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기행은 이삭줍기이다
서 병 진 시인
문인이 역사적인 문화유적지를 찾는 것은 당연하다. 글감을 찾는 것보다 글의 진솔하게 쓰기 위함이다. 물론 글의 주제 이미지를 찾는 것도 주요하다. 그리하여 각 문학단체에서 연중행사로 문학기행이나 문학탐방을 한다.
문학기행은 일반인이 관광하는 것처럼 하는 것은 아니다. 보고 느낀 것을 메모하거나 뇌에 저장하여 놓았다가 작품화시킨다. 현장을 보고 느낀 것을 쓴 작품은 진정성이 내포되어 있다.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살펴보고 직접보고 느끼면서 쓴 작품은 작품의 가치성은 어느 작품보다 감동을 주는 작품이 된다.
농부는 가을에 벼 수확한 후 논바닥에 떨어져 있는 벼이삭을 줍는다. 이삭을 줍기 위해 벼이삭 담을 도구 그릇을 가져가서 주워 담는다. 이와 같이 문학기행도 마찬가지다. 출발하기 전에 그에 관한 자료를 서적이나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메모지와 필기구를 지참하여 출발하여야 한다.
어느 문학단체에서 문학기행지로 우리나라의 오석이 매장되어 있는 보령일대 성지와 문인의 유적지를 함께 동행 한 적이 있었다. 그 지역에서 채석되는 오석은 돌중의 옥돌 명품돌이다. 보령은 지리적으로 보면 차령산맥의 남서쪽에 자리 잡고 있으며 동북부는 주로 산으로 이루고, 서쪽은 대체로 평지로 형성된 지역이다. 바다는 리아스식 해안으로 아름다운 바다가 편안한 마음을 주는 곳이다.
주변의 시비(詩碑)를 찾아서 관찰하고 역사적인 조명을 해보고 인근에 문학의 혼이 깃 들여 있는 몇 군데를 찾았다. 이문구 소설가와 이문희 소설가의 고향이다. 정초면 한 해의 운수를 알아보는 유명한 토정비결 저자인 이지함 묘소가 있었다. 또한, 성주사지와 갈매못성지 같은 종교적인 유적지에도 들렀다. 이렇게 기행하면서 일일이 메모하였다.
이문구 소설가(1941 ~ 2003)는 충남 보령시 대천면 대천리 387번지 관촌마을(현재 보령시 대관동)에서 태어났다. 호는 명천(鳴川)이다. 독학으로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다. 김동리, 미당 서정주 등을 사사추천으로 1966년 『현대문학』에 「백결」, 「다 갈라 불망비」가 추천완료 되어 등단하였다.
등단작부터 구어체와 만연체, 충청도 특유의 사투리를 살려낸 토속적인 언어와 서민들의 생활언어들을 능숙하게 잘 구사하여 농민의 어감에 근접한 사실적인 작품세계를 보여 주었다. 자신이 죽으면 고향 마을 뒷산 소나무 숲에 유골을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또한, 자신의 이름으로 어떠한 문학상이나 문학비(碑)를 만들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고 한다.
작품으로는 「이삭」(1968), 「이풍진 세상을」(1970) 외 소설집과 꽁트집은 『누구는 누구만 못해서 못하나』(1980), 『몸으로 살러 온 시대』(1980) 등을 출간하였고, 동시집은 『개구쟁이 산복이』(1988) 등이 있다. 그의 사후에 유고시집 『산에는 산새 물에는 물새』가 출간되었다. 또한, 그의 위암 투병일기와 지인들의 회고담을 엮은 『그리운 이문구』( 2004),『이문구 전집』(2006)이 출간되었고, 명천 이문구기념사업회(2005)가 발족하였다.
문학상은 국제PEN문학상 만해문학상 동인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한국일보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요산문학상 서라벌문학상 등 수상했고 사후에 은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이문희 소설가는 충남 보령에서 1933년 출생하여 1990년에 사망하였다. 장지는 시립묘지 벽제(碧蹄)이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현대문학』에 「우기(雨期)의 시(詩)」(1957)가 추천되어 등단하였다. 소설집은 『하모니카의 계절』, 『문병객들』 등이 있고, 장편소설 『흑맥』 『산바람』(1980) 『소설 징기스칸』 외 다수의 작품집을 남겼다. 1년간 『현대문학』에 연재했던 「흑맥」으로 현대문학신인상을 받기도 하였다. 대한민국문학상은 1981년에 받았다. 「흑맥」은 서울역 주변의 뒷골목을 무대로 어두운 생활을 하는 사람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작품경향은 충청도 방언을 발굴하여 적재적소에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작품의 제재는 술집이나 사창가, 학교, 빈민굴 다리 밑, 깡패소굴 등 변화무쌍하면서 재미있고 신선한 공감과 박진감을 준다.
성주사지(聖住寺址)는 보령시 성주면에 있다. 백제 법왕이 창건한 사찰로 처음에는 오합사(烏合寺)라고 하였다. 전쟁에서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건립하였다고 전한다. 백제가 멸망한 후 신라 문성왕(839~859) 때 당나라에서 귀국한 낭혜화상이 무염(無染 801~888)이 절을 대규모로 확장하여 성주사라고 절 이름을 바꿨다.
성주산 기슭에 풀숲이 무성한 넓은 절터에 몇 개의 탑과 주춧돌이 남아 있어 그 당시 이 사찰의 규모를 대략 짐작할 수가 있다. 이곳에 국보 8호인 대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가 서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 탑의 높이는 4.55m이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후 지금은 탑과 비(碑)가 유구한 역사를 지닌 대중의 큰 공덕을 받았던 명찰이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절터만 남아 있다.
갈매못성지는 보령시 오천면 영보리 바닷가의 아름다운 해변에 있다. 지형적으로 안면도와 마주 보고 있는 외연도의 천수만 깊숙하게 숨어 있는 곳이다. 바다인지 호수인지 이 갈매못이란 이름을 왜 붙이는지 뉘앙스를 주는 것이다. 한국의 가톨릭 순교지에서 보령의 갈매못성지는 비극의 현장이며 성지의 의미가 깊고 넓은 곳이다. 서울에서 400리나 떨어진 갈매못에서 참수당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흥선대원의 아들 고종의 혼례식 때문이다. 궁궐 담당 무당이 한양에서 피를 흘리면 안 된다는 말에 처형지로 갈매못이 결정된 것이다. 두 번째는 1839년에 앵베르 범 주교와 모방 나 신부, 그리고 사스탕 정 신부의 처형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문학기행은 글의 진솔성을 바탕으로 보고 겪은 것을 작품화시킨다. 필자는 문학기행을 문학탐방 또는, 문학교실이라고도 한다. 즉 문학기행은 글의 샘이요, 보물을 찾아내는 것이다. 작품은 다양성과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필자에게 문학기행은 농부가 가을 벼이삭 줍는 것처럼 문학 이삭줍기이다.
※주 : 월간문학(2022.09.01), 한국문인협회 2022년 9월호 통권 643호 권두언 22쪽, 작품으로 1쪽
첫댓글 '문학기행은 이삭줍기이다.'는 한국문인협회에서 매월 발간하는 월간지 월간문학 권두언입니다.
2022년 9월 1일 발행 22쪽부터 25쪽까지 수록(게재) 되었습니다. 문학기행은 이삭줍기하여야 곳간에
착품이 차곡차곡 싸야합니다. 문학기행은 이삭줍기가 의미가 참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서병진 배상:))
서회장님 "문학기행은 이삭 줍기다 " 명문장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