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bora의 큐슈 간이역 기행 #3. 筑肥線(치쿠히선)의 간이역들-1

[bora]

bora의 큐슈 간이역 기행 #3. 筑肥線(치쿠히선)의 간이역들-1

여행의 목적이 일본의 간이역이었으니 최대한 이넘들을 하나라도 더 봐야 한다는 생각에 주요한 여행지나 관광명소는 사뿐히 통과해야 했다. 여행지는 다시 갈 수 있지만 간이역은 지금 보지 않으면 제대로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다급함 때문이었다. 어쩌면 일본의 간이역들도 우리나라처럼 철도합리화 정책이다 뭐다 해서 싹 없애버릴지도 모른다는 괜한 걱정이 앞섰다. (물론 일본은 한국과는 달라서 그렇게 쉽게 간이역들을 날려(?)버리지는 못할 것이다)

다른 여행지를 다 생략하더라도 꼭 2군데만은 둘러보기로 했다. 후쿠오카돔과 모지코역 철도박물관이었다. 1일차 철도여행은 筑肥線(치쿠히선)을 타고 간이역 몇 곳을 들렀다가 다시 되돌아와서 후쿠오카돔에서 일본프로야구 한 판 관람하는 거였다.

어차피 1일차는 후쿠오카시내를 지하철로 돌아다녀야 하므로 600엔을 내고 지하철 1일패스를 끊는 것이 유리했다. 치쿠히 선을 이용하려면 메이노하마 역에서 열차를 갈아타거나 치쿠히선을 직결하는 열차를 타고 외곽으로 빠져나가면 된다.

이날 처음 찍은 사진이 무척 마음에 든다. 기차와 여인... 무척 잘 어울리는 매치 아닌가? 

꼭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동차와 여성이 잘 어울리는 것처럼 기차와 함께 사진으로 보여지는 여성의 모습은 묘한 매력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앞으로도 기차와 여인 시리즈는 종종 등장하게 될 것이다.

차량의 종류나 제원에 대해서는 전문가님들이 설명해 주시리라 믿고 ...(T.T;)

나를 싣고 온 기차는 후쿠오카 외곽에 위치한 이마주쿠(今宿) 역에 나를 내려놓고 떠났다.

말로만 듣던 1,067mm 표준궤를 직접 보니 확실히 1,435mm와는 눈으로도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차이가 컸다. 역 구내를 둘러보고 역 바깥으로 나섰다.

역 앞에 택시 서는 곳을 표시하는 표지판(일 것이다)이 서 있었다. 밑에는 '후쿠오카 소화택시(주)'라고 적혀 있는 걸 보니.

이마주쿠 역 앞은 꽤 붐볐다. 제법 규모있는 편의점도 있고, 택시도 2대나 서 있다. 손님도 5-6명이나 내렸고, 아직도 후쿠오카 시내영역을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택시기사님들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무도 타지 않았다. 우리나라였으면 옆에 와서 어디 안가냐고 물어봤을텐데..

역사(驛舍)는 최근에 새로 도색한 듯 한데 역사의 뼈대와 양식 자체는 어느정도 세월의 흐름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좀더 살펴보고 싶었지만 다음 열차를 타야 하기 때문에 얼른 역사로 뛰어든다.

역 맞이방의 모습은 우리나라 보통역의 그것과 흡사했다. 표끊는곳에는 전자식 안내판이 달려 있어 다음 열차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인터넷으로 흐린 사진만 보고 들른 곳인데, 기대와는 조금 다른 모습에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곳 편의점에서 먹을 만한 도시락을 샀으니 들르길 잘 했다. 

앞서 탔던 열차와 동일한 색상, 형태였다.

광고문구가 한글 대신 일본어라는 것, 객차 사이가 뚫려 있다는 점이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었다.

두 번째 내린 곳이 스센지(周船寺)역인데, 역 건물이 상당히 최신의 것이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경전선 반성역 처럼 별장이나 팬션 모양을 하고 있었고, 이곳 역시 좀전에 본 이마주쿠 역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역 앞 풍경이었다.

그래도 스센지역은 역무원과 마을 사람들의 노력이 보이는 곳이었다. 플랫폼을 건너는 통로에 벽화를 장식해 놓았는데,  筑前고등학교 미술부 학생들이 꾸민 것이었다.

한국도 이런 곳이 있다. 성신여대 미대 학생들이 와서 꾸민 구절리역과 나전역, 아우라지역이 그것이다. 특히 나전역은 정선 화암8경을 상징하는 도깨비를 테마로 한 간이역사가 무척 귀여운 곳이다.

( 학생들이 꾸민 이쁜 무인간이역, 정선선 나전역 )

문득 걱정이 생겼다. 설마 모든 일본의 간이역들이 이렇지는 않겠지? 하는 불길한 생각에 사로잡힌다. 만약 그렇다면 나의 일본 간이역기행은 일찌감치 접고 그냥 후쿠오카 관광이나 하는 게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런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다음 방문역에서 깨닫게 되었다.

[분당선 도곡역]

후쿠오카 교통국 소속 차량입니다. 아마 1000N계로 추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