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결혼식
문민순
막내 동생의 아들인 조카의 결혼식 날이다. 우리 집안은 친정도 시댁도 6남매인데 이 결혼식을 끝으로 직계 형제자매의 모든 결혼식이 끝난다. 20명 조카들 결혼식을 치루면서 보람도 있었고 더러는 가슴 뭉클함도 있었다. 그동안 많은 굴곡의 시간들을 잘 견뎌냈다는 게 고맙고 감사하다고 스스로 위로해 본다. 너도 애쓰고 나도 애썼다. 우리 모두가 애쓰면서 큰 탈 없이 결혼식을 치렀고 잘 살고 있다는 것이 우리 모든 자식들에게 고마울 뿐이다.
잘 생긴 꽃 미남 청년들의 아카펠라 하모니가 마음을 여유롭게 해주며 분위기를 고조 시키고 있었다. 다른 결혼식과는 달리 주례 없이 신부 아버님의 성혼문 낭독으로 식이 진행 되었다.주례사는 신랑 어머니인 막내 동생이 나와서 평범하지만 결혼생활의 진리인 믿음, 소망, 사랑을 주제로 손수 준비한 글을 낭독하였다. 가정이라는 곳에 소망을 가지고 사랑을 가꾸며 꿈을 키우며 살라는 요지의 글을 낭독할 때는 어느 주례사 보다 마음에 와 닿아 하객들 모두가 숙연해졌다. 자식들에게 마음으로 던져주는 어머니의 메시지가 신선하게 느껴져 곳곳에서 눈시울을 적시는 모습도 보였다. 동생은 그 주례사를 쓰기위해 며칠을 고민했다한다. 평범하지만 그 평범함마저도 외면하며 사는 우리이기에 작은 약속을 지키고 가꾸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깨우쳐주는 글이었다. 친구들의 축가도 좋았지만 누나 둘이서 부르는 축가와 신랑이 신부를 쳐다보며 부르는 사랑의 세레나데가 특별했고, 신랑이 신부에게 무릎을 꿇고 프러포즈 식의 예물전달을 할 때는 모든 하객이 예식에 동참하는 의미로 축하 박수가 쏟아졌다. 본인들이 스스로 계획하고 온 가족을 동참하게 하는 자기들만의 개성 있는 결혼식이었고, 말 그대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이벤트 결혼식이었다. 시대가 바뀌고 세월이 흐르다보니 결혼식풍경도 많이 바뀌었지만 오늘처럼 가족위주 결혼식은 더 알차고 실감 있는 결혼식이었다.
얼마 전 특별하다 생각했는지 SNS에 결혼식 중에 것도 장모가 막춤을 추는 장면을 보았다. 축하도 좋지만 결혼은 인간의 중대한 일인데 보기가 민망했다. 아무리 개성시대 라지만 예절과 격을 지키고 품위를 생각 해야지 보는 자신도 세대차이인지 꼭 그렇게 축하를 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벌써40년이 넘는 나의 결혼식부터 자식들의 결혼식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나도 나름대로 의미를 두고 어버이날인 5월8일을 결혼식 날로 정했고 성스럽게 하고 싶어 성당에서 결혼식을 했다. 그때 남편은 드레스대신 하얀 미니 투피스를 맞추어 입으라고 권했지만 나는 여자의 로망인 웨딩드레스를 포기하기 싫었다. 큰딸의 결혼식은 지금은 고인이 되신 시인 김춘수님이 주례를 맡아주시어 의미를 찾았고 아들 역시 미국과 한국에서 결혼식을 치뤘던 것을 생각하면 나름대로의 의미는 부여되었으리라 믿는다. 살아보니 결혼은 단거리 주행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가야하는 마라톤인 것을. 행복이 왔을 때 서로 지키지 못하면 행복은 금새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지나고 보니 세월과 함께 사람도 숙성되고 발효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살다보면 예키치 않는 쓰나미가 오는 것도.
지금은 합동결혼식이나 스몰 결혼식까지 개성 있는 이벤트 결혼식이 다양하다. 또 결혼50주년이 되는 금혼식을 리마인드 웨딩으로 웨딩드레스를 입고 혼례를 치루는 것도 많이 본다. 부부가 건강하게 50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해로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그 자체가 축복인지도 모른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황혼이혼이며 졸혼 등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말 많은 시대에서 50년을 함께하며 금혼식을 갖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존경받을만하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으로 한 가정이 축복 속에 시작하는 결혼식을 보면서 상대방에게 큰 기쁨이 되어주고 위안을 주며 부디 행복하게 잘 살아나가기를 바라며, 가족들에게 고마운 마음의 축하 까지 곁들인 행진 팡파레가 세상에 그 어떤 특별한 이벤트 보다 더욱더 우렁차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