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회룡포마을
350도 굽이 돌아치며 터진 물길 위에 누가 조그마한 땅 한 자락을 옮겨 심었나. 모래 한 삽만 뜨면 섬이 되고,
한 삽만 퍼다 옮겨놓으면 뭍이 되는 아슬아슬한 육지 속의 섬. 뭍을 향한 그리움을 토해내는 ‘꼬리달린 섬’
회룡포 마을에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현대 문명도 그리고 세월도, 휘감기는 물길 안에 고인 채 오랜 세월
발효되고 있었다. 발효된 것은 유독 그것만이 아니다. 낙동강 700리 뱃길 따라 곡절 많은 인생 굽이를 살다간
마지막 주모의 맵고도 쓴 사연과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애잔한 추억이다. 기나긴 밤, 기나긴 날들을
주막과 함께 보낸 70년 전설 같은 삶. 주마등같은 세월에 주인 잃은 주막에는 서럽게도 그녀의 주름만큼이나
굴곡 깊었던 삶의 애환이 흙바람 벽에 또렷이 새겨져 있다.
아슬아슬한 물돌이동의 진수 ‘회룡포 마을’
팔각정 전망대인 회룡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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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korean.visitkorea.or.kr%2Fcms%2Fresource%2F93%2F814593_image2_1.jpg%3F%26name%3Dimage2%26index%3D1) 물돌이동 안에 자리한 회룡포마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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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korean.visitkorea.or.kr%2Fcms%2Fresource%2F94%2F814594_image2_1.jpg%3F%26name%3Dimage2%26index%3D1) 자연의 신비로움이 가득한 회룡포.
어떤 언어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절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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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큰 산에 가로 막혀 비상하는 용처럼 휘감아 돌며 빠져 나가는 특이한 지형의 회룡포는,
한반도 최고의 물도리 마을로서 전국에서 손꼽히는 육지 속의 섬마을이다또한 맑은 물과 넓은 백사장이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기이한 풍경을 제대로 보려면, 비룡산 중턱에 자리한 장안사로
올라가 굽어보아야 한다. 장안사는 고려의 문인 이규보 선생이 머무르며 글을 짓기도 한 유서 깊은 도량이다.
장안사 뒤편에서 회룡포 전망대로 이어지는 가파른 산길은 땀을 훔치며 걸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신선하고 아름답다.
특히 이 등산로를 걸으면 연인에게는 사랑이, 가족 간에는 화목이 더해진다고 하니 주위를 찬찬히 감상하면서 편안히
걷는 게 좋다. 10분 정도 걸어 오르다 보면 300m정도의 가파른 송림 오솔길 침목 계단길이 보이는데, 그 계단 끝에
팔각정 전망대인 회룡대가 보인다. 이 곳은 물돌이동의 진수를 볼 수 있는 전망대로, 회룡포 마을의 절경이 숨을 멎게
할 만큼 아름다운 풍광이 사진 한 컷에 담겨진다. 금빛으로 빛나는 모래밭, 태양의 힘을 흠뻑 받아 푸르게 물든 들녘,
그리고 옥빛 내성천 강줄기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조화는 황홀하기까지 하다. 마치 어안 렌즈를 들이 댄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은 어떤 언어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절경이다. 사실 그 섬은 약한 곳을 파고드는 물의 속성이 빚어낸
땅의 형상일 뿐이지만, 낯선 이방인들의 눈에는 평생 잊지 못할 한 점의 그림으로 남는다.
구멍이 숭숭숭, 삐걱삐걱 추억을 건너는 ‘뿅뿅다리’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korean.visitkorea.or.kr%2Fcms%2Fresource%2F14%2F814614_image2_1.jpg%3F%26name%3Dimage2%26index%3D1)
가을동화 속 배경이 된 뿅뿅다리 넋을 잃게 만들만큼 아름다운 주변 풍광 |
회룡대에서 바라보는 마을의 전경도 빼어나지만 물돌이동 안에 자리한 회룡포 마을을 직접 둘러보는 것도
특별한 재미가 있다. 회룡포 마을로 들어가려면 뿅뿅다리라 불리는 철판다리를 건너는 것이 필수 코스다.
이 다리는 거친 모래사장이 드러난 내성천 한 편에 구멍이 숭숭 뚫린 녹슨 강판을 잇대어 만든 다리인 데
10여 년 전 방영된 KBS 드라마 가을동화의 배경이 되면서 유명한 명소가 되었다. 예전 마을 사람들은 실제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고무 대야에 어린아이들을 실어서 학교로 보냈다고 한다.
뿅뿅다리를 직접 건너보면 알겠지만 워낙 물이 맑고 수심이 얕아 다리에서 떨어져도 다칠 위험은 없다.
허나 다리 폭이 워낙 좁다 보니 다리에서 사람을 만나면 서로 배려해 조심히 길을 내주는 여유쯤은
가져야 한다. 모래빛이 반짝, 야트막한 산이 푸른 강에 비치는 뿅뿅다리 주변의 풍광은 넋을 잃게 할 만큼
아름답다. 인기 오락프로그램 ‘1박 2일’ 속 출연자들이 텐트를 치고 하룻밤 묵었던 곳이 기도 하다.
옛 추억 맛보는 이 시대 마지막 주막 ‘삼강주막’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korean.visitkorea.or.kr%2Fcms%2Fresource%2F68%2F814568_image2_1.jpg%3F%26name%3Dimage2%26index%3D1)
사공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마지막 주막이 주민들에 의해 다시 태어났다 |
아름다운 풍광과 더불어 옛 추억을 맛보고 싶다면 삼강주막을 빼놓을 수 없다. 회룡포를 돌아 나온 내성천과
문경에서 발원한 금천이 낙동강과 합류하는 풍양면 삼강리의 위치한 삼강주막. 삼강은 원래 한양으로 가는
길목으로 문경새재를 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었다. 또한 푯말만 덩그러니 남은 삼강나루터는
경남 김해서 올라오는 소금배가 경북 안동까지 가는 길에 쉬어가는 곳이었다. 그러하기에 삼강주막은
과거객들에게, 삼강나루의 뱃사공들에게, 장사꾼들에게, 때론 시인묵객들의 허기를 면해주고 잠자리를
제공해주는 짐짓 어머니와 같았던 곳이었다. 언제부턴가 물길을 가로질러 마을에 삼강교가 놓이기 시작하면서
인적이 끊겼고 더 이상 나루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동시에 주막도 점점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거기다 듬성듬성 찾아오는 손님을 반갑게 맞아주던 팔십 여덟의 나이의 주모가 2005년 세상을 등지면서
사공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마지막 주막은 흙벽이 스러질 듯 페허가 되다시피했다. 그러다 주민들이
주막 살리기에 나섰고, 이에 예천군에서 문화적 의의를 인정해 민속자료 제304호로 지정되면서
복원이 시작되었다.
마지막 주모의 매운 사연 새겨진 흙벽
막걸리 한 사발에 철철철 넘치는 추억
외상값이 기록된 부엌 안 흙벽. 마지막 주모의 흔적이 가득하다 불을 때던 아궁이 등 옛날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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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덕분에 주막 툇마루에 앉아 막걸리 한 사발 마시다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의 그 주막으로 돌아간
기분을 맛 볼 수 있게 되었다. 마루 끝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진 속 할머니의 모습도 참으로 애잔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삼강주막의 볼거리는 여럿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검게 그을린
부엌 가득 그어진 금들이다. 그 금들은 삼강주막을 홀로 지키다 세상과 이별한 유옥연 주모가 흙벽에다
손톱으로 금을 그어놓은 외상장부였던 셈이다. 막걸리 한잔이면 짧은 금을, 한 주전자이면 긴 금,
외상값을 다 갚아버리면 길게 세로로 금을 그었다. 삼강리 주민들은 아직도 ‘주모’ 하면 반가워 버섯발로
뛰어나오던 그 때 그 주모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korean.visitkorea.or.kr%2Fcms%2Fresource%2F75%2F814575_image2_1.jpg%3F%26name%3Dimage2%26index%3D1) 지난 세월을 반추하는듯 삼강나루터를 보고 선
중년의 부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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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korean.visitkorea.or.kr%2Fcms%2Fresource%2F72%2F814572_image2_1.jpg%3F%26name%3Dimage2%26index%3D1) 삼강주막에 막걸리는 정이 철철 넘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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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korean.visitkorea.or.kr%2Fcms%2Fresource%2F82%2F814582_image2_1.jpg%3F%26name%3Dimage2%26index%3D1) 나이지긋한 어른들에게는 진한 향수를 느끼게 한다 | | |
주막 바로 뒤뜰에는 삼강주막과 세월을 함께 했다는 수령 500년의 회나무가 있는데,
그 뒤편으로 강변이 펼쳐진다. 한 때 나룻터로 번성했던 삼강나루터다. 세월이 흘러 나룻터의 역할을 상실했지만,
그 풍경만은 오롯이 남아있다. 삼강주막에는 먹을거리도 많다. 이 곳 주민들이 직접 만든 달짝지근한 막걸리에서부터,
경상도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별미인 배추적, 묵과 두부가 맛깔스럽다. 특히나 노란 속배추를 뜯어 밀가루에 묻혀
구워내는 배추적은 달보드래한 맛에 고소한 맛까지 더해진다. 막걸리 5000냥, 지짐이 3000냥, 두부 2000냥,
주모 한상 주이소는 12000냥이라 쓰여진 주막 대문이 정겹다.
아스라한 간이역의 정취 머금은 ‘용궁역’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korean.visitkorea.or.kr%2Fcms%2Fresource%2F07%2F814607_image2_1.jpg%3F%26name%3Dimage2%26index%3D1) 추억이 서는 자리, 용궁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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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korean.visitkorea.or.kr%2Fcms%2Fresource%2F91%2F814591_image2_1.jpg%3F%26name%3Dimage2%26index%3D1) 가을햇살을 받아 잘 익은 황금들녘.
예천의 사람들과 닮아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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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korean.visitkorea.or.kr%2Fcms%2Fresource%2F09%2F814609_image2_1.jpg%3F%26name%3Dimage2%26index%3D1) 코스모스가 피어난 기차역 철로. 가을낭만여행지로 제격 | |
경북선인 용궁역 또한 가을날 낭만여행지로 어울린다. 이름처럼 용왕은 없지만, 한적한 간이역의 정취를
한껏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1970년대만 해도 동대구행 비둘기호를 타려는 이들로 북적였던 이곳은,
현재 하루에 무궁화호 열차가 딱 6번 정차하는데 타는 사람도 내리는 사람도 거의 없다. 게다가
역무원도 없는 무인역이다. 허나 철도마니아들에게는 조용하고 운치 있는 간이역으로 알음알음 알려져 있다.
최근 오락프로그램 1박2일에 나온 후부터는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찾아와 사진을 찍거나
역사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주황색 지붕과 벽면 등 아기자기한 색상이 조화를 이룬 용궁역은
가을을 맞아 피어난 코스모스들로 더욱 운치가 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korean.visitkorea.or.kr%2Fcms%2Fresource%2F84%2F814584_image2_1.jpg%3F%26name%3Dimage2%26index%3D1)
순대국밥과 함께 하면 좋을 용궁막걸리 고소하고 구수한 막걸리처럼 인정 많은 사장님 |
용궁역 구경이 끝나면 따끈따끈한 순대국밥을 먹어보는 것도 좋겠다. 용궁역 앞에 위치한 박달식당은
순대전문식당. 갓 잡은 돼지의 신선한 막창에 부추, 찹쌀, 당면, 청양고추 등 20여 가지의 재료를 넣어
느끼하지 않고 뒷맛이 개운한 것이 특징이다. 용궁의 또 다른 명소는 바로 용궁막걸리. 고소하고 구수한
용궁막걸리는 용궁지역민들에게만 유통되는 것이라 용궁에 와야만 맛볼 수 있다.
아름다운 풍광을 가진 예천은 더불어, 그 풍경 안에서 오래도록 발효된 인정(人情)도 굽이굽이 흐르고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 함께 둘러볼 만한 예천의 여행지
<여행 TIP>
▶ 삼강주막 가는 방법
서울 - 중부내륙고속도로 - 점촌, 함창 ic - 문경시에서 34번 국도 -예천방면 - 산양면 소재지 - 59번 지방도
- 풍양방면으로 10분- 삼강교 - 삼강주막
▶ 삼강주막 메뉴 : 막걸리 5000원, 지짐이 3000원, 두부 2000원, 주모 한상 주이소는 세트로 12000원이다.
☞ 삼강주막 자세히 보기
▶ 회룡포 마을 가는 방법
경부고속국도 - 신갈JC - 호법 JC - 영동고속국도 - 만종JC - 중앙고속국도 - 예천I.C - 예천 군청
- 문경방향으로 34번 국도 - 용궁면 방향 좌회전 - 회룡교 건너 회룡포 마을
☞ 회룡포 자세히 보기
▶ 예천 여행문의 : 예천군청 054-654-3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