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드디어 아들 결혼 날 이다
준비는 다 하느라고 했지만 잠자리에 누워서도 잠이 오질 않는다
마누라와 하나하나 꼽으며 점검을 또 해본다.
밤은 깊어만 가는데 말똥거리는 눈은 감기질 않는다.
새벽녘에 잠깐 잠들었다가 일어나 꼭두새벽부터 설쳐 댔다.
마누라는 작은 아들 차에 타고 일찍이 예식장을 향해 출발 하고 나는 대절 버스를 이용해 축하 하객들을 모시고 청주 예식장으로 나갔다.
걱정과는 달리 예식장 안내요원에 따라 아들의 결혼식은 착착 잘 진행 되었다.
폐백까지 받고 신혼여행을 떠나보내고 늦은 점심을 먹고 나니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접수를 맡았던 막내 남동생이 예식장 비용 까지 계산을 다 끝마친 후 돈 가방을 돌려준다.
축의금이 많이 들어 와 비용 다 계산해주고도 2.000여 만 원이 남은 거라 한다.
내일이 일요일이라 출근들을 하지 않는 날이라 칠남매 모두 우리 집으로 몰려 왔다.
술판을 벌려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꽃으로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
어둠이 밀려오자 예식장으로 오지 못했던 많은 손님들이 찾아 왔다.
밤 9시가 넘어 나는 펜션으로 왔다.
형제들과 좀 더 시간을 갖고 이야기 하고 싶었으나 피곤하기도 하거니와 펜션에 손님도 몇 팀 있고 집에서 모두 잠자기는 좁기도 했다.
펜션에 도착 하니 삼겹살을 구워 술잔을 돌리고 있던 손님들께서 결혼식 잘 치뤘냐 고 먼저 인사를 한다.
예약한 손님들에게 아들 결혼이 있어 맞이하질 못하니 양해 해달라고 사전에 폰으로 알려주었음이다.
방안에 들어오니 몹시 피곤하다.
샤워를 대충 하고는 곧바로 꿈나라로 떠났다.
눈을 뜨니 벌써 창밖이 환해져 왔다.
밖으로 나오니 상큼한 새벽 공기가 가슴속을 시원스레 어루만져주는 듯하다.
앞 개울물을 조루에 가득히 퍼 담아 분재 화분에 물을 주곤 밤나무 아래로 가니 알밤이 많이도 떨어져 있다.
한바가지나 가득히 주웠다.
마누라한테 폰이 왔다.
형제들 모두 모였으니 일찍 나와 식사 함께 하잖다.
축의금 돈 가방도 방안에 있어 문을 잠그고 집으로 달려와 아침 식사를 하고 일찍 돌아가는 형제들 배웅하고 성당에 가 주일 미사 참례하고 어제 인사 오지 못한 손님들을 또 맞이하며 주일날도 분주 하게 보냈다.
이날도 밤 9시가 넘어서야 펜션에 오니 손님들은 모두 돌아가고 썰렁한 빈집이다.
손님들이 사용한 방마다 켜져 있는 전등을 끄곤 잠자리에 들었다.
눈을 뜨니 새벽 4시가 조금 안됐다.
오늘도 할 일이 많기에 벌떡 일어나 돈 가방을 찾았다.
받은 봉투들을 정리해야 했고 큰돈이니 오늘은 예금도 해야 한다.
어라~ 돈 가방이 보이질 않는다.
분명히 돈 가방을 방에 가져다 잘 둔거 같은데 안 보인다.
작은 방을 샅샅이 뒤지고 장롱속도 컴프텨 장도 몽땅 다 뒤졌으나 보이질 않는다.
혹시 차에 그냥 두었나 싶어 차속도 다 뒤졌지만 보이질 않았다.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어쩐 일인가? 도둑이 들었나?
문도 다 잠그고 나갔는데 어떻게 훔쳐갈까?
아니지 도둑은 저까짓 잠금장치야 식은 죽 먹기 곘지.
그럼 어쩐다?
경찰에 신고를 해야겠지?
아 다행히 감시 카메라가 펜션 곳곳을 녹화하고 있으니 어떤놈이 훔쳤는지 금방 알겠지 생각을 하곤 감시카메라 모니터를 켜니 이런이런 카메라가 꺼져 녹화도 안 되고 있다.
조용한 밤엔 기계소리가 시끄러워 곧잘 끄고 자는데 어젯밤에도 끄고 잔 것이다.
난 그만 털썩 주저앉았다.
가슴은 쿵쾅쿵쾅 요동을 치고 호흡도 빨라진다.
이천 몇 백 만원이나 되는 큰돈인데 어쩌나. 어쩌나.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아 경찰에 신고한들 잡을 수도 없겠고 이일을 어쩔까~
방바닥에 벌렁 누웠다.
진정 해야 한다.
다시 한 번 더 찾아보자.
이제 안 찾아 본 곳이 어딜까?
누운 채로 사방을 다 살펴봤다.
옷걸이가 눈에 뛴다,
벌떡 일어나 잔뜩 걸린 옷들을 하나씩 내렸다.
아~ 여기 있었다.
반가움에 와락 끌어안고 지퍼를 여니 돈다발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
눈물이 나도록 기뻤다.
지옥에서 천당을 나온들 이렇게 기쁠까~
속이 텅 빈 내 머리를 주먹으로 쥐어박으며 크게 웃음을 날렸다.
첫댓글 잃어버린 물건을 다시 찾은 기쁨은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겠지요?
지옥에 떨어졌다가 천당으로 올라선 기쁨~~
네 너무나 놀라 글감이 되었습니다
부족한글 읽어주시고 댓글 까지 달아주셔서 감사 합니다
아이고~ 제가 다 시껍~했습니다. ^^
감사합니다
대소사를 치르다보면 놓치는 일이 한두가지 아니죠.
그래도 그런 경험으로 지난 일을 복기해 보는 즐거움과 그것으로 글을 쓰게 되는 기쁨이 따르게 되죠.
잘 읽었습니다.
부족한글 읽어 주셔서 감사 합니다
정신없이 살다 보면 그런 일이 한두 번인가요. 저도 아들 결혼식 날 자동차 키를 들고 다니다 어디다 놓았는지 찾다가 앞마당에 세워 놓고 딴차를 이용했어요. 끝나고 와보니 화장실 물통 위에 있지 뭐예요..
정신 없음 너나 없이 같은가 봐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