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월 25일 화요일 맑음.
코프스 하버(Coffs Harbour)를 대표하는 것이 Big Banna이다. 퍼시픽 하이웨이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도로변에 갑자기 거대한 바나나 모양이 보인다. Big Pineapple을 봐서인지 별로 흥미가 없었다. 이곳에 바나나 농장들이 많이 있단다. 이른 아침 차를 몰아 시드니를 향했다. 100km 정도를 달려가니 마을 이름이 Christmas다. 마을 이름이 재미있다. 맥도날드에 들려 어제 배구에서 진 약속으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양은 많았지만 초코시럽이 너무 달다.
포트 매쿠아리(Port Macquarie)를 지나 남으로 내려오다가 아는 목사님의 딸이 유학하고 있다는 뉴캐슬(Newcastle)을 지난다. 시드니에 들어서기 시작하니 도로에 차들이 붐비고 차선도 넓어졌다. 희한한 것은 바위산을 깎아서 도로를 만들었는데 오른쪽은 바위를 깎아 수직으로 서 있고 중앙에도 분리대로 바위 깎아진 모습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특이했다. 도로를 내기위해 무척 애를 먹은 흔적이 보였다.
아직 점심 전이라 우리는 2000년 9월 15일 열리는 시드니 올림픽의 경기장인 홈부쉬 베이(Homebush Bay)를 찾아 차를 몰았다. Ryde RD에서 파라마타(Parramatta) 방향으로 차를 운전했다. 큰 다리를 건너려하니 오른쪽에 경기장이 하얗게 모습을 드러냈다. 홈부쉬 베이는 원래 쓰레기 매립장인데 이곳을 다듬어 올림픽 경기장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환경올림픽을 주제로 준비한다고 한다. 주경기장 부근의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켰다.
홈부쉬는 원래 파라마타 강의 진흙과 열대우림에 묻혀 있던 미개발지였다. 1800년대 초에는 농작용 토지 760ha가 개간된 이래 벽돌공장과 도축장, 산업쓰레기 폐기장 등으로 사용되던 곳이라 전에는 더러움과 오염의 대표적인 지역으로 천시되던 곳이었다. 서울시의 쓰레기 매립지인 난지도와 같던 곳이다. 그 후 1960년대에 육상 코스가 생기면서 기적과도 같이 급속히 발전하게 되어 현재는 11만개 좌석의 대형 스타디움을 갖추고 있다.
그밖에 15,300여명의 선수를 위한 선수촌, 올림픽 빌리지, 수상경기장, 국제 육상경기장, 골프 드라이어 레인지 등 초대형 올림픽 공원이 들어서있다. 모든 경기장은 재활용이 가능한 철골조로 만들어져 있어서 재활용뿐 아니라 분해 조립이 가능해서 올림픽이 끝난 후에는 필요 없는 대형 스타디움의 일부 좌석은 데어내서 사용하기 편하도록 한단다. 외부의 모양도 유리가 많아 깔끔하게 보이나 철골조를 특히 많이 사용해서 무게보다는 가벼워 보이고, 따듯한 느낌보다는 차가운 느낌이 든다.
주변의 나무들과 바닥의 색 있는 타일이 조화를 이루어 산뜻하고 멋있었다. 1992 바로셀로나, 1988 서울 올림픽 등 그동안 역대 올림픽 개최지가 새겨진 철 조형물이 메인 도로 옆에 줄지어 서 있어 인상적이다. 대형 경기장 마다 입장료를 받고 구경시키는 것이 약간 눈에 거슬렸다. 많은 관광객과 운동선수들의 방문으로 벌써 올림픽이 시작된 기분이다. 하계 올림픽이 호주의 겨울에 열리는 것이 약간 어색하다. 그만큼 겨울에도 이곳은 따뜻한 가 보다.
9월 15일에 방송을 통해 TV에 비치면 더 관심 있게 볼 것이고, 신문이나 잡지에 나오면 지금의 일이 기억날 것 같다. 구석구석 살펴보며 주차장으로 간다. 차를 꺼냈다. 주차비는 2달러다. 시간당으로 계산한다. 강변 선수촌 앞 도로에 차를 세워 두고 소고기와 밥으로 식사를 한다. 이제는 이번 여행의 처음 출발지였던 시드니로 들어간다. 저렴한 숙소가 많다는 Kings Cross지역을 목적삼아 차를 몰았다. 그곳 부근이 아비스(Avis) 사무실도 있기 때문이다.
4번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달려가다가 연료를 넣고 커피 한 잔씩 한 후에 계속 달려간다. 별 어려움 없이 시내를 지나 조지 스트리트에서 우회전하여 윌리암 스트리트로 들어간다. 처음 차를 빌린 아비스(Avis) 사무실이 나타났다. 고개를 넘어가니 킹스 크로스 지역이다. 러쉬커터스 베이(Rushcutters Bay) 에 있는 Rushcutters Harbour side 호텔 뒤편에 차를 잠시 주차하여 책에 안내된 저렴한 숙소를 찾아보았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CAA8395DF2DF8C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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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과 샤워는 공동으로 하고 공동식당이 있는 건물 전체가 파스텔 색상으로 치장된 밝고 따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백패커스 해두쿼터 호스텔(Backpackers Headquarter Hostel)로 정했다. 주인은 아랍계통 사람이다. 친절했고 한국인이 많이 머물러서 한국어도 조금 할 줄 알았다. 이틀 묵기로 하고 230달러에 키를 받았다. 층과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보안이 철저했다. 비밀번호를 눌러야만 대문이 열리고 2층 문이 열리고 3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방은 열쇄로 열어야 한다. 자동으로 문이 닫히기 때문에 주의해야한다. 침대가 6개 있는 방을 하나 얻었다. 전부 우리가 사용하니 생활하기에 편리했다. 짐을 숙소에 풀어놓고 차를 몰고 갈 수 있는 Bay 지역을 둘러보기로 했다. 더블 베이, 로즈 베이, 보클루즈 베이, 와트슨 베이 등 베이라는 이름이 많은 곳이다. 처음 도착한 곳이 로즈 베이 공원(Rose Bay Park)이다. 삼나무가 우거진 가로수 사이로 라인 파크에 주차하고 바닷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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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들이 바다위에 마치 백장미가 활짝 핀 듯한 모습처럼 해맑게 보이는 지역이다. 조용한 분위기와 쾌적한 환경으로 고급 맨션들이 많이 눈에 띄어 부자 동네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로즈 베이에서 언덕을 오르는 길로 접어드니 시드니 부자들의 고급 주택들이 숲과 함께 늘어서 있다. 보클루즈 베이(Vaucluse)에 도착했다. 보클루즈 하우스(Vaucluse House)를 찾았다. 이 집은 보클루즈 공원 안에 있다.
이곳은 원래 호주 연방이 성립되기 전 19세기에 N.S.W(New South Wales) 식민지에서 이름을 날리던 정치가이자 탐험가로 유명했던 웬트워스의 저택이다. 식민지 헌법의 아이디어가 태동한 곳도 바로 이곳이라고 한다. 보클루즈 베이 해안가인 닐슨 공원(Nielsen Park)에는 몇 가족이 어울려 점심을 해 먹고 즐겁게 대화하는 무리가 있어 편안해 보인다. 해안은 잔디와 숲과 바위와 바다가 어울려 그림 같은 풍경이다.
갭 공원(Gap Park)으로 차를 몰았다. 약간 비가 내리고 바람이 세차게 분다. 이곳은 자살 명소로 유명한 100여 미터 높이의 단애 절벽이 인상 깊은 곳이다. 절벽에 서면 바다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다. 이곳을 다른 말로는 사우스 해드라고도 하는데 이 절벽에서 영화 ‘빠삐용’이 마지막 탈출 장면을 촬영했단다. 집에 돌아가면 영화 ‘빠삐용’ 마지막 장면, 파도치는 절벽을 뛰어내리는, 자유를 찾아 몸을 던지는 주인공을 다시 확인해 보리라 맘을 먹었다.
사암 협곡으로 부서지는 웅장한 파도를 보니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절벽을 오르기 전 바로 밑에는 큰 닻이 있다. 이것은 1857년 근교 앞 바다에서 난파된 이민선 ‘덴바(Dunbar)’의 낡은 닻이란다. 절벽을 따라 산책로가 있어 걸어간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으로부터 시드니 항구를 지키기 위해 설치되었던 대포자리의 흔적도 보인다. 대포가 설치되었던 원형 웅덩이에서는 주변이 사암으로 인해 소리가 메아리쳐 되돌아오는 진기한 현상을 체험할 수 있다.
해변 도로를 따라 사우스 해드까지 가서 아래로 내려가 왓슨스 베이(Watsons Bay)까지 간다. 끝이다 한 바퀴 돌고 다시 왔던 길로 나오다가 더블 베이(Double Bay)에 들어갔다. 처음에 모르고 그냥 지나쳐 온 곳이다. 이곳이 포트 잭슨 지역에서 고급 주택가와 유명 디자인 부티크가 있는 곳이다. 생각보다는 소박한 모습이다. 중심거리인 Knox St와 Cross St는 고급스런 분위기의 레스토랑과 카페, 호주의 유행을 선도하는 세계의 명품 브랜드 가게가 즐비하다.
작고한 영국의 황태자비 다이에나와 세계적인 여가수 마돈나가 묶었던 리츠 칼튼 더블 베이 호텔이 이곳에 있다. 여성의 속옷 한 벌이 1,000달러 이상, 스타킹이 100달러 정도인 엄청난 가격으로 인해 호주 시민들 사이에서는 ‘Double Bay is Double Pay.’ 라는 농담이 있단다. 나오는 길에 슈퍼에 들러 소고기와 빵을 샀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주차장이 없어 유료 주차장에 차를 주차 시켰다. Kings Cross 중심 거리를 걸어보니 완전히 유흥가였다.
한국어 상점도 보인다. 없는 가게가 없다. 사람도 붐비고 차도 붐빈다. 재미있는 거리인데 주로 술집이 많다. 여라 나라 여행객들 특히 젊은이들이 가게마다 북적댄다. 숙소로 돌아왔다. 소고기 양념으로 요리해서 맛있게 먹었다. 아내와 경비 그리고 일정을 정리한다. 새우깡과 한국 과자를 사와서 먹었다. 값이 배란다. 샤워장이 남자는 아래층이다. 여자 화장실에 맘 조리며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왔다. 밀린 빨래는 이제 할 필요가 없었다. 하루만 더 지내면 한국으로 간다. 정신없이 보낸 하루다. 내일은 발로 뛰며 시드니 시내를 뒤져봐야겠다. 금방 잠이 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