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참선에 대하여
우리는 평소에 선을 말하지 아니하노니 선을 알지 못하는 까닭이다. 비단 우리들만 알지 못할 뿐 아니라,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부처와 역대의 조사와 천하 선지식 노화상이 한 사람도 선을 아는 자가 없음으로서이다. 우리가 어떤 때에는 선을 잘 말하노니 선을 잘 아는 까닭이다. 비단 우리들만 잘 알 뿐 아니라 삼세의 모든 부처와 역대의 조사와 천하 선지식 노화상과 내지 일체 고물고물하는 함령(含靈)들이 선을 알지 못하는 자가 없음으로서이다.
선을 알지 못하는 때에는 불불조조가 입을 벽 위에 걸고 눈을 이마 뒤에 두거니와 선을 잘 아는 때에는 말이 천하에 가득하더라도 말의 허물이 없으니 이제 말의 허물이 없는 소식을 가지고 한 줄기 도를 통하려 한다. 이 소식은 온전히 일체중생의 보고 듣고 느껴 아는 아름이 아니로되 또한 보고 듣고 느껴 아는 것을 떠나서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화엄론」에 이르시되 「인생의 근본 무명 그 분별하는 종자로서 부동지불을 이루어 신진오입(信進悟入)하는 문을 삼는다」 하시고 황백선사가 이르시되 「견문각지상(見聞覺知上)에서 본심을 인식한다」 하시고 보조국사 이르시되 「교를 배우고 선을 배우는 자가 비록 묘지(妙旨)를 만나나 모두 성경(聖境)에 미루고 스스로 겁약함을 내는 것은 자기 마음의 날마다 쓰는 경문각지의 성이 무등등대해탈(無等等大解脫)인 줄을 깊이 관찰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하셨다.
이 지(知)를 경론과 조문에 설명한 곳이 또한 많으니 화엄경에 각수보살이 문수보살께 부처 경계의 앎을 물으시니 문수보살이 게송으로 답하시길 「식으로 능히 식할 바가 아니며 또한 마음 경계가 아니라 그 성이 본래 청정하여 모든 군생을 열어 보인다」 하시고, 기신론에 「진실식지(眞實識知)」라 하시고, 보장론에 「그 앎의 앎은 있고 없는 것을 계교하지 않는다」 하시고 달마조사 게송에 이르시되 「내가 본래 마음을 구하여 마음을 스스로 가지노니 마음을 구해도 알지 못하거든 마음의 앎을 기다리라」 하시고, 구나함불의 전법계에 이르시되 「부처가 몸을 보지 못함에 앎이 이 부처이니 만일 실제로 앎이 있다면 별로히 부처가 없도다」 하시고, 혜가대사가 이르시되 「요요히 항상 아는지라 말로써 가히 미치지 못한다」 하시고, 석두화상이 이르시되 「나의 법문은 먼저 부처가 전해 주되 선정과 해탈을 의논하지 아니하고 오직 부처의 지견을 통달함이라」 하시고, 하택은 「공적영지」라 하시고, 규봉은 「본적본지」라 하시고, 기타 모든 경론 가운데 말한바 진여 원각 보리 열반 반야 바라밀 등이 모두 이 참앎을 가르킴이니 그 사실은 곧 일체 인생의 본원각성이며 청정심체이다.
이 심성을 깨달으면 일반적으로 모든 부처와 평등하고 이 심성을 미하면 만겁에 생사를 수순하나니 삼세 보살이 한 가지로 배움이 이 마음을 배움이요 삼세 제불이 한 가지로 증득함이 이 마음을 증득함이요 일대 장교에 나타냄이 이 마음을 나타냄이요 일체 인생의 미혹함이 이 마음을 미혹함이요 일체 수행인 깨달음이 이 마음을 깨달음이요 일체 모든 조사들이 서로 전함이 이 마음을 전함이요 천하 납승의 참방함이 이 마음을 참방함이니 이 마음을 통달한즉 온갖 것이 모두 옳고 만물이 온전히 드러남이요 이 마음을 미 한즉 가는 곳마다 뒤집히며 생각마다 어리석고 미치나니 이 본체는 일체 인생의 본래 있는 깨달음의 성품이며 진소국토(塵少國土)의 발생하는 근원이다. 그러나 이 도를 가히 배우지 못하나니 마음을 가져
도를 배우려 하면 도리어 미 하리니 배울 수가 없는 고로 깨달음도 없고 깨달음이 없는 고로 닦을 것도 없고 닦을 것도 없는 고로 증득할 것도 없는 것이다.
이렇게 없다는 말을 듣고 없다는 견해를 고집하면 또한 공견단견에 떨어지고 견문각지를 인착(認着)하여 소득심이 있다고 집착하면 공견상견에 떨어지나니 그러므로 육조 대사가 이르시되 「허망됨이 따로 처소가 없고 어디든지 집착하는 곳이 허망됨이라」하셨다. 그런즉 인생의 무시겁래의 습성과 망령된 집착이 견고하여 빼버리기 어려움은 수미산과 같고 솟아 올라 멈추지 아니함은 큰 바다의 풍랑과도 같아서 도에 들어가기가 어려운 것으로 말하자면 푸른 하늘에 올라가기만큼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한 생각의 기미를 돌이키면 대지광명이 사람마다 본래 스스로 구족하여 불조로 더불어 털끝만큼도 다르지 않아서 상근기의 큰 지혜는 한 번 들으면 천 번 깨달아서 대총지(大總持)를 얻나니 얻고 나서는 고단하면 잠이나 자는 것만큼 싶다. 예로부터 상근기들의 깨달은 기연이 전기에 실려 있어 일일이 듣기 어려우나 그 가운데 한두 가지 들어 말하여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