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마법이나 마찬가지다. 말 한마디가 팀 전체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꿀 수 있다. 통진고 김정찬 감독의 지도 철학에도 말의 중요성이 고스란히 묻어나온다. 김 감독은 말을 통한 끊임없는 동기부여로 전반기 왕중왕전에서 통진고의 또 다른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다.
통진고는 16일 오전 김천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중랑FC U-18팀과의 ‘2017 대교눈높이 전반기 전국 고등 축구리그 왕중왕전 겸 제 72회 전국고교축구선수권대회’ 64강에서 2-0으로 승리하며 32강행 티켓을 잡는데 성공했다. 김진성, 이규빈이 후반에 차례대로 골을 넣으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1977년 창단해 올해로 40년째를 맞이하는 통진고는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원축구계의 대표적인 명문이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 이회택을 비롯해 故 이광종, 김두현, 박용지, 김원일 등이 통진고를 거쳤다. 전국대회의 단골 우승후보지만 유독 왕중왕전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20년 가까이 통진고를 지도하던 오희천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올해부터 새 사령탑이 된 김정찬 감독은 왕중왕전에서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왕중왕전에서의 활약은 곧 통진고의 새 역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감독으로서 처음 맞는 왕중왕전을 위해 김정찬 감독과 통진고 선수단은 대회 5일 전 일찌감치 김천으로 내려와 중랑FC U-18팀과의 경기를 준비했다.
경기 한 시간 전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와 만난 김정찬 감독의 얼굴에는 비장함이 묻어 있었다. “그동안 준비한대로만 경기하면 잘 할 것 같다. 선수들을 믿고 있다. 첫 경기의 중요성을 선수들이 스스로 알기 때문에 분명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
전반기 고등리그 경기 H-RESPECT 20권역에서 6승 전승으로 1위를 한 통진고였지만, 왕중왕전 첫 경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전반 초반 통진고는 수비진영에서 공격진영까지 폭넓게 움직이며 점유율을 끌어올렸지만 쉽게 골을 만들지 못했다. 전반 6분 김진성이 상대 골문 앞에서 볼을 잡았지만 수비벽에 막혀 슈팅으로 연결하지 못했고, 전반 16분에 나온 박태준의 프리킥은 수비 맞고 무산됐다. 전반 26분 이의영의 코너킥, 전반 37분에 나온 박태준과 김성민의 연이은 슈팅은 모두 골문을 외면했다.
통진고가 득점 기회를 놓치는 사이 중랑FC U-18팀은 빠르게 흐름을 뺏어오기 시작했다. 초반 주도권을 잡았던 통진고가 조금씩 밀리는 순간이었다. 아쉬운 상황의 연속에도 김정찬 감독은 크게 화를 내지 않았다. “오케이! 괜찮아! 조금 더 높은 지역에서 하자!”, “괜찮아! 자신있지? 제치면 되는 거야! 뭐가 어려워? 자신 있게 해!”
통진고는 중랑FC U-18팀의 공세에 전반전 고전했지만 후반에 흐름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질책보다는 격려였다. 김정찬 감독은 “통진답게 경기를 하라”며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주문했다. 말을 통한 동기부여의 힘이었을까? 후반 17분 마침내 통진고의 첫 골이 터졌다. 권역 득점 1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김진성이 왼쪽에서 날카롭게 넘어온 크로스를 골문 앞에서 머리로 절묘하게 방향을 바꾸며 득점에 성공했다.
선제골로 통진고는 분위기를 탔다. 전반전의 혼란은 완전히 사라진 모습이었다. 그리고 후반 41분 이규빈의 추가골까지 나오며 완전히 승기를 잡는데 성공했다. 김정찬 감독은 또 다시 외쳤다. “멋진 플레이였어!”
통진고는 결국 위기를 극복하고 왕중왕전 첫 승을 얻는데 성공했다. 김정찬 감독은 “어차피 경기가 체력전으로 진행될 것이라 예상했기에 전반전에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후반전을 믿고 조급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가 끊임없이 선수들에게 말로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던 원동력이었다.
이어 김정찬 감독은 “경기를 보면서 아쉬운 부분은 분명 있지만 훈련할 때 아쉬운 점은 이미 다 풀어야 한다. 경기 중에는 뭔가를 크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으니 아이들에게 더욱 긍정적으로 자극을 주는 것이다. 좌우를 돌아볼 수 없으니 무조건 앞으로 가는 것만 생각해야 한다. 그게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내내 수시로 외쳤던 ‘통진답게’에 대해서도 김정찬 감독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에 대한 철학을 ‘통진답게’로 설명했다. 우리 스스로 가치있는 축구를 하고 싶었다. 원팀이라는 믿음으로 선수들이 자신있게 경기를 하는 것이 바로 통진답게 경기를 하는 것이다.”
말을 통한 긍정의 힘은 위대하다. 위기에 몰려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게 한다. 통진고가 이 날 보여준 말의 힘은 왕중왕전, 그리고 이어질 대회에서 또 다른 르네상스를 꿈꾸게 할 수 있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