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과 많은 비를 동반한 초강력 태풍 매미가 새벽 3시 무렵 울진을 관통해 동해로 빠져 나간 뒤 울진에는 비가 잦아지면서 겉으로는 평온을 되찾은 모습이다.
그러나 날이 밝자 관내 곳곳에서 태풍피해가 확인되면서 참혹한 현장이 드러났다.
울진읍 신림리 비래동 장수복씨 집. 일가 친척 21명이 새벽 1시경 급습한 태풍 매미로 산사태가 발생, 흙더미에 깔려 장은우(11, 울산거주)군이 매몰사를 당하고 17명이 중경상을 입고 울진의료원에서 응급치료를 받는 등 대형 인명피해사고가 발생했다.
장수복씨 일가가 산사태에 매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군 공직자와 의료관계자들은 강풍과 폭우를 뚫고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 긴급구조에 나섰다. 실종된 장군은 매몰된지 2시간여만인 새벽 3시30분경 쏟아져 내린 흙더미에 묻혀 사체로 발견됐다.
추석을 세기 위해 부모님과 함께 고향을 찾았다가 목숨을 잃는 참변을 당한 장군의 주검 앞에서 긴급구조에 나선 공직자들을 비롯 주위사람들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울진읍의 경우, 상습 침수지역인 울진초등교 앞과 한국통신에 이르는 일대는 쏟아져 내린 비로 한 때 물바다를 이뤘다.
12일, 군이 태풍 방제대책으로 울진초등교 앞에 비상 모래둑을 쌓아 물길을 유도하는 등 긴급방제로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읍내리 배수펌퍼장 인근 하천의 물흐름을 용이토록 하기 위해 공사중인 교각 기초거푸집을 긴급 철거하는 등 응급처치로 시가지 침수를 사전에 차단했다.
울진읍 광림아파트는 자체 배전기 고장으로 12일 자정부터 이튿날인 13일 낮까지 전기가 차단돼 주민들이 12시간동안 태풍 "매미"의 공포와 함께 어둠 속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군은 추석날인 11일부터 비상대책반을 가동한 뒤 연휴 이튿날인 12일부터는 전 공무원을 비상대기시킨 채 만일의 사태에 대비키 위해 밤을 꼬박세며 "매미"의 이동경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태풍 통과 예정시간인 새벽 2시 무렵 김용수군수와 김경술부군수 등 군 간부들은 군청 재해대책본부와 수산교, 울진남대천 등 상습 범람지역을 오가며 태풍 "매미"의 이동경로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등 뜬 눈으로 밤을 새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13일 새벽 날이 밝자 태풍 매미는 많은 피해를 남기고 동해로 빠져나갔다.
후포 일가족 11명 산사태로 중경상...... 소형선박 2척 침몰
후포면 금음4리에서는 산사태로 4가구가 매몰됐다. 또 새벽 1시30분 경 후포5리 후포고등학교 뒷편의 가옥이 산사태로 완전 매몰돼 추석을 지내러 온 귀성객 등 일가족 11명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 긴급출동한 공직자와 관계자들의 긴급 구조로 인근 아산병원에 후송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 주민들은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후포 해안도로는 해일로 역류한 모래더미에 묻혀 오전 10시 현재 통행이 두절됐다.
또 역류한 해일로 후포 방파제 인근 횟집 담장이 붕괴됐으며 유리창이 파손됐다.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후포항에 발이 묶여 피신하고 있던 소형선박 2척이 침몰돼 현재 인양작업 중이다.
죽변면의 경우, 죽변 등대 너머 "대까실"의 횟집 1 동이 무너내린 산사태로 완파됐으며 인근 횟집은 반파됐다. 마침 집 주인은 출타 중이어서 인명피해는 면했다.
죽변항은 별다른 사고없이 어민들의 출어준비로 부산한 모습이다.
죽변면사무소는 13일 12시부터 3시까지 배수전 피해로 인한 단수방송을 보내고 주민들에게 식수 확보를 당부했다.
도로복구 등에 전 복구력 동원..... 농경지 피해량 집계는 시간걸릴 듯
죽변과 울진을 잇는 7번 국도 변인 온양리, 양정리 구간 곳곳에 산사태가 발생, 편도 1차선만 소통되고 있어 교통이 정체되고 있다.
또 온양리에서 근남에 이르는 7번 국도 4차선 신설구간 곳곳도 산사태로 흙이 무너내려 일부 구간에서는 1차선만 소통되고 있다.
북면의 경우, 덕구리 도로 유실과 지난 태풍 "루사"로 붕괴된 뒤 복구된 주인리 도로 일부가 함몰됐으며 사계리와 소곡리 구간에서 산사태가 발생, 교통이 두절됐으나 오후 1시경 긴급복구로 소통됐으며 산사태와 도로붕괴로 고립된 두천2리 안말래와 검성리, 사계리 무쇠골은 오후 2시30분 경 모두 소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부구1리 이현갑씨 집 등 4가구가 붕괴위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경지 피해 등 정확한 피해량은 14일이 돼야 집계될 것으로 보인다.
북면 관내 석호항과 나실항 등 어항 피해는 현재까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남 성류굴 남쪽상가 침수...... 서면 쌍전리, 소광리, 왕피리 등 고립
태풍 급습 때마다 상습 침수지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성류굴 일대는 또 다시 상가까지 물이 차는 등 침수됐다.
특히 성류굴 남쪽상가의 경우는 지난 글래디스호 태풍 내습 때를 방불케 하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육쪽마늘 주산지로 알려진 뒤뜰 농경지도 모두 침수됐다.
20여개소의 상가에 물이 들어 차 울진의용소방대원과 공직자 , 상가주민들이 소방차 등 장비를 동원, 긴급복구에 부산한 모습이다. 김용수군수와 부군수 등 군 간부들도 장화차림으로 피해현장에 나와 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원남면의 경우, 매화-온정 간 69호 국지도 길곡구간 500여M가 유실돼 현재 장비 등을 투입, 응급복구에 나서고 있으나 늦어도 15일께나 돼야 소통될 것으로 보여 길곡리 일대 50여 가구가 고립돼 있다.
태풍 내습 전 원남면사무소의 동회관 등 안전가옥 이주 독려로 인명피해는 없는 가운데 덕신1리 큰골 마을 1가구가 산사태로 반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성면의 경우, 정명-다천구간과 사동-삼산구간 군도 일부가 산사태와 붕괴로 교통이 두절됐으나 13일 오후 12시경 긴급복구로 소통됐으며 망양리 가옥 2채가 산사태로 반파됐으나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평해읍의 경우, 해안에 위치한 거일리 일대가 극심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거일리 일대 해안도로, 농로 등이 산사태와 해일로 일부 유실됐으며 거일리와 삼달리 소재 4가구가 산사태로 반파됐으나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온정면은 오후 3시 현재 각 마을별로 피해상황에 대한 전수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평해-온정-영양간 88호 국도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했으나 오후 2시현재 모두 응급복구돼 소통이 원활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조금 구간 29호 지방도 일부에 산사태가 발생했으나 모두 응급복구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면은 13일 오전까지 면소재지가 위치한 삼근리를 제외하고는 모든 교통, 전기, 전화 등이 두절된 상태이다.
13일 오전 서면 면사무소가 확인한 피해상황에 따르면, 광천의 범람으로 삼근리 앞 들 농경지가 모두 침수됐으며 36번 국도 광회 검문소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 교통이 차단됐다.
왕피리, 쌍전리, 광회리 일대는 도로, 통신 두절로 피해상황에 대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어 도로망 긴급복구 등으로 14일 경이 돼야 피해정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피해량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3일 오후 1시 경 36호국도 행곡구간 산사태 발생지가 복구되면서 삼근리까지 교통이 재개됐다. 교통이 재개됨에 따라 쌍전리와 소광리, 광회리 일대에 긴급복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이 일대 260여 가구가 전기와 전화 등이 두절돼 고립된 상태이다.
서면을 통한 영주 방면의 소통은 현재 두절된 상태이다.
김용수 군수 등 전 행정력 동원, 태풍피해복구에 안간힘
김용수군수는 성류굴 현장에서 서면상황을 보고받고 "서면의 경우, 현재 광회리,쌍전리 일대에 긴급복구반이 복구에 나서고 있다"고 말하고 "서면일대 고립마을에 특공대를 편성,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 재해대책본부는 관내 피해상황을 확인하느라 부산한 모습이지만 관내 일부 지역의 교통, 통신 두절 등으로 정확한 집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도로 복구 등에 전 인력이 동원돼, 농경지 피해 등 일반 피해 상황은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집계될 것으로 보인다.
강풍과 많은 비를 동반한 태풍의 "매미"가 휩쓸고 간 울진의 12일 새벽 평균 강우량은 229m/m로 확인됐으며 서면이 395m/m로 최고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