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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지기 소년
-에릭 퓌바레 글, 그림, 달리출판사
자몰레옹 할아버지가 달지기 일을 한 지도 이제 삼백년이 되어 갑니다.
달지기란 밤마다 달 앞에 커다란 천을 드리워 달빛을 조금씩 가리는 일을
하는 아주 보기 드문 직업이랍니다.
달을 가리는 일은 참 중요합니다. 달 모양이 제대로 커졌다 작아졌다 해야 하늘이 아름답게 장식되고 시간도 규칙적으로 가거든요.
이 일을 하려면 아주 건강하고, 솜씨가 뛰어나고, 경험도 풍부해야 합니다. 게다가 보름밤을 빼면 편히 쉬는 저녁도 없습니다.
자몰레옹 할아버지는 아주 옛날에 달지기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달지기인 셈이에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이제 완전히 지치고 말았답니다. 할아버지가 쉬시려면 새로 누군가가 달지기가 되어야 해요.
지구에 밤이 찾아들 무렵 ‘우주학교’라는 신비한 곳에서 한 소년이 깡충거리며 기뻐합니다. 바로 티몰레옹이로군요. 티몰레옹은 방금 아주 어려운 시험에 붙었답니다. 선생님들은 티몰레옹을 무척 대견하게 바라보셨어요.
“티몰레옹, 이제 넌 아주 중요한 사람이다. 한시가 급하구나! 자몰레옹은 너무 늙고 지쳤으니 오늘밤부터 네가 달지기 일을 해 줘야겠다.”
선생님들은 티몰레옹에게 작은 알약을 주셨습니다.
“이걸 먹으면 몸이 공기처럼 가벼워져서 달까지 날아갈 수 있단다. 단 조심하거라! 약은 딱 한 개뿐이니 잘 간수해야 해!”
티몰레옹은 바지 주머니에 약을 넣고 학교에서 달려 나왔습니다.
그렇게 한 일 킬로미터쯤 달리다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지요.
그리고 “달아, 내가 간다!”하고 외치며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뒤져도 알약이 없는 거예요. 이럴 수가! 티몰레옹은 바지 주머니가 해져 여기저기 구멍이 난 것을 알아채고 더럭 겁이 났습니다. 공기처럼 몸을 가볍게 만들어 주는 알약을 영영 잃어버리고 만 거예요. 그럼 달은 어떻게 하지요? 앞으로 다시는 모양이 변하지 않을 거예요.
티몰레옹은 슬픔에 잠긴 채 가장 가까운 도시로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우체통에 걸터앉아 달을 보며 한숨을 쉬었지요.
신문팔이 소년 공자그가 티몰레옹을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무슨 걱정을 하는지 알고 싶었던 거예요. 티몰레옹은 자세히 설명해주었습니다.
“아주 심각한 문제가 생겼어. 어떻게 해서든 달까지 가야 하는데, 그만 공기처럼 몸을 가볍게 만들어주는 알약을 잃어버렸어.”
“정말 희한한 얘기로구나. 그런데 대체 뭣 때문에 달에 가겠다는 거야?”
공자그가 물었어요.
“난 자몰레옹 할아버지를 대신할 새 달지기야. 하지만 이제 달에 갈 수 없게 되어버렸어.”
“좋은 생각이 있어!”
별안간 공자그가 외쳤어요.
공자그는 티몰레옹의 옷소매를 끌어당겨 어느 집 지붕 꼭대기로 데려갔습니다. 그리고 신문지로 커다란 종이비행기를 접어주었어요. 티몰레옹은 그 위에 올라타고서 큰 소리로 외쳤어요.
“달아, 내가 간다!”
공자그는 지붕에서 종이비행기를 밀고 나서 잘 나는지 지켜보았습니다. 하지만 티몰레옹과 종이비행기는 이내 기울어지더니……. 덤불에 처박히고 말았어요.
공자그와 티몰레옹은 길가에 주저앉아 근심스런 얼굴로 달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때 장난감을 파는 다프네 아주머니가 아이들을 보고서 다가왔어요. 아이들이 무슨 걱정을 하는지 알고 싶었거든요.
티몰레옹이 이유를 말해 주었어요.
“제가 날이 밝기 전까지 달에 가지 못하면 자몰레옹 할아버지 대신 달을 가릴 사람이 없게 돼요. 그럼 달 모양은 항상 하얗고 둥그렇기만 할 거예요.”
“좋은 생각이 있다.”
아주머니가 큰 소리로 말했어요.
아주머니는 티몰레옹의 옷깃을 잡고 자신의 장난감 가게로 뛰어가더니 가장 큰 연을 골라 그 위에 티몰레옹을 단단히 묶었습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바람의 방향을 살핀 후 티몰레옹을 휙 날렸어요. 티몰레옹은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외쳤어요.
“달아, 내가 간다.”
하지만 갑자기 불어온 거센 바람에 연이 찢어지면서 티몰레옹은 못에 풍덩 빠지고 말았어요.
다프네 아주머니와 공자그와 티몰레옹은 공원벤치에 앉아 슬픈 얼굴로 달을 쳐다보았습니다. 시계를 고치는 롤랑 팡뒬 씨가 아이들과 아주머니를 발견하고 무슨 걱정이 있는지 물어보았어요.
티몰레옹이 대답했어요.
“제가 새벽이 되기 전에 달에 가지 못하면 자몰레옹 할아버지 대신 일할 수 없게 돼요. 그럼 달은 모양이 바뀌지 않은 채 항상 둥그렇고 하얗기만 할 거예요. 다시는 달 모양이 바뀌는 걸 볼 수 없을 거예요.”
“좋은 생각이 있다!” 롤랑 아저씨가 외쳤어요.
아저씨는 티몰레옹의 신발을 벗기더니 자기 작업실까지 달음질쳤어요. 그리고 그 곳에서 시계 하나를 분해해 커다란 용수철 두 개를 꺼내서는 티몰레옹의 신발에 붙였습니다. 티몰레옹은 그 신발을 신고 달을 바라보며 있는 힘껏 높이 뛰었어요. 하지만 곧 티몰레옹의 발 여기저기에 물집이 생겼어요. 한 마흔 번쯤 뛰고 나서 티몰레옹은 기운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유리 부는 사나이 알베르 씨는 커다란 비눗방울을 불어 티몰레옹을 날려보려 했습니다.
새들과 말을 할 수 있는 마르고 양은 삼백 마리의 참새들을 불러 모아 티몰레옹을 들어 올려 달라고 부탁했지요. 멀리 던지기 선수인 브느와 씨는 티몰레옹을 힘껏 던졌습니다. 동네 건달 마를루는 커다란 새총을 만들어 보았어요.
모든 사람이 티몰레옹을 도우려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것도 뾰족한 방법은 아니었답니다.
마를루, 브느와 씨, 마르고 양, 알베르 씨, 롤랑 씨, 다프네 아주머니, 공자그, 그리고 나머지 마을 사람들과 티몰레옹은 작은 담장 앞에 서서 절망스런 표정으로 달을 바라보았습니다.
다들 말이 없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작고 가냘픈 목소리가 들려왓어요.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사다리가 되면 어떨까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클로에라는 소녀였어요. 사람들은 곧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신문팔이 소년의 어깨 위에 유리 부는 사나이가 올라서고, 그의 어깨 위에 다시 시계 고치는 아저씨가 올라서고…….
이렇게 해서 거대한 우정의 사다리가 만들어졌어요.
티몰레옹은 친구들을 발판 삼아 위로 위로 올라갔습니다. 마침내 티몰레옹이 달에 다다르자 밑에서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려왔어요.
이제 자몰레옹 할아버지는 은하수 어딘가에서 편히 쉬고 계십니다. 그리고 새 달지기 티몰레옹은 잠든 도시를 위해 밤마다 아주 멋진 달 모양을 준비한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평화롭게 잠이 듭니다. 잠들 때면 티몰레옹의 웃는 모습이 보이는 듯해요.
첫댓글 오랫동안 일을 했으니 정말 잠 올레 옹!
상상력의 사다리를 타게 하는 그림책! 발상이 통통
ㅎㅎㅎㅎ 몬산다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