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휩쓸던 태풍이 지나간 오늘은, 배티성지에서 비님을 만났고 남방재성지에서는 강렬한 햇님을 만난 하루였습니다. 떠날 때만 해도 잔뜩 흐린 날씨 때문에 오늘의 순례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우천 도보순례로 더위를 피할 수 있었던 하루이기도 했어요.
배티성지
배티라는 지명은 배나무고개라는 뜻으로 돌배나무가 많아서 이름 붙여졌다고 합니다. 워낙 오지여서 박해를 피한 천주교 신자들이 숨어살기 적당한 곳이었다고 해요. 배티 교우촌은 충청도 최초의 공소로서 다블뤼 주교께서 신부 시절에 배티 교우촌 안에 초가집을 지어 신학교를 꾸려 신학생들을 가르치다가 교우촌 순방에 나서시자 최양업 신부님이 뒤를 이으면서 세 명의 신학생들을 말레이시아로 유학을 보내기도 하는 등 열정적인 사제 육성을 하였던 곳입니다.
이후 배티 신학교는 문을 닫고 제천의 배론성지에 새 신학교가 설립되었는데 교회사적으로 최초의 신학교가 배티성지인지 배론성지인지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현재 서울가톨릭대학교는 배론성지를 최초의 신학교로 지정하고 있다고 해요.
최양업 신부 박물관을 관람하고 새로 지어진 멋있는 성전에서 미사를 드린 다음, 오반지 바오로 복자의 묘소, 14인의 무명순교자 묘역, 신학생들을 가르치던 초가집(성전이자 신학교)을 둘러보며 배티성지 일정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남방제성지
남방제성지는 조 안드레아, 조화서 베드로, 조윤호 요셉의 3대에 걸친 순교자를 비롯해 총 53위 순교자의 숨결이 살아 있는 유서깊은 교우촌입니다. 최양업 신부님의 복사 겸 마부였던 조화서 베드로 성인은 최양업 신부님과 함께 전국으로 사목 순방을 다녔고 과로사한 최양업 신부님의 임종을 지켜본 분으로 굳건한 믿음으로 신앙을 지키고 증거한 순교자입니다.
궂은 날씨에도 변함없이 순례를 함께 한 평화의길 순례단원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풍동성당 박영숙 세실리아님께서 오전 식사로 절편을 준비해주셨고, 변함없는 감동란을 베푸신 알베르따 감사님, 단원들을 위해 오미자 팩음료를 얼려 준비해주신 원혜진 에스텔님, 맛있는 마들렌을 준비해주신 전희수 헬레나 감사님 모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몸도 마음도 풍성한 순례길이 되었습니다.
코로나 확진과 밀접 접촉자로 오늘 오시지 못한 세분 - 황숙자 수산나님, 백영삼 대건안드레아님, 황인자 젬마님, 진심으로 아쉬웠어요. 잘 쾌유하시어 다음 순례는 꼭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모쪼록 건강이 제일입니다. 건강 잘 챙기시어 9월 순례도 변함없이 우리 모두 같이 순례하기를 고대합니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