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타이포그라피 디자인의 선구자, '안상수'
탈네모틀 글꼴 '안상수체'를 디자인한 한글글꼴과 타이포그라피 디자인 분야의 선구자 안상수. 그는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세종 이도를 꼽는다.
1985년 사람들은 새로운 한글글꼴을 만났다. 한글을 가장 뛰어난 디자인이라 생각했던 안상수가 한글의 창제 원리에 근거해 한글을 디자인한 '안상수체'이다. 안상수는 훈민정음에는 씌여진 “끝소리에는 첫소리를 다시 쓴다.”라고 밝힌 부분에 기반하여 초성과 받침이 같은 크기, 같은 모양을 이루는 한글글꼴을 디자인했다.
초성과 받침이 같은 크기, 같은 모양이 이다보니, 네모난 틀에 틀어갈 수 없어 탈네모체라 일컬어지는 안상수체는 우리가 흔히 보는 ‘획’이라고 느껴지는 손글씨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오직 직선과 동그라미로만 이루어졌다. 안상수체의 딱딱하고 동그란 자음과 모음들은 한글이 그 자체로 읽어 전달되는 문자로서의 기능이 아닌 ‘보는 글자’로서도 훌륭함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보는 글자로서의 안상수체의 기능은 ‘한글 만다라’(1988), ‘문자도’(1996), ‘보고서/보고서’(2001)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안상수는 안상수체뿐 아니라 '이상체' ‘미르체’ ;마노체‘ 등 새로운 서체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작업들을 하는데 그만큼 정보 전달에서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한글 글자꼴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2007년 안상수는 서적예술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구텐베르크상을 받았다. 탈네모체 안상수체를 포함한 한글을 사용했던 여러 작품들로 한글 문화유산을 해외에 널리 알리며 그의 실험정신을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한글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고 국내 그래픽 디자인계에 큰 족적을 남겨온 안상수 교수는 집 대문까지 한글로 꾸며놓았다. 한글을 글자가 아닌 감정과 정서가 담긴 문화로 인식하는 그에게 너무나 맞춤인 대문이다.
그 이후에도 '디자인은 우리의 독창적인 문화를 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우리 고유 문화를 담은 작품을 끊임없이 발표해왔다. 한글디자이너로서 오랫동안 한글글꼴을 디자인하던 안상수는 2012년 오랫동안 재직해 온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직을 퇴임한 후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디자인 학교를 설립했다. 바로 ‘파티(PaTI, Paju Typography Institute, 파주 타이포그라피 학교)’, 타이포그래피 중심의 디자인 대안한교이다. 우리 땅에서 멋지음(디자인) 바탕에 충실한 새로운 멋지음 교육을 실천하고자 세운 현대식 도제학교이다. 파주출판단지를 캠퍼스 삼아 출발한 파티에서 안상수 그는 새로운 꿈을 꿈꾸고 있다.
한글을 사랑하는 한글의 대표적 타이포그래퍼 안상수는 최근 'one eye 프로젝트로'도 유명하다. 지난 1988년부터 만나는 사람들에게 ‘한쪽 눈을 가려 달라’고 주문해왔다. 그리곤 그 모습을 찍었다. 처음 가벼운 놀이로 시작했던 안상수의 'one eye 프로젝트'는 20여 년이 지나며 어느새 3만장의 사진으로 남았다. 그의 one eye 사진 속 인물 중에는 세계적인 아티스트, 여행 중 우연히 만난 사람, 예기치 못한 감동적 사연을 간직한 인물까지 다양하다. 안상수는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그 순간을 고찰했다. 자신의 예술관에 대한 놀이적 역설이었던 one eye 프로젝트는 이제 안상수에게 살아온 삶의 기록이 됐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