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빛길 시문학(낭송)회
2024년 2월 3일(토) 개최한 제3회 시낭송회 발표시입니다.
세상이 어수선하고 삶이 고달플수록
보석같은 내면의 영성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
시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는 건 여러모로 도움이 됩니다.
시를 쓰거나, 시를 읽거나, 시와 같은 마음으로 살아갈 때
자신의 참모습 본모습은
바깥의 어떤 바람에도 불구하고
항상 여여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갑진년 한 해도 뜻깊은 시간들 되시기를...
고향별
ㅡ강병천(태얼랑)
지구별에는...
태고적부터 하늘을 건너온
온갖 인종들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라이라 시리우스 오리온 플레이아데스
안드로메다와 북두칠성
이름 모를 여러 별들에서까지
밀도 높은 경험과 공부를 위해서도 오고
탐험과 개척과 봉사를 위해서도 오고
잘못을 저지르고 도피와 은신을 위해서도 오고
별자리도 다르고 목적도 다른 이들이
좋고 나쁜 갖가지 카르마를 지으며
지구별의 삶을 울긋불긋 물들이고 있다
이제는 깨어나야 할 시간...
시침 분침 초침이 겹치면 새 날로 넘어가듯
은하주기 태양주기 지구주기가 겹치는 때에는
지구는 도약하여 새로운 별로 바뀐다
별과 함께 상승한 이들은
새 별을 일구는 개척자가 되기도 하고
꿈에 그리던 고향별로 돌아가기도 한다.
흐름 따라 변화하지 못한 이들도
옛 지구별과 닮은 별에서 새 삶을 시작하게 된다
신비로움 가득한 눈빛으로
밤하늘 고향 별자리를 헤아리며
영겁의 기억을 되살린다
환생 때마다 벗어 놓은 사연들이
지구별 곳곳에 기념비로 남아 있듯이
별자리에서 별자리로 유전하며 남겨 놓은 역사들도
아득한 하늘 신화로 남아 있겠지...
사랑하는 사람들과
은빛 우주선을 몰고 다니며
이 별 저 별 여행하던 아련한 추억들도
아카샤 하늘 도서관에 꼼꼼이 기록되어 있겠지...
이제 또 다시 새로운 전환의 때가 마무리되면
지금 옆에 있는 사람들과도 작별을 고해야 한다
그러면 몇 만 년 세월이 흐르고 흘러
어느때 어디선가 또 다른 만남을 이루게 되려나...
도 닦는 별
ㅡ강병천(태얼랑)
지구는 도 닦는 별이다
우주에 도 아닌 곳이 있겠냐마는
이곳은 도를 아주 세게 닦는 곳이다
3차원은 초등학교
4차원은 중고등학교
5차원은 대학 대학원
3차원 지구별의
욕망과 좌절과 실패와 고통
불의와 거짓과 적대와 전쟁
이런 저런 온갖 사건 사고들까지도
조물주께서 특별히 마련해 놓은 과목들이다
돌고도는 갖가지 삶의 경험들 속에서
사랑 지헤 의지 정의 용기 인내를 기르고
그 거름자리에서 깨달음의 꽃을 피우도록...
지구는 도 닦는 별이다
도는 산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사원과 수련장에만 있지도 않고
지구 삶 전체가 모조리 도이고 수행이다
온 몸과 마음으로 배우고 겪으며
남김 없이 졸업하고 털어내고 나면
그제야 피는 꽃이 빛사람 황금꽃이다
그러니 아침 인사를 할 때는
오늘 하루 행복길 꽃길만 걸어라 하지 말고
힘든 일 험한 일도 기꺼이 받아들여
보람으로 승화시킬 수 있기를 기원하자
지구는 도 닦는 별이다...
함박눈
ㅡ박보경(빠미라)
온 세상이
구름으로 덮은 듯
하얗습니다
나무 위에
살짝 내려 앉은
작은 눈송이...
짖궂은 바람이
후 하고 불으면
후두둑 사라지고 맙니다
하이얀 눈 세상은
미움도 더러운 것도
다 덮어 버린 듯
우리들의 마음까지도
깨끗하게 정화시켜 줍니다
온 세상이
하이얀 눈처럼
깨끗하고 아름답고
사랑으로 가득하길
바래 봅니다
청룡의 새해
ㅡ박보경(빠미라)
다사다난 했던
지나간 해가
깡총 깡총 뛰어서
달력 한 장 뒤로
사라지고...
푸르른 새해가
위용을 떨치며
슬며시 우리에게로
다가 왔다
새로운 해에는
모든 이들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모두들 평화롭고
사랑이 가득하며
행복이 넘치는
그러한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음
ㅡ김준범(유소랑)
정오에 갑자기
사방이 어두워지고
한바탕 빗줄기가 내려와 있다
후두둑 후두둑
서둘러 비를 피하는
발걸음들이 어지럽다
우산아래 있는 발들도
금세 물에 젖어 무겁다
그냥 소나기를 맞는다
비를 피하는 발걸음과
우산 아래 젖은 발들이 부질없다
온 몸으로 받아들인 소나기에
온 몸이 시원하다
아침엔 미처 알아차릴 새 없이
욱한 감정의 소나기를 맞았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흙탕물 튀겨가며
온 주위를 어질러 놓고 말았다
내일은
온 마음으로 지켜보는 소나기에
마음이 자유롭겠다
빛을 기억하며
ㅡ김우연(Margaret Kim)
빛을 표현하려해도
기억이 어렵다
환하다
빛을 말하려해도
기억이 어렵다
빛난다
빛을 생각하려해도
기억이 어렵다
밝다
빛의 전율을 느낄때
내 몸은
서광이
불꽃이 되라
ㅡ여서완
불꽃을 피우는 모닥불
탁탁거리며 타는 그 한순간
환희하는 순간순간이 삶의 조각이다
활활 불꽃처럼 살다 가려 해도
그냥 타고 재만 남아
타는 불꽃에 시련 조각의 장작덩이 던져 넣으니
재미와 환희가 피어난다
삶이 그런거란다
검은 동강으로 남아 이리저리 굴러다니느니
재가 된다면 그것도 영광이리
재미없이 타면 꺼지고 또 연기만 남고
그냥 타도 아쉬움만 남고
시련과 도전을 섞어서 타면 매력이 남는다
어둠도 태우고
허무도 가식도 타고 다 타버려라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 재가 될 수 있음이라
삶이 사랑이었음이라
내 삶이 불꽃이었음이라
용왕 나가라자 Nagaraza
ㅡ이은심
용왕 나가라자 Nagaraza
용왕님전에 수중에서 놀던 물고기들
유전자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청룡 황룡이 굽이치는 강언덕 해안가에
용화사를 무수히 지어 바쳤다네
비나이다 비나이다 용왕님전에 비나이다
우리 아버지 심봉사 눈 떠지게 비나이다
뱃사람에게 팔린 심청이가
황해바다속으로 풍덩 뛰어들적에
기특한 심청이 용왕님이 연꽃속에 살리시어
심봉사 다시 만나 눈 뜨게 하시었네
용왕맞이궂
익사한 혼을 달래어 보낼 적에
풍어를 기원할 적에
큰대세움 초감제 우주개벽 천지창조의
사설을 먼저 풀이하셨네
사람기원을 먼저 보게 하였네
지우고 지우고 지워도 민간전승에 살아남는
동이할아비 용왕님이시라
오시는 길
양편에 댓잎 여섯장씩 요왕문을 만들어 드렸네
길을 닦고 치우고 질침 요왕다리심방
영등할미굿은 용왕맞이굿이라
수심방 질침 씨드림 씨점 지아룀제물
액막이산받음 배방송 신 보내는 절차였다네
***후기를 올리며...
시는 머리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가슴에서 나옵니다.
생각들의 박제가 아닌 지금 여기에 살아 있는 울림입니다.
예술 창작의 과정과 결과이기도 하고
수행자들이 그토록 바라는 영성 체감의 문이기도 합니다.
이번 낭송회도 가슴을 울리는 좋은 시들을 읽으며
즐겁고 신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은 전파와 공유를 바랍니다.
***공지사항
매월 첫째주 토요일 개최해 온 시낭송회는
3월부터 시작하는 백일공부(추후 공지 예정) 일정으로 인해
앞으로는 적합한 날을 보아 수시 개최하는 것으로 변경합니다.
참여를 원하는 분은 평소 준비한 자작시를 낭송하면 되고
시에 재주는 없지만 함께 하고 싶은 분은
좋아하는 동서고금의 기존 시를 낭송하면 됩니다.
제4회 모임은 미정이지만 개최가 예정되면 공지할 것입니다.
처음 참여를 원하는 분은 미리 의사 표현을 바랍니다.
(이름 닉넴 성별 연령 등 간단한 자기소개를 문자, 카톡 또는 메일로)
nhne1371@hanmail.net
첫댓글 갑진년 첫달에 개최한 금번 낭송회는 한 해를 시작하는 첫 낭송회였던 만큼
큰 안목으로 자신의 여정을 돌아보고 지금 여기 삶의 진수를 음미해보았습니다.
<고향별>은
우주적 영겁의 세월로부터
이곳 지구에서의 삶과 앞으로 이어져나갈 미래까지
파노라마처럼 훑어보며 상념에 잠긴 마음을 표현하였고
<도 닦는 별>은
우리가 지구별에서 삶을 영위하는 이치는
단순히 행복과 꽃길만을 추구함이 아니라
좋고 나쁜 온갖 경험을 통해 성장하기 위함인만큼
당장의 편안함만을 가치의 척도로 삼지 말고
불행과 실패와 고통도 기꺼이 마주치고 감내하면서
용기와 분발이 필요함을 전하고자 하였습니다.
마냥 달콤하고 편안한 자장가 소리만 중얼거리면
성장은 언제 하겠는가?
ㅡ새로운 인사말을 제안합니다ㅡ
"오늘 하루 행복과 꽃길만 걸으소서!"가 아니라
"오늘 겪는 모든 일에서 배움과 성장이 있기를!"
<함박눈>에서는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힌 일시적인 정화의 감정을
세상 모든 것이 두루 깨끗해지기를 바라는 염원으로...
눈은 순수 백광의 의미를 물질로 비유한 것이고
우리의 마음이 진짜로 순수 백광으로 충만해지려면
감각과 낮은 관념으로 지어 온 오랜 어리석음으로부터
남김 없이 훌훌 벗어나 진짜로 졸업을 해야겠지요.
백광은 가짜 자기로부터 벗어나야만 비로소 내리는 법이니...
<청룡의 새해>는
들어서자마자 국내외적으로 더 시끄러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빛사람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님들은
청룡의 기운으로 더욱 힘차게 정진하는 한 해가 되시기를...
<마음>에서는
소나기와 분리하여 일단 피하고부터 보는 마음과
소나기를 받아들여 아예 자신과 동일시하는
두 가지 마음을 묘사하고 있는데
전자의 소나기는 나를 귀찮고 힘들게 하는 것이라면
후자의 소나기는 거리낌 없이 온 마음으로 받아들여
오히려 소나기의 경험만큼 더 자유로워진 내면을 추구하고 있네요.
'도 닦는 별' 시에서도 얘기하고 있듯이
꽃길만이 아니라 험한길까지 모두 포함하는
우리의 삶 자체가 곧 소나기와 같은 것이니만큼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좋은 비유입니다.
<빛을 기억하며>에서는
자신이 곧 빛 자체가 된 그런 빛을 얘기하고 있네요.
대부분의 명상가나 수행자들이 얘기하는 빛은
외부의 빛과 그 빛을 바라보는 감각 차원의 눈으로
즉 보는 자와 보이는 것이 분리된 채로 있는 그런 빛인데
이 시에서 빛은 자신이 곧 빛으로 된 그런 빛을 말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빛 자체가 된 그런 빛은 말이나 글로 옮기기가 어려운데
시인은 그래도 최대한 간결한 표현으로 그런 상태의 빛을
느낌으로나마 전하고자 애쓰는 모습이 보입니다.
태을금화종지에서 말하는 깨달음의 황금꽃은
바로 자신이 빛 그 자체로 나타나는 진짜꽃 진화를 의미하는데
이 시가 전하고자 하는 빛도 그런 것으로 느껴집니다.
<불꽃이 되라>에서
불꽃 역시 황금꽃을 연상케 합니다.
덭 탄 채로 검은 동강으로 굴러다니지도 말고
철저히 타서 재만 남는 그런 불이라야 졸업을 하겠지요.
조금이라도 덜 타고 남은게 있으면 다음생에 또 환생해야 하거늘...
시련과 도전을 섞어서 타면 매력이 있다는 말은
그렇게 하면 더 크고 깊은 의미가 있다는 뜻이니
우리 삶에서 달콤하고 즐거운 것만 추구하지 않고
힘들고 괴로운 일도 그대로 받아들여 태울 수 있다면
삶의 졸업장은 불꽃처럼 더욱 빛날 것입니다.
불꽃은 이 시에서 삶을 태우는 열정과 태운 뒤의 깨달음의 꽃
두 가지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용왕 나가라자 Nagaraza>는
우리나라 전통의 토속 신앙에 기반한 뜻과 정서를
무속에서 사용하는 용어 그대로 분위기를 전하고 있는데
지난 제2회 낭송회에서 '나무할미님'과 '바위도사님' 두 편의 시로
모든 사물에서 살아 있는 의식(정령)을 볼 줄 알고 공감할 줄 알았던
우리 조상들의 깊은 영성을 전한 바도 있듯이
이 시 용왕 이야기 역시 강과 바다에 깃든 살아 있는 의식을
용왕으로 표현하여 소통하고 존중하는 마음의 자세가 담겨 있습니다.
전국 곳곳에 아직도 면면히 전해내려오는 산신제, 용왕제...
등등이 앞으로도 계속 마을 단위 축제로서 살아 있기를...
미신이 아니라 양자역학에서도 이미 증명되었듯이
만물을 살아 있는 신성의 표현으로 보고 존중하는 의식으로 삼아
우리 마음에 꺼지지 않는 영성의 불꽃이 되기를...
제3회 빛길 시 문학회를 잘 마무리 할 수 있음에 감사 드립니다~^^
태얼랑님의 시 <고향별>은 우주의 이야기를 별자리로 표현하며 우리의 삶과 죽음을 깊이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도 닦는 별> 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상징으로
내세우며 치열하게 살고 있는 우리의 인생을 잘 표현하신 작품이었습니다.
유소랑님의 <소나기>는 비를 맞고 가는 마음속에 드러나는 이야기를 간결하게 표현 하신 것 같습니다.
마가레트김 님의 시 <빛을 기억하며>는 빛을 표현하는 단어를 함축적으로 아름답게 쓴 시입니다. 고맙습니다~^^
태얼랑님의 고향별과 도 닦는별이 마음에 와다았습니다....요즘 마음이 허해서 그런지 자꾸 하늘을 바라보게됩니다...특히 밤하늘을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는대요.....고향별이란 시는 여지것 우리의 원래 정채성에대해 배워오면서 우주의 대한 지식과 지혜를 얻으면서 알아낸것들을 시적으로 표현해주셔서 다시금 공부가 되었고, 내가 어디서 왔는지 지금까지 무엇을 했으면 어디로 가고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도 생각하게 하는 시었습니다 그리고 도 닦는별은 이 지구에 온목적을 다시금 상기 시키고 위로를 얻게 하는 시었습니다...
빠미리님의 청룡에 해는 무언가 희망을 느끼게하는 시었고 높은 기운을 가지고있는 청룡의 에너지가 모두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영의주를 생각하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