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한 달이나 있으니 제주도에 있는 모든 동네서점을 가보겠다는 큰 포부를 안고 갔다. 하지만 나는 제주도의 교통이 매우 불편하다는 것과 제주도가 정말 크다는 것을 간과했다.
내가 지냈던 제주대학교에서 그나마 가까운 동네서점부터 둘러보기로 하고 추려낸 서점은 ‘시옷서점’, ‘썬앤북스’, ‘딜다책방’, ‘라이키서점’, ‘만춘서점’이었다.
맨 처음으로 ‘시옷서점’에 갔다. ‘시옷서점’은 저녁에만 운영하는 시집만 파는 서점이어서 정말 기대를 했다. 하지만 오픈시간이 되어도 문이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아서 주인분께 전화를 했더니 최근에 서점을 잘 열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시옷서점과 나름 가까운 거리에 있는 ‘썬앤북스’는 영어동화책 전문 서점이다. 이 곳도 전문성이 있어서 궁금한 서점이었다. 하지만 ‘썬앤북스’라면 당연히 ‘Sun and Books’여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충격적이게도 ‘Son and Books’ 였다. 남아선호사상적인 간판을 보고 들어갈까 말까 고민했지만, 그래도 들어가 보니 이제는 책을 팔지 않고 도서관처럼 운영하고 계신다고 했다.
그래서 오래 머물지 않고 ‘딜다책방’으로 넘어갔다. ‘딜다책방’은 개인사정으로 임시휴무 중이었다. 그제서야 검색의 중요성의 느끼고 ‘라이키서점’에 가기 전에는 검색을 해보자 싶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라이키서점을 검색하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딱 그날 이사를 가신다고 했다. 아라동 근처의 서점들은 이렇게 모두 만족스러운 방문에 실패했다.
하지만 아직 ‘만춘서점’이 남아있었다. 함덕에 있는 만춘서점은 ‘여자 둘이 살고있습니다’에 언급되어서 꼭 가보자고 마음먹은 서점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만족스러웠다! 사진과 함께 만춘서점을 함께 둘러보자.
확실히 운영할 때 갔고, 책도 많이 사서 올 수 있었다. 만춘서점은 깔끔하고 작아서 주변의 경관과도 잘 어우러졌다. 동네서점의 묘미는 사장님의 책 선정 취향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서점은 내 취향을 너무 저격해서 서점 밖을 나오기가 힘들었는데, 주로 한국현대소설과 페미니즘 도서, 약간 ‘일하기 싫어’ 톤이 있는 산문집, 에세이들이 많았다. 몇몇 책에는 추천하는 메모들도 붙어 있어서 책을 고르는 과정이 즐거웠다. 만춘서점만의 굿즈들(만춘서점을 그린 엽서, 만춘서점 연필, 메모지 등등)도 많아서 돈을 탕진하기 딱 좋았다.
5.9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