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고학생 의대•약대 진학 시 장학금 회수조치
실효성 및 한국 이공계열 대우와 현실 개선에 대한 의문 -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석류알
소식지 1, 2월호
기자 안소민
안녕하세요 사범대 학우 여러분! 한 해가 저물고, 2022년 새로운 한 해를 맞이했습니다. 지나간 한 해가 아쉽지만, 새로운 해에는 또 어떤 일이 생길지 기대되기도 합니다. 2021년 한 해 동안 교육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중 경기과학고가 의대에 진학한 학생들의 장학금을 환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파장이 일어났는데요, 이번 기사에서는 관련 내용을 자세히 알아보려고 합니다.
작년 1월 6일 방송된 유퀴즈에서는 경기과학고 출신으로 6곳의 의대에 동시 합격한 학생이 나와 화제가 됐습니다. 수시 원서 6장을 의대에 사용했다는 점과 200시간에 달하는 의료봉사를 했다는 점에서 과학고등학교의 취지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이 불만을 표했던 것입니다. ‘사교육 없는 세상’ 및 4개의 교육 관련 시민단체는 해당 논란과 관련해 최근 4년 동안 영재고와 과학고 졸업생 345명이 의약학 계열 대학에 진학해 설립 취지를 훼손하고 있으며, 학교당 적게는 수십억 원, 많게는 백억 원 이상의 혜택은 다 받고 과학기술 분야가 아닌 의대를 진학하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자 다른 학생의 교육 기회를 박탈하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영재고 차원에서는 이런 문제들을 이전부터 인지해왔고, 작년 4월 29일 영재학교장협의회는 영재학교 학생에 대한 의약학 계열 진학 제재 방안을 마련해 2022학년도 입학전형 모집 요강에 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의약학 관련 대학 입시에 대해 학교가 어떠한 지원을 해주지 않고, 학생부에도 연구 활동 등 영재학교에서 추가로 운영되는 교육과정 사항을 미기재하고 창의적 체험활동 등 일부 항목을 공란으로 처리해 불이익을 주며, 영재학교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투입된 추가 교육비와 영재학교 재학 중에 지급한 장학금을 환수 조치할 것임이 결정되었습니다. 이 발표의 여파로 영재고 경쟁률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2021학년도 경쟁률이 14.21대 1이었던 것에 반해 2022학년도 경쟁률은 6.09대 1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영재학교 간 중복지원이 금지된 것도 큰 영향을 끼쳤지만, 영재학교에서 수시로 의대 진학을 하는 길이 사실상 막혔다는 것도 경쟁률 하락의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영재고의 조치에는 여러 허점이 발견됩니다. 현재 경기과학고를 포함한 영재학교는 실제 장학금 환수 조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경기과학고의 경우 작년 졸업생 중 의대에 원서를 넣은 23명에게 1인당 약 550만 원에 해당하는 장학금을 회수했습니다. 학교 지원생들은 입학 시 의대 진학 시 장학금 환수 조치에 동의한다는 각서를 작성해야 하며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조치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재고에서 의대로 진학하는 학생은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9년 경기과고의 의대 진학률이 8.3%였던 것에 비해 2021년도 진학률은 10.3%로 상승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한 교육 전문가는 의대 진학을 결정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물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며, 당장 불이익을 감안하고서도 의대에 진학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영재고등학교 차원에서의 조치는 사실상 재학생들에게 해당하며, 재수를 통해 의대에 진학한 학생들까지 제재를 가하기는 힘든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이 문제를 학생들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아닌, 한국 사회에서 이공계열의 위치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전까지는 상위권 학생들이 이공계를 많이 선택했고, 공대의 인기 과를 가지 못해 의대에 진학한 경우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이 이공계 연구인력을 구조 조정하며 직업 안정성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 BRIC(생물학정보연구센터)에서 이공계 박사 또는 박사 졸업 예정자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지나친 단기 실적주의와 연구 독립성 보장의 어려움’, ‘국내 일자리 부족’, ‘선진국보다 열악한 처우’로 많은 이들이 국내에 남아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실제 서울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이공계열 학생 중 중퇴 후 의대·약대 입시로 빠지는 학생들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입니다. 이공계열 인재들이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의대 진학의 길을 막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바라보는 것입니다.
영재고나 과학고에서 의대 진학을 선택하는 것은 밖에서 바라봤을 때는 그 설립 취지와 어긋났다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학생들의 처지에선 한국 이공계의 암울한 현실에 선택한 다른 길이 의대 진학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해당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받는 혜택을 무시할 수는 없으며, 의대 진학을 결정했다면, 일반고로 전학을 가는 방법이 있다는 점에서 의견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영재고에서 의대 진학을 막으려고 하는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왔지만, 아직은 의대로 쏠리는 현상을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인 이공계열 대우 개선도 마땅한 해결책이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흐름이 나타날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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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림, ‘영재고학생, 의대·약대 진학 막는다…지원땐 교육비 장학금 환수’, 매일경제, 2021.04.29,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21/04/415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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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1111502109963056003&ref=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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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연, ‘유퀴즈 '과학고 출신 의대생' 출연 사과 "제작진의 무지함"’, 중앙일보, 2021.01.11,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967677
유다원, ‘경기과고 장학금 전액 환수에도 의대 진학자 13명 ‘증가’.. ‘제재 방안 실효성 의문’, 베리타스 알파, 2021.11.15,
http://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396726
최소망, ‘이공계 두뇌유출의 원인은? “국내의 열악한 대우와 처우”’, 중도일보, 2016.07.17,
http://www.joongdo.co.kr/web/view.php?key=20160717000015529
‘[단독]서울·광주과학고도 의대지원 졸업생 장학금 회수’, 뉴시스, 2021.11.15,
https://newsis.com/view/?id=NISX20211115_0001651789&cID=10201&pID=1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