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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스크랩 90억 짜리 만화
green(심구식) 추천 0 조회 108 09.07.07 15:3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2002년 11월 13일, 삼성그룹의 홍라희 삼성미술관 관장이

미국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Roy Lichtenstein (로이 리히텐슈타인 - 이 후로 '로이'라고 표기함)이라는

팝아트 작가의 작품 한 점을

약 716만 달러(그 당시 환율로 약 90억원)에 구입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다름아닌, 아래에서 보시는 "Happy Tears (행복한 눈물)"이라는 작품입니다.

 

Happy Tears

로이는 왼쪽의 만화(원화) 속에 나온 검정머리 여성을 빨강머리로,

검은색 손톱을 붉은색으로 변형시켰습니다.

이것은 만화 이미지를 그대로 베낀 전형적인 팝아트 작품입니다.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앤디 워홀과 함께

20 세기의 가장 유명한 팝아티스트 중 한사람으로 꼽힙니다.

순수 미술에 반기를 든, 반(反)엄숙주의자로서

광고와 미디어의 기법을 미술로 불러들인 팝아트의 거장들이죠.

운이 좋다고나 할까요 아니면 시대를 잘 타고 났다고나 할까요.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를 "시대가 예술가의 성공을 좌우한다" 쯤으로

문구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하긴, 작고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씨도

 "예술가는 운이 좋아야 성공한다" 라고 하긴 하더군요.

 

자동차 안에서

 

로이는 만화의 주제, 스타일, 화법, 형태 등을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그리고 값싼 만화가 인쇄되는 제판 과정에서 생기는

망점(dot)을 섬세하게 재현하여 사물을 확대했습니다.

 또한 그는 하나 혹은 여러 개의 넓은 붓자국을

만화 양식으로 변형시킨 대규모 시리즈물을 발표했는데

이는 추상화의 과장된 표현 방법을 비웃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의 작품은 하나같이 고가를 호가하고

그의 '낙서'에까지 큰손(?)들이 덤비고(?) 있다니...

그는 가히

자본주의를 등에 업고,예술가로서의 명성과 부를 한번에 거머쥔 행운아였다

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Alright

 

얼마 전, "하나 금융 그룹"의 TV  광고에

 "돈 버는 것이 예술이다" 라고 외치는 앤디 워홀이 등장했습니다.

"예술로 부자되겠다"라는

앤디 워홀의 메세지는 우리에게, 예술의 격하, 혹은 돈의 격상,

이렇게 두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데요.

물질 만능이 팽배해 있는

대다수의 현대인들은 후자를 택할것 같습니다.

 

Blam

 

로이는 우는 여자를 많이 그렸습니다.

그가 존경해 마지 않았던 피카소도 우는 여자를 많이 그렸던 점을 생각해 보면

그가 우는 여자를 소재로 삼은 것이 그다지 특이한 일은 아닌 듯 합니다.

하지만 피카소와 로이는 소재의 모티브가 다릅니다.

피카소는 그의 그림 속에서,

헤어진 후에도 끈질기게 들러 붙었던 

 - 어쩌면 피카소는 그녀들의 고통을 즐겼을지도 모르죠 -

여자들에 대한 비웃음 내지 동정을 표현했다면

로이는 작품 속의 우는 여성을 통해

자신만의 이상향과 판타지,그리고 로맨스를 표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Close up

 

로이는, 우는 여자는 물론 키스하는 여자, 물에 빠진 여자, 혼잣말하는 여자 등

수 많은 여자들을 그렸는데

그들의 표정에는 기쁨, 슬픔, 분노, 희락등이 극단적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이전 회화 속 여자들이 무표정하거나 진지한 표정을 지었던 것에 비하면

만화에서 차용한 로이의 여자들의 표정은 이전에 비해

매우 과장되고 억지스럽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들의 얼굴은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묘한 백치미가 있어서 귀엽기도 하고 경쾌하기도 하며

심지어 사랑스럽기까지 합니다.

 

Drowning Girl (물에 빠진 소녀)

 

1923년 뉴욕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로이는

정상적이고 행복한 유년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스캔들도, 예술가로서 그럴듯한 에피소드도 없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았습니다.

고등학교 졸업반 여름 방학 때 마티스의 그림을 보고 예술가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오하이오 주립대학에 진학하게 되고, 졸업 후 오랜 동안 교수 생활을 합니다.

미술계에서 작가로서 인정받고 경제적인 기반이 견고해지면서 교수생활을 청산하고

전업작가로 나서게 되었죠.

 

Gallery

 

피카소와 마티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정작 그에게 실질적으로 영감을 준 사람은

예술가들이 아니라 다름아닌 바로 자신의 아들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의 아들은 미키마우스 동화책을 읽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데, 아빠는 그림을 이렇게 잘 그릴 수 없을거야!" 라고...

아들의 말에 자극받은 로이는 곧 만화 여섯 점을 그렸는데,

원래 만화의 형태와 색상을 조금만 달리한 것들이었습니다.

당시 유명 작가였던 라우셴버그와 재스퍼 존스는

"수준 이하의 형편없이 유치한 것"이라고 했고

"뉴욕타임즈" 역시 그를

"미국에서 가장 형편없는 예술가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라고 혹평했습니다.

 

Girl with hair ribbon

 

아들로 부터 영감을 받은 후 그는

전화번호부의 상호 광고란이나 고양이 사료를 위한 포장지와 같은

보잘 것 없는 디자인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일 날아드는 광고 전단을 주의 깊게 들여다 보지 않고 휴지통에 던져 버리지만

이 미국의 팝 아티스트는 달랐습니다.

싸구려 전단지는 물론 경매안내 카탈로그까지 들여다 보고 연구를 했다고 합니다.

 

Hopeless

 

팝아트는 대량복제를 전제하는 예술입니다.

누군가가 그려 놓은 만화나 광고지를 보고 그것을 차용하고 약간 변형시킨 후

자신의 작품으로 세상에 내 놓는게 바로 팝아트라는 쟝르입니다.

이렇듯 팝아트는, 만화나 기타 여러 가지를 그대로 차용하고

자본주의의 대량복제와 대량생산양식을 끌어들여

많은 복제품을 양산하므로

원본부터가 이미 하나의 복제입니다.

팝아트의 수 많은 복제, 즉 짝퉁 가운데서 최초의 짝퉁을 찾아 엄청난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원작 진품을 찾아내는 다른 쟝르의 경우보다

더 값어치 있다고 생각하는 재벌 총수 부인~!

"진짜 짝퉁"을 찾은 행복감이, 

그것과 똑같은 복제품을 소장한

수 없이 많은 다른 사람들의 행복감보다

더 뛰어난가요?

그건 행복감이 아닌 욕망에 불과하며 

예술적 허영심이 자본과 만난

또 다른 형태의 팝아트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요?

 

Interior with Skyline

 

로이는 심각하지 않고 우스꽝스러우며 더 이상 숭고하지 않은 쉽고 간편한 방법으로

난해한 미술이 되어버린 고급 미술을 대중화 시키려하였습니다.

그러나 대중에게 좀 더 쉽게 다가서려 했던, 반(反)엘리트 예술이었던 로이의 작품들은

대중이 절대로 소유할 수 없는 값비싼 예술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건 어쩌면 미술이 가진 영원한 딜레마이자 아이러니가 아닐까 싶네요.

 

M-maybe

 

 

다음 그림을 보시고

로이 리히텐슈타인 처럼 한번 그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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