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결국 이런 날 올 줄 알았네라
저기가 바로 주막인데
이렇게 많은 황금을 갖고도
막걸리 한 잔
마실 수가 없는 날
- 김남호 시인
*김남호(시인) 약력
-경남 하동 출생
-2002년 <현대시문학> 평론 등단
-2005년 <시작> 시 등단
-시집 <링 위의 돼지>, <고래의 편두통>, <두근거리는 북쪽>
-디카시집 <고단한 잠>
-평론집 < 불통으로 소통하기>
-수상 : 형평지역문학상,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 제1회 디카시공모전 대상
[심사평]
2022년도 ‘제15회 경남고성 국제디카시페스티벌’의 ‘제8회 디카시 작품상’ 수상작으로 김남호 시인의 「빈손」을 선정한다. 지난 1년간 계간 《디카시》에 수록된 작품들 가운데, 예심을 통과하여 본심에 올라온 디카시는 모두 22편이었다. 이 가운데는 수상작으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시가 여러 편이었고, 이미 디카시인 또는 시인으로 문명(文名)이 높은 이의 작품도 여럿 눈에 띄었다. 다만 영상이 산뜻하고 인상 깊은데 시적 언어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시적 언어는 출중한데 영상이 이에 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상작 「빈손」은 이 양자를 흔연하게 충족하면서 영상과 시가 견고한 연대를 이루고, 그로써 의미의 증폭을 보여주는 데 강점이 있었다. 사람의 흔적이 없는 주막거리에서, 한 해의 생명을 다한 은행잎들을 ‘황금’의 값으로, 그리고 텅 빈 주막의 객청을 ‘빈손’의 자리로 결부한 관점과 상상력이 돋보였다. 공수거(空手去)의 철리(哲理)를 범박한 일상 속으로 이끈 솜씨는 숙련된 장인(丈人)의 그것이다. 수상자에게 축하드리며, 아쉽게 탈락한 분들께 따뜻한 위무의 말씀과 함께 다음 기회의 분발을 기대한다.
예심 심사위원 : 최광임, 천융희, 이기영
본심 심사위원 : 김종회, 박우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