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아웃도어 의류와 용품의 트렌드가 너무 현학적이고 자기과시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산을 간다"라는 말이 예전에는
휴식을 취하러,지친 심신을 위로 받으러, 마음을 낮추려...등등 이런 의미였는데
작금에는
놀러 간다, 옷이랑 장비 테스트 하러 간다, 옷자랑 하러 간다, 심지어는 작업하러 간다..등등의 의미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가끔 산꾼들이라 자칭하는 사람들을 보면 낯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오래된 산경력과 실력을 키운 사람들은 산을 닮아서 절대 현학적이지 않은 반면
명품으로 치장한 것으로 무슨 대단한 산꾼인양 위세를 떠는 모습에서
제 얼굴이 화끈거린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답니다
산을 모르는 사람들이 산꾼들을 탓할 때, 사실 별로 할 말이 없었답니다.
고어텍스사를 비롯한 외국회사의 독과점적인 유통구조도 문제고
자체브랜드를 키울 생각보다는
무턱대고 외국 브랜드만 수입하여 영리만을 추구하는 국내업체도 문제지만
이에 부화뇌동하는 우리 산꾼들도 풍조를 탓하기 전에 반성해야 할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부요해서 교만한 자나 가난해서 겸손한 자나,
삶이 늘 즐거운 자나, 아니면 하루하루가 죽음같은 곤경에 처한 자나,
정상인이나 장애인이나 아무런 차별없이 언제나 어머니처럼 말 없이 다 받아주던
그 산이 주는 넉넉함과 배려를 교훈받지 못하면
아무리 산을 오래탔고 온 몸을 명품으로 치장했다 하더라도 산꾼이 될 수 없습니다
진정한 명품은
나와 오랜 시간을 같이한 낡은 장비이며,
또한 진정한 산꾼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는 것,
힘들게 올랐지만 종내에는 반드시 내려와야 한다는 이 평범한 진리를 알기에
마음이 넉넉하고 겸손해서
뒷모습은 어느덧 산능선을 닮아있으며
앵무처럼 조잘거리기보다는
산그림자처럼 침묵하는 사람입니다--변두리 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