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회관>
시골의 토속적인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머우된장무침 한 젓갈이 타임머신처럼 순식간에 어린 시절로 데려다 놓았다. 이처럼 진한 머우향이 얼마만인가. 흑염소 먹으며 느닷없이 웬 머우 타령? 토속음식에 대한 신뢰는 금방 전이되기 때문. 역시 꼬돌꼬돌하고 쫀득거리는 수육맛은 수입 호주산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맛을 내주었다. 시골에 와서는 시골다운 음식을 먹고 싶다는 무언의 기대가 그대로 충족되는 추억의 집이다.
1. 식당얼개
상호 : 고향회관
주소 : 전남 완도군 약산면 장용1길 4-1
전화 : 061) 553-9374
주요음식 : 흑염소고기
2. 먹은날 : 2021.3.11.점심
먹은 음식 : 흑염소수육 50,000원, 흑염소탕 12,000원
3. 맛보기
소 돼지 닭고기를 넘어선 육류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겁도 난다. 과연 한끼 식사를 문제없이 할 수 있을까. 어릴 때의 기억과 흑염소의 몸보신 효능에 현혹되어 덥썩 수입산인지 모르고 먹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다. 무르고 느끼하고 살짝 돋는 누린내에 먹는둥 마는둥 식사가 순간 우울해져버렸다.
그때의 기억으로 불안감 속에서 주저하며 시작한 식사는 느끼하지 않고, 냄새도 없는 수육 한점한점이 서서히 불안을 걷어가, 종국에는 오히려 탐닉을 염려해야 할 지경이 되었다. 진국의 수육은 여러 해만에 흑염소 인식도 바로잡을 거 같다.
밑반찬도 촌스러울 정도로 토속적인 맛을 제대로 간직하고 있다. 세련되지 않은 것이 부담일 수 있겠으나, 그 개운함과 깨끗함, 입맛 동하게 하는 갱미에 비하면 작은 댓가다.
다 익힌 수육에 잠깐 김을 들여, 부추가 익으면 먹을 수 있다.양파와 양념장과 곁들이면 천상의 맛이 이만하랴 싶다. 윤기있는 살집이 쫀득거리며 입안에 들어붙는 고기의 육질은 미식과 보양식의 취향을 제대로 누리게 해준다.
특별한 음식이 주는 만족감은 덤이다. 육류를 먹을 때마다 가지는 지방과 콜레스테롤의 부담이 하나도 없이 오히려 몸 구석 어디에선가 쌓일 좋은 성분들에 대한 충만한 기대가 가득이다. 이렇게 선순환되는 긍정의 힘은 아마도 소화흡수를 더 왕성하게 하리라. 몸속에서 퍼질 자양분과 에너지가 눈에 보이는 듯하다.
물김치. 하얗게 배추를 덮은 것은 배, 마늘 등등 갖가지 양념들의 집합이다. 세련되진 못했으나 그야말로 촌스러운 맛이 좋다. 수육을 싸먹으니 제격이다.
깍두기, 많이 익지 않아 싱싱한 맛, 달근한 무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문제의 그 머우무침이다. 쌉소롬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재배한 머우는 향이 거의 없어 정체성이 의심스러운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런 머우를 언제 먹어봤는지가 아득하다. 염치를 무릅쓰고 더 달랬더니, 어제 캐다가 무쳐서 상에 올렸는데 이미 다 떨어지고 없단다. 약산에서 뜯은 머우, 이미 황송하다. 토속 원단의 맛을 오랜만에 봤다. 입에서 도는 이 향기, 오래갈 거 같다.
약간 신 맛나는 양념장, 단맛은 덜해 부담이 없다. 염소와 잘 어울린다.
탕에는 고맙게도 토란대가 들어있다. 토란대 만나기 또한 쉽지 않다. 흑염소를 빙자해 토속음식 전시회를 하는 거 같다. 토란대가 머금은 국물 맛이 일품이다. 국물도 오히려 개운한 느낌, 진하면서 깊은 맛, 밥하고도 제격이다. 참 좋은 음식이다.
4. 먹은 후
1) 흑염소
흑염소는 염소의 한 종류이다. 염소는 양의 한 종류이다. 양은 면양과 산양으로 나뉘는데, 산양이 바로 염소이다. 보통 양이라 하면 면양을, 염소라 하면 산양을 말한다.
양은 풀을 좋아하고, 염소는 나뭇잎을 좋아한다. 양은 온순하고 겁이 많은데, 염소는 활발하고 높은 곳을 좋아한다. 양은 소보다 더 뿌리까지 풀을 뜯어먹으므로 초지가 잘 발달된 곳에서 키워야 한다. 그래서 넓은 초원이 발달된 호주, 러시아, 중국, 미국 같은 곳에서 주로 키운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양이 아닌 염소가 키우기 적당하다.
염소는 600여종인데, 이중 흑염소는 우리나라 고유의 품종, 재래종이다. 산악을 좋아하여 산촌과 섬 지역에서 많이 사육한다. 초식동물 중에서도 거친 먹이로 사육 가능하고, 다양한 지역에서 사육 가능하며 추위에도 강하고, 번식률이 높고, 5~6개월 정도면 성숙하고, 몸집도 작고, 성질도 온순하여 사육이 매우 유리하다.
조선조에도 속을 덥게 하고, 강장 회춘하는 건강 영약으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2) 약산 흑염소
흑염소 중에서도 약산 흑염소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순천, 화순, 제주 및 경기도 등지 식당에서 약산흑염소 요리를 판다.
약산은 129종의 약초가 자생한다는 곳이다. 이곳에서 자란 흑염소는 삼지구엽초 등을 먹고 자란다. 거기다 청정한 기후와 해풍 속에서 자라 맛과 영양이 뛰어나서 일찌기 궁중 진상품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까만 혀가 특징이다.
약산은 삼문산(397m) 등 산지에 약재가 많아 흑염소 방목에 적합하다. 완도군에서는 어디나 흑염소를 많이 키운다. 하지만 특히 약산에서 많이 사육해서 완도 전체의 67%를 사육한다. 가두리 안에서 사료를 먹고 자라는 흑염소와 약산의 흑염소는 그 육질의 차이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또 약산 흑염소는 혀가 까매서 다른 지역의 흑염소와 구분이 된다.
흑염소는 칼슘이 소돼지 등보다 10배 이상이 많고, 비타민E가 많으며, 세포노화를 방지하고, 수족냉증 양기부족 허약체절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산에서는 흑염소는 수육과 탕 외에도 떡갈비 요리를 개발하여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서 판매한다. 봄에는 진달래와 흑염소 축제를 함께 한다.
3) 흑염소 여행
완도에서 신지도와 고금도를 거쳐 약산도에 이르는 길은 신지대교, 장보고대교, 약산대교 등의 연육교를 지난다. 네 개의 섬을 세 개의 연육교로 통과하면서 수려한 풍광을 감상하며 올 수 있다.
고금면에는 묘당도 이충무공유적지가 있다. 고금도는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영을 설치한 곳이다. 유적지에는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모신 충무사가 있으며 바로 앞 월송대에는 노량해전에서 순국한 이순신의 유해가 임시 안장되었던 묘소가 있다.
약산에서는 삼문산 자락에 진달래공원이 있어, 때를 맞추면 진달래를 볼 수 있고, 넓은 산록 아래 바다를 함께 볼 수 있다.
그야말로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이 이곳이다. 거기다 흑염소까지 있어 몸보신 미식 여행까지 가능한 곳이다. 여행에 이만한 사치가 있을까 싶다. 웬 복에 이런 사치를 누릴 수 있는지, 그저 과분하다는 생각만 든다.
4) 사족 : 정약용의 양 사육에 대한 의견
“《다산필담(茶山筆談)》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옛날부터 조선에는 양이 없었다고 칭해 오는데 이는 풍토가 양에 적합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고 습속이 양 기르기를 싫어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지금 전생서(典牲署)에서 기르는 양과 율주(栗洲)에서 방목하는 양은 모두 번성하고 있다. 추억해 보면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각 고을에서 기르는 양의 수가 50~60마리를 밑돌지 않았는데, - 각 고을에서 기르는 것은 모두 고(羖)였다. 고는 하양(夏羊)인데 속칭 염소〔髥牛〕라고도 하고 또는 그릇 고(羔)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잘못이다. 고(羔)는 양의 새끼인 것이다. - 지금은 모두 종자가 끊어졌다. 그것은 기르는 데 소용되는 물자를 관에서 지급하는 바 없고 억지로 창노(倉奴)를 목부(牧夫)로 차출하여 기르도록 하기 때문이니, 해마다 달마다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내가 양 기르는 방법을 살펴보았더니, 금계(禁戒)해야 할 조항이 많았다. 물을 자주 먹이면 물에 상해서 코가 헐고, 빨리 몰면 먼지를 마셔서 병이 난다. - 한곳에 너무 오래 세워 두는 것도 또한 경계할 바이다. - 한낮에 더위를 먹으면 반드시 옴이 생기고 가을에 서리 맞은 풀을 먹으면 반드시 복창(腹脹)이 생긴다. 성질이 추위를 견디지 못하니 일찍 우리를 만들어 주어야 하나 또한 막히고 답답한 것을 싫어하므로 옥사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물에 세워 두면 굽이 꼬부라지고 습한 곳에 재우면 복창이 생긴다. - 우리 안에 반드시 두둑한 자리를 만들어 두어야 한다. - 반드시 우리 주위에 마른 꼴을 쌓아 두어야 하고 - 마른 꼴을 우리 안에 두어 양이 우리를 돌면서 집어 먹도록 할 것이다. - 콩을 심어서 콩대로 먹이를 마련해야 한다. 겨울에 새끼를 낳으면 밤에 반드시 불을 피워 주어야 하고, 여름에 털갈이를 하거든 미리 깔끔하게 가위질해 주어야 한다. - 가위질을 안 하면 양이 여윈다. - 이슬 맞은 풀과 녹충(綠蟲) - 작은 거미다. - 을 먹으면 반드시 죽으며, 초에 적신 여로(黎蘆)로 씻어주면 옴을 낫게 할 수 있다. 이런 설이 너무 많아서 다 기술할 수가 없다.
총괄해 보건대, 먹이가 풍족치 못하고 옴이 전염하면 떼죽음을 당하거나 종자가 끊어지는 불행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니, 유독 우리나라의 양만 재액이 많은 것이 아니다.
고을 경내에 혹 양 기르기에 적합한 곳이 있으면 관에서는 마땅히 별도로 목장을 설치해 가지고 백성들에게 주어 양을 기르게 하여 점차 보급됨으로써 습속을 이루게 해야 할 것이다.” - 병을 치료하는 처방은 《농정전서》에 보이니 여기서는 적지 않겠다.”
- 정약용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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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정약용은 양이 풀을 먹어 넓은 초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했던 거 같다. 양이 아닌 염소가 우리 지형에는 더 적절하다는 것도 알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정약용 자신이 나열한 양 사육의 어려움이 바로 우리나라가 양 사육에 적절하지 않은 곳임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양이 기르기 용이하고, 경제성이 있으면 시키지 않아도 기를 것이다. 그런데 “습속이 양 기르기를 싫어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하여 농부의 게으름탓으로 돌리니 이해하기 어렵다.
자료만 보지 않고 실제로 목축의 경험이 있는 사람의 말을 들어 글을 썼으면, 이런 주장을 하지 않았을 거 같다.
인근 삼문산의 진달래공원은 흑염소공원이기도 한다. 진달래축제와 흑염소 축제를 함께 진행한다.
주변의 흑염소마을. 흑염소목장의 흑염소들.
득암리는 흑염소 방목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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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멀리 다녀 오셨네요 ^^
네, 그때는 실감을 못하겠더니 다녀오니 또 아득하고 꿈결같이 여겨지는 걸 보니 먼 곳에 갔다 온 거 같습니다. 전국 어디나 산수 경개가 좋고, 좋은 음식, 특별한 음식이 있는 한국, 참 살 만한 나라라는 생각 다시 합니다. 특히 진도는 문화와 역사와 음식의 보고 같습니다. 내놓고 자랑할 특산물도 많습니다. 답사여행, 휴식 여행, 음식 여행, 여행의 목적이 무엇이어도 다 충족시킬 거 같습니다. 한번 다녀오실 곳으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