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 지옥명호품地獄名號品 - 2
가루라는 흔히 금시조金翅鳥라고 합니다.
《지풍다라니경止風陀羅尼經》에 의하면
“머리에 화관을 쓰고 있으며,
얼굴은 천신과 같고,
입은 독수리의 부리와 유사하며,
오른손에는
9두頭4족足의 용을 잡은 채 결가부좌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금시조는 가장 힘이 센 새로서
그의 먹이는 용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용과 가루라는
서로가 원수지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긴나라緊那羅는 어제 말씀해 드린
건달바와 같이 음악의 신입니다.
건달바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 반면에
긴나라는 새의 모습,
말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혜림음의慧琳音義〉에는
“말 머리에 사람의 몸을 하고 있는
마두인신馬頭人身으로 노래를 잘한다.
여자는 단정한 모습으로 노래를 잘 할뿐 아니라
춤 또한 잘 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마후라가는 쉽게 말하면 뱀입니다.
옛날 시골에 가면 담장 같은 데에
큰 구렁이가 기어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른들의 말에 의하면
집을 지키는 집뱀이라고들 하였는데,
마후라가가 바로 가람을 지키는 수호신 같은 것입니다.
이 마후라가 또한 인도의 신화에서
음악의 신에 해당합니다.
불교에서는 마후라가를 불법佛法을 즐겨 구하므로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하되 기어 다님으로써
거만한 성격을 버려 겸손하고
공경한 성격을 나타내므로 복행服行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어제와 오늘에 이어서
팔부신중을 간략하게 알아보았습니다.
신의 무리라는 뜻의 신중神衆,
신의 장수라는 뜻의
신장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인간이 아닙니다.
일종의 신,
또는 신적神的인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신이라고 하면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물론 이들이 인간과는 다른
특이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정각正覺을 이루지 못한
범부 중생에 불과 합니다.
그래서 신중단에서는 큰 절은 하지 않고
반 배 절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종교에서는 신은 오직 하나밖에 없으며,
그 신은 무無에서 유有,
쉽게 말하면 이 세상 모든 것을 창조하였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 세상의 주인은 그 신이며,
그 신을 믿으면 죽어서 천당에 가고,
믿지 않으면 지옥 간다고 합니다.
이 종교에 따르면 천당에 갈 사람과
지옥에 갈 사람은 처음부터 결정되어 있습니다.
천당이나 지옥도 모두 이 신이 만들었으므로
이 신이 없애지 않는 한 영원히 있게 됩니다.
그러나 불교는 이와 다릅니다.
무엇보다도 유일한 신,
모든 운명을 한 손에 쥐고
좌지우지하는 절대자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제석천帝釋天 같은 신神도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호법선신護法善神이기는 하지만
타종교에서 말하는 힘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범부 중생에 불과합니다.
신중들을 보면
생김새가 특색도 인간보다 나을 것이 없습니다.
제석천帝釋天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흉측하고 원래는 난폭한 성격을 지녔으며,
용과 가루라처럼 서로 원수지간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들이 모두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호법선신護法善神 입니다.
여기에 바로 불교의 오묘함이 있다는 것입니다.
서양적인 개념에서는 선과 악,
신과 악마는 영원히 화해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립니다.
어느 하나가 선이고,
어느 하나가 신이라고 한다면
그와 대립되는 것은 악이고 악마이며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 됩니다.
불교에서는 선과 악을 절대적으로 대립하거나
한쪽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삼지를 않습니다.
선으로서 악을 없애려고 하지 않습니다.
악 마저도 수용하여
선악을 넘어서려고 하는 것이 불교입니다.
그래서 야차, 아수라 같이 원래 악한 존재였던 것들까지
수용하여 악을 선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일반 세속에서는 아름다운 것과 좋아하고,
자신에게 이익만 되는 것만 좋아하고
그것을 선이라고 합니다.
자기와 반대되는 것은
추한 것이라며 악이라고 배척합니다.
이런 가치관을 가지면
항상 대립과 다툼만이 있을 뿐 평화는 없는 거죠.
그런 세계가 바로 지옥입니다.
지옥은 바로 그런 가치관 때문에 생기는 것이며,
이를 넘어서 절대 평등의 세계,
열반의 세계를 추구합니다.
오늘도 천천히 읽어 보셨습니까?
무엇을 얻은 게 있었던가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계속 이어서 해 드리겠습니다.
오늘의 따끈따끈한 글은 여기서 마칩니다.
2024년 03월 07일 오전 05:39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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