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가 익을 무렵
세계 장수마을 중의 하나로 파키스탄의 훈자 나 춘다란 곳이 있다. 그 마을은 파키스탄의 북쪽에 있는 마을인데, 그 곳 대부분 사람이 120살까지 산다. 그리고 여자의 수임기간이 70세, 남자는 90세까지 가능했다니 놀랍다. 물론 문명의 때가 묻기 시작한 후론, 지금은 수명이 달라지긴 했지만. 그리고 장수의 비결은 살구란 과일이 가장 큰 이유라고 과학자들이 입을 모은다. 약 7천미터 산들이 병풍 처럼 둘러친 훈자와 춘다마을. 봄되면 살구꽃이 만발하여 중국이나 한국 화가들이 그 옛날 무릉도원이라고 칭하던 곳이 그 마을이었다고 실제로 알려져있다.
올해도 우리 아파트는 벗꽃과 더불어 살구꽃이 탐스럽게 피고 지었다. 마음이 흐믓했다. 살구가 많이 달릴 것 같은 희망이 생겨서다. 그 열매가 익을 무렵은 한국에선 6월말에서 7월초다. 이 때쯤이면 내가 유난히 기대하는게 하나있다. 아파트 지어질 때 조경으로 심은 나무 중 살구나무가 있다. 6월말쯤부터는 살구가 익어 아파트 뒤뜰에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이 무렵 난 아침마다 나가 살구를 몇 개씩 줍는 재미로 살아간다. 올해도 얼마나 달렸있는지 풋살구 열매라도 보려고 유심히 보지만 잘 안보인다. 하지만 분명히 달렸다. 금년도에도 예년처럼살구를 기다리고 있다.
얼마전 6월이 중순을 넘어가자, 아침에는 궁금함이 커져서 작정하고 안경을 쓰고 나갔다. 많이 달렸다고 생각한 살구를 아무리 눈 씻고 찾은 들 딱 한개만 보일 뿐이다. 시험에 낙방한 사람만큼은 아니지만 갑자기 낙심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찌 이런일이 있을까? 그러고보니 나뭇잎이 무성하질 못하고 시들고 있다.
분명 꽃은 벛꽃과 같이 화려하게 피어있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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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 쯤이 생각난다. 노란 살구열매가 하루에 5,6알씩 떨어져있었다. 6월 마지막 날 비가 많이와 살구가 많이 떨어져 있겠거니 하고 다음날 나가보았다. 왼일인지 굳세게 나무에 붙어있는 살구들. 와 열매가 힘이세네라며 혼자말을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비바람에도 견디던 그 살구열매들이 대낮 뜨거운 햇빛에 우루루 떨어졌다. 30여개나 나뒹굴었다. 살구가 없는 지금은 작년의 살구가 몹시 그립다.
아파트 뒷 뜰 위에 떨어진 보잘 것없는 살구를 왜 그리 좋아할까 의문이 들 것이다. 내가 그 열매를 기다리는 건 먹기위해서다. 사람들은 그 나무가 살구나무인 줄도 모른다. 아마 나이드신 분 중 아는 분이 있긴 하겠지만. 어느것은 잘익어 벌어져 떨어지고, 어떤것은 새가 쪼아먹다 나머지가 떨어지고. 지난 3년간 잘 다듬고 닦아서 먹은 살구 맛은 일품이었다.
살구 좋아하는 또 하나의 다른 이유는, 막내 아들을 7월초에 낳아 살구 나오는 철이랑 같아 유독 더 정이간다. 살구를 좋아해 임신 선물로
친정엄마가 살구를 사와서 온 식구가 한바탕 웃은 기억이난다. 아마 엄마가 살구가 몸에 좋다는 걸 아시고 사오신 것이리라.
살구영양성분은 익히 많이 알겠지만 비타민 A, 비타민 C, 칼륨, 식이섬유 등이 풍부한 과일이다. 특히 베타카로틴 성분이 많아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며, 눈 건강과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살구는 소화기 건강, 피부 건강, 면역력 강화, 심혈관 질환 예방 등 다양한 건강 혜택을 제공한다. 살구 씨앗에서 추출한 오일은 화장품과 약품으로도 사용되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 과일인가! 더구나 살구는 오랜 역사를 가진 과일로, 아시아에서 기원하여 실크로드를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되었다. 다양한 문화에서 중요한 과일로 여겨지며, 현대에는 중요한 농업 및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과일이다. 특히 아시아가 고향인 살구라 더욱 마음이 가는 과일이니 많이 먹자고 홍보하고싶다.
살구를 좋아해 마트에서 사먹으면 나름 살구 맛은 나지만 내 개인생각에 어딘가 모르게 싱겁고 맛이 떫다. 우리아파트 살구열매는 달고 새콤한 맛이난다. 늘 먹으면서 파기스탄의 훈다 장수 마을의 휘 늘어진 살구나무 가지를 그려보곤했다. 내 생전에 무릉도원이란 그 마을을 가볼 수 있을까? '4월말에 꽃이 핀다는데'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몇개씩 떨어져 한 열흘지나면 살구가 자기역할 다하고 갔다. 혹시라도 그기간에 몸 상태가 좋아지면 살구덕이라고 늘상 말했다. 그 열매의 장점을 입에 거품물고 식구한테 늘어놓았다. 아들이 못 믿겠는지 살구를 먹어보더니 의외로 맛나다고 가끔씩 같이 먹곤 했다. 가족이야 내가 좋아하니 못 본척했다. 집 밖 아파트에선 살구와 나만의 비밀스런 인연이었다고나 할까? 누구도 줍지않았던 버려진 그 미물은, 내 세계로 들어와 크나큰 의미가 되었는데. 그토록 기다리던 올해의 살구가 이렇게 없다니 이유를 잘 몰라 안타깝기만하다. 나무가 얼마나 아픈지 심히 걱정이된다.
가수 나훈아가 부른 노래구절에
"살구꽃이 필 때면 돌아온다던 내 사랑 순이는••", 나는 이것을 "살구가 익을 무렵이면 돌아온다던 내사랑 친구는 ...."으로 바꾸어 부르고싶다. 건강한 나무로 되돌아오길 기원해본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올해는 시장 살구라도 사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