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부>
고등학교 1학년 때 내 별명은 악바리였다.
그때 다니던 학원에서 수학 선생이 붙여준 별명이다.
나는 그때 과외에 학원에,
정말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것처럼
독하게 공부했고
한번 집중하면 누가 업어가도 몰랐다..
오랜만에 학원에서 그렇게 공부했다.
그래야만... 지금 이 수업이 끝나고 학원을 나설 때
밀려올 나의 수많은 고민, 걱정들이
이 순간만큼은 날 괴롭히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학원을 나오는데...
아직도..
진우가 기다리고 있었다.
" 선배.. "
" 너 정말 한심하구나.. "
" 얘기를 들어야겠어요. "
" 그만 집에 가. "
" 그럼 내 얘기라도 들어줘요. "
" 듣고 싶지 않아. "
난 진우의 눈도 마주치지 않고 얘기했다.
내가 생각해도 내 자신이 너무 재수없을 정도로
그렇게 딱딱하게
진우를 대했다.
그리고 돌아섰다.
" 힘으로 데려갈 수도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
진우의 내려깔리는 어두운 목소리...
" 잠깐이면 되요.. "
" ........... "
난 못들은 채 걸어갔다.
진우는 내 손을 잡았다.
" 힘으로... 할까요? "
진우의 목소리...
소름끼칠 정도로 무서웠다...
진우를 이렇게 변하게 만드는 사람
바로 나야...
내가 진우를 무섭게 만들고 있어....
" 부탁입니다. "
마지막 인내로 버티고 있는 듯한 진우의 목소리와
말투...
결국 난 그대로 진우를 따라서 조용한 곳으로 갔다.
건물뒤에 있는 골목길..
" 말하기 싫다면 말하지 않아도 되요. "
" .......... "
진우는 눈을 내리깔았다.
가로등에 비춘 진우의 긴 속눈썹이..
무겁게 느껴졌다..
" 선배가.. 갑자기 나한테 이러는 거... 나 알 거 같아요..
인철이 때문이겠죠.. 인철이를 좋아하게 됬으니까..
날 때 놓으려고... 그만 날 단념시키려고.. 맞죠? "
나는 아무말 하지 않았다.
진우의 눈도 바라볼 수 없었다.
" 왜 날 단념시키려고 하죠? "
" ........... "
" 선배가 뭔데? "
진우의 삐딱한 말투....
많이 화났구나...
" 단념을 하든, 말든, 그건 내가 하는 거야. 선배가 상관할 일이
아니라구.
그건 내 일이야. "
난 그럴 수 없어..
너가 상처받을 게 뻔한데...
계속 널 붙잡아두는 것 같아서...
난 그게 싫어..
" 선배는.. 내 인생에... 관여할 자격이 없어.. 안 그래요? "
진우는 차갑게 나에게 물었다..
난 벙어리처럼...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 아직 한달 안 됐어요. 선배가 지금 인철이를 좋아하든지 말든지
중요하지 않아요. 결국 한달 뒤에 선배가 내 옆에만 있으면 되는 거니까. "
진우는 고개를 돌리고 있는 내 얼굴을 자신의 손으로 잡고
날 바라보게 했다.
" 날 봐요. "
난 진우를 뿌리치려고 했다. 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진우는 진우가 아니였다.
" 다시 뺏어 올거야... 반드시.. "
진우....
무섭게... 날 강하게 힘으로 누르고 있지만
니 눈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니 눈은 너무 슬퍼...
너무 여리고...
너무 다쳤어....
" 놔줘... 진우야 "
난 진우에게 부탁했다.
정중하게...
진우를 때려서 니가 뭔데 날 만지냐
예전처럼...
예전의 강지호처럼..
지랄할 수 있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우린 예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으니까
그리고 그건
내가 만들었으니까..
" 싫어. "
하지만 진우는 놔주지 않았다.
그리고는 내 어깨를 잡았다.
나를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강렬하게...
쳐다보는 진우...
" 날 자제 못하게 만든 건... 선배야.. "
진우는 날 뻔히 바라보다가
자신의 얼굴을 나에게 가까이 대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진우의 숨결이 내 목에 바로 와 닿을 정도로
진우는 가까이에 있었고..
그렇게 한동안 진우는 멈춰 있었다.
" 이러지마... "
" ............. "
" 나도 힘쓰기 싫어.. 우리 그만 하자.. "
나는 다시 이성을 찾고 냉정하게
진우를 밀어냈다.
진우는 아까와는 다르게... 힘없이
밀려났다..
" 미안해... "
진우는 아무말이 없었다..
거친 숨소리 밖에는...
" 나도... 내가 믿기지 않지만.. 내 안에는 ..
너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고... 그 자리가 생각보다.. 커.. "
진우는 듣기 싫다는 듯이 나에게 등을 보이고
돌아섰다.
" 널 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프지만..
그 사람을 보고 있으면... 난 바보처럼.. 설레여..
난 늘.. 너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그 사람은.. 아니야.. "
난 진우에게...
내 가슴 속에 있는 이야기를 모두.... 털어 놓았다..
" 난 나를 너무나도 잘 알아... 이제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까... 그만하자.. "
나는 나를 등지고 서있는 진우의 뒷모습을 보았다..
축처진.. 어깨...
내가 널 그렇게 만들었겠지....
하지만 난 이게 최선이라고 믿어..
난 다시 돌아서서
앞으로 걸어갔다.
" 사랑해 "
진우의 .. 슬픈 목소리.....
" 정말 사랑해... "
가슴이 다시 한번
아려온다...
" 내 사랑은...
니가 날 몰아낸다고 해서
너가 날 사랑하지 않는 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야...
그럴수록... 더욱더 애절해지는 게 내 사랑이야... "
난 진우를 바라볼 수 없었다...
너무나... 간절해서....
그리고...
" 내 사랑은... 그리움이니까.... "
강형욱과....
너무 많이 닮아 있어서.....
난...
눈물이 났다...
<48부>
강형욱이 나에게 남겨두고 간 편지에 이런 말이 써있었다.
너를 그리워 하는 것 만큼 나에게 기쁜 것은 없다.
너를 그리워 한다는 것은
너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고
너가 늘 내 안에 있다는 것이고
그리고 너를 사랑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너의 눈물과 너의 미소 , 너의 머릿결 하나 하나 까지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우는 나에게...
자신의 사랑은 그리움이라고 말을 했다.
가끔씩 느껴왔었지만...
강형욱과 너무 많이 닮아있는 진우의 모습...
순간.. 소름이 돋을 정도였으니까...
내가 진우 곁에 있는 다는 건.....
강형욱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뜻이야..
동수가 전에 말했던 대로....
진우는 강형욱의 대용품에 지나지 않겠지....
진우한테까지 그런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
나는 진우를 돌아선 후, 한번도 다시 돌아보지 않고서
앞만 보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침대에 누워 버렸다...
내가 다시 잠에서 깼을 땐...
햇살이 눈이 부실정도로 나를 비추고 있을 때였다.
지금이 몇시지?
나는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 일어 났니? "
엄마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 지금 몇시야? "
" 얘는... 너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했어야지!! 이게 뭐니~! "
아프다니? 내가 아프다구?
" 나 학교 가야돼... "
" 학교는 무슨 학교야. 담임한테 전화했어.. 오늘은 집에서 쉬어. "
괜찮다는 말을 하려고 하는데...
도저히... 내 몸을 감싸고도는 뜨거운 열 때문에...
어지럽고 나른해서..
아무말도 못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 아 그리고, 수진이한테도 전화와서.. 너 아프다고 했더니..
집에 오겠다길래. 내가 됐다고 했다.
괜히 애들 왔다 갔다 거리면.. 너 더 신경써서
빨리 안 나. "
엄마의 걱정어린 목소리..
그래도 우리 엄마라고 걱정은 해주는 구나...
근데..
강지호...
니가 왜 아프니??
넌.. 어제 그렇게 진우를 아프게 해놓고서...
뭐가 잘났다고 아픈거야...
다시 눈을 떠보니... 밤이었다.
또 깊은 잠에 빠졌었나보다...
조금은 살 것 같다.
간신히 몸을 움직여 내 가방속에서 핸드폰을 찾았다.
어제... 그대로
핸드폰은 빠데리가 분리된 상태였다.
난 다시 끼어놓고 핸드폰을 켰다.
핸드폰이 켜지고...
진동이 계속 오는 걸 보니...
난리가 났었던 모양이군...
난 화영이하고 수진이에게 괜찮다고 전화를 해주었다.
둘다.. 지금 당장이라도 집에 오겠다는 걸.. 말렸다...
기집애들이 의리는 있어가지고...
그리고...
함인철이.. 계속 찾아왔었다는 말도...
했다..
진우 얘기는 없는 거 보니...
진우는 날 찾지 않았던 모양이다...
진우...
노력하는 건가?
전화를 끊고 난 침대 위에 다시 몸을 눕혔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뒤져서...
아직도 저장되지 않은 함인철의 번호를
뚫어져라 보다가
결국은 함인철이라는 이름으로
저장을 시켜놨다.
그리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 어디에요? "
받자마자 다짜고짜 어디냐고 묻는 함인철..
많이 걱정한 목소리다..
" 나.. 집 "
" 집? 병원 안 가도 되요? "
" 병원은 무슨.. "
" 왜 이렇게 약해요? 안 그렇게 생겨서? "
함인철...
녀석의 재수없는 소리를 들으니..
나도 모르게 없던 힘이 솟아오르는 게 느껴진다..
" 죽을래? "
" 뭐야~ 하나도 안 아프잖아!! "
" 그래.. 하나도 안 아파.. 넌 내일 학교가서 죽었어.. "
" 그럼 내일까지 갈 거 없고, 지금 나와요. "
" 뭐? "
" 안 아프다며~ 나 지금 선배 집 앞 이에요. "
얘.. 이거 진짜일까?
설마.. 얘 진짜 우리집 앞에 있는 거야?
" 너 진짜야? "
" 궁금하면 나와봐요"
함인철은 전화를 뚝 끊었다.
진짜 있는 걸까?
진짜 왔다면..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는 거지?
나... 나가야 되는 건가?
여러 가지 잡생각을 하다가 전화를 끊고 5분쯤 뒤에야..
주섬주섬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아~~ 어지러워...
내가 이게 뭐하는 짓이람...
현관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나가는 데..
함인철.....
....................................................................
있기는 개뿔..
아무도 없었다...
개새끼...
아픈 사람 갖고 장난치다니...
나.. 정말 이런 자식한테 끌리다니..
미친 거 ..
" 선배! "
뭐야 깜짝 놀랐잖아..
이 자식... 유치하게 숨어있었어..
" 뭐야.. "
" 왜요? 막상 나왔더니 내가 없으니까 그렇게 속상했어요? "
" 시끄러.. "
" 아유~ 우리 선배 못 본사이에 얼굴이 반쪽이 된 거 보니
진짜 아팠나보네~~ "
함인철은 재수없게 아양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반갑긴 반갑네...
" 언제부터 여기 이러고 있었던 거야? "
" 몰라요~ "
" 왜 이러고 있었어? "
" 아프데니까.. 연락은 안되구...
뭐 여기 있다보면.. 선배 못 보더래도 가족 아무나 만나서...
물어보면 되니까... "
" 미쳤구나... "
실은 나... 순간 감동이었다...
늘 자기만 알던 이 재수없는 놈이...
날 위해서
바보처럼 기다려줬다니...
이럴 땐 고맙다고 말도 못하는
이 고약한 내 입이 싫다..
" 막상 이렇게 보니까... 괜히 기다린 것 같기도 하구.. "
그리고 이 자식의 그 고약한 입도..
" 함인철... "
" 왜요? "
" 넌 왜 나한테 말 안 놓니? "
" 그런건 왜 물어요~ 언제는 말 놓지 말라고 난리를 부리더니!! "
" 너 되게 재수없는 놈이잖아. 남이 하란다고 따라하는 애 아니잖아. "
" 아니 뭐야~ 기껏 왔더니.. 이 여자 이상해!! 나 가요!! "
함인철은 씩씩 대더니 돌아서서 성큼성큼 걸어갔다.
" 인철아 잘 가!! "
난 안다.. 이 소리를 듣자마자
멈춰서서 나에게 다시 오겠지..
그리고는...
" 무슨 여자가 이래!! "
그럴 줄 알았지...
화를 버럭버럭 내는 거 보니까...
왠지.. 귀엽네..
" 인철이 왜 안 가? 빨리 가? "
" 갈 거에요. "
" 그래 가~~ 나 들어갈게.. "
난 들어가는 척을 했다.
옆으로 보이는 함인철의 모습은
약올라서 방방 뛰고 있었다.
녀석은 내 손을 잡았다.
" 말 놔도 되는 거에요? 그럼? "
" 당연히 안돼지. "
" 뭐야~ 진짜 !! "
함인철... 씩씩 대는 거 보니까
정말 약오르나보다...
녀석이 큰 눈으로 살짝 나를 흘겨보다가
이내 고개를 숙였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녀석의 옆모습이 참 예쁘다..
" 인철아.. "
" 왜요? "
" 참.. 좋다.. "
함인철..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놀라서 날 바라봤다.
" 뭐.. 뭐가요? "
난 씩 웃어줬다.
녀석은 집요했다. 큰 눈을 계속 깜빡거리며
달려들었다.
" 뭐가 좋다는 거에요? "
" 시계 말야. 그거 참 좋드라.. "
김 센 듯한 함인철의 표정..
한숨을 푹푹 쉬더니 나를 다시 한번 째린다.
" 참나~ 그걸 이제야 알았어요? "
" 응. "
" 암튼 센스없는 건 알아줘야 된다니까~~ 나 가요!! "
함인철은 삐져서 픽 돌아서 가버렸다.
난 오늘 녀석의 뒷모습을 가슴 속에 새긴다.
함인철...
내 입은 고약해서.. 너에게 한번에 말을 못하겠다...
오늘 너에게 한 말...
나의 첫 고백이라는 거... 넌 모르겠지..
겁쟁이.. 강지호는... 이 정도밖에 안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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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힘소설+]
막.ㄴㅏ.ㄱㅏ.는 . 스 . ㄹㅣ. 즈<47~48>
붸스퀸라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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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6.12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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