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신나는 마카오.
줍줍 마카오라니. 줍줍으로 별 걸 다 줍는다 정말. 줍다 줍다 못 해 마카오를 주운 나는 순대에게 마카오 여행을 제의했고 순대 또한 흔쾌히 수락. 아주 쉽고 빠르게 여행 결정이 이루어 졌다. 단돈 349000원에 토일월 마카오 비행기표와 숙소까지 해결. 념념굿.
어디를 갈지 고민해야 하는 걸 덜 수 있고, 어디 숙소를 하지 하고 고민 하는 걸 덜 수 있어서 에어텔이 은근 편하다. 내가 골랐다면 브로드웨이를 고르지 않았겠지만 덕분에 가성비가 점점 올라가다 못 해 터쟈 벌일 정도!! 이번에도 완전 만족한 나의 급 마카오 여행.
여행을 가기 하루전인데 여행을 간다는 실감이 상당히 덜 났다. 작고 가까운 곳이라 그런지 역대급으로 여행준비를 안 했다. 이틀 삼일 정도에 몰아서 준비를 했지만 충분! 이런게 개꿀. 나의 저급해지고 가벼워지는 문장 실력 만큼이나 여행 준비도 요즘은 대충이다.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는지 복잡하고 어려운 건 싫다. 대충대충 편하게. 흐르듯이. 가서도 빈둥빈둥. 엄청나게 벼르고 벼르던 여행이 아니라 그런지 기대치도 낮았다. 여행 전날인데 낮술먹고 퍼질러 자는 순대를 보면서 웃기기도 하고 내 모습 같기도 하고.
그래도 전날 밤 영차영차해서 금방 짐은 다 쌌다. 어느새 내 담당이 된 캐리어. 공용으로 쓰는 목욕 용품이나 화장품 같은 건 어느새 내가 다 챙기고 있지만 싫지 않다. 각각 역할을 잘 분담하게 된 우리 사이. 그만큼 맨날 같이 붙어다는게 익숙하고 편하다. 또 의사소통이나 중요예약 등등 중요한 역할을 군말 하지 않고 잘 해주는 순대 덕분에 편하고 즐겁게 여행을 다니고 있다.
여행 전날 밤 잘 준비를 다 하고 누웠는데 심상치 않은 영어문자 도착 Regret?여기서 유감이 나오면 안되지 에어마카오놈들아. 너무너무 졸린 눈으로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긴장 호르몬이 쫙 돌면서 잠이 깬다. 뭐라는 건데 번역기를 돌려도 정확히 이해되지 않는 문장. 일단 내일 비행 일정이 차질이 생긴 건 분명한데.. 여행이 완전 뿌사지는 상상부터 돈 다 날리고 으악!! 하는 상상까지 머리에 다양한 경우의 수들이 돌고 돈다. 나는 도네 유미야. 여기저기 검색 끝에 비행기가 1시간 지연된다는 정보 입수. 조금 살 것 같았다. 덕분에 1시간 더 자겠네. 하지만 비행기 아예 취소 되거나 더 많이 지연되면 어쩌나 하고 불안감이 계속 있다. 에어마카오.. 중국놈들은 하여간!! 다시는 중국 항공사를 예매하지 않으리 하면서 요눔들 하고 부들부들하고 잠이 들었다.
지연 덕분에 1시간 더 잤지만 여전히 졸리다. 평소 같으면 5분만 더가 10번은 더 나올 졸림인데 비행기 타야 하니까 짤없이 눈뜨고 씻었다. 졸링졸링하면서 공항 버스를 타고 헤드셋을 끼자마자 버스에서 잠이 들었는지 금방 공항이다. 어느새 익숙해진 인천 공항. 코로나 끝나고 그래도 소소히 여행을 행복을 꾸준히 즐길 수 있어 다행이다. 저번에 왔을 땐 비행기 어떻게 타는거야 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벌써 네 번째네. 순대가 이끄는대로 뇌빼놓고 졸졸 따라다니다 보니 어느새 입국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스마트패스는 정말 편리하다. 한산해서 인지 시간이 많이 남아 난 한숨자고 순대는 라운지에 다녀 왔다.
내 사랑 24번 게이트가 아니라서 그런지 적당히 짱박혔지만 엄청 아늑하진 않았다. 노곤노곤거리다가 잠이 덜 깬 정신으로 어영부영 비행기에 올랐고 거의 뒷자리 였던 우리는 중간이 빈 자리였다. 완전 원영적 럭키잖아. 다른 일찍 잔 사람들은 지연된 시간인걸 모르고 제 시간에 와서 체크인을 모두 한 모양. 우리도 세시간 전에 왔는데 거의 마지막 체크인이였다. 중간이 비어서 누웠다가 앉았다가 하면서 긴시간을 견뎠다. 건너편 옆자리에는 짐 검사 할 때부터 눈에 띄었던 어떤 예쁜 여자가 있었는데 남친으로 보이는 힙합적 차림의 마스크남과 3-4시간 내내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꼭 끌어안은채 있었다. 새벽에 예쁘게 입고 나와서 몇시간을 내내 옆에 기대고 가는 여자도, 그걸 꼭 안 아주는 남자도 쥰낸 대단했다. 누웠다 앉았다 하면서 3-4시간의 비행은 금새 우리를 새로운 땅에 도착하게 해주었다.
낯선 나라에 도착해서 비행기를 갓 내릴 때 느껴지는 우리나라와 다른 온도와 습도. 주변 풍경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사막이 보인다 거나 바다가 보인다거나 숲이 보인다거나 하는 낯선 풍경이 좋다.
이번에 방문한 새로운 나라는 쿰쿰한 습도와 높은 기온이 부드럽게 온 몸을 감싸는 날씨로 다가왔다. 흐린 날씨. 오후 1시쯤인가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밝은 시간에 비행기에서 내린 적이 별로 없어서 새로웠다. 보통 한국에서 오후에 출발해서 새벽에 도착해 어중간하고 피곤하게 다시 숙소로가서 자곤 했는데 한국에서 새벽에 출발해 쨍한 시간에 도착한 건 처음이다.
듣던대로 조그만 공항에서 줄도 별로 서지 않고 짐을 찾아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와 사람들이 가는데로 주르르 따라가니 호텔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갤럭시, 베네시안 등등 유명한 호텔의 이름을 달고 있는 커다란 버스들이 있었고 버스 창문에는 습기가 어려있었다. 시원한 갤럭시 호텔 버스에 탑승해 호텔로 출발했다. 맨 뒷자리에 앉으니 주변 풍경이 잘 보여서 좋았다. 흐린 날씨에 야자수와 활엽수가 섞여 있었다. 더운 나라에 왔다는게 무성한 풀들을 보니 느껴졌다. 진한 회색이지만 상당 비싸보이는 아파트를 지나, 서민들이 사는 것 같은 낡은 외관의 고층 작은 아파트도 지나 금색이 번쩍거리는 갤럭시 호텔단지는 아주 금방 도착했다. 낮에 본 갤럭시 외관은 엄청 대단하진 않았지만 이 나라 참 돈이 많군 하는 생각은 들었다.
커다란 호텔 로비안으로 좀 걸으니 금방 우리호텔로 가는 표지판들이 보였다. 밖은 덥고 습하지만 호텔안은 커다란 쇼핑몰이고 명품 브랜드가 가득하고 시원했다. 청소하는 사람이 엄청 많은지 대리석 바닥은 반짝거리며 빛나고 먼지 하나, 쓰레기, 껌 하나 없이 깨끗했다. 자본주의 냄새가 풀풀 났고 중국풍이 섞여 있었지만 많이 촌스럽지는 않고 살짝 촌스러운 정도였다. 이번 여행을 통해 중국풍이 섞여 있어도 촌스럽지 않는 인테리어를 많이 목도하였다. 중국이지만 중국은 아닌 나라 홍콩마카오.
한참을 걸어 우리 호텔에 도착하니 갤럭시 호텔 로비와 참 비교가 됐다. 그래도 가성비 호텔! 체크인이 1시간 정도 지연된다 길래 캐리어를 맡기고 바로 앞 푸드스트리스로 갔다. 코로나 이후 잘 회복이 안 된 곳인지 후미진 곳이라 그런지 가게 들이 은근 을씨년 시럽고 3시라서 장사를 안 하는 곳이 많았다. 원래 가고 싶었던 매캐니즈 요리 전문점도 브레이크 타임이였다.
아쉬운대로 뭐라도 먹자 하면서 가는데 순대가 진짜 허름하고 이상해보이는 가게에 가보 자고 한다. 내키지 않았지만 들어갔더니 정말 황량한 분위기에 불친절한 점원이 우릴 응대했다. 뭐가 뭔진 잘 모르지만 밀크티랑 우유푸딩, 쭈빠빠오를 주문 했고 순대를 뭘 아는지 파인애플빵으로 빵도 변경했다. 빠르게 나온 우유푸딩은 의외로 정말 맛있었다. 상상속의 우유 푸딩 바로 그 맛. 우리나라에 왜 없어요 ?? 빨리 도입해줘요 카페에서 커피 대신 먹기 딱이다. 고소하고 달달 차갑고 식감도 좋은데 ?? 일본에서 사온 그 푸딩보다 훨배 맛있어. 밀크티도 달지 않고 진해서 좋았고 쭈빠빠오는 고기에서 약간 돼지냄새? 오래된 냄새가 나긴 했지만 빵이 따뜻하고 부드럽고 살짝 달아서 나름의 심심한 맛이 있었다. 약간 맥모닝 마카오버전이랄까? 맥모닝은 빵이 퍽퍽한데 이건 빵이 맛있어! 쭈빠빠오 승 !! 아무 가게에서나 먹어도 이렇게 맛있으면 유명한 가게는 얼마나 맛있다는 거야 하면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알고보니 우리가 간 가게도 이슌밀크컴퍼니였다는 사실 I son 이라고 쓰는구나. 이슌을.
편의점에서 간식도 사고 과자도 사서 호텔로 왔다. 대기 장소에서 밀크티와 달달한 팩 국화차를 마셨고 기분이 좋아졌다. 배정 받은 방에 도착했다. 방은 깨끗하고 널찍하고 앞에 갤럭시 호텔이 금색으로 화려하게 보이고 앞건물의 옥상이 지저분하게 보였다. 약간 반쪽 뷰 느낌이지만 뻥뷰라서 나름 좋았다.
짐 풀고 좋다 좋다 하는데!! 순대 폰이 없었다. 세상 마상 애플 워치로 찾기해도 소리가 안 난다. 오마갇
사색이 된 우리 두 사람은 왔던 길을 향해 나가면서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나도 그렇게 소름이 끼쳤는데 순대는 얼마나 개소름이였을까. 제발 찾게 해주세요 해주세요. 엄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게 해주세요 해주세요. 믿지 않는 이름모를 신을 향해 기도하며 호텔 로비로 돌아갔는데 우리랑 벨보이 눈이 마주치자 마자 혹시 휴대폰 찾으러 왔냐고 묻는 것이다. 네네 !! 그럼요 우린 휴대폰을 찾으러 왔답니다. 그래 니네 휴대폰 우리 직원이 주웠어. 근데 분실물로 넘어가 있어. 잠깐 여기서 기다려. 네네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요. 하룻밤이라도 기다릴 수 있죠. 소중한 휴대폰을 찾을 수 만 있다면요.
로비 허접한 소파에 앉았는데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휴대폰을 잃어버려 소름이 끼칠뻔한 여행이 다시 행복궤도로 진입 중이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참을 수 있는 기다림이였다. 직원이 안내해준 곳으로 어딘가 이동이동. 직원 전용 공간 같은 곳으로 진입했다. 일종의 분실물 센터인 모양 ?? 딱 책상 하나 의자 두 개 들어가는 좁은 사무실에 앉아서 수정 폰을 다시 만났다. 비번을 눌러 자기폰인걸 인증하고 서류를 쓰는데. 세상 우리나라 공무원 일처리 빠르고 외국 나가면 속 터진다더니. 개느려. 할아버지가 안 보이는 눈을 돋보기 안경에 의지해 정자로 글자를 하나하나 쓰는 거 마냥 느렸다. 저기요, 좀 빨리. 그래도 찾았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폰을 받아서 방으로 돌아오니 벌써 시간이 상당히 늦다. 7시에 야경투어 버스를 타려면 서둘러 밥을 먹어야 한다. 첫 식사는 매캐니즈 음식을 먹자 하고 요즘 뜬다는 어쩌구 거리로 갔다. 택시를 잡으려는데 좀 오래 걸려 발이 동동. 다섯시 반쯤 택시를 내렸는데 가려던 식당이 6시오픈이네. 젠장. 다른 식당을 찾아 삼만리. 어디가지어디가지 바쁘고 정신없다. 그 와중에 거리가 뭔가 예쁘고 사람이 많다. 여유가 있다면 이 거릴 즐기며 구경할텐데 하면서 정신없이 식당을 찾아 헤매다가 예쁘게 생긴 포르투갈 느낌의 흰파 외관을 한 식당에 들어갔다.
직원들이 굉장히 친절했는데 우리 마음이 너무 급하다 보니 그 친철과 여유가 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묻고 또 묻고 추천해주고 하는데 고마우면서 답답했다. 유명요리는 조개술찜이랑 계란이 올라간 버터스테이크, 샹그리아, 화이트 와인을 주문했다. 급해서 남들이 제일 많이 먹는 걸 시켰는데 직원이 한국사람은 해산물 빠에야를 많이 먹어 하고 추천도 해줬다. 스테이크 대신 그걸 시켰으면 가격도 저렴하고 순대도 좋아했을텐데. 주문을 다 하고 나니 난 스테이크 먹어서 맛있었던 적이 별로 없어. 랜다. 진작에 말해줘 그런 것 좀 싫은 거 미리 말해달라고. 하지만 주문은 해버렸고 나의 화이트 와인이 나와버렸다. 그리고 순대뒤로 엄청 커다란 샹그리아 병을 직원이 들고 왔다 갔다 하는데 설마 그거 우리꺼 아니죠 하는데 정말 우리 테이블에 그걸 올려놨다. 진짜 웃겼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억에 남을 순간 중 하나. 근데 샹그리아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금방 다 먹었지 우린. 미안 근데 맛있다. 라고 말하는 직원이 너무 고맙고 귀여웠다.
덥고 조급한 마음을 샹그리아로 내리면서 사부작 식사를 했다. 조개는 달고 국물은 짜고 느끼하고 맛있어서 빵에 찍어먹으니 정말 최고. 집에서 허접하게 해먹던 조개술찜은 레알버전. 다음에 나온 스테이크는 너무 느끼했고 흔한 맛이였다. 야채를 많이 줘서 나름 좋았다. 비싸지만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중국에서 먹는 포르투칼의 맛. 식민지의 흔적이지만 식민지도 너무 오래되면 다른 나라에 대한 미움이나 거부감이 줄어드나보나.
밥을 먹고 급하게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를 잡으러 거리로 나섰다.마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