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우리는>
+ 전교 1등과 전교 꼴등이 함께 공부하는 ebs 다큐멘터리가 실제 있었는데 작가님이 거기에서 소재를 가져와 남녀로 바꾼 것이 흥미로웠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각자의 첫 만남에 대한 기억을 보여주는데, 남주와 여주 모두 유쾌한 첫만남으로 기억하고 있지 않다. 너무 다른 두 사람이 혐관으로 시작해 어떻게 사랑에 빠지는지 기대하게 되는 첫만남으로 느껴졌다.
1화 :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전교 1등 국연수와 전교 꼴등 최웅이 처음 만나는 씬
S#1. 교실, 아침.
자막 2011년. 텅 빈 교실 뒤편. 의자에 혼자 앉아있는 최웅.
멍하니 앞을 보고 있다.
최웅 어… 시작해요?
어색하게 눈치 보다 인사를 한다.
최웅 안녕하세요.
S#2. 교실, 낮.
수업시간. 칠판 가득한 글씨들을 흥미 없단 듯 보고 있는 최웅.
하품을 크게 한다.
최웅 (N) 제 이름은 최웅이에요.
자막 최 웅 (19, 남)
졸린 듯 책상에 엎드리려다 멈칫. 흘끗 옆에서 촬영 중인 카메라를 본다.
정면으로 카메라를 보는 최웅. 촬영 중인 동일이 난감해한다.
동일 (소곤거리는) 카메라 보지 마요.
최웅 (같이 소곤거리며) 그치만 신경 쓰이는데…
동일 카메라 없다고 생각해요.
최웅 있는 걸 어떻게 없다고 생각해요?
다시 고개를 돌리지만 계속 어색하게 카메라를 의식하는 최웅.
최웅 (N) 보다시피 어… 촬영 당하고 있어요.
연수 (나지막하게) 멍청아. 앞이나 봐.
고개를 돌리는 최웅. 옆자리에 연수가 칠판을 보며 필기 중이다.
최웅 (N) 혼자가 아니라
흘끗 최웅을 노려보는 연수.
연수 (나지막하게) 얼빵하게 보지 말고 앞이나 보라고.
같이 노려보는 최웅.
최웅 (N) 이 재수 없는 애랑 같이요.
그러곤 다시 카메라를 흘끗 보곤 어색하게 웃어 보인다.
(E) 종소리.
수업이 끝나는 종소리가 울리고, 연수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연수 차렷. 선생님께 경례.
학생들 수고하셨습니다.
어수선해지는 교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최웅을 연수가 붙잡는다.
연수 어디 가?
최웅 남이사. 내가 다 너한테 보고해야 하냐?
연수 (동일을 보며) 피디님. 잠깐 끊어주세요. 저 이 멍청한 애랑 더 못 찍겠어요.
최웅 멍청한 애?
연수 지금 며칠 짼데 계속 그렇게 카메라만 보면서 꼼지락거려?
너 때문에 수업에 하나도 집중이 안 되잖아.
최웅 바로 옆에 카메라가 있는데 어떻게 신경 안 쓸 수가 있냐?
연수 수업에 집중해. 집중력이 그거밖에 안 되냐?
최웅 내가 옆에서 꼼지락거리든 말든 너나 수업에 집중해. 집중력이 그거밖에 안 되냐?
연수 넌 더 떨어질 성적도 없어서 그렇게 막 나가도 되겠지만,
내 성적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니가 책임질 거야?
최웅 (카메라 보며) 얘 말하는 거 보셨죠?
(연수를 보며) 넌 더 떨어질 사회성이 없어서 좋겠다.
서로 노려보는 둘.
연수 (한숨을 쉬며) 이걸 왜 한다고 해서…
최웅 그러니까 넌 이걸 도대체 왜 한다고 한 건데?
최웅을 가만히 노려보는 연수.
연수 (N) 제 이름은 국연수예요.
자막 국연수 (19, 여)
S#3. 도서관, 낮.
연수 (N) 처음 최웅을 본 건 1학년 땐가.
책을 잔뜩 들고 와 사서 책상에 올려두는 연수.
사서 또 이만큼이나 읽는다고?
연수 시험 기간이라 덜 읽는 거예요.
사서 (책을 찍으며) 대단하다 정말~ 졸업할 땐 여기 있는 거 다 읽고 가겠어. 자. 여기.
연수 (책을 받아 간다) 안녕히 계세요.
나가려는 연수가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린다.
벽에 붙어 있는 종이.
[ 5월 독서왕 ]
1등 1-3 최웅
2등 1-7 국연수
…
가만히 종이를 바라보는 연수.
연수 선생님.
사서 응?
연수 최웅이 누구예요?
사서 어?
연수 이번 달도 걔가 1등이에요?
사서 아~ 웅이? 저기 있잖아. 쟤 몰라?
사서의 시선을 따라가니 도서관 책상에 혼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남학생이 있다. 가만히 보다가 성큼성큼 다가가는 연수.
연수 (N) 어울리지 않는 곳에서였죠.
연수가 앞에 와서 서있는 줄도 모르고 책에 빠져있는 최웅.
연수 야.
최웅 (그제야 고개를 드는) ?
연수 나 7반 국연수.
최웅 ?
연수 너 전교 몇 등이야?
최웅 뭐가?
연수 성적 등수.
최웅 (빤히 보다) 267등.
연수 ?
최웅 ?
연수 우리 전교생이…
최웅 267명.
빤히 서로를 보는 둘.
연수 (N) 그땐 그냥 이상한 애구나 생각했어요.
말없이 돌아서 가는 연수.
최웅 (N) 아니, 잠깐. 그건 두 번째구요.
S#4. 대강당, 아침.
최웅 (N) 처음 본 건 입학식 날이었어요.
고등학교 입학식 날. 1학년 신입생들이 강당에 줄 서있고 교장이 단상에 서있다.
교장 올해 최우수 입학생은… 국연수 학생입니다!
박수가 쏟아지고 연수가 당당한 걸음으로 단상으로 올라간다. 연수의 옆에 서있던 최웅이 그런 연수를 흘끗 바라본다. 연수가 단상으로 올라가자 여기저기 학생들이 킥킥거리며 비웃는다.
학생1 이름이 국영수래? 국영수 잘하는 국영수야? (웃는)
최웅(N) 걸음걸이가 꼭 싸우러 가는 수탉 같길래 눈길이 갔어요.
학생2 야. 교복 봐라. 아빠 꺼 입고 왔냐?
학생3 너무 클리셰 아니냐? 전교 1등들은 교복 단체로 맞추나 봐.
학생1 양말 봐. 만 원 주면 저거 신고 등교하기 가능?
학생2 웃겨~ 죽어도 싫어.
상장을 받아 들고 당당하게 제자리로 돌아오는 연수.
여전히 주변 학생들이 돌아보며 수군거린다. 그때, 연수가 갑자기 고개를 홱 돌리자 모든 학생들은 다 시선을 피하고 최웅만 가만히 보다 눈이 마주친다.
최웅 (N) 입학하고 처음 마주친 학우라 친절하게 웃어주려 했는데
어색하게 웃어 보이는 최웅. 연수가 입을 연다.
연수 (입 모양으로) 야.
최웅 ?
연수 (입 모양으로) 뭘 봐.
최웅, 천천히 눈을 돌린다.
최웅(N) 성격이 좀 이상한 애더라구요.
-출처 <그 해 우리는> 대본집 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