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근 - 시서문학 12번째 연재 =시서문학 13호 제 19강 20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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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강 상상력 훈련과 창작실습
다음의 순서에 의해 이미지를 만들어 한편의 시로 형상화 시켜 보자.
1. 겨울 나들이(여행)에서, 낯선 곳의 하룻밤을 체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체험을 떠올려 중요한 ‘시어’와 ‘느낌’을 적는다. (여기에서 제재 결정)
2. 그 시어와 느낌에 의미를 부여한다. (여기에서 주제가 결정)
3. 직유와 은유의 문장으로 시적 표현을 한다.
4. 그것들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한 편의 습작품을 쓴다.
제20강 은유 (metaphor)
(1) 은유란 무엇인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은유를 “한 사물의 명명이 다른 사물에 적용되는 명명으로 ‘전이’될 때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니까 메타포가 성립되는 것은 두 개의 사물의 비교 또는 대비를 통해서 공통되는 속성이 있을 때, 이 양자의 유사성 때문에 생기게 된다. 이 유사성으로 인하여 낯설은, 아무 관련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두 사물이 그리고 그 전이가 생경하게 보이지 않게 된다.
그러나 이 유사성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몇가지의 제한 요소가 있다. 이 제한 요소는 한편으로 메타포의 기본 용법이 되기도 한다.
그 용법을 학스(Trence Hawkes)는 그의 저 <<메타포>>에서 다음과 같이 6가지를 제시한다.
1) 선명함을 위하여
2) 간단함을 위하여
3) 모호함을 꾀하기 위하여
4) 과장을 위하여
5) 축소를 위하여
6) 수식을 위하여
여기에서 우리는 메타포가 왜 문학의 수사학상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사용법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알게 된다.
은유는 선명성, 간단성, 모호성, 과장성, 응축성, 수식성을 지향하는 언어관계의 표현양식이다. 이렇게 은유는 기존의 구태 의연한 언어를 위의 6가지 기본 용법에 의해서 새로운 대상에까지 확장 발전시킴으로서, 언어를 새롭게 단장시킨다. 그리고 이미지의 측면에서도 거리가 먼 이미지를 순간적으로 결부시켜 하나의 명증한 이미지로 만듦으로써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인상에 공감을 환기시켜 주게 된다. 그런데 은유는 주로 테너 (Tenor)와 비이클(Vehicle)이라는 문학용어로써 그 전이를 설명하고 있다. 테너는 취의, 의미재라 번역되는 것으로, 작자가 독자에게 인식시키려 하는 의미 내용인 원관념을 의미한다. 그리고 비이클은 매재, 재료재라 번역되는 것으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이해시키게 하기 위한 보조관념을 의미한다. 이 양자는 수레바퀴의 축과 바퀴살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족적 관계를 유지한다. 이 보족적 관계를 유지하며 그 선이나 방향에 따라 전이하는 폭을 시에 있어서 ‘공간’으로 파악했다. 시를 들어 설명해 보자.
구름은
보라빛 색지 위에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
김광균의 시 <데쌍>에서
위의 시에서 테너는 ‘구름’이고 비이클은 ‘장미’이다. 구름의 의미가 장미로 전이되는 위의 시는 확대한 공간에서 축소된 공간, 개방된 공간에서 폐쇄된 공간으로 전이하는 은유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는 물론 작가의 공간의식에 비롯되는 표현 양식이지만 이 시가 가지고 있는 전이의 폭으로 볼 때, 이 시의 의식공간은 축소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미지의 선명성은 성공했을지 모르겠으나 의미론적 파악은 축소되었음으로 판단된다.
그럼 은유의 발생동기를 잠깐 살피자.
리이드(Herbert Read)는 은유를 신과 사물과 언어의 인식에서 살폈다.
They differ from later metaphor in that they have a deceptive intention and may, indeed, have then origin in some form of taboo. Primitive man associated the thing and it name in am intimate fashion, and when the thing was an of object of veneration of fear, he would seek for some form of periphasis as to avoid a direct reference. Kenningis a simple periphrasis of this kind.
위에 의하면, 터부(Taboo)와 애니미즘(Animism)을 신봉하는 고대사회에서는 신을 외경했기 때문에 정령화된 사물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가졌고, 그 사물에 대한 직접적인 서술마저도 두려워했기 때문에 은유의 표현 양식이 발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신과 정령화된 사물과 언어를 동일시한 ‘동일성의 원리’이다.
두번째 은유가 발생하게 된 것은 인간의 욕구 충족의 의도에 있다. 인간은 현실세계와 이상의 세계에서 산다. 가시적인 대상에 만족하지 않고 실재를 뛰어넘는 추상의 세계, 신비의 세계를 정복하기 위한 욕구에 의해서 은유의 방법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의 발생 모티브는 인간의 심리적인 측면에서 고찰된 것으로 현실 공간과 비현실 공간 사이를 동일시 한데서 이 양자에서 발생하는 공간의 계기로 은유가 있게 된다.
그러므로, 한 편의 시에서 비현실 공간에서 현실의 공간으로 전이된 상태로 나타나게 될 때, 은유는 이 두 세계를 하나의 시적 공간으로 형성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은유가 계기가 되어 전이한 폭을
필자는 시적 공간으로 파악하려 한다.
이 ‘공간’은 물론 확대된 상태로 나타날수도 있고, 축소된 상태로써도 나타날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전이되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가령 현실 공간에서 비현실 공간으로의 전이를 확대로 파악했을 때 그것은 ‘확대공간’이 되고, 반대의 방향으로 전이될떄 그것은 ‘축소공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럼 이제, 은유가 공간을 형성하는데 어떻게 구체적인 계기가 되는가를 살피자. 이를 살피는데 있어서는 ‘공감각 은유(synaesthetic metaphor)'에서 찾는 것이 타당하리라 본다.
공감각은유는 외부의 자극에 의해 자극을 접수한 감각이 다른 감각으로 환기되면서 전이하는 현상이다.
하나의 이미지에 시적인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이미지보다는 그 심리적 이미지와 결합된 감각적인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은 인간의 원초적인 지각이 오감이기 때문이며, 자극의 수용에 있어서도 가장 민감하기 때문이다.
감각은유에는 인간의 감각기관에 따라 색채은유, 음성은유, 후각은유, 촉각은유 등이 있을 수 있다. 시에서는 이 감각은유들이 서로 전이되면서 공간을 형성하게 된다. 이것은 물론 표상화하는데 있어,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성립되는 것으로 필자는 이들의 전이의 폭을 ‘감각공간’이라 규정한다.
이 외에도 ‘공간’을 형성케하는 계기들은 많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알레고리가 그 대표적인 것이겠지만, 이 문제는 본고에서는 제외시킨다.
(2) 은유의 문법적 구조
은유의 대표적인 문장구조는 “① A 은 B 이다. 여
기에서A의 원관념, B는 보조관념으로 가장 친근한 예문이 “내마음은 호수다.”이다.
그리고 두 번째의 문장구조는 “② A 이 B 으로 되다.” 인데 이 경우 서정주의 시 구절 “꽃이 돌이 되고”와 같은 문장 구조도 은유의 문법적 구조이다.
이 외에 ③“ A 하(되)는 B ”
④“ A 의 B ”
⑤ 그리고 이들의 복합적인 문장구조
등이 은유의 문법적 구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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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근 문학평론가
중앙일보 신춘문예 동시, 동아일보 신춘문예평론으로 등단
시집 : 『사랑은 흔들리는 행복입니다』외
평론집 : 『문학의 모방과 모반』, 『현대불교문학의 이해』, 『한국 수필 비평』외 다수
명상언어집 : 『별과 사막』, 동화집 『무지개는 내 친구』등
그 외 저서 및 논문 다수
만해불교문학상, 한국문학평론가협회상, 신곡문학상 대상 등 수상
현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방송문예학과 교수. 동 대학 교무처장, 학생처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