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골프에 스며들다.

[하늘호수]

= 파크 골프에 스며들다. =

                                                                                                                                                     이 정숙

운동을 시작한 지 벌써 10개월이 되어간다. 퇴근하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출근 도장 찍듯이 대천 구장으로 간다.

파크골프를 시작하기 전에는 나이 드신 시니어 분들이 치는 정도로 알고 있었다.

막상 시작을 하면서 나이와는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막연히 걷는 것은 지루해서 걷기 운동을 멀리 했었다. 그러나 파크골프는 한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파크골프채 하나와 공만 있으면 혼자서도 칠 수 있어서 좋다. 여러 명이 함께 쳐도 좋고 예약을 하지 않아도 아무 때나 칠 수 있고 과격한 운동이 아니어서 자유로운 것이 맘이 들었다.

파크골프는 1983년 일본 훗카이도의 작은 마을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2000년 진주 상락원에서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고 보령시도 몇 년 전부터 대천구장과 웅천구장 주산의 작은 구장에서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아직은 체계적이지 않은 것 같다.

퇴근 이후 후배의 전화가 기다려진다.

“언니, 빨리 와. 공치자.~~” 전화를 받고 나면 일을 서둘러 끝내고 정신없이 달려간다. 운동을 하다보면 추운 날씨 속에 손과 발이 시려워 호호 불며 공을 치고 눈이 쌓여있어도 마냥 즐겁게 쳤다. 처음 입문 할 때는 공치는 방법도 모르고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고 우린 서로 유튜브를 보고 와서 치는 방법을 공유하곤 했다. 처음 시작은 오비의 연속이었다. 타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비를 줄이는 게 목표였다. 퇴근하고 매일 한 두 시간을 연습하면서 겨울이라 금방 주위가 어두워져도 우리 둘은 신나게 공을 쳤다.

“언니, 손 시려워. 발도 시려워.” 하면서도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 홀마다 퍼팅할 때 쨍그랑 소리를 들으면 가슴까지 뻥 뚫리는 묘한 기분을 느낀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구장의 어둡고 고요함 속에 우리의 웃음소리가 퍼져나간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추위에 공을 치는 우리를 보면 머리에 꽃 꽂은 맛이 간 여자들처럼 보였을 것이다. 매일 반복적으로 계속치면서 계절도 몇 번 바뀌면서 우리의 실력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주변에 잘 치시는 분들의 조언을 들으면서 자세를 고쳐보고 비거리를 멀리 가게하려는 노력도 꾸준히 해본다.

이번 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큰 재해로 잔디 구장에 하천이 범람을 해서 엉망이 되어 폐허처럼 흉물스러워졌다. 대천구장과 웅천구장 등을 보면서 한동안 운동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도 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서로서로 구장에 들어온 돌들을 줍고 잔디를 다시 입히고 나는 출근 전 새벽시간에 몇 번의 봉사에 동참을 했다.

누군가의 고생으로 또 다른 누군가가 혜택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정리 작업을 도왔다. 십시일반의 공동 작업으로 조금씩 예전 모습으로 돌아와서 다시 운동을 하게 되어 퇴근 시간이후 다시 운동을 하게 되어서 다행이다.

파크골프를 치면서 누군가의 지도를 받고 싶어 할 때 해피 클럽의 회장님과 고수 언니를 만나면서 일취월장 실력이 좋아지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세심하게 가르치는 언니에게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일요일 새벽마다 웅천구장으로 갔었다. 언니도 한번 가르치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계속 동작이 자리 잡았는지 꼼꼼하게 연속적으로 체크해 주기 때문에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공치는 자세뿐 아니라 공칠 때 말을 많이 하지 말고 집중해야하고 흐름을 놓치지 말라고 주위를 준다. 채식의 식단까지 신경 써 주는 언니한테 여러모로 고마운 마음이다. 파크골프를 시작하면서 새롭게 만나는 후배들과의 만남도 즐겁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은 꼭 피가 뜨겁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은 나이에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망설여지는 것이 있을 때 도전에는 연령제한이 없다. 나이가 들어 위축되고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은 삶의 중심이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기 때문이다’라는 이시영 박사님의 말씀을 되새겨본다. 새로운 파크골프 운동에 도전하면서 세상이 조금 더 넓어진 느낌이다.

파크 골프를 같이 치던 후배는 실력을 쌓아서 지도자과정에 같이 도전하자고 한다.

입문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지도자 자격증을 딴다고 해도 난 일을 하기 때문에 써먹을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즐겁게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간이 흐른 뒤에 언젠가는 도움이 될지 모르는데 함께 도전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늘 생각은 변하는 거니까~~

운동 매니아가 된 것처럼 오늘도 파크 골프를 하고 싶어서 퇴근시간이 기다려진다.

[능소화]

파란 하늘 아래 초록의 잔디 위에서 홀 컵에 공 떨어지는
맑은 소리를 들으면
눈과 귀 마음까지 즐거워지는 운동이 골프지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운동입니다

[하늘호수]

초보자를 잘 지도해줘서 고마워요~~
고수는 그냥 고수가 아님을 알게 됩니다. 안니의 20년도 넘게 한 우물 판 운동 저도 잘 따라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