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생활에서 걱정되는 것 중의 하나가 아플 때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느냐이다.
첫째는 급작스런 사태에 신속한 대처가 가능한가이다. 따라서 거리가 멀면 위험하다고 판단할 밖에 없다. 그런데 사실 서울을 기준으로 같은 상황을 적용해보면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의 교통 상황은 시골에 비해 더 열악하다. 시골에서의 거리 감각이 더 길게 느낄 뿐이다. 우선 급박한 상황에서 119를 동원하는 것은 서울이나 시골이 모두 같다. 전원생활을 대도시 인근에서 하는 한 별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다만 심심산골 오지라면 어렵겠지만....
둘째, 좋은 병원이 가까이 있느냐이다. 대형 병원이나 의술이 뛰어난 병원은 평소에 소문이 나 있다. 그리고 이런 병원은 비단 서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도시에는 으례 존재한다. 그래서 수도권이나 대도시 인근에 전원생활을 하면 서울에서와 비슷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요즘은 보건의료원에도 양질의 의사들이 배치되기도 한다. 그 만큼 의료 환경이 나아졌다. 내가 사는 연천군에도 전곡에 있는 보건의료원에서 한방까지 진료한다. 디스크로 고생하던 허리도 한방에서 뜸을 뜨고 나서 나았다. 보약이라면 더 믿을 만하다. 오히려 서울 같으면 개인 한방에서 비싸게 보약 먹기가 더 어렵지 싶다.
셋째, 의료 서비스를 얼마나 이용하고 있느냐이다. 국가에서 베푸는 정기 건강검진도 서울에서라면 잘 이용해지지 않는다. 예전에 현직에 있을 때 받았던 건강검진이야 직장에서 따로 고가의 비용을 지불했으니 별개지만 공짜라는데도 퇴직 후에는 잘 받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전원생활을 하면서는 꼬박꼬박 검진을 받는다. 정기적으로 처방을 받아야 하는 고혈압 약도 빠지지 않고 타러 간다. 또 독감 예방 백신이나 유행성 출혈열 예방 주사도 매년 거르지 않고 있다. 처음 전원생활을 시작할 때는 파상풍 예방 백신도 맞았다. 한 번 맞으면 평생 면역이 된다니 안심하고 농촌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어깨가 뻐근하거나 신체의 어떤 특정 부위가 아프면 한방이나 물리치료를 받으러 간다. 물리치료 받기를 다방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것과 비슷한 기분으로 다니는 것이다. 비용도 싸거니와 기다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것이 농촌 의료 서비스의 경쟁력이다. 서울에서는 기다리는 시간이 문제라 예약이라는 번거로운 절차가 더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가의 시설 때문에 불필요한 과잉 진료나 비용을 부담하는 서울의 의료 서비스 보다 농촌 지역에서 누릴 수 있는 의료 서비스의 질이 때로는 상대적으로 나은 것이다.
나의 경우 특별히 어디가 많이 아파서가 아니라 농촌에 온 후 더 병원 이용이 많아졌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잇점 때문이다. 더구나 막상 이용해 보니 의사의 수준이나 서비스의 질에서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므로 전원생활을 하는데 의료 서비스가 장애가 되지는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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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또와농원 원문보기 글쓴이: 예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