潤澤而有光, 其聲舒揚, 渙乎其有似也. 無內無外, 不匿瑕穢, 近之而濡, 望之而隧.
부옥윤택이유광, 기성서양, 환호기유사야. 무내무외, 불닉하예, 근지이유, 망지이수.
[解釋] 무릇 玉은 윤택하기에 빛을 발하는 것이며, 소리는 낙락하고 편안하여, 渙乎함이 군자와 비슷한 점이 있다. 안팎으로 틈도 없고, 흠집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으니, 玉을 가까이 하면 마음이 촉촉이 젖어들고, 멀리서 바라보면 그윽한 곳으로 빨려 들게 된다.
夫照鏡見眸子, 微察秋毫, 明照晦冥. 故和氏之璧, 隨侯之珠, 出於山淵之精, 君子服之, 順祥以安寧, 侯王寶之, 爲天下正.
부조경견모자, 미찰추호, 명조회명. 고화씨지벽, 수후지주, 출어산연지정, 군자복지, 순상이안녕, 후왕보지, 위천하정.
[解釋] 무릇 거울에 비추어 눈동자를 바라보면, 미세한 점은 秋毫의 모습도 분별되고, 어떤 晦冥도 비출 수 있다. 그러므로 和氏의 璧이라든가, 隨侯의 구슬은, 深山과 深淵에 깃든 精氣의 所産으로서, 군자가 그것을 지니고, 서로운 善行에 따르면 安寧을 얻고, 제후나 왕들이 그것을 보물로 지니면, 천하를 바로잡게 되는 것이다.
陳成子恒之劫子淵捷也, 子罕之辭其所不欲, 而得其所欲, 孔子之見黏蟬者, 白公勝之倒杖策也, 衛姬之請罪於桓公, 子見子夏, 曰:「何肥也?」 魏文侯見之反被裘而負芻也, 兒說之爲宋王解閉結也, 此皆微眇, 可以觀論者.
진성자항지겁자연첩야, 자한지사기소불욕, 이득기소욕, 공자지견점선자, 백공승지도장책야, 위희지청죄어환공, 자견자하, 왈:「하비야?」 위문후견지반피구이부추야, 아열지위송왕해폐결야, 차개미묘, 가이관론자.
[解釋] 陳成子 恒[田常]이 子淵捷을 협박하였던 일이나, 子罕이 자신의 원치 않는 것[뇌물의 寶玉]을 거절하여, 그가 욕심이 없음을 인정받게 된 일이나, 孔子가 끈끈한 풀로 매미를 잡는 자를 보고 탄복한 일이나,
白公勝이 채찍을 거꾸로 잡고 있던 일이나, 衛姬가 죄를 桓公에게 청하였던 일이나, 曾子가 子夏를 만나서, 말하기를, 「어째서 그렇게 살이 쪘소?」라고 물었던 일이나, 魏나라 文侯가 가죽옷을 뒤집어 입고 풀을 등에 지고 있는 것을 보았던 일이나, 兒說이 宋王을 위하여 풀리지 않는 매듭을 풀어 주었던 일 등, 이러한 일들은 모두 심오한 일들로서, 잘 관찰한 다음에 논해야 한다.
人有嫁其子, 而敎之曰:「爾行矣, 愼無爲善.」 曰:「不爲善, 將爲不善邪?」 應之曰:「善且由弗爲, 況不善乎?」 此全其天器者. 拘囹圄者, 以日爲脩, 當死市者, 以日爲短. 日之脩短有度也.
인유가기자, 이교지왈:「이행의, 신무위선.」 왈:「불위선, 장위불선야?」 응지왈:「선차유불위, 황불선호?」 차전기천기자. 구영어자, 이일위수, 당사시자, 이일위단. 일지수단유탁야.
[解釋] 딸을 시집보내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딸에게 교훈을 주면서 말하기를, 「어서 가거라. 삼가고 삼가되 선행 따위는 해서는 안 된다.」고 하자, 그 딸이 묻기를, 「善行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不善을 하라는 것입니까?」고 하자, 그는 딸에게 이렇게 응답하였다. 「선행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인 즉, 더구나 不善은 해서는 안 된다?」 이 사람이야말로 자신의 천성을 온전하게 한 것이다. 감옥에 구금되어 있는 사람은, 하루를 길다고 생각하고, 저자의 거리에서 처형을 받게 되어 있는 사람은, 하루를 짧다고 여긴다. 하루의 길고 짧음에는 定해진 것이 있기 마련이다.
有所在而短, 有所在而脩也, 則中不平也. 故以不平爲平者, 其平不平也. 嫁女於病消者, 夫死則後難復處也. 故沮舍之下, 不可以坐, 倚墻之傍, 不可以立.
유소재이단, 유소재이수야, 즉중불평야. 고이불평위평자, 기평불평야. 가녀어병소자, 부사즉후난부처야. 고저사지하, 불가이좌, 의장지방, 불가이립.
[解釋] 어떤 곳에서는 짧다고 하는 곳이 있고, 어떤 곳에서는 길다고 하는 곳이 있는 것은, 곧 마음속이 平靜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평정하지 못한 것을 평정한 것으로 여긴다면, 그 평정한 것은 평정하지 않은 것이 되는 것이다. 딸을 消渴에 걸린 사내에게 시집을 보냈다가, 그 남편이 죽으면 그 후에는 다시 다른 집에 시집을 보내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무너질 집 아래에는, 앉아서는 안 되는 것이며, 기울어진 벽[墻] 옆에는, 서 있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05
執獄牢者無病. 罪當死者肥澤. 刑者多壽, 心無累也. 良醫者常治無病之病, 故無病.
집옥뢰자무병. 죄당사자비택. 형자다수, 심무루야. 양의자상치무병지병, 고무병.
[解釋] 감옥을 관장하는 자는 병에 걸리지 않는다. 죄가 무거워 사형의 판결을 받은 자는 살이 찌고 윤기가 난다. 宮刑에 처해진 사람들 중에는 장수를 누리는 자가 많은 것은, 마음에 정욕의 번뇌가 없기 때문이다. 훌륭한 의사는 항상 無病의 病을 다스리므로, 그래서 병에 걸리는 일이 없다.
聖人者, 常治無患之患, 故無患也. 至巧不用劒. 善閉者不用關楗. 淳于髡之告失火者, 此其類.
성인자, 상치무환지환, 고무환야. 지교불용검. 선폐자불용관건. 순우곤지고실화자, 차기류.
[解釋] 聖人은, 항상 無患의 患을 다스리므로, 그래서 우환을 당하는 일이 없다. 대저 至巧한 자는 칼을 사용하지 않는다. 문단속을 잘하는 자는 자물쇠 따위를 사용하지 않는다. 淳于髡이 失火를 예고했던 것은, 이런 부류와 같은 것이다.
以淸入濁, 必困辱. 以濁入淸, 必覆傾. 君子之於善也, 猶采薪者, 見一介掇之, 見靑葱則拔之.
이청입탁, 필곤욕. 이탁입청, 필복경. 군자지어선야, 유채신자, 견일개철지, 견청총즉발지.
[解釋] 맑은 사람을 흐린 사람들 사이에 넣으면, 틀림없이 괴로워하며 욕을 당하게 될 것이다. 흐린 사람을 맑은 사람들 사이에 넣으면, 틀림없이 뒤집어 지고 말 것이다. 군자가 선행에 나서는 것은, 비유하자면 나무꾼이, 한 조각 나무토막을 보면 그것을 줍고, 靑葱을 보게 되면 그것을 뽑는 것과 같은 것이다.
天二氣則成虹, 地二氣則泄藏, 人二氣則成病. 陰陽不能且冬且夏.
천이기즉성홍, 지이기즉설장, 인이기즉성병. 음양불능차동차하.
[解釋] 하늘에서 두 氣가 싸우면 무지개를 만들고, 땅에서 두 氣가 싸우면 감추어 두었던 더러운 것들을 쏟아내며, 사람에게서 두 氣가 싸우게 되면 병에 걸리게 된다. 陰과 陽 두 기가 멸하고 자라는 것은 동시에 겨울[陰]이며 여름[陽]일 수가 없다.
月不知晝, 日不知夜. 善射者發不失的, 善於射矣, 而不善所射.
월부지주, 일부지야. 선사자발불실적, 선어사의, 이불선소사.
[解釋] 달은 낮을 알지 못하고, 해는 밤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쏘기를 잘하는 사람은 쏘아서 과녁에 맞지 않는 일이 없는데, 쏘는 쪽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쏘아지는 과녁에게 있어서는 귀찮은 일인 것이다.
善釣者無所失, 善於釣矣, 而不善所釣. 故有所善, 則不善矣.
선조자무소실, 선어조의, 이불선소조. 고유소선, 즉불선의.
[解釋] 낚시를 잘하는 사람은 놓치는 일이 없는데, 낚시꾼에게 있어서는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낚이는 쪽에서는 좋지 못한 일인 것이다. 그러므로 선한 것은, 선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鐘之與磬也, 近之則鍾音充, 遠之則磬音章. 物固有近不若遠, 遠不如近者. 今曰稻生於水,
而不能生於湍瀨之流.
종지여경야, 근지즉종음충, 원지즉경음장. 물고유근불약원, 원불여근자. 금왈도생어수,
이불능생어단뢰지류.
[解釋] 鐘과 함께 경쇠[磬]라는 것은, 가까이 들으면 종소리가 웅장하고 크게 들리지만, 멀리서 듣게 되면 경쇠 소리가 더 확실하게 들려온다. 사물에는 본디부터 가까운 것이 먼 것에 미치지 못하기도 하고, 먼 것이 가까운 것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있다. 오늘날 벼라고 하는 것은, 물속에서 자란다고 말하지만, 그러나 급한 여울이 흐르는 속에서는 능히 자라날 수는 없다.
紫芝生於山, 而不能生於盤石之上. 慈石能引鐵, 及其於銅, 則不行也. 水廣者魚大, 山高者木脩. 廣其地, 而薄其德, 譬猶陶人爲器也. 揲埏其土, 而不益厚, 破乃愈疾.
자지생어산, 이불능생어반석지상. 자석능인철, 급기어동, 즉불행야. 수광자어대, 산고자목수. 광기지, 이박기덕, 비유도인위기야. 설연기토, 이불익후, 파내유질.
[解釋] 紫芝는 산속에서 자라난다고 하지만, 盤石의 위에서는 능히 자라날 수가 없다. 慈石은 능히 쇠붙이를 끌어당긴다고 하지만, 구리에 대해서는, 그러한 일이 통용되지 못한다. 물속이 넓으면 물고기도 많고, 산이 높으면 나무도 크게 자라난다. 그 영토만 넓히고, 그러나 德을 얇게 하는 것은, 비유하건대 陶藝家가 土器를 만드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 흙을 반죽해서 잡아 늘인다고 하여도, 두께가 있도록 하지 않으면, 한층 더 잘 파괴되어 버리는 것이다.
聖人不先風吹, 不先雷毁, 不得已而動. 故無累. 月盛衰於上, 則蠃蠪應於下. 同氣相動, 不可以爲遠.
성인불선풍취, 불선뢰훼, 부득이이동. 고무루. 월성쇠어상, 즉라롱응어하. 동기상동, 불가이위원.
[解釋] 聖人은 바람보다 앞서는 불어대는 법이 없고, 우레보다 앞서서 훼손하는 일이 없으며, 부득이한 경우에만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累가 되는 일이 없는 것이다. 달이 하늘 위에서 차고, 이지러지면 大蛤은 바다 밑에서 호응을 한다. 氣를 함께하는 것이 서로 함께 움직일 때는, 가히 멀어지는 일은 없다.
06
執彈而招鳥, 揮梲而呼狗, 欲致之, 顧反走. 故魚不可以無餌釣也, 獸不可以虛器召也. 剝牛皮鞹, 以爲鼓, 正三軍之衆. 然爲牛計者, 不若服於軛也.
집탄이초조, 휘탈이호구, 욕치지, 고반주. 고어불가이무이조야, 수불가이허기소야. 박우피곽, 이위고, 정삼군지중. 연위우계자, 불약복어액야.
[解釋] 탄력이 있는 활을 손에 들고 새를 부른다든가, 몽둥이를 휘두르며 개를 부르거나 한다면, 이것들을 불러 모으기는 커녕, 도리어 놓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물고기는 미끼를 주지 않고 낚을 수가 없으며, 짐승은 비어 있는 그릇으로 속일 수가 없는 것이다. 소가죽을 벗기고 털을 뽑아낸 다음에, 북을 만들면, 三軍의 무리들도 곧게 움직이게 된다. 그렇기는 하지만 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멍에를 메고 있는 편이 훨씬 나은 것이다.
狐白之裘, 天子被之而坐廟堂. 然爲狐計者, 不若走於澤. 亡羊而得牛, 則莫不利失也. 斷指而免頭, 則莫不利爲也. 故人之情, 於利之中, 則爭取大焉, 於害之中, 則爭取小焉.
호백지구, 천자피지이좌묘당. 연위호계자, 불약주어택. 망양이득우, 즉막불리실야. 단지이면두, 즉막불리위야. 고인지정, 어리지중, 즉쟁취대언, 어해지중, 즉쟁취소언.
[解釋] 새하얀 여우 가죽옷은, 天子가 그것을 걸치고 廟堂에 앉게 된다. 그렇기는 하지만 여우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진흙의 구덩이를 뛰어 돌아다니는 편이 훨씬 나은 것이다. 양을 놓치고 소를 얻었다고 한다면, 잃은 것을 벌충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가 없다. 손가락을 잘리고 목이 베이는 것을 면했다고 한다면, 그러한 행위를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가 없다. 그러므로 사람의 情이라고 하는 것은, 이익의 경우에는, 다투어 큰 것을 취하는 것이고, 손해가 되는 경우에는, 다투어 작은 쪽을 취하는 것이다.
將軍不敢騎白馬. 亡者不敢夜揭炬. 保者不敢畜噬狗. 雞知將旦, 鶴知夜半, 而不免於鼎俎. 山有猛獸, 林木爲之不斬.
장군불감기백마. 망자불감야게거. 보자불감축서구. 계지장단, 학지야반, 이불면어정조. 산유맹수, 임목위지불참.
[解釋] 장군은 고의로 白馬를 타고 과시를 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 도망을 치는 자는 일부러 밤중에 횃불을 치켜드는 짓은 하지 않는다. 술집의 주인은 일부러 사람을 물어뜯는 개를 기르지는 않는다. 닭은 새벽에 시간을 알리고, 학은 밤중을 알리지만, 도마 위에 오르고 솥에서 삶아지는 운명을 면하게 할 수는 없다. 산에 맹수가 살고 있으면, 그 덕택에 삼림의 수목은 잘려지는 일이 없다.
園有螫蟲, 藜藿爲之不采. 爲儒而踞里閭, 爲墨而朝吹竽, 欲滅迹而走雪中, 拯溺者而欲無濡, 是非所行, 而行所非. 今夫闇飮者, 非嘗不遺飮也.
원유석충, 여곽위지불채. 위유이거리여, 위묵이조취우, 욕멸적이주설중, 증닉자이욕무유, 시비소행, 이행소비. 금부암음자, 비상불유음야.
[解釋] 庭園에 쏘는 벌레인 독충이 살고 있으면, 그 덕택에 명아주나 콩 잎은 부지할 수가 있게 된다. 儒者이면서 村里에 숨어 살거나, 墨家이면서 조정에 앉아 피리나 부는 자가 있거나, 눈 속에서 그 발자국의 흔적을 없애려 하는 자가 있거나, 물에 빠진 사람을 건지려고 하면서 물에 젖지 않으려는 것, 이러한 사람들은 그 행위를 부정하면서도, 부정하는 것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밤중에 술을 마시는 자는, 틀림없이 과음을 하게 마련이다.
使之自以平, 則雖愚無失矣. 是故不同於和而可以成事者, 天下無之矣. 求美則不得美, 不求美則美矣. 求醜則不得醜, 求不醜, 則有醜矣. 不求美, 又不求醜, 則無美無醜矣. 是謂玄同.
사지자이평, 즉수우무실의. 시고부동어화이가이성사자, 천하무지의. 구미즉부득미, 불구미즉미의. 구추즉부득추, 구불추, 즉유추의. 불구미, 우불구추, 즉무미무추의. 시위현동.
[解釋] 스스로 平靜을 가지도록 힘쓴다면, 아무리 어리석은 자라 하더라도 과오를 범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和에 同和하지 않고 일을 이루어 내는 자란, 천하에 아직 있지 아니 하였다. 美를 구하더라도 美는 얻어지지 않지만, 美를 구하지 않으면 단지 美일 뿐이다. 醜를 구하더라도 醜는 얻어지지 않지만, 醜하지 않은 것인 아름다운 것을 구한다고 한다면, 곧 그것이 醜인 것이다. 美를 구하지 않으면서, 또 醜를 구하지 않으면, 美도 없고 醜도 없는 것이 된다. 이를 일러 玄同이라 말한다.
申徒狄負石, 自沈於淵而溺者不可以爲抗. 弦高誕而存鄭, 誕者不可以爲常. 事有一應而不可循行. 人有多言者, 猶百舌之聲. 人有少言者, 猶不脂之戶也. 六畜生多耳目者不詳.
신도적부석, 자침어연이닉자불가이위항. 현고탄이존정, 탄자불가이위상. 사유일응이불가순행. 인유다언자, 유백설지성. 인유소언자, 유불지지호야. 육축생다이목자불상.
[解釋] 申徒狄은 돌을 등에 짊어지고, 스스로 연못에 몸을 던졌지만, 그러나 물에 빠지는 것을 고상한 행위라고는 말할 수 없다. 弦高는 속임수로써 鄭나라를 구하였으나, 그러나 속임수를 상투적인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사물에는 한 번은 적응을 하더라도 반복하여 행하여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사람 중에는 말이 많은 자가 있는데, 마치 百舌이 지저귀는 것과 같다. 사람 중에는 말이 없는 자가 있는데, 마치 기름을 칠하지 않은 문[戶]과 같다. 여섯 가지 가축으로 태어나 눈과 귀가 많은 것은 불길한 것이다.
讖書著之. 百人抗浮, 不若一人挈而趨. 物固有衆而不若少者. 引車者二六而後之. 事固有相待而成者. 兩人俱溺, 不能相拯, 一人處陸則可矣. 故同不可相治. 必待異而後成.
참서저지. 백인항부, 불약일인설이추. 물고유중이불약소자. 인거자이육이후지. 사고유상대이성자. 양인구닉, 불능상증, 일인처륙즉가의. 고동불가상치. 필대이이후성.
[解釋] 讖書에도 그렇게 저술되어 있다. 백사람이 표주박을 들어 올리는 것보다, 단 한 사람이 손에 들고 가는 편이 낫다. 사물에는 아무리 많더라도 적은 것만 못한 것이 있다. 수레를 끄는 데에 12명이 달려들면 도리어 늦어지고 만다. 사물에는 상대방이 있어야 비로소 성립되는 것이 있다. 두 사람이 함께 물에 빠지면, 서로 구해줄 수가 없지만, 한 사람이 뭍에 있다면 능히 구해줄 수가 있다. 그러므로 같은 것끼리는 서로 다스릴 수가 없다. 반드시 다른 것이어야만 이루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