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수미상관 시퀀스
1회 오프닝 시퀀스
#1 1980년대를 소개하는 몽타쥬
신해철 ‘그대에게’ 전주가 흘러나온다.
80년대의 저화질 이미지와 영상들이 덕선의 나레이션에 맞춰 나열된다.
노태우 대통령 취임식 선서, 시민들을 진압하러 나온 탱크와 거리로 나온 수많은 시민들.
연탄불을 가는 모습, 장판에 테이프를 붙이는 모습, 뻥튀기 기계를 돌리자 연기가 난다.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가는 단란한 그 시절 엄마 아빠의 모습.
비디오 플레이어, 뒤가 뚱둥한 TV가 진열된 매장, TV를 수작업으로 만드는 공장,
청바지에 흰 셔츠를 입은 청춘들,
청바지를 입고 계단 난간을 미끄려져 내려오는 청바지 광고.
청자켓을 입은 젊은 최수종, 슬립온 운동화를 보여주는 모델들,
청바지에 청자켓을 입은 모습. 워크맨 MYMY 광고,
중년덕선 N 여전히 냉기 가득했지만, 가슴은 뜨거웠고
넉넉하지 않았지만, 마음만은 따뜻했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뭐, 요즘과 비교하자면 구석기 시대와 다를 바 없는 명백한 아날로그 시대였지만
그래도 우리의 열여덟은 나름 최첨단을 살고 있었다.
지금의 슬립온 운동화를 역사상 가장 먼저 신고
그 위에 무려 청청패션을 걸치고는 워크맨으로 신해철의 노래를 들었다
전주에 이어 신해철이 무대에서 ‘그대에게’를 부르기 시작하는 모습,
소머즈, 왕조현, 소피마르소, 히메나 선생님,
레밍턴 스틸, 톰크루즈, 리처드 기어, 뉴키즈 온 더 블록의 그 시절 모습이 보여 진다.
백 투더 퓨쳐, 다이 하드, 인디아나 존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라밤바, 빅,
지옥의 묵시록, 유콜 잇 러브.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탑건 등 그 시절 영화 포스터들이 나열된다.
중년덕선 N 남자들은 소머즈와 왕조현과 소피마르소와 히메나 선생님에 열광했고
우린 레밍턴 스틸과 톰크루즈와 리처드 기어와
뉴키즈 온 더 블록 오빠들에게 미쳐있었다
하지만 남녀를 불문하고 그 시절 청춘들이 가장 사랑했던
단 한편의 영화가 있었다. 그건 바로...
영웅본색2 영화포스터가 보여진다.
‘영웅본색2’ 메인 테마곡이 흘러나온다.
#2 늦은 오후 / 택이네, 택이 방
TV 화면 속 영웅본색2의 한 장면이 나오고 있다.
차를 급하게 모는 켄, 아파하는 아걸.
공중전화 부스 안, 피를 흘리며 전화를 받고 있는 아걸과 곁을 지키는 켄.
아걸 우리 딸이 아주 예쁘대. 눈은 날 닮았대.
켄 네가 직접 보면 알겠지.
아걸 지금 아기와 얘기할 수 없을까?
(타이핑 소리) 자막: 1988년 9월 서울 도봉구 쌍문동
영웅본색2 비디오를 보고 있는 쌍문동 5인방.
택이 방은 88년도를 보여주는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못난이 인형과 그 시절 잡지들, 88올림픽 호돌이 인형, 들국화 LP판,
라붐, 빽투더퓨처, 등 비디오, 그 시절 게임기, 택이의 바둑기사 트로피와 바둑기사 서적들.
88년도 새우깡 봉투가 보여지고, 새우깡을 집어드는 누군가(동룡)의 손
TV 화면 속 영웅본색2이 이어져 보여진다.
여자 아직 아기 이름도 안 지어줬잖아
켄 (의식이 흐려져 가는 아걸에게)키트, 아기 이름을 지어달래
아걸이 아기의 이름을 말하려는 순간,
과자봉지가 뻥 터지는 소리가 나며 새우깡이 사방에 떨어진다.
TV로 영웅본색2를 보고 있는 쌍문동 5인방 덕선, 정환, 택, 동룡, 선우
5인방의 머리 위로, 방바닥으로 여기저기 나부낀 새우깡 속에 멋쩍은 동룡.
한심하다는 듯 동룡을 바라보는 덕선과 선우. 멈춰버린 5인방.
효과음 음메에에-
동룡 (안경 사이에 낀 새우깡을 빼내며) 미안...
(타이핑 소리) 자막: 도룡뇽 류동룡 맞벌이집 아들
5인방이 살고 있는 집 지도와 함께 동룡이네가 어디인지 표시된다.
중년덕선 N 얘 이름은 류동룡, 꺼벙해 보이긴 해도 나름 이 골목 카운슬러
짜증난 표정의 정환.
정환 쯧, 아이, 씨 미친새끼. 이따 좀 처먹지.
(타이핑 소리) 자막: 김정환 = 개
5인방이 살고 있는 집 지도와 함께 정환이네가 어디인지 표시된다.
중년덕선N 윗집 사는 김정환. 아직 사람이 아니다.
바지 위에 흩뿌려진 새우깡을 털어내는 택.
(타이핑 소리) 자막: 택. 천재바둑기사
5인방이 살고 있는 집 지도와 함께 택이네가 어디인지 표시된다.
중년덕선N 이 방 주인이자 잘 나가는 바둑기사. 그럼 뭐 해, 여기선 상등신인데.
정환 나가서 걸레 좀 갖고 와 봐.
일어나는 택, 방을 나가는,
동룡 부엌에 술빵 남은 거 있더라. 그것도 좀...
(방을 나가는 택의 뒷통수에 대고)야, 우유도!
선우 (동룡을 째려보며)네가 갖다 먹어, 새끼야. 택이 간만에 집에 왔는데... 이씨.
(타이핑 소리) 자막: 참인간 선우
5인방이 살고 있는 집 지도와 함께 선우네가 어디인지 표시된다.
중년덕선N 얘가 선우. 이 골목 애들 중 그나마 제일 멀쩡하다.
덕선 (신경질 내며, 옆에 앉은 정환을 주먹으로 퍽퍽 때리며)
아, 못들었어! 못들었어! 진짜, 씨...
정환 아, 왜 나한테 지랄이야!
덕선 (짜증난 미간)아, 몰라! 너 때문이야.
(타이핑 소리) 자막: 성덕선. 27년前버전
5인방이 살고 있는 집 지도와 함께 덕선이네가 어디인지 표시된다.
중년덕선N 음... 얘가, 나다.
서핑을 해도 될 것 같은 폭풍 웨이브 앞머리.
투탕카멘 저리 가라의 단호한 단발.
핑크도 아닌, 분홍도 아닌, 꽃분홍 티셔츠.
그땐 정말... 저게 최선이었다.
덕선 (다시 신경질내며)아, 애 이름이 뭐냐고!
정환 (황당해하며)아, 우리도 못 들었어!
선우 송호연이래, 송호연
동룡 네가 어떻게 알아?
선우 자막 나오잖아.
괘종시계가 울리고, 한명씩 고개를 돌려 시계를 바라보는 선우, 덕선, 동룡, 정환.
괘종시계가 6시를 가리키며 댕- 댕- 댕- 울리는데,
택이 쟁반에 우유와 술빵을 가지고 들어옴과 동시에 미란(정환의 엄마)의 외침이 들려온다.
미란E 김정환! 밥 먹자!
멀뚱히 쟁반을 들고 서 있는 택, 멈칫하며 서로를 바라보는 5인방.
미란E (더 소리치며)김정환! 밥 먹으라고!
#3 늦은오후 / 쌍문동 봉황당 골목
발랄한 음악이 나오며, 쌍문동의 골목이 보여진다.
파란 대문 앞에 서서 소리치는 미란.
변진섭 ‘새들처럼’ 노래가 흘러나온다.
미란 (포효하며)김정환! 밥 먹으라니까!
집으로 들어가는 미란.
선영(선우의 엄마)가 대문 밖으로 나와 소리친다.
선영 선우야! 밥 먹자!
집으로 들어가는 선영.
파란 대문에서 일화(덕선의 엄마)가 나와 소리친다.
일화 덕선아! 밥 묵으라!
집으로 들어가는 일화.
#4 늦은오후 / 택이네, 택이 방
자리에서 일어나는 정환, 멀뚱히 쟁반 위 술빵과 우유를 들고 서있는 택.
정환, 덕선, 선우, 동룡이 한명씩 일어나 방을 나선다.
정환 (술빵을 들고 나가며)간다.
덕선 (술빵을 짚으며)나도 간다.
선우 간다, 최 사범.
동룡 나도 가야겠다.
마지막으로 동룡이 우유 2병을 들고 방을 나간다.
택은 많이 줄은 쟁반을 든 채로 멀뚱히 빈 자신의 방을 바라본다.
무성(택의 아빠)이 슬그머니 택에게 다가온다.
무성 아들,
택이 뒤돌아 무성을 바라본다.
무성 우리도 밥먹자.
#5 늦은오후 / 쌍문동 봉황당 골목
택이네 대문 밖을 나가 각자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정환, 덕선, 선우, 동룡.
쓰레기 수거함, 담벼락 위 콘크리트에 박혀있는 사이다 병 유리조각들,
전봇대에 붙어 있는 ‘삭월세 있읍니다’ 종이광고, 쌍문동 금은방인 봉황당 전경이 보여진다.
중년덕선N 서울특별시 도봉구 쌍문동 봉황당 골목.
난 이 골목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인터넷도 없고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지금 생각하면 그 많은 시간들을 우린 대체 뭘 하면서 보냈을까?
블랙 화면 전환되며 소제목 ‘1화 손에 손잡고’
최종화. 엔딩 시퀀스
#1 늦은 오후 / 현대의 쌍문동 봉황당 골목
대문이 뜯겨 있고, 타이어나 화분 같은 쓰레기가 골목에 나뒹군다.
벽에는 ‘철거’라고 락카 스프레이로 크게 적혀있다.
엉망이 되어버린 골목을 자세히 보여주며,
덕선N 봉황당 골목을 다시 찾았을 땐,
흘러간 세월만큼이나 골목도 나이 들어버린 뒤였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건 내 청춘도, 이 골목도 마찬가지였다.
쌍문동 5인방이 살던 집 안을 보여준다.
비어버린 낡은 집. 벽지도 장판도 낡아 곰팡이 피고 더러워져 있다.
유리창이 뜯겨 있고, 버려진 가구가 나뒹군다.
덕선N 시간은 기어코 흐른다.
모든 것은 기어코 지나가 버리고, 기어코 나이 들어간다.
청춘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눈물겹도록 푸르던 시절, 나에게도 그런...
청춘이 있었다.
택이네, 택이 방 문 앞.
#2 늦은 오후 / 80년대 택이네, 택이 방
방문이 열리고, 80년대 그대로인 방과 선우, 동룡, 택, 정환
네 사람은 과자를 먹고 만화책을 보며 TV를 향해 앉아있다.
뒤를 돌아보는 네 사람.
정환 특공대, 빨리빨리 안 다니지!
택 왔어?
동룡 덕선이 왜 이제 오니?
선우 덕선아, 빨리 와!
꽃분홍 티셔츠와 칼단발을 한 채 울먹이며 문 앞에 서 있는 덕선.
덕선 (눈물을 흘리며)하아... 너희들이 왜 여기 있어?
정환 왜 여기 있기는? 우리가 어디를 갔는데?
아, 빨리 와! ‘영웅본색’ 빌려놨어
선우 덕선아, 왜 그래? 너 또 보라 누나한테 맞았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졌는 덕선.
동룡 (왜 저러는지 모르겠는 듯) 비디오 튼다!
택 일로 와.
다행이면서도 감동적인 복잡한 감정의 덕선, 희미한 미소와 함께
네 사람에게 다가간다.
TV속 ‘영웅본색2’의 한 장면이 나오고 있다.
차를 급하게 모는 켄, 아파하는 아걸.
공중전화 부스 안, 피를 흘리며 전화를 받고 있는 아걸과 곁을 지키는 켄.
아걸 우리 딸이 아주 예쁘대. 눈은 날 닮았대.
켄 네가 직접 보면 알겠지.
아걸 지금 아기와 얘기할 수 없을까?
‘영웅본색2’ 메인 테마곡이 흘러나온다.
엉터리 중국어로 노래를 따라 부르는 5인방
5인방 모아이모농 깜띠빅시♪ 모아이허이지 빠우이마이니♪
야우징 모우징 따우띵 띵뿟♪ 완촌짜이 완촌쪠이♪
선우 야, 야, 잠깐만! (동룡을 째려보며) 너 이새끼, 방귀 뀌었지, 또?
동룡 빠잉꾸! 삥쭝♪ 방귀를 내가 언제 뀌니? 어?
선우야, 내가 맨날 애들 앞에서 방귀나 뀌는 그런 사람으로
보이니~?(하며 이불을 펄럭이는)
선우, 택, 정환, 덕선은 기침을 하고 코를 막고, 짜증을 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선우 아 진짜!
덕선 야!
정환 아, 진짜! 아!
덕선 아, 진짜.
동룡 아, 파! (냄새를 손에 쥐어 아이들에게 뿌리고)
정환 아, 냄새 나, 진짜!
동룡 (냄새를 뿌리며)으아 파~!
어디선가 희미하게 미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정환 (빠른 말투로)야, 야, 야, 조용히 해봐, 조용히 해봐, 조용히 해봐.
이거 우리 엄마 목소리 아니야?
미란E 김정환! 밥 먹으라고!
뒤를 돌아보는 쌍문동 5인방.
#3 늦은 오후 / 쌍문동 봉황당 골목
발랄한 음악이 나오며, 쌍문동의 골목이 보여진다.
파란 대문 앞에 서서 소리치는 미란.
김광석 ‘바람이 불어오는 곳’ 노래가 흘러나온다.
미란 (포효하며)김정환! 밥 먹으라니까!
집으로 들어가는 미란.
선영(선우의 엄마)가 대문 밖으로 나와 소리친다.
선영 선우야! 밥 먹자!
집으로 들어가는 선영.
파란 대문에서 일화(덕선의 엄마)가 나와 소리친다.
일화 덕선아! 밥 묵으라!
집으로 들어가는 일화.
#4 늦은오후 / 택이네, 택이 방
뒤를 돌아보던 5인방. 정환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정환 나 가야 겠다.
덕선 (일어나며)나도 간다.
뒤이어 일어나는 선우와 동룡.
선우 간다, 최 사범.
홀로 방에 앉아있는 택의 모습이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변한다.
무성(택의 아빠)이 슬그머니 택에게 다가온다.
무성 아들, 우리도 밥먹자.
어린 택이 뒤돌아 방긋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5 늦은오후 / 쌍문동 봉황당 골목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쌍문동 봉황당 골목.
택이네 대문 밖을 나가 각자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어린 정환, 어린 덕선, 어린 선우, 어린 동룡.
덕선N 쌍팔년도, 우리의 쌍문동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그 시절이 그리운 건, 그 골목이 그리운 건
단지 지금보다 젊은 내가 보고 싶어서가 아니다.
쓰레기 수거함, 담벼락 위 콘크리트에 박혀있는 사이다 병 유리조각들,
전봇대에 붙어 있는 ‘삭월세 있읍니다’ 종이광고, 쌍문동 금은방인 봉황당 전경이 보여진다.
덕선N 그곳에 아빠의 청춘이, 엄마의 청춘이, 친구들의 청춘이
내 사랑하는 모든 것들의 청춘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는 한데 모아놓을 수 없는
그 젊은 풍경들에 마지막 인사조차 못한 것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는 하지만 깨끗한 그 시절 쌍문동 봉황당 골목이 보여 진다.
덕선N 이제 이미 사라져 버린 것들에,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에,
뒤늦은 인사를 고한다. 안녕, 나의 청춘. 굿바이, 쌍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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