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의 <나비 품에서 울었다>
1. <나비 품에서 울었다>는 1980년대 초 임권택 감독이 만든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작품이다. 1980년대 들면서 과거 ‘영화 공장’같은 작품 제작 방식에 회의를 느낀 감독의 새로운 영화적 접근은 <짝코>, <만다라> 등을 통해서 표출되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비 품에서 울었다>는 과거 영화적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한 통속적인 방식이 여전히 남아있는 작품일 수 있다. 미국에서 온 한 여인(나영희)의 과거 애인을 찾기 위한 여행을 안내하던 택시 운전사(이영하)의 연정과 짧은 순간의 열정 그리고 남겨진 고독의 시간을 상투적인 방식으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 속의 ‘나비’는 어쩌면 장자의 ‘호접몽’에 대한 하나의 은유로도 읽을 수 있다.
2. 강원도 탄광 지역의 마을을 가려하는 한 여인을 태운 택시 운전사는 운전을 하는 과정에서 이 여인이 약 7년 전 미국으로 떠났다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나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을 알게 되고 연인을 찾는 여행을 안내하게 된다. 하지만 만나려는 상대는 정착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이동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을 따라 그들의 여행도 강원도에서 충청도 그리고 또 다른 마을로 계속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합승하려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지며 결국 찾으려는 애인의 비참하지만 평범한 모습을 확인하고는 돌아서게 된다. 오랜 시간 동행은 두 사람의 관계를 가까이 만들었고 두 사람은 진한 열정의 시간을 갖게 된다. 하지만 깊은 잠에 빠져있는 동안 여인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고 남겨진 남자는 고독한 심정으로 갔던 길을 쓸쓸하게 돌아온다. 그때 <만다라>의 끝 장면처럼, 이 영화에서도 멀리 뻗어있는 비워진 길이 피날레를 장식한다. 80년대 남자들이 한번쯤 상상했을 짧은 만남, 긴 이별이라는 낭만적인 순간의 재현이다.
3. 이 영화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내용이라기보다는 영화 속 장면의 묘사이다. 이 영화는 만다라의 또 다른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만다라>가 두 승려의 만행을 통해 우리의 산하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보게 한다면 <나비 품에서 울었다>는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서 우리의 개발되지 않은 국토를 보여준다. 험준한 산악 지대, 산 속에 만들어진 탄광 지역의 열악한 집들, 지금도 변화하지 않은 유명 문화재와 이제는 사라진 과거 마을들의 모습은 당시 살아가던 사람들의 생생한 현장을 정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산하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80년대 초 임권택 감독의 감성이었는지 모른다. <만다라>에서도 그랬고, <안개마을>에서도 마을과 기차역(신림)을 통해서 그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나비..>에서도 임권택 감독의 우리 국토에 대한 애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며,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보게 되었을 때 과거의 추억과 그리움을 소환하게 되는 것이다. 임권택 감독의 80년대 초기의 작품들은 작품의 내용과 관계없이 나에게 80년대의 고독과 허무 그리고 낭만을 기억하게 하는 소중한 기록들이다.
첫댓글 (2020 - 1980년대 세미나 개최 취소)
코로나 사태가 심상치 않다.
내가 계획한 방식으로 하기에는 여러가지 부담이 많다.
준비도 부족하니 올해에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좀더 자료를 준비해서 내년에 열 예정이다.
코로나19 어여 사라지기를...
모든 것은 변하고 남는 것은 짧은 기억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