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색깔만으로는 판별이 어려운 목가구 문갑, 사방탁자, 경상, 반닫이, 중에서도 값나가는 강화 반닫이라든가 밀양 반닫이, 책 반닫이와 같은 물건에서 가짜가 많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런 종류의 물건을 감정하기 위해서는 가품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서부터 아는 것이 좋겠다. 첫 번째는 큰돈이 되지 않는 큰 목기를 축소시켜 돈 되는 작은 물건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 두 번째는 오래된 나무, 즉 고택(헌 집)을 철거할 때 쓸 만한 물건을 싸게 사서 큰돈이 되는 물건을 만든다. 세 번째는 오래된 큰 장을 뜯어 축소시켜 큰돈이 되는 작은 물건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목가구의 진품과 가품을 구별할 때 단순히 나무의 색깔만으로 그 진위를 따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렇듯 오래된 나무를 이용해 가품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변한 나무의 무늬색으로 그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이다. 또한 목가구는 장식 또한 옛날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장식으로도 판별이 힘들다.
선조들의 유물을 보는 눈을 더 바르게 더 깊게 목가구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경우이다. 나무와 나무를 합치는 부분인 모서리를 보게 되면, 옛날 것은 이어진 부위 사이에 때가 끼어 벌어진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가품은 이어진 부분에 톱자국이 보이거나 이어진 부분 모서리에 인공으로 때를 만들어 접착제에 개어 메우기 때문에 때가 마르게 되면 축소돼 틈이 생긴다.
옛날에 만든 목가구의 톱자국은 오랜 세월 자연 마모되고 색깔이 자연 취색되어 생살이 아니다. 하지만 가품의 경우, 나무는 오래되었다고 하더라도 톱자국이 검붉은색으로 변하지 않고 약간 흰색에 가까운 노란색을 띤다.
여기에 염색을 하기 때문에 염색한 부분의 색깔이 자연적으로 찌든 색이 나지 않는다. 이것은 유심히 보면 알 수 있다. 헌 나무 위에 장식을 붙이게 되면 장식 속(장식 뒤) 색깔이 원나무 바탕색이어야 하는데 장식 밑에 때가 묻어 있으면 헌 나무 위(때 위)에 장식을 붙이기 때문에 틀림없이 가품이다. 요즘 새 나무로 만든 목가구는 아무리 오래된 색으로 염색을 해도 겉만 염색될 뿐 나무 속까지 파고들어가는 염색약은 없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을 살짝 긁어만 보아도 새 나무의 흰 색이 그대로 드러난다.
장식으로 구별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장식을 붙이는 못의 머리 부분이 나무연대에 맞게 달려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백 년 정도 사용을 했다면 못 머리도 그 정도 달려 있어야 하며 장식에도 긁힌 자국이 있어야 하고 장식의 모서리가 많이 닳아 있어야 한다. 무쇠장식도 마찬가지이다. 무쇠는 황동보다 훨씬 빨리 산화가 오기 때문에 녹만 슬어 있다고 해서 오래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표면의 요철이 좀 벌레가 파먹은 것처럼 울퉁불퉁하게 산화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 선조들의 유물을 볼 때에는 그 안에 담긴 역사성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탐구하는 눈을 기르는 것도 중요한 맥락이다. 유물이 어떠한 부분에서 세월과 역사성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알아야 그것을 바르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이상문 KBS 진품명품 감정위원, 명지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 사진•연합콘텐츠. 국립 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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