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목표 중 하나는 평가 공부를 체계적으로 해보자는 것. 이 두 권의 책을 교재로 삼아 계속 털어가며 읽을 생각이다.
국어교육 평가론저자류수열, 주세형, 남가영출판사회평론아카데미발매2021.09.16.
수행평가와 채점기준표 개발저자김선, 반재천, 박정출판AMEC발매2020.09.21.
1학기 평가계획을 세울 때에는 《수행평가와 채점 기준표 개발》을 끼고 더듬더듬 문서 작성을 해봤다.
내가 수업하는 학년이 개학 6일 전에 확정된데다, 2월 말과 3월 초에는 (교육정보부장 특) 구글 클래스룸 학교 계정 생성과 나이스 권한부여 업무를 하느라 시간에 치여 사느라고 평가계획을 치밀하게 고민할 여유가 부족했다. 시간이 조금 더 많았다면 생각을 더 깊이 할 수 있었을텐데!
하지만 학교일은 언제나 바쁘기 마련이라 온전히 수업/평가 계획만 생각하는 시간이 날 수가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담임은 담임대로, 부장은 부장대로, 관리자는 관리자대로 바쁘지🥲
그냥, 이 글을 보는 이웃님들께 서류에서 미비한 부분이 보여도 “이 사람이 바빴네. 2학기엔 좀더 나아지겠지.”라며 따뜻한 마음을 품어달란 부탁을 드리려고 엄살을 부려본 거. 하지만 내심 2학기 문서 완성도라고 크게 달라질 게 없을 것 같기도. 미래의 너굴희라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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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것은 수행평가의 목표를 명확히 해두어야 한다는 점. 학생들에게 흥미롭고 재미있는 활동을 시키는 것이 수행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교육과정에 실린 성취기준들을 분석한 뒤 학생들이 그 기준들에 도달할 수 있는 활동들을 설계하고 과정과 결과를 평가해야 한다.
수행평가 과제는 교사가 측정하려고 하는 학습 결과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수행평가 과제는 학생들에게 단지 흥미로운 것에 그쳐서는 안 되며, 중요한 학습 결과가 잘 드러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중학교 2학년 학생의 말하기 발표 기술을 평가할 때, 교사가 학생들에게 최신 과학 잡지에 나오는 천문학에 관한 어려운 글을 읽어본 후 내용을 요약하여 발표하도록 했다고 해보자. 천문학을 잘 모르거나 이해력이 낮은 학생들은 말하기 기술의 수준과 관계없이 말하기 발표를 잘 하지 못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원인은 학생들의 말하기 발표 기술 부족 때문인지, 천문학 내용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인지, 아니면 이해력 부족 때문인지 불분명하다. 즉, 교사의 의도와 달리 학생의 말하기 발표 수행에 여러 가지 복잡적인 원인이 영향을 미쳐서 학생의 말하기 발표 기술을 타당하게 평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수행평가와 채점기준표 개발> 25쪽
과거의 나는 성취 기준 중심으로 수행평가를 설계했다기보다는 학생들과 함께 하고 싶은 활동을 먼저 정한 뒤 성취기준을 적절하게 짜맞추는 교사였더래서, 이 내용을 읽으며 아주 많은 생각을 했다.
최근 고민하고 있는 바 중 하나는 교과 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느끼는 즐거움과 재미는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인가이다.
이런 생각을 정리할 때 항상 전제하는 바는 과거 교사들의 노력을 가벼이 여기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입시 위주의 문제풀이 수업을 하던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의미있는 배움의 경험을 쥐어주자”라는 목표로 스스로 의미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활동을 탐색하고 수업과 평가에 적용한 것은 정말 멋지고 용기있는 일이었다!
(매번 말하지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바는, 의미에 초점 두는 시기가 십 년 이상 지속되었으니 이젠 체계성을 조금 더 얹어보자는 것. 그럼 수업이 좀더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고, 교사의 정신건강이 조금 더 튼튼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나는 교사 공부의 목표를 “학생에게 의미있는 학습 경험을 주어야 하니까요.” 보다는 “교사가 본인의 전문성에 자부심을 가지면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으니까요.”에 두는 편이다.).
“어떻게 그렇게 일을 많이 해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하지만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만큼 많이 하진 않아요.), 욕심나는 일들을 안정적으로 해내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체력 유지에 힘 쏟는다. 매일 90분 이상 운동하고 외식을 하지 않는다. 술도 계절마다 한 번 정도만 마신다. 체력이 뒷받침되면 어떤 돌발 이벤트에도 긴장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성 유지에 힘쓴다. 즐거운 일이건 슬픈 일이건 재미난 일이건 버거운 일이건, 그냥 90% 충전된 상태의 너굴희로 대응할 수 있게.
뜬금없이 체력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수업/평가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꾸준한 본질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 그래야 흔들리지 않는다. 나는 그 한 축이 독서이고, 다른 한 축이 교과교육론 공부라고 생각한다. 다른 교사들의 멋진 수업 사례를 얹어 ‘제대로 소화하는’ 것은 기본이 탄탄할 때 가능해진다고 본다. 수업시간에 일희일비하는 상황을 최대한 통제하려는 노력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 홍삼 같은 효과 좋고 비싼 영양제 먹고 제대로 흡수시키려면 장이 건강해야 하는데, 그것과 같은 원리 아닐까.
다시 돌아가, 학생들에게 수업/평가로 맛보여주어야 할 재미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해보면.
“와 진짜 새롭다/재미있다/흥미롭다!”라는 흥분을 일으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1년에 걸쳐 꾸준히 공부하다보면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 점진적으로 신장되는 능력들이 있다는 확신을 쥐어주는 것도 (어쩌면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그리고 그 ‘새롭게 알게 되는 것, 점진적으로 신장되는 능력’은 교육과정의 교과별 성취기준에 근거해 정해져야 한다. 매해 교사가 본인 기준으로 설정하면, 학생들은 위계없는 공부를 하게 되는 셈이니. 교사가 관심 갖는 바, 애정 갖는 바가 수업에 반영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건 ‘녹여내야 하는’ 부분이지 활동의 처음과 끝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건 동아리 활동이 아니라 교육과정에 근거한 공교육 정규 수업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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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평가하고자 하는 학생의 지식이나 기술이 잘 드러나도록 수행평가 과제를 개발해야 한다. 교실에서 교사가 평가하는 것은 교수·학습을 통해 성취해야 하는 교육목표이기 때문에 수행평가는 교육목표와 연계하여 개발한다. [중략]
교사는 교수·학습의 과정과 결과에서 학생들이 교육목표를 달성했는지에 대해 수행평가 과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수행평가는 학생이 어떤 것을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지, 개방형 문제나 질문에 지식을 적용할 수 있는지, 혹은 새로운 것을 창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좋은 평가 방법이다.
<수행평가와 채점기준표 개발> 65-66쪽
때로 교사들은 동료 교사가 제작했거나 인터넷에서 찾은 좋은 수행평가 과제의 예를 자신의 교실에서 수행평가 과제로 활용하기도 한다. 만약 교사가 다른 사람이 제작한 수행평가 과제가 훌륭하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이 평가하는 내용이 본인이 평가하려는 교육목표와 맞는지 확인하여, 자신의 교실에서 활용하기에 적합하도록 수정·보완하여 활용해야 한다.
<수행평가와 채점기준표 개발> 68쪽
고3을 대상으로 한 <언어와 매체> 수업의 수행평가는 총 세 가지로 진행될 예정이다.
✔️매체 유형별 특징 발표 : 동일한 사안이나 소재를 다루는 두 개의(유형이다른) 매체자료를 직접 택한 뒤 공통점과차이점을 분석하여 각각의 매체가 지닌 의사소통 매개체로서의 특성을 스스로 도출한 뒤, 학우 앞에서 3분 내외로 발표한다.
✔️매체의 비판적 이해 보고서 : 자신이 선호하는 유형의 매체 자료를 택한 뒤, 그 내용을 비판적이고 주체적으로 수용하는 사고의 과정을 한 편의 보고서로 작성함.
✔️생활 속 문법 지식 탐구 보고서 : 국어문법을 소재로 한 단행본 도서를 읽은 뒤, 특정한 언어 현상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작성함.
활동의 내용과 형식을 구상할 때에는 앤더슨의 신교육목표 분류학을 기준으로 두고 각 항목들이 (나름대로 고루) 포함될 수 있도록 했다(출처 : 같은 책 69쪽).
지식차원 | 인지 과정 차원 |
1. 기억하다 | 2. 이해하다 | 3. 적용하다 | 4. 분석하다 | 5. 평가하다 | 6. 창안하다 |
A. 사실적 지식 | A. 교과 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적 요소, 전문 용어, 구체적 사실에 대한 지식 |
B. 개념적 지식 | B. 분류와 유목, 원리와 일반화, 이론, 모형, 구조에 대한 지식 |
C. 절차적 지식 | C. 교과의 특수한 기능과 알고리즘, 기법과 방법, 적절한 절차를 사용할 시점을 결정하기 위한 준거에 대한 지식 |
D. 메타인지적 지식 | D. 지식과 인지 전반에 대한 전략적 지식, 적절한 맥락적 및 조건적 지식, 자기 지식 |
1. 기억하다 : 사실이나 기억된 정보를 회상하기(재인, 회상) 2. 이해하다 : 구두, 문자, 그래픽을 포함한 자료에서 의미를 구성하기(해석, 예증, 분류, 요약, 추론, 비교, 설명) 3. 적용하다 : 익숙한 절차를 실행하거나 기본 전략을 수행하기(집행, 실행) 4. 분석하다 : 내용을 각 부분으로 쪼개서 각 부분을 구분하고 내용을 조직하고 하나의 관점을 정하거나 의미를 드러내는 것(구별, 조직, 귀속) 5. 평가하다 : 자료나 산출물의 가치를 기준에 따라 판단하는 것(점검, 비판) 6. 창안하다 : 이전에 흩어져 있던 요소들을 결합하여 어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생성, 계획, 산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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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을 통해 평가하려는 바 외의 요소가 채점기준에 포함되지 않게 하려 했다.
영역별 세부 평가 기준에 포함된 교육과정 성취기준이 아니라면, 채점을 할 때 반영되지 않아야 옳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테면 내가 맡은 교과는 ‘국어’가 아닌 ‘언어와 매체’이기 때문에 성취기준에 문서의 완성도나 발표 태도 등의 기술적인 영역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 그렇다면 보고서나 구술평가의 채점 기준에 ‘담겨야 할 내용’은 제시할 수 있지만 각각의 완성도를 대놓고 언급할 수는 없는 것.
“성취기준에 없는 말은 채점 기준에도 넣으면 안되지.”라는 마음을 갖는 게 깔끔하긴 하지만, 국어과 평가에 결과물 완성도에 대한 교사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것이 옳나 싶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책의 내용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내가 잘못 이해했나 싶어서 의심이 된다는 말). 하지만 동시에, 구조적으로 완성된 말/글 결과물을 만드는 능력이 엄밀히 말하면 학생의 ‘국어의 전반적인 활용 능력’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 교과 수업을 충실히 이수했음에도 논술/구술에 대한 능력이나 센스가 없어 불이익을 받는 학습자 입장에서는 결과물의 완성도를 정의적 영역 평가로 빼놓고 교사가 관찰하고 피드백은 하되 점수화는 하지 않는 편이 더 공정하겠다 싶기도.
이 지점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그동안 학생 수행 과제를 ‘아주 잘함’과 ‘적당히 잘함’으로 구분할 때 결국 최종 기준으로 결과물의 완성도를 잣대 삼은 것을 떠올리고 이번엔 없애기로 했다. 사실 이 지점은 가정의 문화자본이 정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라, 매번 찜찜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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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 유형별 특징 발표
매체의 비판적 이해 보고서
생활 속 문법 지식 탐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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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필평가와 수행평가 계획에 얹지 않는 성취기준, 교사가 관찰하여 교과 세특에 기재해주어야 할 내용들은 정의적 능력 평가 방안에 담았다. 점수화하진 않지만 서류에 기록해줄 바들.
[출처] [언매] ‘수행평가와 채점 기준표 개발’ 읽으며 평가 계획 세우기|작성자 너굴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