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02 - 해커와 크래커
S#1. 이교수 랩
만수,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이어폰과 연결된 수신 라디오의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
자기 딴에는 대단히 긴장을 해서 조심스레 다이얼을 돌리고 있는데 누군가 그 어깨를 터억 친다.
만수 : 엄마야.
기절하게 놀라서 라디오를 끌어안고 돌아보면 남희가 수상해서 보고 있다.
남희 : 뭐야?
만수 : (아직 놀란 상태에서) 뭐..뭐가 뭐야요.
남희 : 뭔데 그렇게 놀래는 거야?
만수 : 이거요? 아 하하 암것두 아닌데요. (더 끌어안는)
남희 : (수상해서 보다가 이어폰 줄을 확 빼버린다)
동시에 이어폰이 빠진 라디오에서 들리는 소리.
이교수의 목소리와 처장의 목소리다.
처장소리 : 박교수는 이교수를 잘 기억하나보든데요.
이교소리 : 글세요. 제가 원래 사람은 잘 기억을 못해서...하하.
처장소리 : 다른 것두 잘 기억을 못하시잖아요.
대사가 나오는 동안 남희는 놀라서 만수를 보고. 만수는 괴롭고.
S#2. 이교수 연구실
책꽂이 한 부분에 화병이 얹혀져있다.
빈약한 몇송이의 꽃도 꽂혀있는데 거의 시들어 있다.
그 위로 처장과 이교수 소리 계속되고...
처장소리 : 회의시간도 세 번에 한번은 기억을 못하시고... 회식 시간도 그렇고...
이교소리 : 그게...그랬죠? 하하.
처장소리 : 원래 주제로 돌아가서.. 박교수 말이에요.
이교수와 처장이 마주 앉아 얘기중.
이교수 : 학부때 전공이 수학과였다면 처장님 제자였겠네요.
처장 : 대단했어요. 계속 수학을 했으면 엄청난 이론 몇 개쯤 만들어냈을텐데...아주 아까워요.
이교수 : 전산과루 부임했다구 했죠?
처장 : 글세 뭐 요즘에야 전산이니 전자 이런게 인기가 있긴 하지만.
그런 천재적인 머리를 가진 친구가 수학을 해야 하는데 그참.. 아주 아까워요.
이교수 : (헛기침..) 네에 ..그런데 저를 보자구 하신게..
처장 : 아 그래요. 그 박교수가 MIT에서 로봇 축구를 다루었었든가 봐요.
그게 원래 이교수께서 창안하신 거잖습니까.
S#3. 이교수랩
만수와 남희가 나란히 앉아서 라디오를 열심히 도청하고 있다.
이교소리 : 제가 창안했다기 보다 우리 연구원들하구 같이..
처장소리 : 하여간 우리 카이스트에서 그걸 만든거잖습니까. 로봇축구.
이교소리 : 그렇죠 제가...아니 우리가 종주국이지요.
처장소리 : 그런데 그동안 세계대회에서 매년 우리가 MIT에 졌었지요?
이 부분에서 만수 기분나쁜 얼굴이 되고...
이교소리 : 근데 그건요. 우리는 순수하게 학생들이 공부나 연구 도중에 시간을 내서 참가한거고... 거기는...
만수 맞어맞어....하는 표정.
처장소리 : 하여간 한번두 못 이겼지요? 만년 이등이었잖아요.
이교소리 : ..그렇죠.
처장소리 : 박교수 말이 로봇 축구 분야를 이교수와 함께 연구해보구 싶다구 해서요.
남희와 만수가 마주본다.
이교소리 : (좀 불쾌해졌다) 그래요? 그 얘기를 왜 처장님께 했을까요? 할래믄 나한테 직접 와서 하든가..
처장소리 : 그야 내가 먼저 말씀을 드려보겠다구 한거지요. 이교수께서 언짢을 수두 있으니까.
이교소리 : 원래 박교수 전공이 뭐라구 하셨죠?
처장소리 : 인공지능 퍼지이론 쪽이래든데요.
남희 : (놀라서) 인공지능이라구??
S#4. 이교수연구실
처장 일어서고 있다. 이교수도 따라 일어서고...
처장 문쪽으로 가면서도 계속 얘기한다.
처장 : 아무튼 한번 만나서 식사라두 하시면서 얘길 나눠보세요.
솔직히 그 친구 우리 학교로 끌어오느라구 힘 좀 들었습니다. MIT에서두 아주 보물같이 여기던 박사에요.
(나가면서도 계속) 그새 발표한 논문만 30편이 넘어요. 6년 세월에 30편. 하아 정말 대단하지요....
그런데 저 꽃은 치워야겠구만요. 다 시들었어.
이교수 : 꽃이요? (의아해서 돌아보는)
S#5. 이교수랩
남희 : 분명히 인공지능 퍼지이론이라구 했지. 그 새로 왔다는 교수님. 너두 들었지? (하며 돌아보면)
만수 : (울쌍이 되서 남희를 보고있다)
남희 : 왜?
만수 : ..꽃....
남희 : 뭐?
S#6. 이교수 연구실
이교수 (처장은 나간 상태) 화병을 들더니 흔들어본다. 물소리 대신 뭔가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이교수 시들어빠진 꽃을 뽑아내고 화병안에서 뭔가를 꺼낸다.
와이어리스 마이크의 몸체가 잡혀 나온다.
마이크 부분은 테잎으로 화병 입구 안에 붙여져있다. (방송용 와이어리스도 괜찮을 듯)
이교수 마이크를 떼서 잠시 들여다보다가 입에 가까이 하더니.
이교수 : 너 지금 내 방으로 와.
S#7. 이교수 랩
이교소리 : (버럭) 지금 당장! 오초 내루 날라와! 정만수!
만수 기절할 듯한 표정이 된다.
S#8. 동아리방 앞 복도
동아리 방 문에 붙여져있는 FIRA 포스터. (세계 대회용)
그 포스터를 유심히 보고 있는 박교수. 여전히 전혀 교수답지 않은 옷차림이다.
문을 슬쩍 조금만 밀어서 안을 엿본다.
S#9. 동아리방 내부
동아리방 가운데에 놓여있는 로봇 축구 경기장.
공을 몰고 달려가는 로봇들.
민재소리 : 패스패스 야 뭐하냐.
채영소리 : 잘한다. 그렇지 돌아서서 슛슛..고울인!!
(대사대로 로봇들이 진행하든가 로봇들의 진행대로 대사를 치든가..
하여간 마무리는 한쪽의 로봇이 고울인시키는 것으로)
채영 : (양손을 치켜들고 ) 8대 4. 더블 스코아아아. (막춤을 추어가며) 잘했다. 이겼다. 만만세세세!!
민재 : (완전히 김새고 김 빠져서..)
채영 : 이민재 기운내라. 까짓 돈까스 하나 갖고 뭘 그러냐. 어?
(민재를 툭툭 치며) 돈까스. 음? 돈까스 곱빼기 응?
민재 : (완전 기분이 나빠져서 자기의 로봇 하나를 잡아들더니) 야 임마. 밧데리 충분하겠다. 모터 똑같겠다.
프로그램까지 같은데 뭐가 부족해서 맨날 지냐. 어?
박교소리 : 휴먼웨어 때문이지.
민재 채영 돌아보면.
박교수가 들어와 로봇들을 내려다보며.
박교수 : 휴먼웨어. 똑같은 소재를 사용해서 만든 똑같은 성능의 기계일 경우
그 우열은 다루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얘기지 아마.
민재 : 누구세요?
박교수 : 그냥.. (생각해보더니) 지나가던 사람. 하하.
슬그머니 로봇축구를 제어하는 컴퓨터 쪽으로 가서 화면에 뜬 프로그램들을 살핀다.
마우스까지 눌러가며 본다.
민재, 채영 어이없어 마주보고는.
채영 재빨리 화면 앞을 막아서더니.
채영 : 누구신지 모르지만 우리 프로그램은 함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데요.
박교수 : 오호 비밀이다 이말인가.
채영 : 그리고 누구신지 모르지만 무조건 반말 하시는 것두 맘에 걸리는데요.
민재 : (채영 옆으로 와 서며 고개를 끄덕여 동조한다)
박교수 : (컴의 뒤를 기웃거리며) 여기 컴퓨터들은 다 랜으로 연결이 되어있다고 하던데..그런가요?
민재 : 왜요?
박교수 : 여기가 로봇 축구 동아리라고 하던데 맞습니까?
민재 : ..예.
박교수 : 이 방에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죠?
민재 : (의심스럽지만) 2461번이요.
박교수 : 2 더하기 4는 6 곱하기 1. 2461.. 고마워요.
즐거운 미소를 띄고 문쪽으로 가다가 돌아보더니..
박교수 : 그런데 그 프로그램이 그렇게 비밀이라면 좀 더 잘 지켜야 될거 같은데요.
모니터만 몸으루 막아선다구 지켜지는게 아닐텐데...
혼자 갸웃거리며 나가버린다.
채영 : 뭐하는 사람이야?
민재 : 지나가는 사람이래잖어.
S#10. 이교수 연구실
만수가 죽을 상으로 서있고.
그 앞에 이교수가 문제의 무선도청기를 들고 앉아서...
이교수 : 어떻게 넌 줄 알았냐구? 내 방 열쇠 누가 갖구 있니?
만수 : ...저요.
이교수 : 너말구 누가 저런 시든 꽃으루 위장을 하겠니?
만수 : ...없죠..
이교수 : 도청기를 판매하다 걸리면 불법 무선기기 판매죄에 해당하는 거 알어?
만수 : (죽어가는 소리지만) 판매를 한건 아닌데요.
이교수 : 그리구.. 도청기가 이게 뭐야? 이렇게 무식한 걸 만들어놓구 넌 자존심두 안 상하니?
최소한 도청기라면 쓸만한 마이크로 칩은 박아줬어야지. 제대루 된 도청기 원리 첫째 뭐야?
만수 : 첫째, 무선 마이크의 크기를 적게해야 합니다.
이교수 : 또.
만수 : 전원은 절약할 수 있도록 저전력 설계를 하고 에.. 그리고.
이교수 : 주파수는 뭘루 사용했어?
이제 이교수나 만수나 원래의 목적을 잊어먹었다.
만수 들고있던 라디오를 이교수에게 다가가 건네주며.
만수 : FM 방식으루 80 메가헬쯔대의 주파수를 사용했거든요.
첨에는 전화도청기를 만들어서 VHF 방식으루 좀 더 멀리 잡아 볼려구 했었는데요.
이교수 : 그게 낫지. 그럼 전화선의 전원을 이용할 수 있잖아.
만수 : 그런데....그럴려면 아마추어 햄용 무선기를 사용해야 되서요..
이교수 라디오를 틀고 마이크에 대고 아아..소리내 보고...
S#11. 도서관
남희가 도서관의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검색 작업을 하고 있다.
인터넷의 검색을 하는 중이다.
S#12. 교정
저녁 무렵...아이들 몇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쳐 가는데.
아놀드가 스쿠터 한 대 옆에 두명의 학생을 세워놓고 훈계 중이다.
아놀드 : 니들도 알다시피 내가 공수부대 출신 아니냐. 공수 있을 때 내가 뼈저리게 배운 게 하나 있다.
전투에 실패한 병사는 용서해도 보초경계에 실수한 병사는 용서할 수 없다.
이게 무슨 말이지 아냐?
학생 한명 손목 시계를 들여다본다. 괴롭다.
아놀드 : 지금 내가 얼마나 얘기하고 있는거냐.
학생 : 15분 됐는데요.
아놀드 : 그래. 니들은 내가 까짓 택트 한 대에 두명 탄거 가지구 이렇게 분노하는 심정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고가 나기 전에 예방 조치를 한다는 것은 즉 병사가 보초경계에 임하는 것과 같다.
이 말을 하고 있는거다 지금. 이해하냐?
학생들 : (할수없이 끄덕이는)
아놀드 : 규칙이 생겼을 때는 다 그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마이클 : 하이.
아놀드 : 하이를 할 때에는...(하다가 돌아보면)
스케이트 보드를 안은 마이클이 웃으며 보고 있다. 여전히 커다란 등산 배낭을 등에 매고.
마이클 : 안녕하세요.
아놀드 : 또 너냐?
마이클 : 핸..핸. 거기가 어디에요?
아놀드 : 행정동?
마이클 : 네. 핸천통.. 거기 가면 박기훈 교수님 안다구 했어요. 아저씨가 그랬어요.
아놀드 : 아직 못 찾은거야? 그럼 여태 뭐했어?
마이클 : 여태해요?
아놀드 : 지금까지 뭐하고 다녔냐고 온종일.
마이클 : 오우 룩어라운드했어요.
아놀드 : (기분나빠 보다가) 이 길루 주욱 내려가.
마이클 : 예쓰.
아놀드 : 그 담에 좌회전해.
마이클 : 뭐해요?
아놀드 : (손짓하여) 이쪽 이쪽으루 가라구.
마이클 : 오우 레프트턴.
아놀드 : 아직 안끝났어. 어딜 가.
슬쩍 도망가려던 아이들 다시 서고.
S#13. 석학의 집
테이블 가운데에 놓여지는 생맥주잔들...
진영이 서빙하고 있고. 정태와 옥주, 재명이 앉아있다.
정태 : (진영에게) 고맙습니다.
진영 : 너무 많이 마시지들은 마시고요. 저기 재명씨는 더 이상 외상이 안된다고 하니까요.
외상을 할래믄 딴 분 이름으로 하시고요이.
정태 : 예.
진영 : 안주를 시킬라믄 두부김치가 좋겠구만요. 오늘 두부가 많이 남아서 왕창 넣어줄 것잉게.
정태 : 대단히 감사합니다.
진영 : (만족하여 가고)
정태 : (애들에게) 이학년이 된다구? 그럼 전공은 정했어?
옥주 : 난 원래 산디과인데요.
정태 : 산업디자인? (옥주의 옷차림을 다시 훑어보는)
옥주 : 왜요?
정태 : 아니 우리학교 산디과 옷차림은 아니어서.. (재명에게) 넌.
재명 : (불퉁해서) 전자과요.
정태 : 니들 민재나 채영이한테 말 놓지?
옥주 : 네.
정태 : 그럼 나한테두 말 놔. (재명 보고) 왜?
재명 : 뭐가요? ..뭐가?
정태 : 왜 전자과로 갔냐구.
재명 : (생각해보더니) 그냥.
정태 : 넌 인생도 그냥 사냐?
재명 : (심각한 얼굴이 되서) 저기요. 정태선배.
정태 : 정태형.
재명 : ...형.. 난 형이 별루 맘에 안들거든.
옥주 : 얘 왜 이래.
정태 : 클났군. 난 니가 맘에 드는데. 이럼 내가 손해잖어.
재명 : (기분 나쁜 얼굴이 되고 괜히 시계를 보며) 만수형은 왜 안오지? 술 사준다구 먼저 가있으라더니.
정태 : 니들 냉장고에 코끼리 넣는 법 아냐?
옥주 : 설마.. 하하.
정태 : 설마 뭐.
옥주 : 냉장고 문을 연다. 코끼리를 넣는다. 문을 닫는다.. 이게 답이라구 그럴건 아니지 오빠?
재명 : (불쾌해서) 오빠?
정태 : 우리 학교에선 정답이 따로 있지. 코끼리를 냉장고에 어떻게 넣느냐. ...석사 1년차를 시키면 된다.
혼자 웃는다.
옥주와 재명.. 썰렁해서 본다.
정태 : (아직도 웃으며) 만수형이 석사 1년차 아니냐. 하하하.
박교수소리 : 그게 아니지요.
돌아보면 박교수가 근처에 있다가 아예 옆자리로 와 앉으며.
박교수 : 그건 10년 전에 나온 정답이고. (마침 지나가던 미순에게) 아주머니.
미순 : 아줌마는 아니구요. 누님이나 미순씨. 또는 미스킴 이 중에서 골라주세요.
박교수 : 아 예. 누님. 여기 맥주 하나 더요.
미순 : 그럽시다. 술값은 따루 낼건가? (하며 가고)
옥주 : 아저씬 누구세요?
박교수 : 지나가던 사람. 그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 말이에요.
정태 : 말씀 놓으세요. 선배님인 거 같은데..
박교수 : 어 고마워. 그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을려면 (거의 단숨에..) 일단 코끼리를 라우 패스 휠터(low pass filter)에 통과시켜요.
그러면 코끼리가 고기리가 되거든. 그 고기리를 2바이트 롸이트 싸이클릭 쉬프트(2 byte right cyclic shift) 시키는거야.
그럼 리고기가 된다고. 그 리고기를 op amp로 5배 증폭시켜. 그럼 어떻게 되지?
모두 멍청해서 보고 있다.
박교수 : 바로 오리고기가 된다 이거지. 그럼 그 오리고기가 되어버린 코끼리를 냉장고에 살짝 집어넣으면 되거든. 쉽지?
모두 썰렁한 가운데 박교수, 아까 정태가 혼자 웃듯이 낄낄대며 웃는다.
옆에 미순도 생맥주 하나를 들고 멍청해서 보고 있다.
박교수 : (미순에게) 참 여기 전화번호는 어떻게 됩니까?
미순 : (좀 주눅이 들어서) 2048인데요.
박교수 : 2048이면 2의 11승이구만. 2의 11승. 2048. 석학의 집.
S#14. 도서관
남희. 모니터를 아연해서 보고 있다.
남희 : 이럴 수가 ....말두 안돼.
남희 마우스를 클릭해서 다시 앞으로 간다.
이제 보이는 모니터 화면. 박교수의 홈페이지 대문이다.
박교수의 사진이 웃고 있고. 모든 글씨는 영어.
S#15. 교정 밤
마이클이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말을 묻고 있다.
마이클 : 팍기훈 교수님 알아요? 그럼. 핸천통이 어딘지 알아요? 핸천통.
S#16. 어느 연구실
그림이 그럴듯한 어느 연구실 내부.
연구원들과 교수 한분이 제작중인 혹은 실험 중인 기계 주변에 모여서서
컵라면을 먹어가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S#17. 또 다른 연구실
화학실험실? 플라스크 정도에서 뭔가가 부글거리는데....
그 옆을 보면 연구원 두 명이 각각 하나는 침낭에서 하나는 소파에서 널부러져 자고 있다.
S#18. 어느 방.
학생들이 대여섯명 정도가 각각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뭔가 대단히 열심히들 하고 있다.
가까이 가보면 각자 스타크래프트를 랜으로 연결해서 결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게임의 요란한 소리와 열중해있는 학생들...
S#19. 야외극장 밤.
일명 마징거 언덕의 위 어둠 속에서 조용한 정적을 깨뜨리며
누군가 갑자기 으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더니 이어서 악을 쓰는 소리.
소리 : 니가 박사면 다냐아아 니가 그렇게 잘났냐아아 박사가 뭐냐아아.
오토바이 소리도 요란하게 도착하는 아놀드. 언덕 위를 향해.
아놀드 : 야 임마. 너 누구야! 얼른 안 내려와!
소리 : 야 이 코사인같은 놈아아아... 너 나한테 그럴 수 있어어...
아놀드 : 이 자식아 안 잘거야?
소리 : 박사 다 나와. 다 나와 이 자식들아아.
아놀드 : 너..너.. 고기 꼼짝 말구 있어... 하아 나 미치겠네...
언덕 위로 뛰어올라간다.
S#20. 교정 길.
민재와 채영이 자전거를 타고 오고 있다. 현재 돈가스를 먹고 돌아오는 길이다.
음악은 요 정도까지...
S#21. 동아리방
불 꺼져있던 상태에서 들어선 민재와 채영 불을 켜고...
채영 : 야 근데 그 집 돈까스 고기가 좀 작아진 거 같지 않냐.
민재 : 얻어먹은 주제에 말이 많다고 생각지 않냐.
채영 : 내일 또 경기할래? 응? 이번엔 쏘주에 삼겹살 내기.
민재 : 아예 날 갖다 팔아먹어라. 나 아르바이트 짤린지 삼개월 넘는거 알지?
노크소리 들린다.
민재 : (화난 김에 버럭) 누구야!
문이 열리더니 마이클이 얼굴을 들이민다.
마이클 : 엑스큐즈미 합니다. 여기 롸봇 싸커하는 데 맞아요?
민재 : 로봇 사커? 로봇 축구?
마이클 : 오오 맞아요 축구.
민재 : 우리 동아리에서 하긴 하는데요.
마이클 : (반가와 들어오며) 그럼 박기훈 교수님 알아요?
민재 : 박기훈 교수? (채영 보며) 그런 교수님 있었냐?
채영 : 처음 듣는데.
마이클 : 프로페서 팍두 롸봇싸커 했어요. 여기서도 할거라고 내가 개스했어요. 그래서 여기 찾아왔어요.
난 지금 춥고 배고파요. 정말 찾기 힘들어요.
채영 : 실례지만 영어든 한국어든 둘 중에 하나만 해줄래요?
얘기하다 보면 마이클. 한곳을 유심히 보고 있다.
채영과 민재 그가 보는 곳을 돌아보다가.
민재 : 뭘 봐요?
마이클 : 저 컴퓨러 좀 이상 안해요?
마이클이 가르키는 곳... 컴퓨터다.
아무도 작동을 않는 상태에서 하드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하드의 드라이브 녹색불도 껌벅이고 있고. (컴퓨터 화면은 켜진 상태입니다)
채영 : 어 어 쟤가 왜 저래. 왜 돌아가구 있어.
마이클 : (신난다는 듯) 해커 들어 왔어요. 해킹하고 있어요.
채영 민재 기겁을 해서 컴으로 달려간다.
컴의 화면에서 수많은 글자들이 주욱주욱 올라가고 있다.
민재 앉을 겨를도 없이 미친 듯이 키보드를 치기 시작한다. 역해킹을 하려는 것.
채영 못참고 민재를 밀어내더니 자기가 치기 시작한다. 순간 화면이 깜깜해진다.
민재 : 너 어떻게 한거야.
채영 : 이거 왜 이래.
마이클소리 : 오오케이.
둘이 돌아보면 마이클이 컴퓨터의 플러그를 뽑아들고 환히 웃고 있다.
마이클 : 이렇게 하는 게 제일 좋아요. 잘했지요?
민재와 채영 어처구니 없어 보고 있다.
S#22. 밤 기숙사 외경
정태소리 : 그래서 다 날린거야? 다 없앴어?
S#23. 민재의 방
정태는 주간지를 뒤적이는 중이고 민재는 앉지도 못하고 서성이며..
민재 : 아니 차라리 삭제를 해놨으면 내가 이렇게 자존심이 상하진 않지이.
편지까지 남겨놓은거 알어? '프로그램 몇 개 복사해갑니다. 방어시스템이 형편없군요. 그럼 바이바이.'
정태 : 음..누군지 나같은 놈이 또 있군.
민재 : (의심스러워 보며) 그래 너같은 놈이지. 너 어제밤에 뭐했어. 알리바이 대봐.
정태 : 내가 들어가면 최소한 미국방성이다. 니 하드에 뭐가 있다구 아까운 시간 내서 들어가냐.
근데 쟤는 여기서 재울거야?
정태가 턱으로 가르키는 곳에 마이클이 침대에 팔자좋게 누워 잠들어있다.
민재 : (새삼 화가 나서) 저 자식때문이야. 아 저 자식만 아님 내가 기냥 역해킹을 해서 범인을 잡아내는건데.
저 놈이 전원을 빼버리는 바람에...
정태 : 니 실력으루 행여나 그러겠다. 자기 파일두 한달에 한번씩 지워먹는 놈이 역해킹을 해?
민재 : (기분나빠 보다가) 넌 언제까지 내 방에서 개길거냐. 넘의 방에 와서 빌붙는 놈이 청소두 한번 안해?
저기 저거 신문 늘어놓은거... 양말짝...
정태 얼른 주간지로 얼굴을 덮으며 쿠션에 누우며.
정태 : 공부 안할거면 불 꺼. 에너지 좀 아껴라. 어.
민재 여러가지로 김이 난다.
S#24. 학생식당 아침
마이클 신이 나서 반찬을 고르고 있다.
민재 그 뒤를 따라가며 마이클의 쟁반에 놓이는 반찬 중의 하나씩을 빼낸다.
민재 : 이봐 이봐 어이 먹을만큼만 올려. 너무 많잖아. 한접시에 얼만줄 알어?
민재의 뒤를 따르는 정태도 서슴없이 반찬을 올리고 있다.
민재, 정태의 것도 한접시 도로 내리며.
민재 : 야야 니들은 내가 재벌집 아들인 줄 아냐.
정태 : 사줄거면 좀 대범하게 사봐라 어? 먹는 사람 고맙게 좀 사봐.
식당 일각...
채영 혼자 앉아 밥을 먹는데. 숫가락을 든 채 허공에 곰곰이 뭔가 글자를 쓰며 중얼중얼 생각에 빠져있다.
그 앞에 우루루 몰려와 앉는 민재. 정태. 마이클.
마이클 : 하이 누나.
채영 : (마이클을 보는데 머리 속에서는 계속 컴퓨터 화면이 돌아가고 있어서 멍하다. 계속 입속으로 중얼중얼)
정태 : (채영의 숫가락 든 손을 턱 잡아서 밥을 뜨게 한다) 자 밥은 여기 있다. 아아.
(아예 숫가락을 채영의 입에 넣어준다)
민재 : 냅둬. 쟤 어제부터 계속 컴퓨터 속에 들어가있을거야.
정태 : (채영의 손을 잡아 국도 뜨게 하며) 목 멘다. 국도 마시고.
그때 옆으로 와 서는 지원.
지원 : 박채영. 지금 얘기 좀 할 수 있니?
채영 : (볼이 미어져라 우물거리며 보는)
민재 : (흠흠.. 꼴보기 싫어 슬그머니 외면하여 앉는)
채영 : (입에 가득 든 밥 때문에 간신이) 말해.
지원 : (남들은 아랑곳없이) 느네 동아리 컴퓨터두 해킹당했다며?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채영 얼른 고개를 끄덕인다.
지원 : 전산 관련 동아리 몇 개가 어제밤 다 당했대. 알구 있어?
민재 : 뭐야? 전부 다아?
지원 : (민재는 보지도 않고) 전산과 상급생들 모이기루 했어. 대책 마련하재. 오늘 오후 두시. 제 3강의실에서.
말 전했으니까 난 간다.
뒤도 안보고 가버린다.
민재 : 쟤 구지원이라구 했지? 아이구 잘났어. 어이구 밥맛.
마이클 : (열심히 먹으며) 밥맛 좋아요. 소우 딜리셔스.
S#25. 건물 외경
처장소리 : 해커와의 전쟁입니다. 전쟁.
S#26. 처장실
처장과 박교수가 마주 앉아있다.
처장 : 내 장담하지만 우리 학교 전산망 관리하는게요. 한국은행 전산망 관리하는거보다 다섯배는 어려울겁니다.
이건 뭐 해커의 고수들이 수백수천명이 모여서 우굴거리고 있으니 말이에요.
박교수 : 그런거에 비하면 관리가 좀 허술하든데요.
처장 : 그렇지요. 그래서 박교수한테 부탁을 할려는거에요. 우리 학교 전산시스템 관리를 좀 맡아주십사..하구요.
이제까지 담당해주던 교수님께서 아주 중요한 프로젝트에 들어가셔서....
관리가 허술한 건 어떻게 알았어요?
박교수 : 애들 컴퓨터 몇 개에 들어가봤거든요. 그게 다 학교 전산시스템에 연결되 있는거잖습니까.
처장 : (아연해서 보다가 헛기침을 하고) 박교수. 그럼 무단으로 우리 전산시스템에 들어가서...
박교수 : 해킹을 해본거죠.
처장 : (근엄해져서) 잘 모르시는거 같은데 우리 카이스트에선 몇 년 전에 학칙 하나를 새로 마련했어요.
개정학칙 제 59조. 정보물을 무단 열람 변조 훼손하거나 원내 정보 시스템 정상가동을 방해한 자에 대해서는
징계위를 열어 처벌한다.
박교수 : 뭔가 좀 정치가들이 만든 법같은데요.
처장 : ...무슨 뜻이에요?
박교수 : 정치가들이 만드는 게 좀 그렇잖습니까. 법을 위한 법. 무조건 틀어막아놓으면 다 된다는 발상.
개개인을 발전시키기 보다는 하향평준화시켜서 다. 똑같이. 조용하게 만들어버리자. 뭐 그런거요...
처장 잠시 할말을 잃고 박교수를 본다.
S#27. 석학의 집
채영이 들어오고.
모여앉아있던 민재 정태 재명 옥주. 자리를 만들어주며.
민재 : 회의 결과는 뭐야? 어떻게 됐어?
채영 : 참담해. 흔적두 없어. 뒷문도 없구. 아무 기록도 없어. 고스란히 당한거야.
일곱 개 전산 동아리가 완전 케이오야.
남긴 메시지두 똑같애. 자료 몇 개 복사해갑니다. 방어시스템이 형편없군요.
민재 : 그럼 바이바이.
재명 : 대단하다. 누군지 얼굴 좀 봤음 좋겠다. 분명히 못 생겼을거야.
미순 : (채영의 물잔을 갖다주며) 혹시 그거 옛날판 해커전쟁 다시 시작하는거 아니냐.
(아예 옆에 앉는) 있잖어. 왜 몇 년전에 그 무슨 대학하구 서루 해커 전쟁하다가
그 학교 전산망을 완전히 쑥밭으로 만들었던 거. 그때 그 학생이 누구더라. 외상값이 좀 남았었는데.
하여간 걔 체포되구 교수들이 구명운동하구 난리두 아니었잖어.
옥주 : 어머어머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그 학생?
미순 : 그래서 어떻게 되긴? 지금 해킹방지프로그램 제작 벤처기업의 이사랜다. 무지하게 돈 벌걸.
맞어 이름이 노정석이다. 그 학생.
정태 : 밖에서 들어온거야?
채영 : 내부 사람이야. 안에서 들어온거 같어.
진영 : (채영에게) 뭣을 드리까요?
채영 : 시원한 얼음물 좀 줄래요 아주 사발루 좀 줘요.
옥주 : 뭐 자료 날라간 것두 없대매. 누가 장난친건데 뭐. 그냥 냅두면 안되나.
미순 : 안되지이.. 그 해커라는 건 범죄 아니냐. 정보 도둑질.
진영 : (가다가 돌아서 오더니) 아이 고건 개념이 쪼끔 다르지라.
도둑질을 하는 것은 크래커고, 해커는 그것이 아닌디요.
미순 : 크래커? 씹어먹는 크래커?
S#28. 처장실
처장 : 오천 해커 양병설이요?
박교수 : 그렇지요. 옛날 우리 조상 중에 에... 그 최영장군인가.. 그 분이 10만 대군 양병설을 주장했잖습니까.
처장 : (점잖게) 이율곡 선생이겠지요.
박교수 : 아 뭐 하여간... 그런데 이 시대에 국력이란 뭔가. 이라크전을 보면 아시겠지만 현대전은 이거 완전히 컴퓨터전입니다.
거기 날라 다니는 미사일.. 그거 다 컴퓨터루 제어되는거거든요,
우리한테 최고의 해커 5천명만 있어보세요.
어디서 무슨 미사일이 날라와도 보낸 자리로 되돌려보낼 수 있다 이말입니다. 그런데..
(한번 말이 시작되면 좀처럼 제어가 되지 않는 스타일이다.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서 오락가락하며 열을 내어)
몇몇 철딱서니 없고 덜 떨어진 크래커들 막겠다고, 해커를 무조건 범죄시 하면 이거 어떻게 됩니까.
안그래도 미국 같은데선 암호기술을 독점하고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처장 : 박교수.
박교수 : 우리 나라에서... 예?
처장 : 한가지 조언을 드릴 게 있는데.. 방금 그런 얘기.. 밖에선 절대 하지 마세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박교수 : ... 그래요? ...어떡하지요?
처장 : 뭐가요.
박교수 : 내 친구놈이 신문사 과학부에 있거든요. 칼럼 써달라구 해서 이 얘기 써갖구... 아침에 보냈는데..
S#29. 석학의 집
어느덧 진영이 앉아서 얘기하고 있고 모두 벙해서 듣는 분위기.
진영 : 해커라는 말이요. 본디 60년대 미국 엠아이티 학생들이 만든것이라고 하대요.
근까 해커의 본디 뜻은 컴퓨터에 정열을 갖고 무쟈게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 이 말이라고 하드마요.
그 사람들 덕분에 컴퓨터 그것이 무지하게 발전을 했다고 하는디.
그 사람들 목적은 뭣이냐. 모든 프로그램은 공짜로. 누구나 나눠갖자.. 이런 것이랍네요.
참말로 좋은 것이었죠이.
그란디 오늘날 싸가지 없는 아들이 지 잘났다고 그 기술갖고 넘의 컴퓨터 들어가서 도둑질을 한다 이말이고요.
그것이 크래커란 말이지요이.
말해놓고 민망해서 사람들 눈치를 보는데..
미순 : 너는 그런 정보를 위디서 들었냐.
진영 : 그것이.. (부끄러워지며) 여그 학교 신문에 다 났던 이야근디.
하는데 남희가 들어오며.
남희 : 니들 만수 못 봤니?
채영 : 오늘은 안 보이는데요.
남희 : 그래? (나가려다가 다시 오더니 채영에게) 너 새학기에 데이터 구조론 들을거지?
채영 : 네 왜요?
남희 : 그거 새교수님이 맡게 될건가봐. 박기훈 교수라고 들어봤어?
민재 : 박기훈? 어디서 들은 이름인데..
남희 : (진영이 비켜준 자리에 앉으며 들고온 프린트 한뭉치를 들추며) 내가 그 분 홈페이지에 들어가봤거든... 인간이 아냐.
(종이 하나 보며...모두 영어로 되있음) 카이스트 학부과정 3년만에 졸업. 스물세살에 석사.
프랑스 과학원에서 스물여섯에 박사학위 따구 스물일곱에 MIT 교수로 초빙.
그리구 논문 쓴것들이.. (종이를 뒤지는데..)
민재 : 그 사람이다. 마이클인가 그 혀 짧은 애가 찾던 교수.
정태 : 참 걔는 어디 갔냐? 아침내내 따라 댕겼잖어.
S#30. 교정
배낭을 멘 마이클이 달리며 옆을 보며 외치고 있다.
마이클 : 오우 노우.. 허리 구부려요. 피면 안되요.
옆에는 아놀드가 스케이크 보드를 타고 대단히 위태롭게 비탈길을 내려가고 있다.
현재 배우는 중. 결국 아놀드 자빠진다.
마이클 : (얼른 보드를 집어들고 다친데 없나 보며) 아이 톨드 유. 처음부터 이런 길 안되요. 이거 하이 태크닉 있어야 되요.
아놀드 : (자존심 상해서 일어나며) 줘봐 임마. 내가 공수 부대 시절에 고공 천미터에서두 뛰어내린 사람이야.
너 공수부대 알어? 어? 베레모. 얼룩무늬.
보드를 뺏어드는데 갑자기 마이클이 달려간다.
마이클 : 미스터 팍. 싸부님.
저만치 걸어오던 박교수. 멈춰서면 마이클 달려가서 아이처럼 박교수를 얼싸안는다.
마이클 : 오우 아이 미스드 유. 너무너무 찾았어요. 어제부터 찾았어요.
박교수 : 마이클? 너 여기 웬일이야.
마이클 : 싸부님 볼라구 왔어요. 비행기 타구 왔어요. 엄마 아빠 오는데 같이 왔어요. (거의 울려고)
박교수 : 하아 녀석. 너 학교는 어떡하구 왔어. 방학 끝났잖어. 거긴.
마이클 : 학교 버렸어요. 나 싸부님한테 배울라고 왔어요. 잘했지요?
아놀드 : 말씀 도중에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박교수 : (그제야 아놀드를 보고 아! 하는 얼굴이 되는)
아놀드 : (스티커 장부 꺼내며) 지난번에 몇가지 서류상 하자가 있었지요.
바로 잡을 기회가 와서 대단히 감격스럽습니다. 우선 신분증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S#31. 박교수 연구실
박교수와 배낭에 보드를 메고 든 마이클이 들어온다.
박교수 : 그렇다구 임마. 학기 도중에 오는 놈이 어딨어?
하다가 보면 연구실 안에 남희가 어지러진 박스들을 치우다가 긴장해서 본다.
연구실 내부는 아직 박교수의 짐이 전혀 치워지지 않은 상태로 어지럽다.
대부분 박스에 들어있는 책들...
남희 들었던 박스를 얼른 내려놓고.
남희 : 안녕하세요? 전산과 박사 일년차 신남희라고 합니다.
박교수 : 그런데요?
남희 :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교수님께서 해외저널에 올리신 논문을 다 봤었습니다. 그래서...
박교수 : 그래서요?
남희 : 교수님 밑에서 공부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박교수 : (멍해서 보다가) 지금 지도 교수님이 계실거 아녜요.
남희 : 제 지도교수님께선 교환교수로 지난달에 외국에 나가셨습니다. 그래서...부탁드립니다.
박교수 : (난처한 듯이 머리를 긁다가) 나만 허락하면 되는 건가요?
남희 : 아닙니다. 학과에 신청하고 허락을 받아야 되는데요. 그전에 교수님의 허락을 받고 싶었습니다.
(옆에 놓았던 파일 몇개를 얼른 들어) 이건 제가 그동안 썼던 논문이랑 연구과제들입니다.
한번만 봐주시면..고맙겠습니다.
마이클 : (교수의 옆구리를 툭 치며) 싸부님. 신사는 여자의 부탁은 무조건 들어주는 거에요.
박교수 : 아.. 하 하 아... 좋아요. 그럼. 우선 한가지 부탁할 게 있는데..
남희 : 네 말씀하세요.
박교수 : 공고문 하나 만들어줄래요? 그걸 오십장쯤 만들었음 하는데...
S#32. 학교 게시판 앞
공고문이 하나 붙어있다.
[제 1회 카이스트 해킹 대회
자격 : 카이스트 재학생
방법 : 1월 30일 오전 10시까지 본 교수의 서버에 침입하여 C\DATA\MABIN.TXT 파일을 카피, 디스켓으로 제출 할 것.
시상 : 1년간 근로장학금 지급.
단, 학내 전산 시스템 관리를 조건으로 함. 전산과 교수 박기훈.]
그 앞에서 보고 있는 몇 명의 학생. 그 중에 옥주와 재명이 있다.
옥주 : 어떻게 생각해?
재명 : 뭘?
옥주 : 한번 도전해 볼 생각없어?
재명 : 하! 하! 하!
옥주 : 무슨 웃음소리야?
재명 : 내 생각엔 말이지. 해킹...이딴거 하는 사람들이 아주 불쌍해.
옥주 : 왜.
재명 : 왜 그 골치아픈 짓들을 하지? 그냥 문 따고 들어가서 컴퓨터 채로 들고 나오면 간단하잖아.
하여간 인간들은 일을 점점 더 복잡하게 만든대니까.
옥주 : (잠시 생각해보더니) 역시 넌 생각하는 게 정말 터프해.
재명 : 하 하 하.
옥주, 재명의 팔을 끼고 아무 미련없이 그 자리를 떠난다.
S#33. 동아리방
채영이 컴 앞에 앉아있고. 민재는 그 옆에.
채영 : 주소가 뭐라구?
민재 : (들고있던 메모지를 옆에 놔주며) 이거.
채영 : (메모를 보며 인터넷 주소를 타타타 치고 엔터 키를 타악 누른다. 뜨기를 기다리며..)
자아 우리의 울트라 수퍼교수 얼굴이나 좀 볼까.
화면을 보던 둘의 얼굴이 점점 굳는다.
(가능하면 박교수의 사진이 있는 페이지가 위로부터 서서히 아래로 열리는 모니터가 보여지고..)
잠시 정지되어서 화면을 보고 있다가...
민재 : 이 사람....
채영 : 맞어. 이 사람 그 때 그..
민재채영 : (동시에) 지나가던 사람이잖아.
채영 벌떡 일어난다.
문득 둘이 얼굴을 마주본다. 아주 이상한 생각이 동시에 든 것.
채영 : 너 지금 나랑 같은 생각하지?
민재 : 니가 나하구 같은 생각을 하는 거 같은데.
채영 : 저 사람 그날 우리 동아리 방 나가면서 분명히 그랬어.
민재 : (목소리 흉내내어) 그 프로그램이 그렇게 비밀이라면 좀 더 잘 지켜야 될걸.
채영 : (역시 흉내내어) 모니터만 막아선다구 되는 게 아닐걸.
민재 : 그럼 전산 동아리들을 전멸시킨 해커는?
채영 : 그렇지만... 설마 교수님이 그랬을까..
정태소리 : 충분히 그럴 수 있어.
돌아보면 정태가 화면을 유심히 보며 다가온다.
정태 : 나두 이 사람 알어. 코끼리 냉장고 얘기한 사람이야.
충분히 헤헤거리면서 해킹장난 칠만해. 이 사람이 교수라고?
민재 : 넌 뭘루 당했는데?
정태 : (계속 화면의 박교수 사진을 보며) 말루 당했지. 완전히 한방에 넉다운됐었지.
채영 : 흐응 이렇게 되면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확실한건가?
정태 들고있던 공고문을 좌악 펼쳐보인다.
민재 채영 들여다보더니...
민재 : 뭔가 전투의지가 부글부글 끓어오르지 않냐?
채영 : (손가락 마디를 꺽으며) 내 말이 바로 그말이지.
정태 한손을 올린다.
민재와 채영 많이 해본 솜씨로 번갈아 착착착 하이파이브를 한다.
S#34. 교정
민재의 자전거에 정태까지 타고, 채영이 나란히 해서 달려내려온다.
S#35. 도서실
정태가 도서관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검색을 하고 있다.
민재가 서가에서 책을 고르고 있다.
정태가 선 채로 컴퓨터 드라이브에서 디스켓을 꺼내며 바쁘게 돌아선다.
민재가 한아름의 책과 논문을 들고 나온다.
S#36. 전산실
채영이 미친 듯이 키보드를 두들겨대고 있다.
정태가 와서 디스켓을 삽입해준다.
채영 계속 두들겨댄다.
S#37. 박교수 방 앞 복도
모자를 눌러 쓴 민재가 괜히 어슬렁거리고 있다.
박교수 방에서 나오는 청소 아줌마. 쓰레기통을 들고 나와 복도에 놓아둔 커다란 쓰레기통에 비우고 다시 들어가자
재빨리 다가가서 쓰레기통을 뒤지는 민재. 구겨 버려진 종이들을 펴서 내용을 살핀다.
S#38. 전산실
채영 여전히 모니터 앞에서 무언가를 쳐대고 있고.
정태는 그 옆에서 두툼한 프린트 인쇄물을 뒤져보며 빵을 먹고 있다.
채영 모니터를 보는 상태로 손을 뒤로 내밀면,
정태 제대로 보지 않고도 빵을 건네준다.
채영 한 입 크게 베어물고는 다시 손만 뒤로 내밀고,
정태 역시 고개도 들지 않고 정확하게 빵을 건네 받는다.
뒤로 빠져서 보면, 전산실에는 학생들이 가득 앉아서 저마다 컴퓨터와 씨름을 하고 있다.
S#39. 복도
이교수 대단히 화가 난 생태에서 빠르게 걸어간다. 손에는 예의 공고문 한 장을 구겨쥐고 있다.
S#40. 박교수방
서가에 책 정리를 하고 있는 박교수.
탕탕 노크소리.
박교수 : 예에.
문이 기세좋게 열리더니 이교수가 들어선다.
이교수 : 얘기할 게 있는데 시간 좀 내줄래요?
박교수 : 어유 그러믄요. 선배님. 일루 앉으세요.
부산스럽게 의자에 얹혀있던 책들을 치운다.
방 한쪽에서는 마이클이 컴퓨터 앞에 의자를 뒤로 기우뚱하고 앉아있다가 이교수를 보고 활짝 웃는다.
마이클 : 안녕하세요. 싸부님 또 여자 왔어요.
박교수 : 조용해 임마. (이에게) 어 죄송합니다.
이교수 잠깐 어이없지만... 의자에 앉으며 들고 온 공고문 종이를 펴 보인다.
이교수 : 이거 박교수께서 추진하시는 거라면서요.
박교수 : (상체 기웃하여 들여다보고) 아아 그거요. 어이구 말두 마세요. 거기 1년간 근로장학금.. 이렇게 되있잖아요.
그거 학교에서 타내느라구 한 다섯시간은 떠든 거 같습니다.
자고로 인재를 구하려면 뭐든 보상이 있어야...
이교수 : 이게 지금 정확하게 우리 학교를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 거에요?
박교수 : 저 까마득한 후뱁니다. 말씀 낮추세요.
이교수 : 박교수 컴퓨터로 들어와라... 이 얘기는 즉 학교 네트워크를 뚫어봐라 이 얘기잖아요.
박교수 : 옛날엔 저보구 너 일루 좀 와봐.. 그러셨는데. 전혀 기억이 안나세요?
이교수 : 나 이런 식으로까지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요. 만약에 학교 전산망이 학생들한테 뚫리고..
만약에 그 학생 중에 자기 성적을 좀 고치고 싶다.. 이런 학생이 있다면 말에요.
그래서 자기 담당 교수 컴퓨터에 들어가서...
박교수 : 그 정도의 실력이 있는 아이라면 당장 불러다가 술부터 사줘야지요.
이교수 : ....뭐라구요?
박교수 : 우리 학교 방어시스템은 대단히 훌륭하드군요. 거기다 저기 마이클 군이 철벽 수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교수 : (새삼 마이클을 본다)
박교수 : 저 녀석은 MIT 해킹대회에서 두 번이나 우승을 한 실력이지요.
마이클 : (자기 얘긴 줄 알고 손을 흔들어보이는)
박교수 : 그리고 저두 해킹이라면 만만치않거든요. 우리를 다 뚫고 들어올 정도의 실력이다.
그렇다면 그 아이는 절대 혼자 놔둬선 안된다고 봅니다.
국가적으루 키워주질 않는다면 저라도 불러다 술을 사줘야겠다. 그래서 내 옆에 둬야겠다.
잘 키운 해커 한명. 007도 안부럽다. 그게 내 생각이거든요?
이교수 : ......(잠시 박을 가늠해보는)
박교수 : 근데 술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요. 선배님 오늘 저녁 술 한잔 어떨까요.
어디 괜찮은 술집 아시는 데 있어요?
S#41. 밤 학교 전경
S#42. 동아리방
바닥에 즐비하니 늘어진 해킹 정보를 프린트한 종이들...
먹다 쌓아 둔 컵라면...김밥 먹고 난 껍질. 음료수 패트병, 과자봉지 등등..
그 한쪽 끝 소파에서 채영이 잠바 하나 덮고 잠들어있고.
컴퓨터 앞에서는 민재가 엎드려 잠들어있다.
그때 살그머니 문이 열린다.
만수, 안의 상황을 살피더니 살금살금 들어와 민재 너머로 모니터 화면을 살핀다.
그리고 잠들을 깨우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갖고 온 디스켓을 넣는다.
민재를 살짝 치우고 키보드를 옆으로 빼와서 재빨리 타자를 치기 시작한다.
프로그램을 복사하고 있는 중.
복사되는 동안 채영이나 민재가 깨지 않는지 살핀다.
민재, 자세가 불편한지 꿈틀거리자 만수, 얼른 편안하게 뭔가를 받쳐준다.
드디어 복사가 되고 만수 살그머니 디스켓을 꺼내는데.
문이 열린다.
만수 후다닥 디스켓을 감추고 선다.
정태가 잠을 깨려고 세수를 하고 수건으로 닦으며 돌아오는 중이다.
정태 : 만수형?
만수 : 쉬이...
정태 : (애들 둘러보며) 쟤들 거꾸로 매달아두 안 깰거야. 오일간 댓시간두 못잤거든. 근데 웬일이야.
만수 : 어.. 그냥 다들 잘 하고 있나 볼려구.
정태 : 그런 이유로 야밤에 방문할 사람은 아니잖어. 형이.
만수 : 무슨 소리. (슬금슬금 문으로 가며) 니들의 기쁨은 나의 기쁨. 니들의 미래는 나의 미래.
니들이 잠두 못자구 헤메는걸 생각하니 낸들 잠이 오겠냐. (방문 손잡이를 잡았는데)
정태 : 참 형두 해킹 대회 나간다며?
만수 : (괜히 깜짝 놀라서) 내가? 어 글세... 심심한데 한번 구경이나 해볼 생각은 있지.
정태 : 우리 괜찮은 프로그램들 입수했는데. 카피해줄까?
만수 : (잠시 말이 막혔다가) 넌 내가 후배들한테 프로그램이나 얻어갈 놈으로 보이냐.
정태 : (덤덤하게) 어. 그렇게 보이지.
만수 : ... 수고해라. 간다.
나가고 문이 닫기고.... 정태 으드드드 기지개를 켠다.
S#43.인공위성센터 외경 낮
세워져있는 안테나가 멋있고.
S#44. 서교수 랩
우리별을 만들기 위한 랩.
내부의 그림들 멋지게 스케치 되면서 서교수가 영어로 전화를 하는 소리가 들린다.
(전화 내용은 대충 알아서...
외국의 어느 박사에게 저번에 어떤 논문을 보내줘서 고맙다는 얘기. 학회 때 다시 보자는 얘기 정도..)
서교수가 책상 옆에 서서 전화를 하고 있다.
이만치에서 그런 서교수를 미소지어 보고 있는 박교수.
전화를 끊고 돌아서던 서교수, 박을 발견한다.
서교수 : 어 이게 누구야. 박기훈.
박교수 : 잘있었어.
서교수 : (반가와 다가서며 악수하며..) 야아.. 너 왔단 얘긴 들었어.
결국 여기서 만나는구나. 어. 결국 한국땅에서 만나.
S#45. 교수실. 혹은 휴게실
두교수가 종이 커피를 마시며...
박교수 : 그새 너 계속 연락이 안되드라구.
서교수 : 세미나가 있었거든. 근데 너 그동안 벌써 사고 하나 쳤다며.
박교수 : 뭔 사고.
서교수 : 뭐? 해킹대회? 그것땜에 교수들 전전긍긍하고 있는거 알어? 갑자기 자기 컴퓨터 관리들 하고 야단났어.
어째 넌 그렇게 여전하냐.
박교수 : 너두 여전해뵈는데. 여기서두 팬래터 많이 받구 사냐. 아직 여성 팬클럽은 조직 안됐어?
서교수 : 남들이 들으면 진짠줄 알겠다야.
박교수 : 니가 우리별 3호 제작하는데 참여했단 말 들었다.
서교수 : 어.. 근데 3호엔 우주관측 기능이 좀 미비했어. 지금 만들구 있는 4호는 괜찮을거야.
명실상부 우리 힘으루 만든 과학 위성 1호가 될거라구.
뭐 아직 넘들거에 비하면 초보단계라구 하겠지만... (말하다 보면)
박교수 : (흐믓해서 보고 있다)
서교수 : 왜 웃어.
박교수 : 보기 좋아서. 너 미국에 그냥 있었음 연봉이 엄청났을텐데. 여기 와서 얼마나 받냐.
서교수 : 어이구.. 짜식. 넌 아니냐?
그때 박교수의 핸드폰이 울린다.
박교수 : 예 박기훈입니다. 뭐? 그래애? (미소가 떠오른다) 알았다 바로 가지. (끊는데)
서교수 : 왜?
박교수 : 그물에 들어왔대. 싱싱한 물고기들이.
S#46. 박교수 연구실
마이클 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들겨대고 있다. 몸으로는 아예 힙합 댄스 몸짓을 해가며 아주 신이 났다.
들어서는 박교수.
박교수 : 몇놈이나 들어왔어.
마이클 : 세개 아웃. 이거 네 개째에요. 와우 이 사람. 그레이트. (손은 정신없이 계속 타자를 쳐대며)
박교수 : (화면을 들여다본다)
마이클 : 오 예 서라! 스톱 맨..
S#47. 동아리방
채영이 정신없이 타자를 쳐대고 있다.
옆에 민재가 또 다른 컴퓨터에 붙어서 역시 미친 듯이 타자를 치고 있다.
정태는 둘 사이를 오락가락 하며 상황을 보고 있다.
민재 : 어디까지 갔어?
채영 : 또 하나 열었어. 그쪽은 어때?
민재 : 꽁지에 붙었어. 좋았어. 이건 내가 끌구 갈게.
정태 : (잽싸게 민재에게서 채영에게로 오며) 저긴 금방 잡힐거 같은데.
채영 : 걱정 마. 다 돼가. 다 되간다구... 좀만 더 끌어봐.
S#48. 이교수 랩
만수가 정신없이 타자를 쳐대고 있다.
만수 : 옳지 좋아 좋아. 열려라 참깨... 이히히히.
S#49. 박교수 연구실
박교수 : (들여다보다가) 이거 한놈이 아닌거 같은데?
마이클 : 리얼리? 오우 갓. (열심히 치며)
박교수 : 어쭈 공동 포위작전인가. 좋아 마이클. 한놈만 끝까지 따라가봐. 이것들 한패같애.
마이클 : 예썰.
S#50. 동아리방
민재 비명을 질러대며 타자를 치다가 아예 손을 놓아버린다.
민재 : (화면을 뚫어져라 보다가) 난 죽었다. 항복. 으아아아 내 안방까지 들어왔어. 어 어 어.
정태 : 뭐야. 이거.
민재와 정태 들여다보는 화면에 그림이 하나 뜬다.
묘비에서 유령이 나오는 그림. 캐스퍼같이 생긴 유령은 혀를 내밀고 있다.
그 밑에 쓰여진 커다란 글자.
GAME OVER (그림이 어려우면 그냥 화면을 가득 채운 글자만으로)
민재와 정태 동시에 채영을 돌아본다.
민재 : 어떻게 됐어?
채영 대꾸할 시간도 없이 쳐대더니 번쩍 두손을 든다. 정지해있다.
정태 : 뭐야 거기두 당했어?
채영 : (천천이 의자를 돌려 둘을 보더니) 성공했어. 카피. 완료.
셋이 동시에 지르는 환호소리. 으아아아.
S#51. 이교수 랩
만수 혼자 너무 좋아서 인디언 춤을 추어대고 있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며 드라이브에서 디스켓을 꺼낸다.
디스켓에 뽀뽀를 하고 가슴에 끌어안고. 천장을 보더니.
만수 : 엄마 나 했어. 엄마 아들이 해냈다구우.
S#52. 박교수 연구실
마이클이 물끄러미 화면을 보다가 박교수를 돌아본다.
마이클 : 인제 어떡게 해요?
박교수 : (씨익 웃는다)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지. 이름하여 베드로가 지키는 천국의 문이라고 할까.
S#53. 동아리방
셋이 맥주캔을 부딪히고 있다.
민재 : 우리의 완전승리를 위하여.
채영 : 일년짜리 장학금을 위하여.
정태 : 나가떨어진 천재교수를 위하여.
벌컥벌컥들 마시고는 카아..입을 씻는...
채영 입을 씻으며 컴퓨터로 가서 마우스를 클릭하며.
채영 : 자아 그럼 그 위대한 파일이 어떤건지 볼까?
그런데 갑자기 채영이 굳었다. 들고있던 맥주캔이 맥없이 떨어진다.
민재 : 왜 그래.
정태와 둘이 와서 들여다보는데 똑같이 굳는다.
화면에는 커다란 사각박스에 한 디렉토리 안의 파일 이름들이 주욱 떠있는데 그 이름들이란...
EXAM1.TXT, EXAM2.TXT, 퀴즈1.TXT, MIDEXAM.TXT, EXAM.EXE, MABIN.TXT 등등...
채영 : (숨죽여) 이게 뭐라구 생각해?
민재 : (역시 숨죽여) 보통 EXEM 파일이면 에에..그게 교수님들 시험문제라고 생각되는데.
정태 : 어떻게 한거냐 박채영.
채영 : 몰라. 찾을 시간이 없어서 데이터 디렉토리를 그냥 통째루 카피했어.
민재 : 디렉토리 이름이 데이터?
정태 : 느네 새학기에 들을 전산 과목이 뭐라구 했지?
민재 채영 : 데이터 구조론.
정태 : 으음.. 이거 진짜루 재미있구만. 그래서.
민재 : 뭐가 그래서야.
정태 : 인제 악마하구 천사하구 싸울 시간이잖아.
민재 : (채영과 마주본다..) 시험문제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지?
채영 : 그치. 제목만 보구야 알수가 없지.
정태 : 보구 싶냐? 봐봐. 이것만 보면 니들 무조건 에이뿔이야 에이뿔.
마우스를 잡으려는데 민재 채영 동시에 그 손을 잡는다.
정태 : 왜.
민재 : 왜? 왜냐면.. 에에...
채영 : 일단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
민재 : 그렇지 그거야. 생각할 시간.
S#54. 이교수 랩
만수가 입을 헤 벌리고 화면을 보고 있다.
화면에는 아까 보았던 것과 똑같은 파일 이름들이 떠있다.
만수 표정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산삼 발견한 사람같이 되어간다.
만수 : 으으으아하하하하 이게 뭐야. 이게 웬 떡이냐구우..
만수 너무나 좋아서 그 중의 한 파일, EXAM1.TXT를 살짝 클릭한다.
그러자 화면이 열리면서 정말로 데이터 구조론의 시험문제가 떠오른다.
만수 : (거의 울 듯이 되서) 엄마야 세상에 진짜야 진짜 시험문제야.
아이구 엄마 나 이거 어떡하면 좋아아. 이거 얼마씩에 팔아먹지이?
S#55. 박교수 연구실 앞 복도
터덜터덜 걸어오는 민재와 채영, 박교수 연구실 문 앞에 서더니 서로 마주본다.
결심한 듯 민재가 교수의 방을 노크한다.
S#56. 박교수 연구실
채영, 디스켓을 교수의 책상에 놓는다.
박교수 : (디스켓을 주워들고) 아 그러니까 느이 둘이 팀플레이를 한거였구나.
하나는 미끼가 되서 도망치고.. 나머지는 그 틈에 공격하고.
민재 : 한명 더 있습니다. 같이 올려고 했는데 워낙 사교성이 모자란 놈이라서 못 델구 왔습니다.
박교수 : 좋아. 보기 좋아. 대개 컴퓨터 하는 애들은 개인작업밖에 모르는데
이렇게 합동 작업을 했다는 거 일단 점수 줘야지.
(걸어가 디스켓을 컴퓨터에 넣는다) 그런데 내용은 열어봤나.
민재채영 : 아뇨.
박교수 : 그럼 그냥 카피만 해온거야?
채영 : ...분하지만 그렇습니다.
박교수 : 분하지만?
채영 : (딱딱한 얼굴) 네 교수님께선 무슨 말인지 아실텐데요.
박교수 : ... 안다. 무슨 말인지. 여러분은 최고의 난이도인 커넥션 하이재킹을 통해서
상대의 서버에 침투할 수 있는 놀라운 기량을 갖추고 있다.
(책상에 걸터앉으며) 그래서 여러분은 훌륭하고 또한 그만큼 위험하다.
민재 채영 무슨말인가 해서 얼굴이 찌푸려지는데.
박교수 : 느이들 진짜 위대한 해커와 가짜 쓰레기 해커의 차이가 뭔지 아나?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을 수 있을 때... 그는 진짜 위대한 해커가 되는거다. 내 말 알겠나?
민재채영 : (무슨 소린가...)
박교수 : 느이들은 베드로가 지키는 문을 통과한거야. 그래서 이 시간부터 느이들은 카이스트 전산요원이다.
민재 : 베..드로요?
박교수 : 그러니까 이번 테스트가 내 컴퓨터의 파일 하나를 해킹해봐라. 이거였잖냐.
이 정도 실력 가진 애들이야 찾기 쉽지. 문제는 그 실력을 가진 아이들이 얼마나 양심이 튼튼한가.
그 양심 테스트가 마지막 관문이었다 이거야.
채영 문득 손을 들더니.
채영 : 한가지 질문이 있는데요.
박교수 : 좋아 뭐야.
채영 : 우리 전산 동아리들을 해킹한 것이 혹시 교수님 아니셨습니까?
박교수 : 글세. 해커가 누군지 찾아내는 것도 일종의 실력이겠지.
민재 : (손을 들더니) 저도 질문이 있는데요.
박교수 : 어.
민재 : 우리가 파일을 열어보지 않았다는거 말입니다. 그거 우리 말을 그냥 믿으시는 겁니까? 그냥 무조건이요?
박교수 : (미소가 스윽 떠오르더니) 물론이지. 난 믿는다. 왜냐. 니들이 양심테스트를 통과 못했다면....
지금 니들 컴퓨터가 무사하지 못했을테니까.
S#57. 이교수 랩
만수가 신이 나서 화면을 보며...
만수 : 그래그래 이런 문제가 나올줄 알았어. 그렇지. 맞어...음...
만수 그 파일을 닫고 다시 파일 목록들을 본다.
화면에 보이는 목록들...
만수소리 : 에에 다음엔....이건 뭘까? 수리수리 열려라 보물창고.
커서가 EXAM.EXE 이름 위에 도착하더니 클릭을 한다.
파일이 열리는가 싶더니 순간 메시지 화면이 하나 뜬다.
커다란 글씨로 쓰여진 것. [ BYE! BYE! ]
다음 메시지 화면이 사라지고 드러난 윈도우 탐색기의 목록들이 밑에서부터 하나씩 지워지기 시작한다.
만수 : 어 어 야 왜 이래. 이거 뭐야.
벌떡 일어나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어 우왕좌왕 하다가 전원줄을 드디어 뽑아버린다.
암전된 상태의 화면....
만수 멍청이 컴퓨터를 보고 있다가 입이 벌어진다.
S#58. 학교 전경
만수가 지르는 처절한 비명소리가 울려퍼진다.
만수 : 안돼애애애...엄마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