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 자주하는 질문
고시반에 상주하다보니 많은 실원분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대략 15명 정도와 30분~2시간 정도 대화를 나눠봤는데 다들 비슷한 고민과 질문사항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몇 가지 공통된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작성해보겠습니다.
① 하루에 몇시간 공부하셨나요?
3월부터 고시반에 계셨던 분들은 제가 OT때부터 말씀드렸지만, 저는 인풋 대비 아웃풋이 매우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투입시간을 매우 많이 가져갔습니다. 저는 하루 공부가 끝나면 그날 공부시간을 노트에 기록해뒀는데, 이번 합격수기를 작성하기 위해 모두 취합해보니 대충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주별 공부시간입니다. 공부를 시작한 초반에는 1주일에 80시간정도 해오다가 점진적으로 공부시간을 늘려가 마지막에는 100시간 이상 공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그래프 가운데는 추석과 예비군훈련이 있었습니다.)
일요일에는 보통 7~8시간정도 공부를 했으니까 월~금까지는 평균 12~13시간 정도 많게는 15시간~16시간 정도 한 것 같습니다. 토요일에는 고시반 실원들과 저녁식사를 하기도 했기 때문에 평일에 비해 1시간 정도 적게 공부한 것 같습니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원하시는 분들께는 엑셀로 공부시간을 기록해둔 파일을 공유해드리겠습니다.
그러나 공부시간이 합격의 척도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말씀드렸듯이 저는 인풋 대비 아웃풋이 떨어지는 편이라서 하루에 오랜시간 공부 할 수 밖에 없었고, 다른사람들보다 뛰어난 체력을 가졌다고 자신했기에 이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리듬이 있습니다. 누가 몇시간을 공부했다고 해서 본인도 그러한 공부시간을 따라가기보다는 본인만의 리듬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부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수면시간을 줄이는 분들이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수면시간을 줄이는 것보다는 깨어있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본인의 하루일과를 작성해보고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시간을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한 부분만 개선해도 취침시간은 동일하면서 더 많은 시간 공부를 하실수 있을겁니다.
② 주변으로부터 유혹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저는 주변 유혹을 쉽게 이겨내지 못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애초에 주변 유혹이 없는 환경을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친구들과 연락을 자주하면 약속도 자주 생길것이고 공부할 시간이 많이 줄어들거라 생각해서 수험생활을 지내기 직전에 카카오톡을 탈퇴하고 폴더폰으로 교체를 했고, 지갑에 돈이 있으면 제가 싼 도시락보다 식당음식을 자주 사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용돈 또한 도시락을 쌀수 있는 최소금액인 매달 15만원만 받았습니다. 주변 유혹에 노출되었을 때 이를 이겨내고 공부를 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저는 절대 못합니다. 실제로 저는 수험기간 동안 술을 절대 먹지 않기로 다짐했지만 2019년 4월 고시반 첫 회식때부터 7월 체육대회, 9월 회식, 11월 회식때마다 12시 넘어서까지 술을 마셨습니다. 따라서 저는 주변 유혹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폴더폰을 쓰니까 친구들과 연락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집에 와서는 할게없어서 바로 잠에들고, 바로 출근할 수 있었고 돈이 없으니까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일요일에는 맛있는 저녁을 사먹고 집에 노트북을 들고 퇴근해서 밀린 축구와 유튜브를 감상했습니다.) 주변 유혹이 다가왔을 때 이를 이겨낼 생각보다는 유혹 자체가 없는 환경을 만드시는 것도 한번 고려해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③ 쉴 때 뭐하는지?
저는 일요일도 평소와 동일한 시간에 출근을 해서 5시까지 공부를 하고 퇴근했습니다. 퇴근할 때 장을 봐서 애정하는 감스트 유튜브를 틀어놓고 세탁기를 돌린채 도시락 반찬을 만들었습니다. 집안일이 모두 끝나면 자기전까지 축구를 보거나 웹툰을 보고 하루를 마무리 했습니다.
④ 가로풀기??
저는 가로풀기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객관식 문제를 풀 때 가로풀기를 하면 오히려 깊이 있는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가로풀기를 함으로써 전 범위를 빠르게 볼수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가로풀기를 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인 것 같습니다. 챕터마다 깊이있는 공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가로풀기 보다는 순서대로 풀이하시는 것이 도움이 될것이고, 개념이 휘발되는 것을 막고 빠르게 전범위를 훑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가로풀기를 하는 것이 도움 될것입니다.
⑤ 정말 실력이 늘까요?
정말 열심히 하셨다면, 10월부터 12월까지 실력이 크게 상승하실거고, 1, 2월에 한번 더 실력이 큰 폭으로 상승할겁니다. 제가 산 증인이기에 약속드릴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초시생 분들이 많게는 1년, 적게는 2~3개월정도 공부를 하셨을겁니다. 꽤 오랜기간 공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개념을 까먹고 문제를 틀리는 본인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감이 많이 추락할텐데, 걱정 말라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공부를 머릿속에 집어넣는 공부라고 비유를 하면, 앞으로 시작할 객관식 공부는 집어넣은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함과 동시에 이를 점수화하는 공부입니다. 아직 객관식 책을 펼치지도 않은 현재 본인의 실력에 주눅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⑥ 재능 vs 노력??
CPA 시험은 머리보다는 엉덩이로 하는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냉정하게 말하면, CPA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 중에 소위 ’천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서울대학교 합격자 수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천재‘들은 행정고시나 로스쿨을 준비하지 CPA 시험은 많이들 준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시험에 재능이 있으면 훨씬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고, 남들보다 적은 노력으로 시험에 합격하실 수 있을겁니다. 그러나 이러한 재능이 조금은 부족할지라도 충분히 노력하시면 합격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CPA 공부를 해보면서 느낀게 이 시험은 어느정도의 예외는 있을 수 있지만 그나마 노력과 결과가 비례하는 시험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 노력을 하신다면 정말 피나는 노력을 하셔야합니다. 김현식 강사님께서는 수업중에 ’여기서 안힘든 사람은 절대없다. 힘든게 당연하니까 울면서 버텨라‘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어떤식으로 공부를 하든지 1년 이상 공부를 하면 지치고 힘이든게 당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행복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시면서 끝까지 이겨내셔야 합니다. 저는 힘들때마다 합격하고 마이너스 통장으로 뭘 살지, 부모님 선물은 뭘 사드릴지 등을 생각하곤 했습니다. 물론 번아웃이 찾아올 정도로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시면 안됩니다. 지금 시기정도라면 어느정도 루틴한 생활을 하시면서 본인만의 리듬을 찾아놓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이 고정되어 있지 않은 분들은 서둘러서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고정시키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노력도 재능이라고 말을 합니다. 노력이 재능이라면 우리의 인생은 태어날때의 재능만으로 이미 모든게 결정된다는 소리인데, 이렇게 생각하면 제 자신이 너무 수동적으로 변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노력은 재능이 아닌 것 같습니다 ㅎㅎ....
⑦ 단권화
단권화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단권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실제 1차 시험장이나 2차 시험장을 가시면 단권화를 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볼 수 있을겁니다. 저는 단권화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사람 by 사람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수능공부를 하거나 학교 공부를 할 때 단권화를 하셔서 좋은 결과를 얻으신 경험이 있는 분들은 단권화를 추천드립니다. 그러나 이전에 단권화를 해본경험이 없으신 분들은 굳이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저는 후자에 해당했는데, 1차시험이 임박해서 단권화를 해보려고 노력한 적이 있습니다. 중요한 어떤 내용을 옮겨적다보니 다른 내용도 중요해 보여서 옮겨적고 있고,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단권화가 아니라 그냥 책을 옮겨적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단권화를 포기하고, 마무리 정리를 할 때 서브노트와 기출문제 위주로만 봤습니다. 참고하셔서 본인에게 맞는 의사결정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⑧ 도시락 메뉴
맛있는 걸 먹겠다는 생각보다는 끼니를 때운다는 생각으로 도시락을 쌌습니다. 저는 주말을 제외한 일주일동안 점심,저녁메뉴가 동일했습니다. 요리를 잘 못해서 제육볶음, 동그랑땡, 치킨너겟, 팝콘치킨, 오징어채, 장조림, 불고기 중에서 세가지를 선택하고 일요일에 해당 메뉴를 일주일치만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냉장고에 보관해뒀다가 아침마다 데워서 싸가지고 다녔습니다. 가끔 너무 먹기싫을때는 사먹기도 했지만 앞서 설명했듯 용돈이 너무 적었기에 보통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이렇게 사는것은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ㅎㅎ;
그동안 실원분들이 해주신 이외의 다른 질문들은 제가 깜빡했거나 개인적인 질문들이라 여기에 작성하지는 않았습니다. 혹시나 댓글로 궁금한 점을 질문해주신다면, 여기에 업데이트하겠습니다. 카톡으로 연락을 주시거나 제 자리에 찾아오시는 것도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VII. 마치며
‘과연 내가 회계사가 될수 있을까?’ 라는 불확실한 생각을 가지고 오랜기간 묵묵히 공부를 해오다보니 어느새 시험합격을 하고, 삼일회계법인과 한영회계법인 입사지원도 최종합격하였습니다. 최종합격을 하고 짧은 시간이 지났지만 정신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많은 것이 변화하였습니다.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도 동네에 걸린 플래카드를 보고 다시 연락을 해주었고, 먹고싶었던 음식들을 먹으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것들이 수험생활을 하기 이전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힘들게 보냈던 수험생활이 이제는 추억으로 느껴진다는게 참으로 놀랍습니다.
저도 얼마전까지 수험생활을 보냈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지금 느끼고 있을 불안한 감정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1년에 한번 보는 시험의 특성상 떨어지면 1년을 다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굉장한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럴때마다 시험에 진입하기 전에 가졌던 마음가짐을 떠올리곤 했습니다. 어떤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지도 몰랐으면서 무조건 회계사는 될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했던 그 당시를 생각하며 다시한번 용기를 얻곤 했습니다. 대부분의 실원분들 또한 초시동차를 꿈꾸면서 이 시험에 진입하셨을 겁니다. 그때의 유쾌했던 본인 모습을 생각하시면서 꿈을 현실로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로 실원분들이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고, 20대라는 나이가 정말 가치있는 시기라는 것을 알고있기에 여러분들이 정말 잘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의 합격과 관련해서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그리고 내년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첫댓글 좋은 합격수기 너무 감사합니다~ 도시락 메뉴도 공개 가능할까요?
⑧에 추가했습니다~!
좋은 합격수기에 많은 자극 얻어갑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 힘들때마다 보면서 더욱 힘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진명님 내년에 꼭 좋은결과가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화이팅하세요!
좋은 글 너무 감사합니다 합격 축하드려요 !!~
감사합니다 다희님. 내년에 꼭 합격하시길 응원하겠습니다!
합격수기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봤네요 죄송합니다 휘호님. 열심히 공부하시는 모습 너무 멋있습니다. 내년에 좋은 결과있길 응원하겠습니다!
명환님 멋져요
세법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형 ㅠ 덕분에 시간 맞출수 있었습니다 ㅎㅎ
너무 멋져요~~
정준 센빠이도 지금처럼 쭉 화이팅하세욥!!!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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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봤네요...! 감사합니다 준호님!! 날 많이 추워졌는데 건강 유의하시면서 화이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