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들에게 가장 가까운 '문화 아이템'은 무엇일까요? 뮤지컬도 있고, 연극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을 꼽으라면 늘 소지하고 다니는 MP3P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그 안에 든 곡은 어떤 곡이 가장 많을까요? 클래식이나 팝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아마 또 많은 분들이 우리 가요를 담아서 다니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그건 저 역시 마찬가지구요.
어떻게 보면 대중 문화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가장 가깝고 손쉬운 문화 아이템입니다. 아침에 눈을 떠 처음 스위치를 누르는 가전기기가 오디오거나 TV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 그렇지요. 이처럼 대중 문화는 상업적인 부분에서도 큰 파급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산업적 영향력 또한 가장 높습니다. 그런데다 세계적으로 비슷한 매체와 수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에게도 가장 친근한 분야입니다. 몇 년전 시작된 한국 문화의 파급이 가장 먼저 대중 문화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발빠른 산업화와 민간에서의 투자 때문인지, 의외로 대중 문화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많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이는 대중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대중문화 태생 상, 스스로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대중들의 문화 소비를 위해 기꺼이 나섰기 때문일 것 입니다. 즉,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 빠르게 적응하고 발전해 자생해 나갔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동시에 필요한 인프라를 갖춰 조금씩 발전하기 보다는 빠르게 대중의 입맛에 맞춰 변해가다보니 정말 필요한 분야에 대한 기반이 빈약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예를 들자면 '대중음악전문공연장' 같은 인프라 같은 것이겠지요.
대중문화가 탄탄하게 발전하고, 그 발전의 과정에서 체계가 잡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적 뒷받침을 위해 지난 19일, 올림픽 홀에서는 '대중문화예술진흥'에 대한 계획이 발표되었습니다.
이 계획은 우리 대중 문화에서 부족했던 인프라와 체계를 갖추기 위한 것을 기본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던 '대중음악 전문공연장'이라거나, 거대 기획사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연예계에서 연예인으로서 받았던 불공정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법률 추진이나 인권 교육 등도 진행 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대중 예술인들에 대한 예우의 차원으로 '대중예술가상'도 신설할 예정입니다.
우선 가장 먼저 그 동안 많이 논의되어 왔던 '대중음악전문공연장'이 올림픽홀을 리모델링하여 만들어 집니다.
사실 '대중음악전문공연장'은 국내의 많은 음악인들이 원하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뮤지컬 전문 공연장, 연극을 위한 소극장, 클래식 공연장 등은 부지런히 지어져 왔지만 '대중음악전문공연장'은 없었기 때문이지요. 물론 그 동안은 기존의 공연장이나 체육관 등을 통해 공연이 이루어져왔습니다만, 사운드나 여건 등이 대중음악의 환경과 달랐기 때문에 음악인들은 자신만의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몇 배의 노력을 더 들여야 했습니다. 이 불편은 체육관 등에서 임시로 만들어진 좌석에 앉아 콘서트를 봐야하는 관객 역시 겪는 부분이었습니다. 리모델링되기 전의 올림픽 홀에서 역시 대규모 콘서트는 여러번 열렸지만, 무대장치나 사운드 효과를 위해서는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이 곳이 대중음악을 위한 공연장으로 변신하게 됩니다.
올림픽홀에는 2700여석 규모의 메인 공연장을 제외하고, 240여석 규모의 작은 공연장도 지어 관객과 가수가 가까이에서 호흡할 수 있는 공연장 또한 만들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관객들의 호흡 하나까지도 공유할 수 있는 소규모 극장이 참 반갑습니다. 물론 화려한 시설과 웅장한 사운드가 있는 큰 공연장 또한 기대되는 곳입니다. 아마 2-3년 후에는, 올림픽 홀에서 잘 만들어진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관람하며 행복해 할 수 있을거라 기대해 봅니다.
이번 계획안에 포함된 또 하나의 정책은 '대중문화예술상'의 신설입니다. 그 동안 순수 예술을 하는 예술가들에게 주어지는 포상은 많았지만, 대중예술가에게는 각 방송사나 영화 대상을 뺀다면 공적인 권위를 가진 상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현실로 인해 대중예술가들에게 주어지는 권위는 상대적으로 약해 보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중과 가장 가깝고, 대중의 욕구를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는 분야이지만 하는 역할에 비해서 제대로 인정 받지 못했다는 의미가 크지요. 이를 위해 '대중문화예술가'를 위한 상이 제정됩니다. 올해 처음 제정될 이 상은 역시 올 11월 중 만들어 질 '대중문화예술인의 날'에 수여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계획안에 포함된 내용은 대중예술가들의 인권과 복리후생을 위한 법안의 제정입니다. 최근 가수 장윤정 씨가 농담처럼 말하기도 했지만, 인기 스타들은 스케쥴에 따라 때로 살인적인 양의 일을 소화합니다. 간간히 과로로 쓰러져 입원하는 연예인들의 기사를 접하는 것이 그다지 드문 일이 아닐 정도이지요. 회사 생활을 하는 일반 근로자와는 다르기 때문에 일이 몰릴 때는 몸을 돌보지 않고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거대 기획사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연예계에서 신인 연예인이 공정하지 못한 대우를 받는 일 또한 많습니다. 법에 위반되는 계약 상황이라거나, 혹은 상식적으로 부당한 처우임에도 불구하고 법률상 정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아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었지요. 이러한 대중예술가들의 인권과 복리후생을 위해 (가칭)연예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정도 추진될 예정입니다.
대중예술은 현대인들의 삶에서 가장 가깝고 쉬우며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문화이지만, 그 가치와 역할에 비해 그 동안은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어떻게 보면 현실을 사는 우리의 욕망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이 이 대중문화이기 때문에, 그 욕망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그러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문화가 지니는 가치는 현대인들에게 알게 모르게 큰 위안을 준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대중문화를 똑바로 보고,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이번 정책들이 우리 대중문화를 좀 더 풍요롭고 성숙하게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 대중문화를 통해 대중들 역시 좀 더 문화를 통해 행복해지고 위안을 얻을 수 있기를 또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