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될까?
그녀가 좋아한 것은 바흐, 비틀즈, 베토벤 그리고 올리버 배리트인 나 이었다."
"Where do I begin?
To tell the story of how great a love can be
The sweet love story that is older than the sea
The simple truth about the love he brings to me
Where do I start?"
에릭 시걸의 '러브스토리'의 책과 노래 가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나도 어디서 부터 이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情'이란 한 글자가 세계를 유지하게 해주고,
'才'란 한 글자가 천지를 꾸며준다.
어린 시절부터 역사를 좋아했다.
'온고이지신' 때문이 아니고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에 감동했기 때문이었다.
삼국지를 13번 보고,
열국지를 4번 보고,
초한지를 보고,
위진남북조 5호 16국 시대를 보고,
로마인이야기를 4번 보고,
대망을 6번 보았다.
그리고 쉴리이만 처럼 일리아드와 오딧세이를 보고,
대왕암 발굴기,
무령왕릉 발굴기,
니네베 발굴기,
트로이 발굴기,
피라미드 답사기,
잉카, 마야, 아즈텍,
베네치아 바다의 도시 이야기,
제신과 무덤과 학자들
광기와 우연의 역사
십자군이야기
부의 역사
등대의 세계사
대항해시대의 탄생
신의 지문
시간의 역사를 보고,
언제가는 사서에서 보았던 곳으로 가보고 싶었다.
특히 이백의 시선을 들고 전 중국을 돌아보고 싶었는데,
아직도 그러지를 못한다.
항상 머리 속에서는 이런 저런 문구가 뒤얽혀 있다.
"경서를 먼저 읽고 나서 역사책을 읽으면 일을 논함에 성현과 어지러짐이 없을 것이다.
역사책을 먼저 읽은 후 경서를 읽으면 책을 봄에 한갖되이 구절에 얽매이지 않게 될 것이다."
먼저 마음을 다스려 줏대를 세우고 나서 지나간 역사를 바라보면
쓸데없이 눈물 흘리고 분개하던 그 마음이 가라앉을 것이다.
그 일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까닭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순서를 뒤집어 역사책을 먼저 읽고나서
그 파란만장한 시비번복의 부질없음을 가슴에 담게 되면
경전을 읽을 때 한 구절 한 구절에 얽매여
오히려 그 대의에서 멀어지게 되는 질못을 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일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유몽정'의 글은 큰 의미가 있다.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을 읽어 보면서
왜 그와 그의 형제들이 그렇게 박해를 당해야 하였는지 이해가 갔었다.
그를 처단했던 무리들도 단순한 무뢰한은 아니었던 것이다.
나름대로 세상을 올바르게 다스리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이었다.
정조와 정약용은 자신의 선조가 세운 나라,
즉 조선의 왕권 강화를 원했고
대신들은 피의 유전으로 이루어진 왕의 정치를 믿지 못하고
정도전의 재상정치를 원했던 것이었다.
두 부류 모두 나름대로 백성의 안위를 원하였지만
가장 원한 것은 자신들의 부귀영달이 아니었을까.
해남의 갑부, 오우가를 지은 보길도 윤선도의 증손자가
화가 윤두서이고 윤두서의 외증손자가 다산 정약용이다.
몇년 전 아사다 지로의 역사를 배경으로 했지만
역사이야기가 아닌<칼에 지다>라는 책을 보면서 말 그대로 펑펑 울었다.
전철에서 차마 책을 읽을 수가 없었었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도덕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곱고
깨끗하고
아름답게
정신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칼에 지다>는 일본의 대정봉환과 메이지 유신 시기
막부말 <신센구미>에서 감찰역을 한 무사 요시무라 간이치로의 이야기이다.
시시껄렁한 영웅담의 무사이야기가 아닌
비굴하고 비굴하고 비굴했으나 그러나 가족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 한 사나이의 이야기다.
신센구미의 수장 곤도 이사미.
최고의 칼잡이면서 폐병으로 요절한 오키다 소지,
정한론을 주장한 사이고 다카모리가 일으킨 세이난 전쟁때 동료들의 복수를 한 사이토 하지매,
신센구미의 역사를 기록한 나카쿠라 신파치,
삿쵸동맹을 일으켜 막무를 뒤엎고 열강의 식민지를 면하게 하고 일본을 살린 사카모도 료마,
정권을 반납한 막부의 마지막 쇼군 도쿠가와 요시노부,
메이지 유신을 일으킨 유신삼걸 사이고 다카모리, 기도 다카요시, 오쿠보 도시미치,
2대 쇼군 히데타다의 사생아로 버림받은 자신을 다이묘로 만들어 준 3대 쇼군 이에모치에 감복하여
반드시 막부와 끝까지 하라는 유언을 남긴 아이즈번의 초대 번주 호시나 마사유키의 유지를 지키기 위하여
보신전쟁 때 끝까지 막부를 지킨 아이즈번의 마쓰다이라 가타모리,
홋가이도 하코다테에서 전사한 신센구미의 2인자이면서 이사미의 친구의 히치가타 도시조,
사쿠라다에몽에서 조슈번 사무라이들에게 죽은 다이로 이이 나오스케,
자신들의 신념을 위해 살아간 사람들
안세이 대역,
고부갓타이.
8.18정변,
다이세이호칸,
보신전쟁,
도바.후시미전투
오우에쓰열번동맹
하코다테결전,
기본 줄거리인 막부 말을 장식한 인물들과 사건들이다.
정조와
대신들과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그리고
일본 막부 말의 유신지사들과
요시무라 간이치로
도대체 누가 인생을 잘 살았는가?
다산 생가터에서 꼭 찍고 싶었던 사진을 찍었다.
정약용은 정조가 사망한 1800년에 '향원'이라는 단어를 썼다.
1801년에 둘째 형 약전의 사위인 황사영은 조선을 청나라의 한성으로 편입하게 하고,
서양의 배 수백척과 수만의 군인들을 조선으로 보내달라고 청나라에게 백서를 보냈다..
세째 형 약종은 신앙 문제로 참수를 당할 때 하나님을 볼 수 있도록
눕혀달라고 요청하고 목이 잘렸다.
그들은 나름대로 그들의 인생을 살았다.
하지만 그들을 조선이 받아들일 수가 있었겠는가?
아니
나라면 그들을 받아들일 수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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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파이란>의 원작자로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 아사다 지로가
20년에 걸쳐 집필한 책으로,
일본에서만 130만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다.
어떤 대의보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떤 고통이든 감내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무사도가 아니겠냐고 말하는
어수룩한 촌뜨기 무사 이야기를,
한 신문기자가
130여 년 전 도쿠가와 막부를 위해 일했던 신센구미대원과 관련된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형태로 풀어놓는다.
이 인터뷰 과정에서,
일본 근대사를 바꿔놓은 도바 후시미 전투에서
적진으로 뛰어들어 장렬히 전사한 것으로 되어 있는
주인공 요시무라 간이치로가
사실은 처자식 먹여 살릴 방도를 찾아 신센구미 대원이 되었고,
전투 중 전사한 것이 아니라 고향으로 피신해 왔다가
고향 저택의 총 책임자로 부터 할복자살을 강요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칼과 무사를 소재로 한 소설이면서도
'무사도를 위해 장렬하게 목숨을 바치는' 근엄한 사무라이 대신
작은 사랑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또한 아사다 지로 특유의 감수성과 회고담 형식을 빌린
절제된 문장이 아주 매력적으로 읽히는 책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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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사내의 삶은 쉽지 않다.
돈과 밥의 두려움을 마땅히 알라.
사내의 한 생애가 무엇인고 하니
일언이 폐지해서, 돈을 벌어 오는 것이다.
알겠느냐?
돈과 밥의 지엄함을 알라.
그것을 알면 사내의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아는 것이고,
이걸 모르면 영원한 미성년자다.
돈과 밥으로 삶은 정당해야 한다.
세상살이의 모진 어려움을 꾹 참고 견뎌낸 끝에
마침내 검을 움켜쥔 그 순간 과감하게 싸울 줄 아는 것,
그것이야 말로 난부 무사의 영예이니라.
결코 빈천과 부귀가 인간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다운 자,
그중에서도 무사다운 자,
사내대장부다운 자의 가치는
한마디로 내면의 용기에 달린 것이니라.
공자님 말씀에,
부귀는 모두가 원하는 것이나,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 아니면 그곳에 머물지 않느리라.
빈천은 모두가 싫어하는 것이나,
그것이 비록 정당하게 얻게 된 것이 아닐지라도
부당한 방법으로 벗어나려 하지 않느니라.
전쟁이란 건 반드시 정의가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입니다.
결과 여하에 따라 옳고 그름이 판가름나는 것이지요.
단지 '이기면 관군'이라는 천박한 비유에는 대단히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인간은 말야, 그저 강하기만 하면 안돼.
그 강한것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지혜가 있어야지.
나는 난부 무사라고 생각했다.
사내대장부라고 생각했다.
난부 무사라면, 난부 사내라면,
나의 목숨을 이어주는 밥줄인 난부 백성을
목숨 걸고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마음이야 그토록 간절했지만
나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불볕 내리는 네거리에서
가만히 국화꽃에 파묻혀 있는 너를
사무라이의 색시가 되게 해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꼭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의 무사도라는 건 기껏해야 그런 정도의 것이다.
아비는 그때 똑똑히 알았다.
나의 주군은 난부 나리님이 아니었어.
조장님도 아니었어.
너희야 말로 나의 주군이었어.
아비는 그때 그것을 똑똑하게 깨달았다.
왜냐.
나는 너희를 위해서 라면
언제 어느 때든 목숨을 버릴 수 있었으니,
어떤 각오도 필요 없어.
무사도니 대의 따위 필요 없이,
너희가 죽으라고 한다면
아비는 기꺼이 목숨을 버릴 수 있었으니.
<칼에 지다>를 영화한 한 바람의 검 신선조
荒城の月
1절
春高楼はるこうろうの花はなの宴えん荒城
봄날 고루의 꽃의 연회
巡めぐる盃さかずき影かげさして
도는 술잔에 그림자 비치고
千代ちよの松まつが枝え分わけ出いでし
천년송 가지 사이로 비치는
昔むかしの光ひかり今いまいずこ
그 옛날의 빛은 지금 어디에
2절
秋陣営あきじんえいの霜しもの色いろ
가을의 군영에는 서리가 내리고
鳴なきゆく雁かりの数かず見みせて
울며 날아가는 기러기를 헤아려보노라
植ううる剣つるぎに照てり沿そいし
짚고 선 검에 비추이던
昔むかしの光ひかり今いまいずこ
그 옛날의 달빛은 지금 어디에
3절
今荒城いまこうじょうの夜半よわの月つき
지금 황폐한 성터의 밤하늘에 뜬 달
変かわらぬ光ひかり誰誰だがためぞ
변함없는 저 빛은 누구를 위함인가
垣かきに残のこるはただ葛かずら
성곽에 남은 것은 칡덩굴뿐
松まつに歌うたうはただ嵐あらし
소나무에게 노래하는 것은 바람뿐
4절
天上てんじょう影かげは変かわらねど
자연의 모습은 변함없지만
栄枯えいこは移うつる世よの姿すがた
영고성쇠 변하는 세상의 모습
写うつさんとてか今いまも尚なお
비추려 함인가, 지금도 역시
嗚呼ああ荒城こうじょうの夜半よわの月つき
아아 황성의 밤하늘의 달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