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강좌 29강 디카시 감상 평설.
이번주는 '이시향, 박해경, 박동환' 세 분 시인의 디카시 감상 평설을 소개한다.
섬을 포크레인으로 들어올리고 싶은 시적 상상력, 환경 미화원의 분주한 일상, 몇번이고 생각해야 하는 말의 중요성을 주제로 담고 있다.
#디카시
섬을 꿈꾸다 / 현혜정
이 산을 갖고 싶다
덤으로 바다까지 주신다면
-감상-
현혜정 선생님의 작품 ‘섬을 꿈꾸다’를 첫 번째 디카시로 소개하며 디카시의 의미를 생각해봅니다.
디카시는 이상옥 교수의2004년 디카시집<고성가도>에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디지털카메라(디카)와 시(詩)의 합성어입니다.
SNS로 실시간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에 맞게 디지털카메라로 직접 찍은 이미지에 다섯 행 이하의 짧고 강력한 시적 영감을 문자로 표현하는 문학 장르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 그 중간에 위치한 섬과 절묘하게 교차하는 크레인의 짧은 순간포착을 통해 현혜정 시인은 산을 크레인으로 옮기고 싶어 합니다.
바다와 섬이란 글자만 봐도 끌리는 섬이 고향인 저도 튼튼한 밧줄만 있다면 당장 저 산을 가져와 섬이 되고 싶습니다.
두 행의 짧은 문장이 사진과 결합하여 많은 상상과 느낌을 주는 참 좋은 디카시를 만나 행복합니다.
글=이시향 시인
#디카시
현역/ 김종순
불고,
쓸고,
닦고,
할 일이 있어
오늘도 행복한 아침
-감상-
김종순 시인의《현역》이라는 디카시를 감상하면서 영원한 현역이 되고 싶은 나의 친정아버지 모습이 떠오른다. 하루도 결근하지 않고 삼십 년 넘게 대기업 다니다 명예롭게 퇴직하고도 집에서 쉬지 못해 아파트 경비 일을 하시는 아버지 모습에서 빨간 바람개비 같은 심장을 지니고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오늘도 새벽에 출근해서 불고, 쓸고, 닦고 아파트 주변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을 흰머리 날리는 영원한 현역 친정아버지께 이 디카시를 보내드리고 싶다. 그리고 나이와 상관없이 일손을 놓지 않고 현역이 되고 싶은 모든 분들께 김종순 시인의 다카시《현역》를 품에 안겨드리고 싶다. 아마 힘찬 응원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글=박해경 시인
#디카시
言/ 최창섭
두(ㅗ) 번 생각하고 다시
두(二) 번 더 생각한 뒤
입(口)을 열어야
말씀이 된다.
-감상-
최창섭 시인의 「말씀 언」 디카시를 보면서 말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본다.
요즘 세상은 말이 너무 많아서 탈이 난다. 특히 유명인일수록 말을 잘못하여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말뿐만이 아니라SNS에 타인을 향한 악플 또한 말과 다를 바 아니다.
말은 한 번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 말은 어쩌면 타인을 향한 배려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안개가 내려앉은 도로를 무심히 걷고 있는 스님의 뒷모습은 새벽의 조용한 새소리를 듣기 위한 침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만큼은 두 개의 두터운 입술을 굳게 닫고 귀를 열어 말씀을 되새겨 보면 어떨까?
글=박동환 시인
'이시향, 박해경, 박동환' 시인 세 분의 평설을 통해 인문학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아울러 디카시가 왜 생활문학으로써의 그 기능이 가능한지 여실히 보여준 경우이다.
일상을 떠난 문학은 그만큼 대중과 미적 거리가 이격될 수밖에 없다. 일상은 시인에게 있어 삶의 어장 같은 공간을 동시에 발현시킨다.
"디카시는 문학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디지털문학의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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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디카시]에 이숙희 님의 <아름다운 선물>을 선정한다.
#금주의디카시
이숙희 님의 ' 아름다운 선물' 은 한마디로 희망찬 봄을 뜻한다. 꽃을 통해 봄의 소리를 건저올리고 있다. 예사롭지 않은 경지의 문학적 내공이 아닐 수 없다. 꽃잎 끝으로 물 올리는 소리를 감지하고 있다. 이 얼마나 경이롭고 기발한 시적 발상이 아닌가.
또한 디지털 영상, 디지털 글쓰기, 디지털 제목 3종 세트가 봄바람의 하모니를 자아내고 있다. 분홍빛 봄의 환희를 앵글로 담아 디지털 영상(사진)의 매력을 발산하고, 봄의 소리를 왁자지껄 깔아놓는 시적 언술, 이를 아름다운 선물로 기획한 연출자의 시선이 참으로 놀랍다.
이숙희 님은 평소 스마트폰을 보면 디카시 심장소리가 들린다고 말할 만큼 디카시에 몰입되어 있다.
심상의 문을 열면 꽃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시인을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게 바로 창조적 상상력을 가지고 이미지의 그림을 그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선물은 결국 봄꽃 노래란 달콤한 향기의 서곡을 물들이고 있다.
"디카시는 디지털 세상의 새로운 시그널이다. 스마트폰이 켜져있을 때 디카시 시그널 즉, 디카, 디카, 디카 소리가 들리면 디카시 시그널을 감지하는 초월적 존재이다.“
정유지(부산디카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