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내용은 한국구조기술사회에 업된 이창남 소장의 글임을 미리 밝혀둡니다.(2003년 03월 17일(월))**
**아래의 내용**
기술사 제도개선을 위하여 중앙일보 기자에게 보낸 내용입니다.
기술사제도 개선책
수신: 중앙일보 산업부기자 심재우님
참조: 건설교통부 건설안전과장님
센구조연구소 이창남입니다. 3월 14일의 만남은 저에게 “기자”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도 여유롭고 부드러울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켰습니다. 또한 그동안 만났던 대부분의 “기자”들은 내용의 근본적인 원인 보다는 뉴스가 될만한 지엽적인 결과만을 급하게 원하고 있었으나 그렇지 않은 “기자”도 있음을 알았습니다.
아래 사항들은 당사자들 간의 미묘한 상관관계와 부처이기에 연관된 것이므로 심층 분석해야 그 실상을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언론에는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사실을 그대로 보도하는 곳, 사실 왜곡 보도를 일삼는 곳과 사실을 분석하여 확인 후 적합한 결론을 도출하여 보도하는 세 종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중앙일보가 혹시라도 저의 편협한 의견을 잘못 받아들여 편파 보도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우선 한국기술사회 사무총장의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전화번호를 알려 드렸습니다. 그는 기술사 제도 전반에 관한 문제점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기술사회의 권익과 위상을 제고시키는 것이 본연의 업무 중 하나일 것이므로 다소 무리한 주장을 할 수 있음을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그의 첫 번째 요망 사항은 인정기술사 제도의 철폐라고 들었습니다.
이제 한국기술사회 사무총장으로서는 발설하지 못할 기술사 제도의 문제점을 아는 대로 적어 보겠습니다.
또한 지엽적이기는 하나 제가 소속된 건축구조기술사의 문제점에 초점을 맞춰서 설명하겠습니다. 이는 건물의 구조안전에 관한 것이므로 특별히 부각시켜도 별 저항이 없을 것입니다.
삼풍백화점 사고 이후 겉으로는 구조안전 분야에 많은 개선이 있었을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전혀 변화가 없으므로 언제 또다시 그런 불상사가 일어날지 모르는 일입니다.
1. 한국기술사회는 23개 분야 97개 종목 기술사들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비록 같은 울타리에 소속되어있다 해도 실무상으로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업무 영역이 판이하고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사람들의 모임이므로 결속력이 떨어지며 인원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건설(토목, 건축) 분야가 거의 독주하면서도 항상 미흡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군소 전문분야에서는 소외감 또는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토목, 건축 분야를 예로 든다면 기술사의 배출은 노동부에서 관장하고 시험합격 후 자격관리는 과학기술부 산하의 한국기술사회에서 담당하는가 하면 실제 활용은 건설교통부 소관으로 3원화되어 있습니다.
저도 지난 2월 26일 과학기술부장관 표창을 받기는 하였으나, 실상은 공적의 100%가 건교부가 관장하는 사업에서 이룬 업무성과이며, 수상자로 결정된 것은 아마도 97개 기술종목 기술사 중에서 선정한 심사위원들이 심사한 결과였을 것입니다.
전혀 관련이 없는 다른 기술분야의 공적일지라도 잘 한 것, 좋은 것들을 표창하기 위한 심사는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차피 때마다 표창장을 주도록 정해져 있으므로 각 기술분야에서 추천받은 신청자들의 공적을 상호 비교하여 점수를 매기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기술사가 잘못을 저지른 큰 사고로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고 재산손실이 있었다 해도 실제로 징계를 받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표창과는 달리 본인 스스로 잘못된 것을 신고하거나, 실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부처(한국기술사회나 과학기술부)에 동료나 선후배의 잘못을 고발하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라서 “상”은 형식적이고 “벌”은 없는 셈입니다.
한국기술사회에 가입해서 회비를 냈을 때 얻을 수 있는 유일한 혜택은 회지입니다. 100여 쪽에 불과한 회지에 100여개 기술종목에서 새 소식이나 논문을 발표하려면 기술종목당 평균 1쪽에 불과하여 당연히 부족해야 마땅하지만 실제로는 그 정도의 원고 모으기도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즉 형식적이고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담당자가 게으르거나 무성의해서가 아니라 제도 자체가 그렇게 비합리적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비능률을 당사자가 고칠 수는 없습니다. 우선 가장 시급한 부분은 기술 발전이므로 사고도 많고 말썽도 많은 건설(토목, 건축)분야 기술사(현재 전체 기술사의 60%를 차지함)의 배출, 관리 활용 모두를 건설교통부가 관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건설분야의 최고 기술인력이 “기술사”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터인데 이들을 노동부에서 배출하고 과학기술부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건설교통부에서는 관리도 하지 않고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2. 저는 건축사이면서 건축시공기술사와 건축구조기술사 자격증을 모두 가지고 있으므로 그래도 조금은 공정한 설명을 할 수 있습니다.
건축사는 건축 전반적인 계획과 설계, 설계감리를 하고, 시공기술사는 공사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사항을 관장하고 공사감리를 하는 기술자이며, 구조기술사는 구조의 안전과 내구성, 경제성을 목표로 하는 구조계획, 계산, 감리를 전문으로 하기 위해 배출한 것입니다. 건축구조기술사가 없던 옛날(1974년 이전)에는 건축사나 시공기술자가 구조업무도 할 수 있었습니다.
건축 활동도 미미하고 건물 규모가 크지 않고 간단했던 시절에는 건축사가 설계도 하고 감리는 물론 구조설계 계산까지 모든 업무를 수행했었습니다. 또한 공사 업자가 시공하는 건물 규모에도 제한이 없었습니다. 마치 해방 후 의사 혼자인 동네 병원이 맹장 수술도 하고 피부 질환도 고치는 만병통치 역할을 했으므로 눈이 아프거나 귀가 아파도 찾아가는 곳이었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의료계에 전문의 제도가 있는 것처럼 건축구조분야만 해도 전문의에 해당하는 구조기술사가 500여명에 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의 불합리한 제도 때문에 삼풍백화점 사고 이후에 제정된 “시설물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의 구조안전진단 전문기관 등록요건에도 구조기술사를 필수적으로 참여시키라는 기준이 없습니다. 이는 마치 정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아무라도 정형외과 병원을 개설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기존 건물의 안전성 여부를 진단하고 불안하면 보강 설계를 하여 그 설계 도서대로 보강공사를 하는 것을 감리하는 모든 절차를 구조기술사가 아닌 다른 하위급 기술자가 수행해도 되는 것이 현행법입니다.
구조안전상 큰 문제가 된 건물들의 원인 중에는 설계 잘못이 무려 41%였다는 통계가 있었습니다. 이는 시공자가 설계도서대로 100% 맞게 시공한 건물이 안전도가 59점짜리라는 뜻입니다. 부실한 설계도서를 보고 그대로도 시공하지 못한 부실건물을 입주자가 설계 당시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무리한 사용을 하면 삼풍백화점과 같은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건물의 안전성 여부를 진단하기 위하여서는 시공부실 뿐만 아니라 설계상의불합리성까지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즉 설계에 참여했던 구조기술자보다도 우수한 자라야 합니다. 현재 200여개의 구조안전진단전문기관의 대다수에는 구조기술사가 없어 전문가가 아닌 하위기술자가 진단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므로 부실진단으로 인한 위험성이 상존하며 안전상 별문제가 없는 구조물도 과대한 보강작업을 하거나 별 문제 없는 건물인데도 철거하여 국부를 낭비하는 일이 횡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에서는 사업시행자와의 이해관계까지 얽힌 도덕성결여로 오래도록 안전할 건물도 위험건물로 분류하여 수많은 아파트를 철거하고 막대한 국가의 부가 소멸되고 환경 파괴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건축사는 건설교통부에서 배출, 관리하고 활용하므로 건축사는 될 수록 기술사의 활용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 입안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3. 구조안전진단전문기관이 보강설계를 하면 위법입니다.
시설물안전관리에관한 특별법을 제정할 당시에는 당연히 구조안전진단전문기관에서 진단도 하고 위험구조물의 보강설계도 하는 것으로 초안이 작성되었으나 대한건축사협회에서 “설계”는 건축사사무소의 고유 업무이므로 보강설계를 하는 것이 불가하다고 주장하였기 때문에 보강설계업무가 삭제되었습니다. 그런 논지라면 구조안전진단은 구조기술사의 고유 업무이므로 구조안전진단전문기관에서 안전진단을 하는 것도 위법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구조안전진단전문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밀구조안전진단에 설계상 잘못된 것을 찾아내는 것도 필수적인 것이 아니며 더구나 구조안전상 불안한 요인이 발견된다 해도 보강설계를 하지 못하고 단지 몇 가지 진단장비를 사용하여 안전성여부를 확인하여 지적하고 불안하면 이러이러한 보강방안을 채택하면 좋을 것이라는 개략적인 코멘트만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별도로 보강설계를 하지 않는 한 그 개략적인 보강방안을 토대로 공사발주한 것을 보강공사업자가 입찰을 하여 임의로 시공을 하는 형편입니다.
병명만 알려주는데 그치지 않고 제대로 된 치료처방을 적어주면 오히려 위법을 저지르는 반쪽짜리 진단기관인 셈입니다. 따라서 구조안전진단전문기관 등록요건에 구조기술사를 포함시켜서 구조보강설계와 보강공사 감리도 하도록 해야 합니다.
4. 신축공사시 주요 골조공사의 현장감리도 구조기술사가 아닌 일반 기술자가 수행할 수 있는 것은 고쳐야 합니다. 지금은 구조적인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는 구조기술사를 초청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각종 공사현장에서는 항상 구조상 문제점이 밝혀지지 않은 채로 묻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고의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기술자가 시공하고 또한 구조의 문외한들이 구조공사 감리를 하고 있으므로 지금 구조기술사는 주로 구조설계에만 매달려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므로 일정규모 이상의 골조공사 현장에는 구조기술사가 상주감리하게 하는 규정을 마련하여야 합니다.
5. 구조기술사가 구조설계를 하도록 의무화해야 합니다.
지금은 구조기술사가 구조계산을 해서 건축사사무소에 넘겨주면 건축사사무소에서 도면을 작성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성으로 외국인에게 이런 사실을 설명하면 이해를 하지 못합니다.
이는 건축사사무소에서 건축설계 계약을 하여 구조 업무를 외주 처리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비용을 지출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따라서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구조설계를 별도 발주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이 근본 원인은 우리나라가 외국과 달리 구조전문 희망자도 대학 건축과에서 공부하고 학생 자의로 구조 전공을 선택하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외국에서처럼 독립적인 발전을 하지 못했습니다.(앞으로는 5년제의 건축학과와 4년제의 건축공학과로 분리됨)
지금은 건축주가 요구하는 경우에 한해 건축사사무소에서 작성한 구조도면을 구조기술사가 확인하여 날인하고 있으나 건축사는 추가 비용 부담을 꺼려하므로 형식적인 검토에 그치고 있는 형편입니다.
6. 구조기술사의 실력향상 저해요인과 해결방안
지금까지는 구조기술사의 인원수가 제한되어 있어서 주 업무가 아르바이트 형태의 구조설계, 계산 컨설팅 역할에 그쳤습니다. 그러므로 현장감리 구조도면 작성 등의 업무까지 담당시킬 수도 없었으며 또한 무리해서 시켜 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30여년간 그 수가 꾸준히 증가하여 지금은 충분한 인원이 확보되었습니다.
그동안 본연의 업무인 구조안전진단, 현장 구조 감리 및 구조도면 작성을 외면했던 대부분의 구조기술사일지라도 다른 일반 건축기술자와는 달리 충분한 구조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초기에는 다소 미흡할 수도 있겠지만 부작용은 빠른 시일 내에 해소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구조설계도 건축사가 일괄 수주한 후 주로 구조계산만을 구조기술사에게 외주처리하기 때문에 말 잘 듣고 용역비를 적게 받는 구조기술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골조공사비가 적게 든다고 해도 건축사에게는 전혀 이득이 없습니다. 공사비가 다소 많이 들어도 두고두고 안전사고만 나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따라서 구조기술사는 합리적인 구조설계를 위한 연구를 할 필요가 별로 없는 셈입니다. 오히려 어떤 때는 골조공사비를 줄여준 결과 설계비가 깎여서 손해를 보기도 합니다.
따라서 건축주가 안전하면서도 비싸지 않은 구조를 원한다면 구조설계, 계산 업무를 구조기술사에게 직접 발주하고 구조 감리도 직접 발주하여 컨트롤해야 합니다.
또한 이렇게 해야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기현상(구조 전문가가 구조설계, 계산만 하고 도면작성이나 감리, 구조안전진단을 외면하는)이 해소되어 건축구조물의 안전성이 크게 향상될 것입니다.
또다시 해외토픽에까지 대형 안전사고가 발표된 후에 외양간 고치는 일을 하는 대신 사전에 구조안전 상 불안 요인을 제거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하시기 바랍니다.
음,,,,다 옭으신 말씀이구요, 오래전부터 이미 구조하는 분들은 알고 있는 문제이지요. 헌데 저 문제가 해결이될지 ,,,의구심이 드는군요,,, 기술사협회는 힘이 없거든요,,,최소한 건축사협회에 비하면 말입니다,,, 제도가 개선이 된다면 정말 바람직한일이지요,,,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맞습니다 맞고요^^ 전 아직 학부생이고 구조에 대한 지식도 해박하지 않지만 얼마전 모 건축사 님의 말을 듣고 고민했던 문제를 소장님이 해결해주시는군요
정말 좋은 글입니다. 저는 구조를 시작한지 얼마안되지만 현실의 어려움과 대안을 훌륭하게 지적한 글이라 생각 합니다.
음,,,,다 옭으신 말씀이구요, 오래전부터 이미 구조하는 분들은 알고 있는 문제이지요. 헌데 저 문제가 해결이될지 ,,,의구심이 드는군요,,, 기술사협회는 힘이 없거든요,,,최소한 건축사협회에 비하면 말입니다,,, 제도가 개선이 된다면 정말 바람직한일이지요,,,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언행일치가 필요합니다. 그쵸~? "수신제가" 어쩌구저쩌구~
글 잘읽었습니다. 앞으로도 더욱더 많은 비판과 매질의 글들을 올려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