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먼지벌레
폭탄먼지 벌레의 위력
이지우
야간 곤충 탐사를 하기 위해 저녁 무렵에 경기도 광주에 있는 무갑산에 도착했다. 혼자서는 상상하기 싫을 정도로 밤의 숲은 두렵고 무서웠으나 관찰을 위해 견디어 내야 했다.
모기장 안에 램프를 켜놓고 불빛에 반응하며 달려드는 곤충을 기다려야 한다. 어둠이 깊어야 다양한 나방이 모여든다고 하니, 곤충을 기다리는 동안 잠시 계곡을 끼고 있는 숲을 관찰 하러 나선다.
초저녁부터 잠자리에 들어가려던 잎벌레류 딱정벌레는 랜턴을 비추니 화들짝 놀라서 휙 날아간다. 길바닥에는 숲에서 나와 돌아다니던 멋쟁이딱정벌레가 불빛을 보고 잠시 멈추더니 뒤도 안 보고 도망가기 바쁘다. 길을 막고 잡아서 관찰 후 다시 숲에 놓아주니 빠른 걸음으로 숲으로 숨어버린다.
밤에 돌아다니며 곤충을 찾는 재미 때문에 어느새 두려움이란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야간 탐사 모드에 몰입하게 되었다.
도로를 비추던 랜턴 불빛 영역 망에 걸린 폭탄먼지벌레가 불빛에 놀라 부지런히 도망을 치고 있다. 이 곤충은 몸집이 거대한 우리 인간에 비하면 새끼손톱을 반으로 쪼갠 크기의 폭탄먼지벌레 모습이 우습기만 하다. 급히 도망가는 놈을 발로 막아서자 안절부절못하고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뜨거운 독성화학물질을 가지고 있으며 위기상황에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하기 위한 이 분출물의 온도는 100°C가 넘는다 고 한다. 그러니 손으로는 절대 만지지 말라는 말에 우리는 납작한 도구를 이용하여 등을 살짝 눌러보니 엉덩이에서 방귀를 뀌듯 먼지를 한바탕 쏘고 도망치려 발버둥을 치고 있다.
몸집이 1.2cm 정도 밖에 안 되는 체구에서 얼마나 많은 양을 분사할 수 있는지 궁금하여 다시 한 번 누르자 처음과 거의 같은 양을 분사시켰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여러 번을 반복해 실험을 해 보았으나 여전히 먼지가 나온다. 그날 이후 궁금하 여 폭탄먼지벌레의 자료를 찾아보니 수십 번의 난사가 가능하 다고 한다.
생태 교사가 이야기 해 주었다. 아이들과 숲 놀이를 하는데 유난히 곤충을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다. 갑자기 손이 뜨겁고 아프다고 울고 있다. 뭘 만졌냐고 묻자 바닥에 기어가는 딱정 벌레류를 만졌다고 한다. 얼마나 아프냐고 묻자 갑자기 불에 덴 것처럼 뜨겁고 따가웠다고 한다. 그때 그 아이는 바로 이 폭탄먼지벌레를 만졌다.
작은 곤충이 이리도 강한 화기를 뿜어내다니 신기해서 또 다시 살짝 배를 눌러보자 아까보다 더 위력이 세 보이는 화생 방을 한 바가지 터트린다. 이렇게 작은 배 속에서 저리도 많은 폭탄을 뿜어내다니 참으로 놀랍다.
잡식성인 이 곤충은 숲의 청소부처럼 곤충이나 동물의 사체 들을 먹어 청소를 해준다. 숲에서 꼭 필요한 역할을 해주는 곤 충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구상에는 곤충 중에서 딱정벌레류가 제일 많다고 한다. 등딱지가 단단하고 미끄러워 포식자에게 잡혀도 도망가기 좋은 조건을 가졌기 때문이다.
작지만 무지막지한 힘을 가졌다는 것을 가감 없이 묘기로 보여준 폭탄먼지벌레, 길에서 자신만의 묘기를 한참 동안 보여준 덕에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다니 오늘 해야 할 관찰 숙제를 다 한 느낌이다.
다가갈수록 신비한 곤충의 세계, 또 다른 환상의 세계가 숲에서 숨어 있다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두근거려진다. 이날은 마침 그믐이라 달빛도 흐릿하고 주변도 어둡고 침침 하다. 숲을 돌아 초저녁에 설치해 놓은 곳에 다다르니 다양한 곤충과 나방이 우굴거리며 불빛 아래에서 그들만의 회의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우주에는 우리가 모르는 신비한 일들이 많다. 크고 작은 공간과 숲에서 그들만의 전략으로 자신의 후손을 낳고 지키기 위해 또 다른 우주를 만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