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빛을 향해서
나도 누군가의 등대가 될 수 있을까.
등대는 어둠 속에서 빛을 밝히며 선박들에 안전한 항로를 안내한다. 주변을 밝히고 길을 안내하는 이들이 있다. ‘등대지기’란 노래의 가사처럼 거룩하고 아름답게 어둠을 밝히는 삶이다. 빛을 전하려면 각고의 노력과 희생이 따르기에 어려움을 피하고 안일하게 살고 싶어진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사는 모습이 주변에 밝은 빛을 안겨줄 수 있지 않을까.
우연히 TV 예능 프로에서 한 젊은이의 일상을 보게 되었다. 각 분야에서 인정받는 이의 생활을 매니저가 집중 조명해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대부분이 유명 연예인이 출연하는데, 낯선 모습이다. 무심코 다른 채널로 돌렸는데, 재방송에서 보게 된 것도 우연이었다. 이름이 ‘박위’인데 ‘위라클’이란 영상을 제작하는 ‘유튜버’이다. 일상에서 긍정의 에너지로 주변을 밝게 해주니 ‘miracle(기적)의 위’란 뜻을 합성해서 만든 이름인 듯하다.
그는 7년 전인 28살에 척추를 크게 다쳐서 ‘전신 완전마비’란 판정을 받았다. 휠체어를 탄 그가 자기 일상 체험을 통해서 희망의 전도사처럼 어려운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실어준다. 그가 지나간 길은 어둠을 밝은 빛으로 바꿔준다니 과연 기적의 삶이라 할 수 있다. 긍정의 에너지는 사랑이 가득한 가정에서 비롯되었다. 그의 부모님이 사랑의 표현도 잘하고 아이들 이야기도 귀담아 들어주셨다고 전한다. 그의 아버지는 멋지게 커준 아들이 대견해서 “너는 결혼하지 말고 아버지랑 같이 살자”고 했다는데. 그 말이 현실이 되었으니 얼마나 비통했을까.
그의 친동생이 자진해서 휴학하며 형을 24시간 간호했다고 한다. 손가락 하나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 고통 가운데 가족의 사랑 안에서 자립의 의지를 불태웠다. 엄청난 노력으로 재활하며 '완전마비'를 '하반신마비' 판정으로 바꾸면서. 스스로 휠체어를 작동하고 직접 운전도 하게 되었다. 웃으면서 자신이 착용하는 소변 줄까지 보여주는데 그 줄만 봐도 고통이 느껴진다. 뒤늦게 찾아보니 자신의 체험을 책과 ‘유튜브’를 통해서 대중들에게 용기와 힘을 실어준 젊은이였다.
고통을 긍정의 빛으로 승화시킨 그의 모습은 밤하늘의 등대처럼 어둠을 밝혀준다. 여자 친구이기도 한 매니저와 예쁘게 사랑하며 일상을 알차게 보낸다. 놀라운 건, 여자 친구가 자기 어머니에게 그를 소개했을 때, 딸의 뜻을 존중해줬다고 한다. 그들은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가족과 주변의 극진한 사랑이 아니었다면, 그토록 밝은 모습을 지닐 수 있었을까. 힘든 시련이 찾아왔을 때 어려움을 극복하는 자세를 젊은 청년에게서 배운다.
허약한 체질인 나는 매사에 자신이 없고 부정적이었다. 부모님 사랑을 듬뿍 받았지만, 장점보다 부족한 점을 부각하며 우울해했다. 어두운 미래를 예견하고 그 이유를 나열하며 합리화하면서. 부정의 기운은 어두운 분위기로 전염시킨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을 때 창작 활동을 하며 어둠의 커튼을 젖힐 수 있었다. 돌이켜 보니 그냥 주어진 시간이 아니라 그것을 얻기 위해 틈틈이 갈고 닦은 대가였다. 사랑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딸이 결혼하고 첫 손녀가 태어났을 때 환희의 눈물을 흘렸다. 움튼 가지에서 새싹이 돋아난 것 같은 기쁨으로. 엄마가 보기엔 아직 애 같은 딸이, 아기를 출산했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다. 이젠 딸이 아이가 셋인 어른이 되었다. 딸과 아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선물하고 싶어진다. 사랑만 듬뿍 주리라. 딸의 육아 방식에 세대 차이를 느낄 때도 있지만, 기꺼이 응원하며 지지한다. 엄마가 딸과 아이들을 의식하니 내딛는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누구나 어둠 속에서 헤맬 때 등대의 빛을 갈구한다. 거룩한 등대지기는 아니라 해도 희미한 빛이라도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부모가 사랑을 전하며 열심히 사는 모습이 자녀의 지표가 되리라. 사랑이 넘치는 밝은 미래가 펼쳐지길 소망한다.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서든 비틀거리지 않고 희망차게 살아가길 바란다. 누군가 나를 안내해주기보다 내가 다른 이의 빛이 될 수 있기를.
첫댓글 지송 선생님 짝짝짝!
누군가의 등대가 될 수 있는 삶 어렵지요.
고통을 긍정의 빛으로 승화시킨 멋진 사람,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은 지송 선생님의 그 마음이 바로 '등대'의 불빛이지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지송 김영신님의 글은 수업하는 날, 5월 1일, 저녁에 들어와서야 읽고 지금 댓글올립니다.
아침 9시에 나가서 오후 8시에 책상에 겨우 앉아 수업에 들어왔거든요.
장호병 선생님이 위 글을 읽고 감상을 말해보라 하셨을 때, 다른 분들이 많이 하시고 시간이 늦어서 참았지만요^^
김영신 작가님의 글은 늘 자기 성찰이 깊이 스며있고, 어려움이 오더라도 잔잔히 이겨내시는
품성을 풍기시니 독자로서 큰 영향을 받고 갑니다. 글을 읽는 보람이 큰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